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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가 사랑받는 이유

채널A의 <티처스>는 수학·영어 명강사들이 맞춤형 학습 솔루션을 제공하며, 입시 고민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실질적인 학습법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교육 예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글. 서병기(헤럴드경제 선임기자)

대한민국에서 언론에서도 다루기가 쉽지 않은 대표적인 소재가 의료와 교육, 저출산 문제다. 셋 다 사안들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해법의 구축 없이 웬만한 접근법으로는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은 대학입시를 겨냥해 비교적 단시일내에 성적을 올려주겠다는 야심찬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이하 <티처스>)다. <티처스>는 성적이 고민인 학생과 가족에게 명강사들이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듀 솔루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입시 전략부터 학습 비법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필수 시청 프로그램

<티처스>는 무려 1년간의 제작 준비 과정을 거쳐 2023년 11월 5일 1화가 공개됐다. 공개와 동시에 바로 입소문이 났고, 공부가 고민인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자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6월 30일 15화부터 시즌2로 다시 돌아왔다.

<티처스>는 따뜻함을 바탕으로 한 촌철살인 수학 1타강사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잡아줄 구세주 정승제와 예리한 눈빛으로 촌철살인을 날려 수험생들의 인간개조 용광로로 불리는 현실주의자 영어 1타강사 조정식이 도전학생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공부법을 전수하며 학부모의 필수시청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 1타강사 장풍 선생님도 간혹 출연해 과학 공부 상황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해준다.

<티처스>는 학생에게 필요한 공부방법만 제공해주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 토크쇼 형태로 진행돼 정보와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승제&정식 티처스들이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수업법을 이미 잘 알고 있는데다, 대치동과 비교하며 설명할 수 있는 '목동키드'이면서 외고 출신에 '수포자'이자 재수 경험도 있는 '브레인' 전현무와 8학군 출신의 '초딩맘' 한혜진, 공감여왕으로 때로는 과잉 공감을 보이기도 하는 현 '목동맘' 장영란까지 MC조합이 <티처스>를 이끌고 있어 더욱더 다각적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시즌2에서는 '가장 유명한 5수생'인 미미미누(본명 김민우)를 '입시 전략 멘토'로 투입시켜 입시에 관한 압축적이고 전략적인 로드맵 설계까지 책임지고 있어 TV 앞으로 더욱 모이게 하고 있다.

교육 예능의 진화, 사교육 비판을 비켜간 비결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입시, 교육은 언론이나 방송에서 섣불리 다룰 소재가 아니다. 과거의 입시, 교육프로그램이 기획의도와 달리 사교육 조장으로 비판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3사의 교양물이나, 교육방송에서 간간이 교육문제를 심각하고 조심스레 다루고 있다. 그에 비하면 <티처스>는 무겁지 않고 가벼운 편이지만 예능을 가미한 편성으로 차별성은 확실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입시,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을 제공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고, 도전학생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티처스>의 인기요인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티처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소개란을 보면, "목표보다 낮은 성적 때문에 고민이세요?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안 오르시나요? 그렇다면 <티처스>에게 부탁해 보세요"라고 밝혀 성적 올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훨씬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처방전을 제시한다.
우선 단순 암기보다는 생각을 확장시켜주면서 기본 사고력을 길러준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 그것이 <티처스>가 사교육 조장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비켜가고 있는 비결이다.

정승제 선생은 "선행학습 없이도 제대로 공부하면, 학습방법만 바꾸면 진짜 성적이 올라가게 하고싶다"면서 "사교육비를 해결해주고 나아가 출산율까지 올려보도록 하겠다. 육아 때문에 출산율이 안 나오는데, 엄청난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현실에서 수학과 관련된 사교육비만 줄여줘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솔루션 목표가 너무 거창하지만, 승제 선생이 이번 솔루션에 나서는 목적과 자세가 좀 더 근본적인 데 있음을 알려준다.

<티처스> 인기의 큰 부분은 두말할 것 없이 두 선생에게서 나온다. 두 선생의 인터뷰를 보면, 수학과 영어 과목 자체만을 담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승제 선생은 "도전 학생의 목표 학교에 맞는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수학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과목을 원하는 목표와 현재 점수에 따라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학습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식 선생도 "승제 쌤에 비해서 제가 학생의 멘탈, 생활 부분들을 조금 더 많이 받쳐주는 역할인 것 같다. 저는 프로그램에 담긴 진심은 전달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다양한 솔루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승제 선생은 "수학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수학을 참된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식 선생은 "저는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공부하면 되고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절대적인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필자 같은 교육 비전문가도 저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공부하는 방법을 개선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믿음이 생길 정도다.

아이를 위한 공부 독립 선언, <티처스>의 조언

두 선생은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대치동에서 모인 엄마들은 자식 한 명당 한 달 사교육비가 120만~150만 원 정도 든다고 말한다. 승제 선생은 "대치동에서 의미있는 공부를 하는 학생은 5%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용을 몰라도 문제를 맞히면 집에 보내준다. 생각하는 훈련이 전무하다. 독약 그 자체"라고 했다.

대치동 키즈들의 찐 일상을 나타내는 말 중에 '10 to 10'이라는 말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2시간 공부하는 학원 스케줄을 의미한다. 학원에서는 토론과 독서를 익히지만, 선행학습을 많이 한다. 승제 선생은 "선행학습은 수박겉핥기인 경우가 많다"면서 "중학생이 중학수학을 잘 푸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전현무도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자신감을 잃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승제 선생은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장 불안하니까, 우리 애만 뒤처지는 것 같으니까 무작정 학원을 보내신다. 그 불안한 마음이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된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더 잘할 수 있는 아이가, 그 부모님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라면서 "<티처스>에서는 언제 학원을 보내야 되는지, 학원을 보냈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학생에게 뭘 체크해야 하는지를 항상 이야기해 주니까, <티처스>에서 말하는 대로 자녀들의 사교육 또는 공부 방법과 계획을 준비하시면 좋겠다. '불안하니까 저는 어쩔 수 없어요. 학원 보낼 거예요'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더욱더 깊은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식 선생도 "애들 좀 내버려두세요. 항상 느끼는 게, 학부모들의 간섭이 많으면 둘 중 하나다. 아이 성적이 완전 망가지거나, 아이 성적은 괜찮다 하더라도 부모님과 아이의 관계가 틀어지거나다. 부모님이 아이의 공부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생이 있는 가정은 매순간 긴장한다던데, 이 말만 명심해도 입시생 있는 가족들의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입장을 대변해주는 MC 장영란의 다음과 같은 말도 <티처스>의 인기를 잘 말해준다. "그냥 성적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말 못 했던 속마음, 부모님께 죄송하고, 상처 받을까 봐 자기 꿈이 아닌데 꿈인 척 속이며 지낸 시간들...그리고 성적 올리는 것이 답이 아닌 부모 자녀와의 관계가 고민이고 정보가 없어서 답답한 부모님들이 <티처스>를 보시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결되실 것 같다.“

다양한 수험생 고민 해결, <티처스>의 맞춤형 솔루션

지금까지 <티처스>를 통해 방송된 사례를 보면 수험생의 거의 모든 케이스를 망라하고 있다. 물론 영재나 특이한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을 등장시켜 초심을 벗어난 경우가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대다수 수험생 시청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우를 대입시켜 바라보면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반드시 있을 것 같다.

수학공포증 중 3 딸 도전학생은 승제 선생에 의해 메타인지가 안 되어 있음이 발견됐다. 또 자기통제력 끝판왕이지만 엄마주도학습법으로 인해 딸이 공부주도권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 학생은 개념파악에 구멍이 있어 문제를 쪼개면 실수가 줄어든다는 식으로 개선해나가는 승제 선생의 솔루션을 받고 성적도 향상됐다.

최다 재수생에서 탈출하고 싶은 20살 남자도 수학의 기초가 거의 없었지만 수학용어부터 정리시키고, 확통(확률과 통계)을 포기하는 대신 함수와 수열, 미적분에 집중해 50일 만에 수학 8등급에서 5등급까지 상승시켰다.

야구선수를 하다 탈골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고 2 도전학생도 영어를 한 등급 올렸다. 과학덕후인 중 3 도전학생은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공부를 하지만 자신의 공부방법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했는데, 정식 선생의 도움으로 <티처스> 사상 최초로 영어 점수 100점을 달성했다.
수학은 잘하지만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한데도 토요일은 쉬려고 하는 게으른 중2 영재는 승제 선생이 수학풀이를 학생과 함께 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풀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안겨주었고, 정식 선생은 하루 4개의 영어지문 핵심소재만 찾게해 공부에 대한 취미를 붙여주면서 성실한 수재로 거듭나게 했다.

이 밖에도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 소속사에서 퇴출되는 바람에 중2 1년간 공부 공백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중 3 남자학생, 프로바둑기사를 준비하다 자퇴하고 3년간 홈스쿨링을 한 고1 도전학생, 학군지 입성을 놓고 고민하는 아이큐 139의 중2 도전학생, 중학교 때는 올 A등급이었지만 고교에서는 안 먹히고 있는데다 병원을 경영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의대 진학을 강요당하는 고1 도전학생, 경쟁자가 없어 불안한 시골 1등 중 3 도전학생, 의대를 갈 실력이 안 되는데도 암에 걸린 아빠를 살리기 위해 의대를 가야하는 고2 딸, 군인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된 기숙사형 일반고 진학을 원하지만 수학문제를 암기로 풀어 조금만 변형해도 힘들어하는 중3 도전학생,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 엄마가 입시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안 되어 애를 먹는 국제고 3학년 도전학생의 고민들도 승제&정식 선생이 조금씩 해결해준다.

공감과 전략을 동시에, 강화된 <티처스>의 매력

<티처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강화된 점들이 눈에 띈다. 솔루션이 좀 더 입체적이고 풍성해지고 실질적인 내용들이 많아졌다. 도전학생들의 사연도 더욱 절실해졌다. 중고교생뿐만 아니라 성인인 N수생 등 도전학생의 대상을 확대해 다양한 상황에 맞는 솔루션들도 나오고 있다. 영어와 수학 외에 국어, 사회탐구 등 다른 과목의 강사들의 비법도 <티처스>에서 전수되고 있다. 이로써 이번 <티처스>에서는 영어&수학 분야에서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던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상황의 학생들과 함께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입시 전략 멘토’ 미미미누의 투입으로 정보와 전략이 강화돼 입시가 고민인 가족들의 고충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중고생의 아이돌' '지옥에서 온 5수생' 등의 별명을 가진 미미미누는 "학생들의 말과 본심이 다른 부분을 캐치하는 것에 정말 자신이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복잡한 대입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 미미미누는 국제고 3학년 도전학생을 '패션 이과'라고 분석했다. '패션 이과'란 겉으로는 이과생인 척 하지만 실상은 이과가 아닌 학생이다. 이렇게 분석함으로써 미적분을 공부하는 게 독이 될 수 있다며 도전학생의 솔루션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유튜브에서 교육/학습 분야 인기 크리에이터로 활동중인 미미미누의 투입으로 방송 후 숏폼 형식으로 SNS상에서 퍼지면서 중고교생 시청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티처스> 김승훈CP는 "입시는 전략과 정보력이란 말이 있다. 무분별한 입시 정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님을 위해 전문가를 모셔 좋은 입시 전략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다. 실제로 미미미누 씨는 자료를 준비하느라 녹화 전날 밤샘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학부모 입장에서 <티처스>를 바라보는 한혜진과 장영란의 역할도 필요하다.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이자 '공감 MC'인 한혜진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와 역할을 되돌아보셨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갖는 책임감에 때론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지는 않는지, 부모의 꿈에 아이들 자신을 맞추고 스스로 공부할 힘을 잃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내 공부가 구멍이 나 있었는지 살펴보고 다시 용기 얻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목동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영란은 "선생님들의 말씀들이 다 외계어로 들리는 괴로운 마음을 전 알고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마음,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역할이다"면서 "학원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순수하게 복습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것을 알게 됐다"며 <티처스>와 함께 교육관이 바뀌었음을 밝혔다.

<티처스>의 개선 과제

하지만 <티처스>가 보강해야할 점도 보인다. 도전학생을 결정하는 기준은 진정성, 절실함, 완주 가능성, 가족 사연 등을 고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재나 특별한 케이스가 방송되는데,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도움을 받고자하는 일반적인 학생들의 출연을 늘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상대적 박탈감도 막을 수 있다.

솔루션을 할 때 한 달 정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교 1~2학년의 좁은 범위의 성적을 올릴 때는 괜찮지만, 목표가 달라지면 솔루션이 길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도전기간도 목표와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보완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부모와 학생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티처스>는 단순한 교육 예능을 넘어, 입시 전략의 동반자로 사랑받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학생들과 도전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사를 취득한 후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 종합광고기획사 오리콤 AE와 서울신문사 기자를 거쳐 현재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로서 문화 콘텐츠 산업 현장 곳곳을 취재하며 글을 쓰고 있다. '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두리미디어), '방탄소년단과 K팝'(성안당) '임영웅의 힘'(성안당)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