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Viewpoint 1

1인 전문가 독주 상담 예능,
이제는 우려해야 할 때

글. 이자혜(동서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다양한 관계의 갈등을 다루는 상담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자녀 교육, 부부관계, 반려동물에 이르기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각자가 처한 문제가 모두 다르듯, 해결 방법도 여러 가지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담 예능은 시청자에게 여러 각도를 고려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전해주고 있을까?

방송의 관행과 국민 멘토의 탄생

상담 예능이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방송가 이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막론하고 유사한 형식의 상담 솔루션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 중심에는 ‘국민 멘토’, ‘육아 대통령’이라 불리는 오은영 박사가 있다. 그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이하 <우아달>)(SBS)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방영중인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이>)를 통해 국민 멘토로 등극했다. 최근 2년 반 동안 20여 개의 정규·비정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제 연예인의 정신 상담, 부부 문제 솔루션 제공까지 방송 활동의 영역을 확장하며 오은영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 포스터

그런데 최근 ‘오은영 표 상담 예능’을 대하는 시청자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간 한결같이 오은영 매직(magic)에 찬사를 보내던 시청자들이 언젠가부터 ‘또 오은영인가’라는 피로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은영을 세상에 알린 1등 공신인 <우아달>이 종영 7년 만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SBS Plus)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오은영 박사의 출연 여부로 네티즌 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방송가에서, 시청률이 좋은 성공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슈퍼스타 K>(Mnet)의 성공이 가져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 한때 ‘셰프’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로 등극할 정도로 휘몰아쳤던 ‘쿡방’ 열풍, 그리고 연예인 여행 쿡방 <삼시세끼>(tvN)와 유사 관찰 예능의 홍수, <미운 우리 새끼>(SBS)로 시작된 연예인 가족 관찰 예능 전성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TV와 OTT 서비스에서 쏟아지는 연애 예능도 그러하다. 방송콘텐츠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실패 시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기에 이미 성공한 콘텐츠의 공식을 재활용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호감도 높은 MC, 출연자, 전문가 등은 방송가의 섭외 1순위로 등극하며 동시에 다수의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는 사례도 빈번한 일이었다.

사실, 한국의 방송산업은 케이블과 종편 방송사들의 개국과 더불어 채널 수가 급증한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스타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대중의 기호에 맞는 스타들을 조성하고 흥행력이 증명된 이들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스타 시스템은 영화계에서 시작되어 드라마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예능에서도 스포츠맨, 셰프,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외연을 확장하며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OTT까지 가세를 하며 소위 ‘A List’라 불리는 소수의 스타들을 기용하기 위한 출연료 상승 폭도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담을 원하는 일반인이 등장하는 예능은 스타 중심의 관찰 예능과 비교해 출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오은영만이 유일무이한 솔루션인가

오은영 박사의 상담 예능에 우려를 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인 독주’ 체제라는 것이다. 출연자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스타 전문가는 오은영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해결사’로 불리는 백종원, 강형욱도 있다. 요리하는 CEO로 대한민국의 집밥과 초보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백종원과 ‘개통령’으로 불리며 문제견들의 행동 교정의 바이블이 된 강형욱의 훈련법…. 이들과 오은영 박사의 경우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것은 이들의 솔루션을 대하는 다양한 시각이 제시되는가의 여부다.

백종원의 유명세가 상승하던 시기에도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전문 셰프들이 활동하며 각각의 영역에서 차별화된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을 통해 백종원 신드롬이 한창이던 2015년 6월부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필두로 셰프, 기자, 네티즌의 백종원 레시피 비판과 이에 맞선 옹호의 시각이 항상 공존해왔다. 또한, <개는 훌륭하다>(KBS)에 강형욱이 있다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EBS)에는 설채현이, <동물농장>(SBS)에는 이찬종 소장이 있다. 2019년, 35개월 여아를 문 폭스테리어의 안락사를 언급한 강형욱과 이에 대한 비판 섞인 우려를 전한 설채현의 발언을 두고 네티즌 간에도 찬반이 분분했던 사건을 기억한다.

이와 비교할 때 오은영은 대항마가 없다. 비록 영향력은 부족할지라도 다른 의견과 건강한 비판을 제기할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OTT 시대라지만 TV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은 아직 건재하다. 요리나 반려동물 훈련과 비교해 그 무게가 결코 가벼울 리 없는 아이들의 양육이나 부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단 한 사람의 진단과 처방에 따르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전문 상담사로 활동하는 분들과 이야기해본 바로는 오은영 표 상담 예능에 대한 걱정스런 시선이 존재한다. 상담 전 의뢰인에 대한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기능적 검사 실시 등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종합적 분석을 해야 함에도 방송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감춰지거나 생략되어 진단과 처방(솔루션)이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또한 방송 사례의 대부분이 가족 솔루션을 활용하여 통합적 문제해결을 하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방송에서처럼 단순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방송에서 후회하고 변화하는 부모(배우자)들과 자신(내담자)의 부모(배우자)를 비교하며 원망의 감정이 유발되는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는 점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은영 박사의 예리한 진단과 폭넓은 관점, 문제의 핵심과 역동을 파악하는 능력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상담 및 심리치료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준다. 이는 분명 순기능임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역기능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른 의견’을 반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방송사와 제작진의 몫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리턴즈>는 전작의 전문가 1인 체제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인을 섭외해 상담 및 솔루션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출처: 스플스 편집샵(#) 유튜브 채널

<우아달>의 종영 이후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기간 동안, 방송계에서는 굳이 이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육아가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때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로 화제가 되자 저마다 완성형 스타인 오은영만을 찾게 된 것이리라. 방송계가 출연자를 ‘소비’하는 이러한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중복출연에 지친다는 비난을 낳는다. 이 비난은 손쉽게 출연자에게 향하고 결국 이들의 공적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오롯이 개인적 문제인가

<금쪽이>는 자녀의 문제 행동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부모의 문제를 지적하고 부부관계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솔루션을 처방한다. 한 아이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곧 한 가정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다.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MBC) 역시 솔루션의 대상이 부부라는 것이 다를 뿐 무너진 부부관계의 회복을 통한 가정의 복원이라는 유사 방식을 따른다. 출연 아동의 인권 문제나 자극적인 소재, 편집 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금쪽이>를 보면 볼수록 뭔가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 커져간다.

<금쪽이> 속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들어온다. 엄마들은 전업주부로 종일 육아에 지쳐있거나, 맞벌이를 하며 일과 양육의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출연 가족과 유사한 문제를 가진 수많은 시청자가 방송사에 사연을 보내거나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에서 10분에 9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라도 상담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1)

그런데 이것은 온전히 개인의 문제인 것일까? 가족 문제는 가족의 구성, 구성원의 역할 및 기능이 그들이 직면한 사회환경적 요인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결혼해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 Work-life balance)이 보장되지 않는 삶 속에서도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고자 하는 수많은 부모가 유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 개인적 차원의 솔루션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오은영 박사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처럼 영향력 있는 인물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함을, 돌봄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책임과 대안이 필요함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7월, 오은영 박사가 서울시 공무원 대상 특강에 강사로 초청되어 초저출산 시대의 해법에 대해 일과 가족의 양립 지원을 위해 다양한 관점의 정책이 필요함을 지적한 발언2)에 기대를 걸어본다. 부디 오은영 박사의 행보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 바람은 방송사의 의지가 병행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 필자 소개_ 이자혜

    동서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방송작가 및 기획자로 일했으며 부산콘텐츠마켓(BCM) 자문위원 겸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으로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와 이슈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방송콘텐츠 기획』(커뮤니케이션북스), 『영상 아포리아(공저)』(한울 아카데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