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가 보여주는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이다. 치열한 사건 해결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호사들의 인간적 고뇌와 성장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혼의 현실적인 과정과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굿파트너>는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며 최근 지상파 드라마 중 가장 많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되었다. 장나라, 남지현 등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실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유나 작가가 직접 대본을 집필해 이혼과 이혼 변호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작품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법조인으로서의 경험이 어떻게 드라마에 녹아들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법조계와 방송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최유나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굿파트너>의 탄생과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살펴본다.
<굿파트너>가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진짜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살면서 쓸 운을 다 쓴 느낌이다.
매회 가슴에 남는 대사들이 있다.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대사가 있는지?
현직 이혼 변호사라는 특성상 이혼에 관한 모든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 시청자들도 변호사로서의 제 경험을 염두에 두고 보실 거라 조심스러웠다. 여러 번 곱씹으며 대사를 다듬었다. 예를 들어 엔딩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동등하게 사랑받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이혼의 완성이다’라는 대사나 16부의 ‘정답은 없어. 결혼, 비혼, 이혼. 그거 다 선택이야. 우리가 잘해야 하는 건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야’, 10부의 ‘안하던 짓을 하니 관계의 미래가 보였다’라는 대사처럼 특히 ‘관계’에 대한 대사들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썼다.
대사들을 되돌아보니 작가님이 변호사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나 기준이 궁금해진다.
일단 100% 본인이 선택한 이혼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혼을 부추기거나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이혼을 원하면서도 완전히 정하지 못한 마음이 20% 정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그 부분을 변호사가 채워주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의뢰인을 조금 더 드라이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믿고 한번 싸워보자’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철칙이다. 의뢰인의 상황에 대해 제가 상담을 하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당사자들만이 아는 문제이기 때문에, 변호사는 당사자의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해야지 그 선택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유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에 작가님의 모습을 투영하셨다고 들었다. 작가님의 어떤 모습들이 인물에 담겨 있나?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극중 한유리처럼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이 뚜렷했다. 한 30대 초반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현재는 그런 구분이 많이 없어졌다.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접하다 보니 누구도 옳고 그름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은경’과 ‘한유리’의 관계는 선배로서도, 후배로서도 동경할 만한 관계인 것 같다. 작가님의 경험이나 바람이 녹아 있는 관계인가?
맞다. 바람이 녹아있다. ‘내가 어떤 사수가 돼야할까’라는 고민 끝에 이상적인 관계를 그렸다.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하는데 사실 은경과 유리의 관계를 부부라고 생각하고 썼다. 부부 관계라는 것이 처음엔 굉장히 많이 부딪히고, 서로 이해하기 힘들고, 완전히 각자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결속력 있는 팀이 된다. 부부의 그런 관계성을 은경과 유리에게 대입해본 것이다. 그동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시청자분들이 관계에 대한 선입견 없이 드라마를 보셨으면 했기 때문이다.
극중 ‘전은호’는 ‘요즘 사회초년생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캐릭터를 통해서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는지?
모두의 이상향 아닐까. 일을 잘해서 빨리 퇴근할 수 있는 거고, 퇴근 후에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다. 가벼워 보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단단한 사람이다. 유리도 은호를 ‘깃털같이 가볍다’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사귀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 대단한 걸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가 않더라.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 어쩔 때는 더 진심일 때가 있고, 무게 잡는 사람이 알고 보면 이상한 짓을 할 때도 있고 그러니까. 전은호라는 캐릭터에 대해 간혹 ‘변호사가 뭐 저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긴 했다. 근데 그것도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이상향을 그린 거니까.
작가님이 가장 아끼는 장면,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을 꼽는다면?
은경의 이혼 소송이 끝난 후 은경이 유리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사실 나의 아이디어는 아니었고 제작진의 생각이었다. 변호사로서도 판타지 같은 장면이다. 실제로 사건이 끝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장나라 배우 인터뷰를 보니까 지문에 ‘운다’는 표현이 없어서 안 울려고 되게 노력했는데 눈물이 나왔다고 얘기하더라. 나도 참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드라마를 쓰셨다. 처음에 어떻게 대본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2018년에 제가 시작한 만화 <메리지레드>를 보고 제작사의 PD님께서 드라마 집필을 제안해 주셨다. 그때부터 약 3년간 드라마 작법을 공부하고 여러 습작을 거쳐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초안을 폐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가 탄생하게 되었다.
변호사, 드라마 작가, 인스타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책도 내셨다.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나?
여러 가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할 수도 있는데, 따로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일이라고 여겼다. 난 본업을 너무 좋아한다. 물론 이 일이 업이기 때문에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건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글을 쓰며 상상 속에서 그 사건이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의뢰인이 헤어졌다면 그들이 재결합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현실의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 상상 속에서 해방감을 얻는 거다. 결국, 나는 이 모든 일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쓰는 일이 본업을 더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껴서 그 일이 더 힘이 나서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또한 나는 비교적 일찍 개업했고, 현재 70~80명의 직원이 있는 사업체를 이끌고 있다. 사업체의 수장으로서 마음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아이 엄마로서도 마찬가지다. 힘들다고 하루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처음엔 일을 더 사랑하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점점 일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드라마가 탄생한 것 같다. 일이 힘들더라도 본업과 드라마 작가로서의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드라마 작가로서 성공을 위해 시청률을 목표로 했다면 아마 중도에 포기했을 거다. 내가 쓴 대본이 3천 페이지 정도 됐고, 밥 먹고 글만 써야 하는 과정이었으니까.
<굿파트너> 시즌2에 대한 생각은?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고 배우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지만, 아직은 계속 뭘 쓰는 게 맞는지 조차 확신이 없고, 잘해낼 자신도 없다. 내가 잘하지 못하면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도 큰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현직에 계시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성과 극의 재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그럴 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집필하셨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의 투자와 노력으로 드라마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다수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재미와 현실 사이에서 법적인 부분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법에 대한 혼동을 시청자들에게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며 제작진과 협업해 나갔다.
제작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방송계의 문법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굉장히 어려웠다. 변호사 업계는 개인적인 대화가 적고 업무에 집중하는데, 방송계는 친밀함을 기반으로 대화가 많이 오가더라. 대본을 쓰고 회의를 하다보면 왜 이런 대사가 나왔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진과 친밀해졌다. 분명 비즈니스 관계인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관계다(웃음). 제작진이 맨날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도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분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정말 민폐 끼치지 말아야겠다’ ‘이분들 커리어에 흠집 나지 않게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시청자들이 법과 관련된 주제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공감하길 바랐는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부끼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를 수 있지만, 그 문제를 자녀에게 투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어쨌든 현직 이혼 변호사가 쓰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서의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다수의 법정물들은 선악이 분명한 변호사의 모습을 다뤄왔는데 현실적으로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혼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등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보통 이혼을 ‘결혼의 끝’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복수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혼은 현실이다. 그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전달하고 싶었다.
드라마와 관련한 댓글을 모두 찾아 보신다고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는가?
5~6부까지는 정말 모든 댓글을 다 읽어봤는데, 이제는 그럴수 없을 정도로 댓글이 많다. 댓글을 보다 보면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찰떡같이 알아봐 주셔서 놀랄 때가 있다. 특히 ‘뻔한 소재에 뻔하지 않은 알맹이’ 이런 댓글이 있었는데 굉장히 와 닿았다. 불륜이라는 뻔한 소재를 활용했지만 자극적인 재미보다 결혼 생활을 마무리를 하는 과정을 더 다루고 싶었다. 실제로 극중 주인공인 은경과 지상의 이혼이 10회에서 마무리됐다. ‘10회가 마지막 회야?’ ‘왜 주인공이 이렇게 이혼을 빨리하냐’는 댓글이 많았는데, 그 이후의 삶을 비중 있게 다루기 위해서였다. 은경이 개업도 하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담고 싶은 메시지가 나온다. 재미만 추구했더라면 이혼을 좀 더 뒤로 끌면서 자극적으로 다룰 수도 있었을 거다. 고민이 많았는데 시청자분들이 그런 의도를 알아봐주시기도 해서 뿌듯하고 감사했다.
최유나 변호사, 작가에게 인생의 ‘굿파트너’는 누구인가?
아이들이다. 아들 둘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다. 윤여정 배우님이 수상소감으로 ‘일하러 가게 만들어준 아들 둘’을 언급하셨는데 정말 와 닿았다. 물론 남편과 함께 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에게 원동력은 아들 둘이다. 아이들을 낳고 나서 그 전과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됐다. 경제적으로 부양해야한다는 책임감뿐만 아니라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존재다.

- 최유나 (변호사 / 작가)
- 자신의 일을 “이혼을 막기도, 돕기도 하는 것“이라 말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관계에 대한 고민과 깨달음을 나누고 싶어 2018년 그림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9년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이후 tvN 〈유퀴즈온더블럭〉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관계에 관한 온기 어린 조언들을 건네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에세이집 《혼자와 함께 사이》를 출간했다. 2024년에는 6년간 집필한 드라마 <굿파트너>를 SBS를 통해 공개해, 17.7%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