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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2

방송영상,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

2022 콘텐츠산업포럼 – 방송포럼

글. 손태영(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책임연구원)

지난 4월 말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콘텐츠산업포럼은 대전환기를 맞은 콘텐츠산업의 미래전략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총 6개 분야 중 방송포럼은 방송영상산업이 콘텐츠 중심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가는 길을 성장과 공생의 관점에서 알아봤다. 방송포럼을 기획한 담당자의 시선으로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본다.

필연적인 변화의 앞에 선 K-콘텐츠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도 크고 다양했고, 방송영상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야외 활동이 어려워진 지난 몇 년 동안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있었다. 전 세계 구독자 수 2억 명을 돌파한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는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OTT 이용자들은 나날이 늘어갔으며, 국내에서도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 저마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OTT에 대응해 이용자 붙잡기에 나섰다. 이처럼 방송영상 산업은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급성장으로 인해 그 어떤 산업군보다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분야로, 지금도 그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기업 회사명 투자액
SK텔레콤·지상파 웨이브 1조 원 (~2025)
CJ ENM·JTBC 티빙 4,000억 원 (~2023)
KT KT시즌 4,000억 ~ 5,000억 원 (~2023)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TV 3,000억 원 (~2023)
쿠팡 쿠팡플레이 1,000억 원 (2021)
넷플릭스 넷플릭스 5,500억 원(2021)

주요 OTT K-콘텐츠 투자계획

출처: 필자 제공

한국은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작품들이 센세이셔널한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했고 그로 인해 여러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방송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넘보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제작비 상승, 사전제작 증가, 후반제작 강화 등 생산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만 머물던 공정한 IP와 수익 분배의 문제가 이제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그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ESG 트렌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4월 28일에 열린 ‘2022년 콘텐츠산업포럼-방송포럼’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한국 방송영상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박철수 대표(필름몬스터), 최민식 교수(경희대), 최경진 담당(CJ ENM)은 각각 영상콘텐츠 생산 시스템의 변화, 공정한 IP 비즈니스, 미디어 기업의 ESG에 대해 발제하며 전문적인 식견을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토론에서는 오은영 교수(서경대)의 진행으로 발제자인 최민식 교수와 최경진 담당을 비롯한, 허주민 대표(스튜디오 WA)와 김연성 부사장(위매드)이 참여해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OTT 시대, ‘영상’콘텐츠 생산 시스템의 변화

OTT로 인해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킹덤>이 그 시발점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에피소드별 러닝타임, 좀비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수위, 영상미 등은 기존 방송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영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게다가 회당 20억 원에 달하는 기존 국내 방송 드라마의 몇 배가 되는 제작비는 높은 퀄리티와 성과로 돌아왔고, 방송사만 바라보던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스튜디오 드래곤과 JTBC 스튜디오(現스튜디오 룰루랄라)를 필두로 한 할리우드형 스튜디오의 등장을 들 수 있다.

필름몬스터의 박철수 대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제작과 성공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OTT시장의 성장으로 야기된 영상콘텐츠 생산 환경변화에 대해 콘텐츠 제작사의 입장에서 짚어주었다. 우선 더 이상 방송용으로만 드라마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산업환경에 주목하며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웹툰, 웹소설 같은 다양한 원작을 활용하는 트렌드나 드라마와 영화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는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사전제작의 정착, 표현의 자유 확대, 글로벌 시장진출 용이성 등 넷플릭스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는 반대급부로 IP나 인센티브, 세금 등의 관련 문제점도 부각시켜 국내 방송영상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기도 했다.

하나의 산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K-콘텐츠가 국가브랜드 강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BIG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에 들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지금과 같은 생산 시스템의 변화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창·제작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획과 제작 단계의 세제지원 같은 투자 유인책이 제조업 못지않게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콘텐츠 산업의 근간이 IP인 만큼, 공정한 권리 배분과 보상이 따르는 저작권 제도에 대한 정비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콘텐츠가 전부인 시대, 공정한 IP 비즈니스를 위한 정책 방향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 1990년대부터 등장했던 표현으로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지금의 방송영상 산업을 이 이상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로 OTT 시대의 서막을 알린 넷플릭스는 2021년 <오징어 게임>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자체적으로 추정한 경제적 가치만 8억 9,10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이고 해당 분기 구독자도 예상치를 13% 웃도는 438만 명이 증가해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고 실적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상징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방송영상 산업의 해묵은 과제인 ‘저작권’과 ‘공정한 보상’을 다시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그 중요한 콘텐츠로 어떻게 공정하게 비즈니스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안겨주었다.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지적재산법학과 교수는 국내 저작권법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외 사례를 토대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우선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00조 1항의 특례 조항을 지적했다.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으로 인해 그동안 창작자나 제작사가 방송사에 권리를 모두 넘기고 추가적인 수익에 대해 배분받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국내법이 이렇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와의 계약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 저작권법 중 참고할 만한 사례를 몇 가지 들어주었다. 독일의 경우는 재산권의 양도가 불가능하고, 이용자가 높은 수익을 거두면 저작자가 추가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프랑스도 수익에 대한 비례보상이 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EU 차원에서도 저작자에 대한 적정한 비례보상, 추가보상이 명시된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방송영상 산업이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간이 되는 저작권법을 다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작년에 발의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기에 산업계와 정부는 이를 발판 삼아 우리 방송영상 산업이 공정한 IP 비즈니스를 통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기업의 ESG: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

최근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개념이 있는데 바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이다. 무조건적인 성장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한 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며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ESG 관련 규제나 사회적 압력의 증가, ESG 활동이 활발한 기업의 가치상승 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 등으로 인해 미디어 기업들에게도 ESG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일례로 넷플릭스는 ESG 리포트를 발간하고, OTT 사업자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미디어 기업들에게 ESG는 생소하고 막연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최근 ESG 경영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인 CJ ENM의 사례를 통해 가늠해보고자 했다.

최경진 CJ ENM ESG 담당은 CJ ENM의 ESG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연 생태계(Planet), 제작 생태계(People), 산업 생태계(Business)의 균형을 기반으로 한 ECP(Eco-balanced Content Production)를 ESG 실행 철학으로 하고, 이를 통해 에코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것. 특히, 이미 그 자체로도 공정하고 선한 보도나 교양 콘텐츠보다 드라마나 예능 같은 파급력이 높은 오락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시청률이나 CPI 같은 지표에서 좋은 시청자 반응을 보였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tvN)는 방영 기간 동안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를 증가시켰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Mnet)는 비주류 문화로 인식된 스트릿 댄스를 대중화시키기도 하는 등 사회에 선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나비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 ESG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SG에 대해서 정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 BBC가 ‘탄소중립 2030’을 발표한 것이나, 방송업계에서 미디어월 전용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 같은 직접적인 활동도 있겠지만, 콘텐츠를 통한 선한 영향력의 전파나, 산업계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간접적인 활동도 ESG라 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들에게 ESG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막연한 점이 있지만, 이번에 살펴본 CJ ENM의 사례를 통해 대략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속 가능한 한국 방송영상 산업의 미래를 위해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레거시 방송영상 시장의 균열은 글로벌 방송영상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고, 그 속에서 K-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인한 우리는 이제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산업을 키워나가고자 하고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해당 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치를 계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방송영상 산업에서 그 가치는 ‘재미’있는 방송콘텐츠라 할 수 있으며, 본 포럼에서는 국내 생산 시스템의 변화, 공정한 IP 비즈니스를 위한 법과 제도, 미디어 기업의 ESG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의견을 모았던 키워드는 ‘성장과 공존’으로, 새롭게 재편되어가고 있는 방송영상산업 생태계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나가야 할지는 산업계와 정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김연성

  • OTT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되며 ‘재미’요소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상생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고 있어, ‘공존’과 ‘성장이 앞으로의 콘텐츠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 허주민

  • 비드라마는 아직은 드라마만큼 OTT에 대한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산업이 어떻게 확장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기회의 장들이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방송영상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OTT에 대한 선택의 폭도 늘어나며, 구독자가 감소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만 소비하고 다른 OTT로 갈아타는 체리 피커형 이용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영원할 줄 알았던 넷플릭스도 최근 구독자 하락과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금번 포럼을 통해 논의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향후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_ 손태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산업정책팀에서 방송영상 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 다큐멘터리, 포맷, BCWW 등 방송영상 분야 지원사업을 오랫동안 수행해왔고, 2019년부터는 방송영상 분야 전문직위에 선발되어 직무를 수행 중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