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김지선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 PD
JTBC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는 버스킹에 도전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이다. 2017년부터 JTBC 채널을 통해 시즌제로 방송된 <비긴어게인>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 TV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사나 대결 요소 없이, 오직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포맷으로 구성되어 시청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이하 <비긴어게인>)를 연출하고 있는 김지선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과 연출 철학에 대해 물었다.
원래 온에어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걸로 알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인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를 맡게 된 계기는?
원래 연출을 하던 PD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맡게 됐다. 그전까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 적응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 TV 방송과 달리 유튜브는 매주 새로운 클립을 올려야 하니까. 버스킹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긴 하지만 유튜브는 짧고 간결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플랫폼이어서 5~6분짜리 클립으로 각각의 완결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
TV와 유튜브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TV 방송은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지만, 우리 콘텐츠의 경우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노래만 선택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 한 곡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노래를 소개하고, 끝나고 나서 가수의 소감을 담아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로 만든다.
또 유튜브가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채널에서는 순수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기가 어렵다.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을 고려하면 음악만 하는 프로그램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극적인 대결 등을 기획할 수밖에 없다. 우리처럼 딱 노래만 할 수 있는 건 디지털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채널이 일종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직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들, 일상이 스며든 곳으로 찾아가 버스킹을 한다. 촬영 장소를 선정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은 좋은 장소, 의미 있는 곳에서 먼저 제안을 많이 주신다. 장소를 선정할 때 인원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본다. 보통 음악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화면에는 뮤지션만 나오기 때문에 간소해보일 수 있지만, 제작진, 관객 등 최소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한다. 아무리 좋은 곳이어도 규모가 작으면 좋은 음악을 선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첫 번째는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프로그램의 영상미를 살릴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는 데도 신경을 쓴다. 우리 콘텐츠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름다운 영상미이기 때문에, 예쁜 장소에서 촬영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한다.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큰 매력은 가수와 관객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보통의 콘서트에서는 관객들이 멀리 앉아 가수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지만, 우리 콘텐츠에서는 관객이 바로 앞에서 가수의 표정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수들도 관객들과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고, 관객들은 가수의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모두가 만족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주 출연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뮤지션들의 반응도 남다를 것 같다.
우리는 화려한 조명, 무대 세트, 밴드가 따로 없다. 악기도 기타와 건반뿐이다. 사실 의자와 스피커만 깔아 놓으면 바로 공연을 할 수 있다. 어디 숲에서 나무 사이에서, 그냥 ‘여기서 공연하면 되겠다’ 하면 거기가 무대가 된다. 그런 것들을 재밌어하신다. 가끔 처음 출연하는 분들 중에 무대, 악기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사전에 물어보시는데, “무대는 따로 없고 악기는 기타와 건반만 있습니다.”라고 답변하면 굉장히 놀라신다. 현장에서도 무대를 보고 여전히 놀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촬영을 하고 나면 너무 좋았다는 출연자들이 많다. 오롯이 기타, 건반, 내 목소리 이 세 가지로만 공간을 채우는 거라서, 그러면 관객들은 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놀라는 건 관객들과의 거리다. 관객이 하품을 하면 다 보일 정도니까(웃음). 웃고 몰입하는 등 즉각적으로 리액션이 느껴져서 그걸 좋아하신다. 그리고 바람, 풀벌레, 이런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걸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분이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또 불러주세요”라고 하시는데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가수분들도 관객분들도 너무 좋아하시니까. 사실은 내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프로그램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매번 화제가 된다. 어떻게 구성을 하는지?
원래 채널에서 <비긴어게인>을 시작할 때부터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중요한 내용이었고, 디지털 버전에서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무대는 항상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게 과제인 것 같다. 섭외할 때는 가수들의 음색이 잘 어우러질지를 가장 고민한다. 선배 가수와 신인 가수를 조합하여 세대 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무대를 자주 시도하려고 한다. 또 팀의 기둥을 잡아줄 수 있는 선배 가수를 중심으로 싱어송라이터, 신인 후배,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보컬리스트 등 역할을 정하고 그에 맞게 섭외하는 편이다.
사실 출연하는 가수분들은 본인이 어떤 분들과 듀엣을 하게 될지 모른 채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시는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합주실 와서 처음 (합주를) 맞춰보는 거다. 그런데 거기서 생각지 못한 시너지가 폭발하면 다들 너무 좋아한다. 우리 콘텐츠가 잔잔해서 도파민 같은 게 없는 콘텐츠이긴 하지만, 컬래버레이션 무대만큼은 정말 도파민 터지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있는지?
올 초에 가수 바다 씨와 엔믹스 해원 씨의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SES의 노래 ‘달리기’ 등을 같이 불렀다. 거의 20년 정도 차이 나는 선배 후배가 같이 한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선배도 너무 좋아하고 후배도 “내가 이런 대선배님이랑 노래를 하다니”하면서 기분 좋게 공연하는 걸 보면서 뿌듯했다.
컬래버레이션 무대의 곡을 지정해주는 편인지?
일단 가수들의 위시리스트를 다 받는다. 모든 가수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건 듀엣곡 고르는 거다. 사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듀엣곡들은 다 불렀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제작진이 추천을 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출연자들이 원하는 곡으로 선정하는 편이다.
유튜브 채널이 음악 플레이리스트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아무래도 매주 새로운 노래 클립들이 올라가면서 방대한 음악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 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서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채널을 이용하는 거다.
일단 기본적으로 월, 수요일에 녹화분 클립이 올라가고 밴드나 힙합, 락 등 특별한 공연이 있었을 때는 ‘애프터 다크’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목요일에 업로드한다. 화요일에는 가수별 모아듣기 코너가 있다. 예를 들어 ‘이무진 45분 모아듣기’ 하면 이무진 씨가 그동안 출연해서 불렀던 노래들을 쭉 모아서 새로운 클립으로 만드는 거다. 금요일은 또 새로운 선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드는데 ‘가을밤 듣기 좋은 음악’, ‘K-밴드 음악 모아듣기’, 이런 식으로 새로운 클립을 만드는 거다. 제작진이 다 하는 건 아니고 JTBC 디지털서비스팀에서 항상 음원과 가수, 장르, 분위기, 주제 등을 체크해서 리스트업 해둔다.
채널과 디지털 콘텐츠의 또 다른 점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 동영상이 거의 2,300개 정도 올라와 있고 누적 조회수가 10억이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장에서 봤을 때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모든 무대가 기억에 남는데, 버스킹 자체로 생각나는 순간은 장기하 밴드.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했다.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고 일단 서원이니까 그런 (버스킹 같은) 공연을 아마 한 적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 영주시민들을 모시고 공연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 보니 앵콜을 계속 외쳐서 앵콜을 3번을 한 거다. 그렇게 해도 앵콜 요청이 끝나지 않아서 장기하 씨가 “관객 여러분, 집에 가셔야 한다”고 해서 공연을 멈췄던 적이 있다.
또 올해 초 홍콩과 마카오로 해외 촬영을 갔었다. 시청자분들은 <비긴어게인>이 해외 버스킹을 했던 기억이 굉장히 강렬하니까 해외 편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운좋게 가게 됐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오후 5시에 야외 공원에서 녹화를 해야 하는데 3시까지 비가 오는 거다. 일기예보를 보고 계속 마음을 졸이면서도 제작진들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세팅을 했는데, 리허설 들어가기 직전에 비가 기적처럼 멈췄다. 그래서 지금 완성본으로 올라간 영상은 정말 아름다운데, 그때 생각하면 되게 아찔하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종종 버스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최근에는 국악과 클래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공연을 시도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장르 간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악기 구성에도 변화를 주어 조금 더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최근에 첼리스트를 모셔서 첼로 하나를 더했더니 굉장히 풍성한 음악이 완성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주는 콘텐츠로 다가가길 바란다. 요즘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데, 우리 프로그램은 순수한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편안한 시간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월요일 퇴근길에 들을 수 있는, 시청자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깐의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다.

- 김지선 (JTBC 예능국 PD)
- 음악을 사랑하는 예능 PD. <크라임씬3> <팬텀싱어3> <팬텀싱어 올 스타전> <썰전> <전체관람가> <오늘의 운세> <우리_사이>를 등 을 연출했고, 현재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를 맡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