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2010년 언론사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여러 미디어(피키캐스트, 아웃스탠딩)와 스타트업(트레바리)를 거쳤다. ‘프로젝트썸원’의 콘텐츠 오너이다.
10여 년간 이어오던 신문구독을 해지했다. 대신 프로젝트썸원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와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다. 미디어 콘텐츠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궁금한 뉴스’를 꼭 집어주는 콘텐츠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썸원의 윤성원 대표는 플랫폼보다 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세상을 꿈꾼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economy)’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그가 말하는 대로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창작자가 중심이 되는 ‘대단한 사람(someone)’을 키워야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프로젝트썸원을 소개해주세요.
프로젝트썸원은 양질의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좋은 콘텐츠들이 더 잘 경험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회사예요. 현재는 저 혼자서 운영하고 있죠.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썸원의 Summary&Edit’라는 뉴스레터 서비스와 ‘썸원 프라임 멤버십’이라는 콘텐츠 기반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입니다.
유료 콘텐츠를 구독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데, 플랫폼 안에서 움직이는 콘텐츠는 왜 늘 그대로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디지털 세계에서 플랫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죠. 페이스북, 애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회사들은 최소 10배에서 10만 배 이상 성장했는데 콘텐츠 생산자들은 그러지 못했어요.
결국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 세상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가치 있을 텐데 말이죠. 플랫폼 기업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콘텐츠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봤는데, 답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해야 할 실험 중에 유료 멤버십이 포함되었어요.
유료 멤버십이나 뉴스레터를 잘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 회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실행을 하는 사람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썸원 콘텐츠 오너 윤성원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선일까요, 아니면 구독자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제가 좋아하는 걸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모으는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창작자와 구독자가 서로 추구하는 것이 비슷하고, 비슷한 것을 좋아하면 콘텐츠의 핏(fit)도 저절로 맞춰진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구독료로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콘텐츠의 수익 모델에는 광고 모델과 유료화 모델이 있습니다. 콘텐츠가 꾸준히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 돈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보는 독자들에게 광고를 팔 것이냐, 콘텐츠를 팔 것이냐를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독자에게 직접 피드백 받는 것이 콘텐츠 경험상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썸원 프라임 멤버십
출처: 프로젝트썸원콘텐츠를 제작할 때 주력하는 분야나 콘셉트가 있나요?
제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두려고 하지는 않아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콘셉트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콘텐츠 창작자는 세상 밖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더 좋은 세상이 있고 새로운게 있다는 것을 계속 발견하게 주는 역할’을 해야 하죠. 내 안의 틀에 갇히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콘텐츠라는 게 결국 자기 한계를 깨는 작업이거든요. 내가 아는 한 최선을 다하되 틀릴 수 있다는 걸 늘 인지하고, 그럴 때마다 콘텐츠가 발전하는 거잖아요. ‘실패하고, 깨닫고, 배우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라고 생각해야죠.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켜나가야겠네요.
“맞는 줄 알았는데 틀렸어요” 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해요.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요. 하나의 콘텐츠가 뜨면 계속 콘텐츠를 키워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돼요.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돈을 쓰며 성장하는 모델을 누군가 찾아야 되거든요. 영상 분야에서는 다행히 넷플릭스가 찾은 거예요.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은 콘텐츠인데, ‘콘텐츠를 통해서 성장한다’라는 명제가 있어야 해요. 저 또한 콘텐츠에 투자해서 좋은 모델을 만들고, 협업하는 창작자들에게 충분한 비용을 지불합니다.
콘텐츠를 실을 플랫폼도 중요한데, 자체 플랫폼을 개발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개발이나 마케팅에 돈을 쓰기 보다는 콘텐츠와 멤버십 네트워크에 돈을 써서 성장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런 방식을 콘텐츠 주도 성장(content-driven growth)이라고 지칭하는데요. 가급적 콘텐츠를 쌓고 디지털에서 최적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후에, 오프라인에서 콘텐츠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지금은 콘텐츠를 쌓는 단계이고요.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자신만의 경험과 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단순 정보나 데이터보다는 개인의 경험이 기록으로써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이 텍스트로써 온전히 잘 기록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텍스트를 쌓으면 기록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텍스트 콘텐츠의 본질은 기록, 즉 아카이브를 잘 만드는 것이에요. 무언가를 기록하려면 접근성이 높고 수정이 쉬운 디지털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요. 뉴스레터는 개인의 메일함에 차곡차곡 보관되기 때문에 콘텐츠가 좋다면 그 어떤 방식보다 훨씬 더 오래 생명력을 가질 수도 있어요.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도 독자의 메일함에 양질의 콘텐츠 아카이브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썸원의 Summary&Edit’ 뉴스레터
다시 읽고 싶을 만한 텍스트, 콘텐츠가 되려면 어느 부분에 신경을 써야할까요.
최근에 눈여겨보는 레터가 있나요?
유료 콘텐츠들은 다 챙겨보는 편인데, 매일경제가 만든 ‘미라클 레터’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그리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창작자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 눈에 띈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다시 볼 가능성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일하면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행하고 계시는데요.
요즘처럼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시대에 우리가 놓쳐선 안 될 부분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님께서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생산성, 채산성,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요. 1인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채산성에서 기업이나 팀보다 유리한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죠. 다만, 콘텐츠의 생산성이나 확장성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을 잘 채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와 닿았던 최근 레터는 ‘창작자와 독자의 구도’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창작자와 구독자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궁금합니다.
신뢰는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독자 분들과 함께 콘텐츠와 시간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어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관계를 구축하면 콘텐츠도 쌓이고 신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은 사무실을 구독자들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어려워졌지만, 상황이 괜찮아지면 연간 구독자끼리 네트워킹하는 공간으로 준비할 계획이에요.
콘텐츠 잘 만드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6개월 정도는 꾸준히 해야 하죠. 콘텐츠를 만드는 건 자기를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 같더라고요. 영상 콘텐츠가 잘 맞으면 유튜브를, 텍스트 콘텐츠를 선호하면 글을 쓰는 것처럼요. 그런 만큼 본인이 문제를 스스로 찾고 고쳐나가는, 벽을 깨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독자들을 가르치겠다는 마음보다 최대한 겸손하게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답할 수 있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독자를 존중하며 글을 써야하죠.
윤성원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 창작이란 ‘각자 모두의 몫에서 나를 찾는 여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창작자가 가야할 길의 방향과 목표는 다른 누군가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 그의 SNS 계정에 올라온 글 중에서 ‘선택’이란 활자가 내 마음에 꽂혔다. 나름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모든 선택의 책임 또한 온전히 나의 몫인데. 그의 말처럼 선택에도 훈련이 필요하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옳은 선택을 거듭하면 타고난 것보다 자신이 만든 흔적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어떤 책의 문구처럼, 그가 현명한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응원해주고 싶다. 윤성원 대표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