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에 IP 수익을 뺏기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독립적 제작 환경과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반면, 영국은 저작권 보호와 독립 제작사 지원을 통해 IP 비즈니스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BBC3의 지상파 복귀와 같은 정책을 통해 독립 제작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고 있다.글. 김설아(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2024년 12월, <오징어 게임 2> 가 방송될 예정이다. 2013년에 시작한 이후 매번 화제작을 방송해왔던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2021년 <오징어 게임> 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오징어 게임> 의 의상을 입고 실적 발표를 할 만큼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 본 작품은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저작권’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 올려 한국의 제작환경에 ‘불공정’이라는 큰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하였다. <오징어 게임> 의 세계적 흥행을 통한 추가 수익과 권리가 한국의 제작사가 아닌 넷플릭스에 귀속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 불편한 사실은 3년이 지나 <오징어 게임 2>가 나오는 현재까지 여전히 방송계의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제작 콘텐츠의 IP 수익을 외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위 ‘K-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의견이 일기도 하고, IP를 확보한 제작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 해결책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 또한 빈번히 일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제작물의 IP 권리 강화
이러한 가운데, 2024년, 넷플릭스(Netflix) 영국과 영국작가조합(WGGB, Writers Guild of Great Britain), 그리고 영국매니저협회(PMA, Personal Managers’ Association)가 극본료 지급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새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2023년 미국작가조합(WGA, Writers Guild of America)의 파업 이후 이의 여파로 영국에서도 작품의 재상영분배금에 대한 작가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뒤이어 넷플릭스가 작품에 대한 권리문제, 즉 저작권 문제를 지속적 비용 지불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사실 이러한 합의 이전까지 영국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Disney+), 애플tv+(Apple tv+) 등은 영국독립제작사협회인 팩트(Pact)와의 계약에 따라 기존 수수료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보조약정(side letter)’ 형태로 영국배우노조 에쿼티(Equity)와 협상을 이어왔다. 1) 이러한 넷플릭스와 영국작가조합과의 합의 이후, 영국에서는 타 글로벌 OTT사와의 계약 또한 이어졌는데, BBC의 그 역사 또한 긴 유명 SF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가 2023년 12월 이미 방송된 시즌을 2024년 5월부터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BBC와 디즈니플러스 간에 극본료에 대한 계약이 맺어지게 된다. 작가들이 이전보다 많은 극본료와 재상영분배금을 받도록 계약이 갱신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영국의 방송 및 제작 환경이 글로벌 OTT사와 관련하여 작품들의 IP에 대해 민감하면서도 강력하게 반응하여 결국 자국의 제작자들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게 된 데에는, 영국의 제작물들이 미국작가조합 파업동안 넷플릭스의 영어권 콘텐츠의 빈 공간을 채워주면서 그 글로벌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상황적 이유도 들 수 있겠지만, 제작사들이 제작물의 IP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영국의 방송제작 환경의 분위기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외주제도와 저작권
영국은 ‘방송의 다양성 추구’라는 목적 하에 지상파 방송들의 제작권 독점을 막기 위해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를 1990년부터 법제화했다. 구체적으로 외주제작편성 프로그램이 전체 편성의 25% 이상을 차지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단순히 이러한 양적 규제제도 성립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제작 영역을 육성하고, 새로운 독립적 제작 주체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관한 제도를 세심하게 마련함으로써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조화로운 경쟁 구도가 이루어지도록 그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후 2003년 제정된 커뮤니케이션법 2003(Communication Act 2003)은, 방송 규제기관인 Ofcom(커뮤니케이션위원회)의 감독 아래 BBC, ITV1, Channel 4, GMTV 등의 공공서비스 방송사들이 시행규칙(Code of Practice) 마련을 통해 독립제작사와 공정한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Ofcom의 기본 시각은 방송사가 제작사에게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급해야 하며, 저작권 또한 원칙적으로 독립제작사가 보유한다는 것이다. 2) BBC 시행규칙은 방송물의 라이선스 기간 동안은 BBC가 영국 국내 독점권을 확보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BBC는 제작 프로그램에 대해 5년간 국내 TV 시장에서의 독점적 라이선스를 가지며 독립제작사의 동의하에 추가로 2년 동안 프로그램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갱신할 수 있다. 이 경우 BBC는 독립제작사에게 먼저 계약갱신을 위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며, 갱신을 반복하기 위한 선급금은 처음 계약금액의 일정비율로 결정된다. 이와 함께 BBC 시행규칙은 프로그램 제작물의 모든 상업적 이용권이 독립제작사에게 보유되어 있음을 명시한다. 또한 제3자가 프로그램에 투자하거나 제작물을 유통하기 위해 계약을 할 경우, 이 계약은 전적으로 해당 제3자와 독립제작사 사이에서 자유롭게 협상되고 맺어지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3)
1990년대까지 과독점이던 방송시장의 다각화를 위해 채널 4와 채널 5라는 새로운 방송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국은 외주제작시장을 형성, 넓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하에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에는 경쟁적이면서도, 조화롭고 균형적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사의 IP가 보호되는 환경에서 성장한 영국 독립제작사들의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의 IP 비즈니스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이에 대항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저작권법 제100조 1항의 특례조항, 즉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창작자나 제작사가 방송사에 권리를 넘기고 추가적인 수익 분배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국내법에 근거를 두고 형성되고 성장한 한국의 방송 제작 환경이 글로벌 사업자와의 IP 거래에 있어 ‘을’의 입장에 처하게, 영국 제작자들의 저항적 모습만큼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제작자에게만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창작 시스템을 지지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BBC3 채널의 지상파 복귀의 시사점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한국의 독창적인 IP에 대한 수익독점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서비스하는 한국 국적의 글로벌 OTT 만들기가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는 2년 전 지상파 채널로 복귀한 BBC3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BBC3은 16-34세의 시청자들에게 ‘혁신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003년에 출범했지만 젊은층의 TV 시청층 이탈,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2016년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4) 이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와 공동 제작한 <플리백(Fleabag)> , 훌루(Hulu)와 공동 제작한 <노멀피플(Normal People)> 등이 인기를 끌긴 했으나, 청년층 시청자 확대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결국 BBC는 BBC3의 지상파 복귀를 추진했고, 편성과 관련하여 전체 프로그램의 75%를 ‘영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채우는 조건 하에 재전환의 승인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영국 오리지널 콘텐츠란 ‘영국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BBC가 외주한’ 프로그램으로, BBC3 지상파 복귀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시 말해 영국 독립 제작자들의 제작 능력 제고와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BBC3는 2022년 2월 지상파 채널로 재출범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원책 중 하나인 IP를 갖춘 제작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바이지만, 어쩌면 방송계에서 ‘을(乙)’의 입장에 적응한 한국적 제작환경의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독립제작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지원책 또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BBC3와 같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극 서비스하는 채널의 수립은 많은 독립 제작사들이 질 좋은 IP를 만들어내는 좋은 동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채널 자체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 또한 담보하고 있기에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1) 유건식, “넷플릭스와 영국 작가 조합 계약의 의미: 저작권, 양도가 아닌 지속, 글로벌 연대가 최초로 이끌어낸 결과”, <신문과 방송>5월호 N.641. 한국언론진흥재단, 2024.
- 2) 방송통신위원회, “외주제작시장의 공정경쟁 체계 구축방안 연구”, 2014.12.
- 3) 정흥준 외, “아웃소싱의 메커니즘과 기업 내외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2017.
- 4) 미디어오늘, BBC3 지상파 재전환, ‘영국 오리지널’ 75% 편성 의무, 2022.1.3.
참고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외주제작시장의 공정경쟁 체계 구축방안 연구”, 2014.12.
- 미디어오늘, BBC3 지상파 재전환, ‘영국 오리지널’ 75% 편성 의무, 2022.1.3.
- 유건식, “넷플릭스와 영국 작가 조합 계약의 의미: 저작권, 양도가 아닌 지속, 글로벌 연대가 최초로 이끌어낸 결과”, <신문과 방송>5월호 N.641. 한국언론진흥재단, 2024.
- 정흥준 외, “아웃소싱의 메커니즘과 기업 내외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2017.

- 김설아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취득했고, 건국대학교 글로컬 문화전략 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거친 후 홍익대학교에 부임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방송 환경, 역사, 콘텐츠 분석을 비교적 시각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