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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2

<오징어 게임> 그 후 1년과
앞으로의 한류

글. 데이비드 시아라멜라(K7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번역 감수. 김일중(SBS예능본부 부장)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로 1년이 지났다. 이 1년 동안 한류도 눈에 띌만한 성과를 기록했고 <오징어 게임> 이전과는 다른 파급력을 갖게 됐다. 해외 미디어 전문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류의 변화 과정을 들어보고, 세계시장에서 한류의 위치를 짚어본다.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연 <오징어 게임>

한류. 코리안 웨이브. K-콘텐츠. 저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해외에서 방송영상산업과 문화에 미치는 그 영향만큼은 모두 같다. 그런데 왜 생긴 지 20년 가까이 된 개념이 근래 12개월 사이에 갑작스러운 폭발력을 보이고 있는 걸까? 또한 애초 한국과 ‘문화적 근접성’을 지닌 국가에서만 유효하던 문화가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탈바꿈하여 추진력을 얻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답하는 시리즈가 있다. 바로 1년 전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시청자의 안방을 강타한 <오징어 게임>이다. 이 드라마는 그 대담함과 신선함으로 서양 세계에 살며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콘텐츠를 접해 본 적 없던 수백만 명을 사로잡았고, 그들이 K-콘텐츠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바람을 타고 한류의 물결은 미답의 서양 국가들에 도달하여 공개 28일 만에 16억 5,000만 시간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스트리밍 기록을 달성하였다.

업계는 왜 지금까지 이런 경향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머리만 긁적이는 평론가와 학자로 넘쳐났다. 사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지금까지 한류의 행보를 보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들은 넷플릭스가 어떻게 (일부가 보기에는)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서 또 다시 세계적인 대박 작품을 발굴했는지 의아해한다.

한류는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골고루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미국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장을 매진시키는 블랙핑크와 BTS, 비(非)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타 아카데미의 역사를 쓴 영화 <기생충>이 좋은 예다. ‘얼굴을 감춘 가수’라는 아름답고도 기묘한 포맷에 매료되어 폭스(FOX)가 제작한 <복면가왕>(MBC)의 미국판이 성공한 후 전 세계 TV 방송사가 눈독을 들여왔다. 따라서 언젠가는 드라마 부분에서도 기록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 자명했다. 넷플릭스만이 선견지명이 있어서, 즉 넷플릭스의 조력만이 유일한 성공 요인은 결코 아니었다.

  • 폭스(FOX)를 비롯한 전 세계 55개국에 수출된 <복면가왕>의 포맷

<오징어 게임> 후의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K-콘텐츠와 방송영상산업에 미친, 눈에 안보이는 영향은 더욱 놀랍기만 하다. 전 세계 시청자의 취향이라든가 스토리 라인, 극적 구성의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때, <오징어 게임> 이전 혹은 이후로 구분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 게임> 이전의 드라마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사랑이 뭐길래>(MBC), <겨울연가>(KBS2) 같은 드라마는 K-시리즈의 원류를 형성하고 아시아 전역에 한류의 발판을 마련하였기에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라 부를만하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라는 획기적인 작품으로 지금 같은 인정을받지 못했다면, <작은 아씨들>(tvN),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환혼>(tvN), <글리치>(넷플릭스) 최신 한국 작품들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차트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업계 전반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는 비드라마 장르에 일어나는 변화이다. 영국의 제작사가 제작 중이고 넷플릭스가 곧 공개할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Squid Game: The Challenge)>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456만 달러(약 65억 원)의 상금을 걸고 456명이 참가하여 실제 리얼리티 게임을 펼치게 된다. 작년에 드라마가 공개된 지 얼마 안 지나, 넷플릭스보다 먼저 실제 리얼리티 게임 쇼를 만든 미국의 인기 유튜버 ‘MrBeast’가 플랫폼에 영상을 공개한 첫 주에 자그마치 1억 3,900만 조회수를 달성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의 파급 효과는 포맷 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개최된 프랑스 MIPCOM 20221) 콘텐츠 시장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면 스튜디오 램버트의 <Rise & Fall>, 바니제이 라이츠의 <The Fifty>처럼 참가자가 서로 다투며 같은 편을 찾거나 노골적으로 서로를 방해하며 이기려고 경쟁하는 포맷이 갑자기 많아졌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디어 헌터(The Deer Hunter)>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같은 미국 영화를 보며 자라, 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반대로 K-콘텐츠의 영향을 받은 서구 콘텐츠 창작자의 세대가 등장할 차례가 된 것이다!

한류라는 바람이 오래 불게 하려면

다만, <오징어 게임>이후의 새 한류도 아마 새로운 도전과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K-콘텐츠가 전 세계 안방으로 들어가도록 멋진 다리를 놓아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글로벌 스트리밍을 통한 K-콘텐츠의 확산과, 그에 따른 한국 제작자들의 정당한 IP의 확보가 동시에 가능할까 하는 문제는 올해 BCWW2022(국제방송영상마켓)의 주요 쟁점이었다. 적절한 균형을 찾기 까다로울 수 있지만, 단숨에 무대 중앙에 서게 된 한국 콘텐츠 제작자는 그간의 노력으로 얻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선례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KOCOWA+와 같은 틈새 VOD 서비스가 늘어나는 양상으로 보아 글로벌 K-콘텐츠 전용 플랫폼 출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갈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되든 다음으로 대박을 터트릴 작품은 무엇일지, 어떤 장르일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한다. 한국 드라마는 그 자체로 일종의 고급 브랜드가 되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최근엔 괄목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한류는 정상에 올랐는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필자 소개_ 데이비드 시아라멜라(David Ciaramella)

    국제적인 리서치 컨설팅 회사인 K7미디어에 2013년 합류하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주로 영상 분야의 동향과 변화를 파악하여 K7미디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지역 시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전 세계를 촘촘히 수놓은 고객과 통신원을 만나 방송 및 영상 관련 최신 동향을 나눈다. 포맷 산업을 중재하는 비영리 국제기관인 포맷인증보호협회(FRAPA) 자문 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