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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1

콘텐츠 경쟁 환경에서의
IP 중심 성장 전략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글. 오진석(SK브로드밴드 제휴전략팀장)

넷플릭스로 촉발된 한국 내 OTT 확산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OTT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사업자들의 새로운 관심사는 웹툰과 웹소설 기반의 콘텐츠 IP다.

OTT 시대, 판을 키워가는 웹툰/웹소설 IP

2021년 6월 현재 넷플릭스(Netflix), 웨이브(wavve), 티빙(TVING), 왓챠(WATCHA)와 쿠팡 플레이(Coupang Play)는 월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OTT 서비스이며, 여기에 더해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인 아마존(Amazon), 디즈니(Disney), 애플(Apple)의 올해 한국 OTT 시장 입성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방송사는 OTT와 유튜브에 뺏기고 있는 시청률을 탈환해야 하고, OTT 사업자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방송사와 OTT 간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콘텐츠일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들이 최근 주목하는 콘텐츠 IP가 바로 웹툰/웹소설이다.

각종 방송사는 웹툰/웹소설에 기반한 드라마를 2015년부터 매년 10편 이상 방영하고 있고,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또한 매년 2~3편을 해당 IP를 기반으로 제작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네이버 웹툰 원작인 <모범택시>(SBS), <간 떨어지는 동거>(tvN), 다음 웹툰 원작인 <나빌레라>(tvN),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넷플릭스)가 방영되었고, <이미테이션>(KBS2), <유미의 세포들>(tvN), <알고있지만>(JTBC), <헬바운드>(넷플릭스), <닥터브레인>(Apple TV+) 등이 줄줄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IP 전략,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언급된 대부분 드라마의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이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두 회사는 끊임없는 서비스/콘텐츠 경쟁을 통해서 검색과 메신저 기반의 플랫폼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왔고, 최근에는 IP 사업의 글로벌 진출과 자신들의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음악을 포함한 콘텐츠 사업 영역에서 2020년 각각 8,000억 원, 5,000억 원의 큰 매출을 거두었고 연 성장률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카카오의 IP 비즈니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74억 원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하였다.

다음 웹툰이 2003년, 네이버 웹툰이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네이버의 독주가 이어져 왔지만, 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M이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설립 하면서부터 유수의 만화출판사와 웹툰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IP 경쟁력을 보강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더해 콘텐츠 제작사와 매니지먼트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콘텐츠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였고, 올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을 통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하면서 내년에 한국 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여기에 반해 네이버는 IP의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고 미국에 있는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웹툰 사업구조를 재편하였고, 스튜디오N이라는 제작 회사를 한국의 네이버 웹툰 밑으로 편재 시켰다.

즉, 카카오가 IP/유통/제작/매니지먼트를 모두 갖춘 수직 계열화된 종합 미디어 기업을 지향한다면 네이버는 IP사업화에 중점을 두고 다른 계열사들은 이를 지원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카카오는 최근 인수한 에셋(Asset,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유형·무형의 유가치물)들 간의 시너지 창출, 네이버는 카카오 대비 방대한 국내외 IP의 사업화/활용에 대한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 IP 확보

그럼 두 회사의 콘텐츠 제작 활동을 살펴보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메가몬스터를 통해 자사의 IP 기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진심이 닿다>(tvN), <계약우정>(KBS2), <망자의 서>(KBS2)가 메가몬스터가 카카오 IP에 기반해 제작한 드라마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스튜디오N을 통해 영상 제작을 진행하는데, 주로 CJENM과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여신강림>(tvN), <스위트홈>(넷플릭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작년에 네이버는 CJ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에 3,000억 원의 지분투자를 하였기 때문에 CJ 채널을 통한 웹툰의 드라마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 두 회사의 IP 경쟁의 장은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그 중 일본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인 국가로 픽코마와 라인망가가 매출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카카오의 픽코마 매출은 한국 카카오페이지보다 커진 상황이다. 네이버는 WEBTOON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국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최근 MAU(Monthly Active User)는 4,400만에 달하며, 국가별 이용자 비중은 미국 27%, 인도네시아 20%, 대만 5%, 프랑스 5%, 멕시코 3%이다(SEMRUSH 4월 데이터 기준). 카카오는 2021년 타파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웹툰 사업에 진출하였고, 동남아로 확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두 회사는 북미 웹소설 기업을 인수하면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를 6억 달러에, 카카오는 미국 웹소설 서비스 래디쉬(Radish)를 4억 달러에 인수하여 양사 합산 10억 달러에 달하는 딜(Deal)을 발표한 것이다. 두 회사의 글로벌 IP 경쟁이 웹툰에서 웹소설로 확장된 것인데, 왓패드는 MAU가 1억 5,000만 명(미국 16%, 인도 8%, 멕시코 8%, 브라질 5%, 인도 5%)에 달할 뿐 아니라 50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고 콘텐츠 영상화에도 적극적인지라 한국식 웹툰의 유료화 모델을 접목시킨다면 수익화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전 세계를 겨냥한 영상 콘텐츠 제작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래디쉬는 왓패드에 비해 MAU 20만으로 규모는 적지만 수익화에 특화되어 있어 카카오의 인수액은 나름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연 매출 비교 : 왓패드 약 385억 원, 래디쉬 약 230억 원)

두 기업은 웹툰 사업의 글로벌화가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서구권에 익숙한 웹소설 포맷을 IP 확장 대상으로 선택했다. 웹소설은 투입 비용이 낮아서 투자 비용 대비 확장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로의 시각화가 유연하다. 웹소설 중에는 로맨스물의 드라마화가 활발한 편으로 대표적인 작품으론 <구르미 그린 달빛>(KBS2), <김비서가 왜 그럴까>(tvN),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JTBC)가 있다.

IP 기반 방송영상콘텐츠의 성장 가능성

ICT 플랫폼 기업이 이끌고 있는 웹툰/웹소설 산업은 이미 유료 OTT에 맞먹는 시장 규모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아 향후 OTT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확보된 IP의 드라마/영화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방송과 극장을 통해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 잡아야 하는 방송사와 OTT 사업자들은 검증된 흥행보증수표인 웹툰/웹소설 IP 활용에 적극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론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네이버/카카오의 IP의 영상화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가 마블의 영화에 열광하는 것처럼 전 세계인들이 한국 IP에 기반한 영상 콘텐츠에 환호하는 일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콘텐츠 IP 산업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창작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중소 CP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 오진석
  • SK브로드밴드 제휴전략팀장.
    SK브로드밴드에서 신사업 제휴처 발굴/Market Intelligence 업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