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소규모 팀, AI 기술을 만나 시너지를 얻다

“AI가 창작을 한다는 표현보다 개선을 위해 다른 앵글과 시각을 주는 좋은 동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Q. 무암(MooAm)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현) K-콘텐츠와 IP를 기획·개발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2020년 11월 독자적인 오리지널 IP를 만들고 싶어 창업을 했고, 초반에는 저 혼자였다. 점점 같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감독과 작가들이 합류해서 지금은 약 10인 규모로 총 22개의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고 있다. 또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IP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로 3년 간 영화 2편, 예능 1편, 다큐멘터리 1편 그리고 26종의 생성형 AI 필름을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생산성을 보여주는 팀이 되었다.

Q.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보였는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현) 무엇보다 생성형 AI 도움을 많이 받았다. LLM이라고 하는 대규모 언어모델이 만들어진 초기부터 기획·개발에 AI를 도입했다. 보통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야기는 간단한 한 줄의 로그라인으로부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흘러가는 사회 현상을 하나의 시각으로 포착하면서 아이디어가 시작한다.
로그라인이 시놉시스가 되고 트리트먼트가 되고 시나리오가 된다. 시나리오를 실질적으로 어떤 비주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콘텐츠 비주얼 프리보드나 티저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구체화해 가는 과정이 있는데 혼자서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업무다. 그러나 AI를 만나면서 이야기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거의 전 단계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실제로 1인의 크리에이터가 5개, 6개의 이야기뿐 아니라 창작 과정까지도 관여해 만드는 것이 요즘 실정이라서 창작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변화됐다고 생각한다.

Q. 작업 과정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단계는 어디인가

(현) 거의 모든 단계에 사용하고 있다. 우선 기획·개발 단계에서는 3가지 정도 도움을 받는다.
첫 번째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줄여준다. AI는 아무 말이나 하던 회의를 10초 내에 정리해 주기 때문에 브레인스토밍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본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로 다양한 이야기의 갈래를 터주기 때문에 시놉시스를 작성할 때 결말이나 플롯에 대한 고민 해결에 효율적이다. 세 번째로 우리가 젊은 집단이기 때문에 특히 좋았던 것은 AI에게 네가 30년 차의 상업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고 우리 콘텐츠를 비평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흉내라고 할지언정 제3의 시선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비평받고 이것이 상업적으로 어떻게 퍼져 나갈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지 하나의 리포트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을 보면서 AI가 창작을 한다는 표현보다도 개선을 위해 다른 앵글과 시각을 주는 좋은 동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야기가 완성되면 제작 지원이나 투자사 피칭을 위해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설득하는 과정이 제작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예전에는 기존 영화에서 나온 레퍼런스 이미지를 캡처해 무드 보드를 만들고 프리비주얼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간단한 프롬프트로 어떤 무드의 영화를 만들지 바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제일 큰 제작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달에는 AI 영화 제작에도 도전했다. <더 롱 비지터 The Wrong Visitor>라는 단편 AI 영화를 만들었는데, 최근 제1회 CGV AI 영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극중 주인공으로 얼굴은 동물이고 몸은 사람인 수인(獸人) 캐릭터를 구현했는데, "이걸 실제로 제작한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아예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10분 내외의 단편이지만, 우리를 비롯한 많은 상업 프로덕션에서 60분 분량의 중·장편 AI 영화 제작에 착수했으며, 빠르면 올해 안에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작은 팀과 젊은 세대가 AI 기술을 만났을 때 더 유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현) 생성형 AI가 젊은 소규모 팀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만들 때 새로운 것을 바로 시도하고 접목해 볼 수 있고, 기존에 만든 것을 과감하게 부수고 새로 만들 수 있는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큰 회사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스텝을 꾸리는 과정에서 프로덕션이 무거운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의사 결정이나 방향 전환 과정에서 누군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모두가 합의해야 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해서 원작을 바로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소규모 팀이나 1인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고 만약 이것이 안 돼도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동력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큰 제작사가 가진 동력이 정말 큰 모터라고 한다면 우리는 굉장히 얇은 프로펠러기 때문에 외부의 요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개발 비용도 적게 드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큰 회사보다 중소기업이나 1인 크리에이터가 훨씬 생성형 AI를 많이 쓰고 결과물도 많이 만들고 있다. 큰 회사가 주는 단계적인 승인과 절차 같은 것들이 오히려 혁신을 주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 작은 회사들은 스펀지처럼 쏙쏙 흡수하고 학습해서 큰 회사와 콜라보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Q.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데, AI를 활용한 제작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 가장 큰 어려움은 AI 원천 기술을 외국 AI 회사가 보유하고 있어서, 기술 사용 제한으로 인해 창작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다 보니 AI 프로그램을 외국 회사에 의존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천 기술 회사와의 협업이나 기술 제휴를 통해 창작에 제한 없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 동시에 창작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기술적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프로젝트 사례: 칸에 간 AI 잔혹동화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를 제일 빨리 쓰고 많이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확신을 했습니다.”

Q. 올해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페스티벌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작과정을 공개했다. 어떤 내용을 발표했고,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 작년부터 한국 전래 동화나 문학을 재해석한 AI 필름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흥부와 놀부’나 ‘장화홍련’, 윤동주 시인의 시나 이상의 시 등 한국인이면 모두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생성형 AI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동화나 텍스트에 나오는 오방색이나 도깨비, 구미호 같은 것들이 동화의 삽화나 글로만 존재하는 게 아쉬웠다. 내부적으로 테스트 해 보니까 생성형 AI로 실감나게 구현이 됐다. 처음 취지는 한국의 것을 알리자는 의도로 시작했다. 또 생성형 AI 영상이나 작품들이 아무래도 미국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보니까 서양인이 나오는 SF나 판타지 결과물이 많았던 것도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동양인이 나오는 내러티브로 콘텐츠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칸에서는 실제 제작물을 발표하고 AI를 활용해서 멀티 모델로 구현하는 과정(워크 플로우)을 시연했다. 그곳에서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를 제일 빨리 쓰고 많이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확신을 했다. 많은 유럽 프로듀서들이 이런 영상은 처음 봤다고 너무 신기해했고, 정말 많은 협업 제의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터들이 기술을 정말 잘 활용해서 결과를 내는 민족이구나 또 한 번 느꼈다. 동시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AI를 활용해서 장르물로 만들었더니 이야기가 파워풀하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아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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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암의 AI 활용 워크플로우

(출처: 무암 제공)

Q. “AI 잔혹동화” 프로젝트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김) 장르마다 다르긴 한데 <나타샤와 나>를 예로 말씀드리면 기획 개발은 거의 저 혼자 했다. 혼자서 이야기와 시놉시스를 만들고 사용한 음악은 수노(Suno)라는 AI 툴에서 작사·작곡 했다. 저는 연출자다 보니까 이야기에 너무 함몰되지 않고 구현해 줄 수 있는 AI 아티스트가 필요했다. 연출자가 이런 쇼트(Shot)로 이런 움직임을 만들고 싶다고 디렉팅을 했을 때 AI 아티스트는 구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저도 AI를 쓰고 생성을 하지만 일반적인 촬영 현장에서 연출 감독이 촬영까지 하지 않는 것처럼 AI 제작 환경도 기존 촬영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스태프들의 역할이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도 만들 수 있지만 더 좋은 결과물과 외부의 시선, 퀄리티를 위해서 AI 아티스트와 협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가 합류해서 이야기가 재밌는지 아닌지 판단하거나 어떤 효과나 음향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수급해 주는 역할을 해서 3인 1조로 작업을 했다.
제작 기간은 보통 10분 내외 분량 기준으로 7일에서 10일 정도 걸린다. 제작 비용은 당연히 AI 구독료 비중이 제일 크다. 좋은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야 빠른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픽 카드 비용이 다음으로 많이 들어간다. 나머지는 연출진 인건비와 제반 비용이다.

AI 영상콘텐츠 제작자의 미래 전망과 글로벌 경쟁력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건 AI는 결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AI가 앗아갈 기회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Q. 무암이 가진 생성형 AI 기술과 콘텐츠 IP에 대한 역량이 글로벌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보는가

(현) 무암은 한 장의 사진을 찍어서 시네마틱하게 감도를 올리면서 영상을 만들어주는 워크플로우를 구축했고 이로 인해서 촬영의 번잡스러움이나 영상 자체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많이 효율화됐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에는 큰 회사가 막대한 돈을 투입해서 하는 대형 콘텐츠가 있고, 우리처럼 작은 팀이 만드는 작은 단위의 콘텐츠가 있는데 생성형 AI는 그것을 같은 레벨로 보여주는 엄청난 콘텐츠 스타트 라인을 정립해 줬다고 생각한다.
AI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이제 큰 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갔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1인 크리에이터 대학생들도 얼마든지 당장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영화를 찍어야 영화 감독이 되고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써서 등단을 해야 작가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표현이 무의미해졌다. 30년 차 영화감독이든 대학교 3학년 학생이 AI 필름으로 공모전에서 수상해서 감독으로 불리든 다 같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Q. 미래의 창작자들이 AI 시대에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현) AI 시대에 갖춰야 할 역량이라면 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이야기가 정말 재밌어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바로 AI를 활용해서 다음 날 20초짜리 트레일러로 만들 수 있다. 이야기는 사실 개념으로 시작하고 남들한테 보여줄 콘텐츠의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빠르게 가능해졌으니 그 추진은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
따라서 AI를 활용해서 창작을 하려는 분들은 생각나면 바로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기획·개발을 하고 시놉시스를 다듬고 그것을 바로 영상을 만들어서 나는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의지는 AI가 시켜주지 않는다. 사람이 해야 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의지가 있어야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AI를 활용한 영상콘텐츠 창작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현) 생성형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서 일자리가 대체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도 많다.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은 건 AI가 결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AI로 무엇을 만들던 이야기를 보고 소구하는 건 결국 인간이고 AI를 소비하는 주체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AI가 앗아가는 기회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제작사 대표로서 저는 AI는 스태프라고 생각한다. AI가 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는 같이 만드는 프로덕션의 스태프로 쓰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주지만 결국 의도와 목적을 AI가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다만 내가 하는 업무를 AI가 똑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AI를 활용해 수고를 덜었으니까 그 시간에 또 다른 어떤 것을 만들지 생각한다면 확장성이 훨씬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제작 과정이나 창작 환경에서 AI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서 불안한 분들에게는 빠르게 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AI를 통한 창작은 크리에이티브 환경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거라서 지금도 많은 국내 기관이나 지원사업을 통해 AI 교육을 하고 있다. 사실 유튜브만 봐도 AI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대체되는 것에 대한 불안보다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기회에 집중해서 시나리오 작업이든 AI 필름을 만드는 작업이든 일단 첫걸음부터 도전해 본다면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인프라가 우리나라는 아주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AI를 창작의 동반자이자 ‘레버리지’(지렛대) 개념으로 접근하고, 더 많은 일을 ‘엑셀러레이팅’(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면 우리 무암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이야기를 기획·개발하고 결과물을 만든 것처럼 여러분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현해리

현해리
(주식회사 무암 대표)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MBN에서 시사교양 PD로 근무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2020년 무암(MooAm)을 창립했다. <계약직만 9번한 여자>(2023)와 <스티커>(2024)에 이어 로 3년 연속 칸의 초청을 받았으며 <The Wrong visitor>로 제1회 CGV AI 영화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글로벌 시청자의 기준에 맞는 K-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커머셜과 내러티브 콘텐츠 제작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