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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2

새로운 세대를 위한
콘텐츠 프랜차이즈

와이낫미디어의 콘텐츠 전략

글. 이민석(와이낫미디어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OTT 산업 재편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제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시청자(고객)’는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콘텐츠(제품)’를 플랫폼에서 직접 만나게 되었다. 과거 TV채널 기반 콘텐츠 시장은 시청자 ← 플랫폼 ← 미디어(PP) ← 제작사로 유통되는 구조였다. 한편 OTT 산업은 시청자 ← 플랫폼 ← 스튜디오(제작사)로 유통 단계가 훨씬 단순화 됐다. 그동안 힘을 가졌던 미디어(편성 배급 채널)가 퇴조하고 플랫폼과 스튜디오를 양대 축으로 하는 시장 질서로 바뀌었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와이낫미디어는 ‘디지털 콘텐츠 중심 글로벌 IP 제작 스튜디오’라는 포지션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MZ세대의 창작력을 믿다

와이낫미디어는 2016년 1월에 창업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TV 채널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방송 콘텐츠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자체 ‘TV 채널’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어떤 사업 전략 구상도 무의미했다. 대개 외주제작사를 차리고 채널 편성을 받아 제작하는 수주량(매출)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그 경우 제작사가 직접 IP를 보유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장의 한계는 뚜렷했다.

처음부터 와이낫미디어는 스타트업 유형으로 창업했다. 계속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혁신 모델을 제시해야 했다. 우리는 그 해법을 창업 당시 급성장하기 시작한 무료 영상 OTT 플랫폼에서 찾았다. 그 무렵 페이스북, 유튜브에 스트리밍 되는 스낵컬처 유형의 숏폼 디지털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인플루언서 MCN(유튜버 등 창작자들의 사업을 돕는 기획사) 사업도 한창 트렌드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그 시장에서 와이낫미디어는 흔히 ‘웹드라마’라고 하는 숏폼 드라마 시리즈를 주력 장르로 선택했다. 비교적 제작하기 어려운 드라마 장르임에도 베테랑 작가 및 연출 없이 20대 중후반 나이 대에, 신인에 가까운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이 팀을 이뤄 공동 창작하는 방식으로 자체 제작 파이프라인을 키워냈다. 그들이 주기적으로 만들어 히트시킨 IP는 프랜차이즈 방식(속편 시리즈를 계속 내면서 팬덤을 모으는 전략)으로 시장의 파이를 성장시켰다.

창업 첫해 와이낫미디어는 국내 최초로 1억 조회수를 달성한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론칭했고 이후에도 1억 조회수 이상을 기록한 인기 웹드라마 시리즈를 주기적으로 시장에 공개했다.

창업한 지 1년 만에 온라인 채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해냈고, 최대 월 평균 5,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는 미디어 영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특히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정규 시청자 수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와이낫미디어가 제작한 시리즈는 100개가 넘는다. 100시간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IP)를 보유하고 있고 42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구독자(유튜브 단일 채널 구독자 156만 명)와 140만 명 가량의 해외 구독자, 텐센트(중국), 아베마TV(일본), 젠플릭스(인도네시아), 비키(북미) 등 글로벌 OTT 배급 유통망까지 확보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글로벌 10대 팬덤이 형성되어 있어 해외에 직접 제작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제2의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일본에서 와이낫미디어 작품들이 10대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어서 최근 일본 2대 이동통신 사인 KDDI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Z세대 가입자가 많은 KDDI는 와이낫미디어가 제작하는 숏폼/미드폼 콘텐츠 IP가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무수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거라고 본 것이다.

스튜디오 중심의 콘텐츠 비즈니스

와이낫미디어 창업자인 필자는 원래 방송 연출 및 제작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왔는데 그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제작은 크게 보면 ‘직접 제작’과 ‘기획 프로듀싱’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전자는 많은 양을 한 번에 제작해낼 수가 없다. 후자가 많은 양을 동시에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 왜냐면 후자는 기획 아이템, 크리에이터(작가, 연출), 캐스팅(배우, 호스트), 프로덕션 등 제작 요소들을 이리저리 엮어내면서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 산업이 고도화되고 분업화될수록 핵심 제작 요소를 쥐고 기획을 전담하는 매니지먼트가 더 많은 주도권을 갖기 마련이다. 가령 작가 매니지먼트나 배우 매니지먼트 같은. 둘 다 원천 IP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그 경우 원천 IP를 생산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의 주기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인풋을 눌렀다고 아웃풋이 바로바로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인 ‘양’과 ‘주기적 생산성’, ‘비교적 정규적으로 산출되는 히트율’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의 시스템이 고안되었다. 프로덕션과 프로덕션을 연결하고 기획 개발 기능과 크리에이터 및 탤런트 매니지먼트를 붙여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제작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걸 이른바 ‘스튜디오’라고 부른다. 하나의 크리에이터나 프로덕션이 정상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할 경우 다른 파트에서 그 빈자리를 메우고 오류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는 반드시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효율적인 운영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가령 개별 창작자나 프로덕션이 제각각 난립하면서 정해진 파이프라인 안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면 유능한 제작사나 크리에이터를 대거 모은다고 해도 리스크만 커질 뿐이다. 콘텐츠 IP 개발 및 제작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가 없다.

와이낫미디어를 창업할 때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작 파이프라인(스튜디오)을 구축해내는 게 목표였다. 우리 고객은 MZ세대인데 그들 감수성과 세대 언어에 맞는 드라마 포맷을 개발하려면 창작 주체인 크리에이터도 MZ세대여야 했다.

그런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팀(프로덕션)을 짜고 회사가 파이프라인(기획개발-포스트프로덕션-사업-브랜딩-채널편성)을 제공하면서 주기적으로 빠르게 시리즈를 제작, 론칭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인 시청자들의 빠른 피드백을 참고로 제작 능력과 팬덤을 동시에 성장시킨다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와이낫미디어 창업 슬로건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콘텐츠 프랜차이즈”인 이유가 그래서다. 우리의 창작 주체와 고객이 모두 MZ세대이며 제작 방식은 히트작의 속편과 스핀오프 작품으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쓴 거다.

경쟁력 있는 IP로 좋은 콘텐츠를

이런 방식으로 와이낫미디어는 맨 처음 한 편 3분 길이의 스낵컬처성 숏폼 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에서 시작해서 한 편 길이 10~20분을 거쳐 30분 길이의 미드폼 드라마까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우리는 한 번도 베테랑 창작자를 보강하지 않았지만 팀 창작과 자체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tvN에 방영된 2부작 드라마 <#좋맛탱>, MBC와 후지TV에 방영된 4부작 드라마 <연애미수>, 카카오TV와 넷플릭스에 방영된 (20분 편성) 24부작 드라마 <아름다웠던 우리에게>까지 히트시킬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는 숏폼(한 편 10분 내외) 드라마, 미드폼 드라마(한 편 20~30분 내외)를 자체 기획 제작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유준호, 티키틱 등 인기 인플루언서 및 신인 배우 매니지먼트를 자체 운영하면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키이스트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IP를 공동 개발하고 숏폼-미드폼-롱폼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투자사인 컴투스의 게임 IP를 드라마로 만드는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와이낫미디어는 컴투스와 협력해서 2019~2020년 10대들 사이에서 신드롬이 되었던 <일진에게 찍혔을 때>라는 작품을 만든 바 있다. 스토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누적 2억 뷰를 넘어섰고 2019년 네이버TV 최고 인기 웹드라마 선정,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뉴미디어 콘텐츠 대상,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선정 웹드라마 대상을 받은 바 있다. 게임을 드라마로 만들어 성공한 국내 유일 사례다.

콘텐츠 시장에 미래를 거는 이유

OTT 플랫폼은 특별한 인프라 투자 없이 공용 인터넷만으로 영상 스트리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TV 플랫폼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진 시장이다. 이 플랫폼 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해보라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고객을 락인(Lock-in)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콘텐츠밖에 없는 시장”.

앞으로 OTT 플랫폼에서 경쟁하게 될 무수한 크리에이터, 프로덕션, 미디어 네트워크, 스튜디오, IP 기획사 등은 ‘영향력 있는 팬덤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달릴 것이다.

그 시장에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와이낫미디어가 선택한 방식은 꾸준히, 많이, 주기적으로 히트 시키는 콘텐츠 IP를 제작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MZ세대 창작자들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하고 길러내며 그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 시대에 혁신적인 창작 방식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무수한 신인 크리에이터를 배출하면서 새로운 콘텐츠 산업의 젖줄이 되고자 하는 게 와이낫미디어의 비전이자 목표다.

필자 소개

  • 이민석
  • TV 방송 기획,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PD에서, 현재는 와이낫미디어 대표이다.
    2015년 웹예능과 웹드라마 제작을 시작으로, 2016년 와이낫미디어를 창업했다.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하여 2020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해외진출유공 표창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