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Wavve)의 '뉴클래식 프로젝트'는 과거 지상파 명작 드라마를 기술적으로 리마스터링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내 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AI 기술을 통해 축약, 리마스터링되어 짧은 분량으로 재탄생했으며, 이는 OTT와 지상파 IP 협력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글. 한정은(콘텐츠웨이브 마케팅 그룹장)
미디어 소비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전달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거에 제작한 명작 드라마들이 OTT 플랫폼의 활성화와 SNS의 발달을 계기로 다시 주목 받고 있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웨이브(Wavve)의 ‘뉴클래식 프로젝트’가 있다.
국내 첫 시도, 과거 명작 드라마 재탄생의 과정과 의미
[그림 1]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 (자료: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는 과거의 지상파에서 방송된 명작 드라마가 단순히 재방송되고 복원되는 것을 넘어서 기술적 혁신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이다. 신작 위주로 소비되는 드라마 시장에서 과거의 명작이 원작자의 손과 기술의 힘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지닌 콘텐츠로 재탄생 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OTT 인기 순위에는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방송사가 제작하는 드라마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명작을 발굴해 현대적으로 리마스터링1) 한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의 소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항상 많은 고민을 동반한다. 최근 해외에서도 OTT 신작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과거 인기 드라마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이 그 중심에 있다. 유튜브에서는 이미 많은 명작 드라마들의 축약본이나 서사를 정리한 클립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이러한 클립들은 시청자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왔다. 댓글에는 매년 다시 찾아와 본다는 시청자들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유튜브 클립으로 다시 보는 것도 좋지만, 본편을 정주행하며 음악과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감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미니시리즈의 긴 러닝타임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60분짜리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모두 시청하려면 16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오리지널 시리즈들처럼 8부작에서 12부작으로 핵심 서사만을 중심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누가 이 핵심 서사를 선별할 것인가? 바로 원작 제작진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화질 역시 AI 기술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자막과 해설 서비스가 이러한 변화에 더욱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으로 봤다.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과거의 OST를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누구나 기억하는 그 시절의 OST를 현대적으로 재편곡해 2024년 버전으로 제공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OTT 신작화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과거 명작을 새로운 기술과 OTT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도다. 핵심은 원작자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를 넘어,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것. 이렇게 재탄생된 콘텐츠가 다시 소비되고, 회자되며 사랑받는다면, 이는 그 자체로 콘텐츠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는 일이 아닐까?
2024년에 만나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림 2] <내 이름은 김삼순> & <미안하다 사랑한다> (자료: 웨이브)
이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명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당시의 사회적 이슈와 감성을 잘 반영한 작품들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30대 여성의 자아 성찰과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큰 인기를 끌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애틋한 멜로 드라마로 수많은 시청자의 감동을 자아냈다. 뉴클래식 프로젝트는 이러한 과거의 명작들이 단순히 옛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해 다시 한 번 감동을 전하게 되었다.
과거의 아날로그 파일을 복원하고,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화질을 개선하며, 스토리의 핵심만을 추려내어 축약된 새로운 버전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은 김삼순>은 16부작에서 8부작으로, 11월 공개되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16부작에서 6부작으로 재편집되어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의 핵심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시청자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콘텐츠를 재구성해 짧은 분량으로 핵심 스토리만을 압축해 제공하는 것이다.
내용적,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고려했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라는 촌스러운 이름과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당시 기준의) ‘서른 살 노처녀’가 중심에 있었다면 2024년의 삼순이는 다르다. 서른 살이라는 나이가 더 이상 노처녀로 불리지 않는 지금, 삼순이는 전문 파티시에로서 일과 사랑을 주도하는 캐릭터로 재조명되었다. 구작임에도 신작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신선한 포인트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재탄생은 단순히 과거의 작품을 다시 방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새로운 세대에게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음악은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클래지콰이의 OST는 2005년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번 2024년 버전에서는 이무진과 쏠이 리메이크한 OST가 현대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콘텐츠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다.
웨이브의 이러한 시도는 과거에 사랑받았던 콘텐츠가 다시 소비됨으로써 그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이를 증명하듯 공개 첫날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뿐만 아니라 19년 전,서른 살의김삼순이 당시의 뻔한 클리셰를 깨며30대 여성들의 워너비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면,재탄생한 김삼순 역시30대 여성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웨이브에서 시청한 전 연령대 중30대 여성의 시청 비중이67%를 차지한 것.누구보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사랑하는 감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땅의 ‘삼순이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일어나 열렬히 사랑해보자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OTT와 지상파 IP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OTT 플랫폼에서의 드라마 명작의 재탄생은 미디어 업계에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웨이브와 같은 국내 OTT 플랫폼은 지상파 3사의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어, 과거 콘텐츠를 활용한 신작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콘텐츠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혁신을 통해 현대적인 콘텐츠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과거에는 방송사들이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특정 시간대에 방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OTT 플랫폼과 협력해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뉴클래식 프로젝트와 같은 시도가 가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콘텐츠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과거의 IP를 재활용하는 방식은 또 다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과거의 명작들이 다시 소비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은 방송사와 OTT 플랫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보유한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OTT 플랫폼과 방송사 간의 협력은 단순히 수익 모델의 확장을 넘어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과거 명작 IP들을 디지털화해 재탄생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아카이빙에 대한 노력이 산업 내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명작들이 단순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보존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다시금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과거의 콘텐츠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세대에게도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자료 확보, IP 권리자들과의 계약관계 등 방송사와 OTT와의 상생 모델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부처의 지원 사업이 병행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의 협업 모델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1)이전에 존재하던 기록본의 화질이나 음질을 향상시키는 작업.
참고자료
- 이코노미스트, ‘클래식은 영원하다’…레거시 미디어와 OTT의 상생, 2024.9.28.

- 한정은 (콘텐츠웨이브 마케팅 그룹장)
- 한정은 마케팅그룹장은 CJ ENM에서 통합마케팅팀, JTBC에서 마케팅팀장과 편성담당을 거쳐, 2022년 웨이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합류했다. 웨이브의 중장기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과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마케팅 전략 개발, 실행을 총괄했다. 이 외에도 CRM(고객관계관리), 홍보를 포함한 전체 마케팅 조직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