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가상현실(VR)은 이제 신기함을 넘어 대중화의 문턱에 다다른 듯 보인다.
그 핵심은 역시 게임으로, VR 게임 시장이 유의미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VR 게임 시장이 틈새시장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다소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2(PSVR2) 출시로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강력한 IP를 확보한 PS가 VR에 힘을 싣는다면 주류 게임 매체로 자리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시장조사업체 뉴쥬(Newzo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상현실(VR) 시장 설치 기반(Install base)은 2023년 1월 기준으로 3,680만 대 수준이다.1 VR 설치 기반은 2024년까지 4,6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인데, 이를 2019년 수치 800만 대를 기점으로 보자면 연평균성장률(CAGR)은 42%이다.
뉴주에서는 VR 설치 기반 확대 배경을 다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메타(Meta)의 퀘스트(Quest) 제품군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을 가진 독립형(Stand-alone) 헤드셋 제품군인 퀘스트는 2019년 처음 출시되어 2020년 2세대 버전이 출시되었다. 2세대 버전 기준으로 출시 가격이 299달러2로 이전에 출시된 VR 헤드셋 대비 가격이 크게 낮아 설치 기반 확대에 기여했다.
둘째는 팬데믹이다. 세계 각국에서 팬데믹 봉쇄 조치를 발효하면서 많은 이들이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 중에는 당연히 게임 이용자가 다수 있었으며, 갑자기 늘어난 자택 내 시간을 게임으로 소비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VR 게임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VR 헤드셋 구매로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VR 게임 최초 AAA급 킬러 앱의 등장이다.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Half-Life: Alyx)>는 배급사인 밸브(Valve)에서 독점 제공하는 프리미엄 VR 헤드셋 ‘밸브 인덱스(Valve Index)’를 위해 개발되었다. 2019년 밸브 인덱스가 출시된 이래로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밸브의 VR 헤드셋 구매의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했다고 뉴주는 분석했다.
한편, 뉴주는 2022년 이후 메타(Meta), 피코(Pico) 등의 여러 VR 헤드셋 제조사가 독립형 VR 헤드셋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빅테크 중 하나인 바이트댄스(ByteDance)에 인수된 피코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독립형 VR 헤드셋을 출시해 메타의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피코는 바이트댄스의 후원을 발판으로 중국으로 한정되어 있던 VR 하드웨어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독립형 VR 헤드셋 피코4(Pico 4)를 출시했다. 피코4의 기본 모델은 메타의 헤드셋보다 저렴한 가격이며,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사양을 제공한다. VR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한 차원 더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VR 게임은 VR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VR 게임 매출은 2019년 5억 달러에서 2024년 32억 달러로 5년간 6배 이상 증가 전망된다.3 VR 헤드셋 보급률 확대와 사용자당 평균 지출 증가 모두 VR 게임이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VR 헤드셋 보급률과 VR 게임은 맞물려 있다. 2023년은 양 측면 모두 진전되어 VR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VR 헤드셋 부문 선두주자인 메타와 소니가 새로운 헤드셋을 출시하며, 메타 퀘스트 독점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인 <GTA VR>, PSVR2 독점 게임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이 격돌할 예정이다. 인기 IP를 중심으로 개발되는 VR 게임의 성적은 VR 게임 개발 투자와 직결되어 시장 활성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VR 시장에 관한 전망과 예측은 그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VR 시장이 게임을 중심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공통된다.
2023년 2월 출시 예정인 소니의 PSVR2는 VR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PSVR2는 CES 2023에서 공개되었다. 현장에서 체험한 사람들의 의견을 요약하면 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전작 대비 성능과 사용 경험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다. 특히 높은 해상도를 바탕으로 제공되는 4K 게임의 몰입감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체험 콘텐츠로 제공된 게임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에 관한 호평도 이어졌다. PS의 충성도 높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PSVR2 출처: PlayStation(2023.1.)PSVR2의 출시 가격은 미국 기준 549.99달러다.4549.99달러의 가격에는 헤드셋과 함께 ‘PSVR2 센스(PSVR2 Sense)’ 컨트롤러 1쌍이 포함된다. 그러나 컨트롤러 전용 충전 거치대는 50달러5로 별도 판매된다.
399달러의 퀘스트2 대비 높은 가격이나, 2022년 10월 출시한 메타의 최신 헤드셋 퀘스트 프로의 가격인 1,499달러에 대비하면 낮은 가격이다. 연결형인 PSVR2를 구동하기 위해 PS5를 함께 구매한다고 해도 949.98~1,049.98 달러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PSVR2는 2000 x 2040 x 2 픽셀의 해상도, 4K HDR, 110도 시야 및 최대 120Hz의 주사율을 제공한다. 여기에 3D 오디오와 시선 추적 기술도 지원한다. 하이엔드급 VR 헤드셋으로 포지셔닝하기에 부족함 없는 스펙이라는 평가다.
2022년 10월 블룸버그(Bloomberg)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소니는 2023년 3월까지 PSVR2 2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이미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전작인 PSVR의 경우 100만 대를 출하하는 데 출시 시점 기준 약 8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소니는 내부적으로 PSVR2가 PSVR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코 허황된 판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메타의 퀘스트2(Quest 2)의 경우 출시 3개월 내 280만 대를 출하했다. 소니에게는 메타와 달리 다수의 인기 IP가 있고, 이를 PSVR2 전용으로 발매할 계획이기 때문에, 메타 퀘스트2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 기반의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의 애널리스트 조지 지지아쉬빌리(George Jijiashvili)는 영국의 게임 잡지 엣지(Edge)와의 인터뷰에서 “소니가 올해 160만 대, 2027년까지 1,000만 대의 PSVR2를 판매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예측에 대해 “소니가 PSVR2 출시 첫 해에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한다는 조건하에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PSVR2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드웨어 스펙상으로도 다른 경쟁 헤드셋 대비 강점이 있어 고품질 VR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테크 컨설팅 전문기업 캡쳐(Captjur)의 CEO이자 애널리스트인 밥 빌브룩(Bob Bilbruck)은 “개인적으로 PSVR2가 퀘스트 프로(Quest Pro)보다 더 나은 단말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무게는 더 가볍고 실질적인 4K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그는 “VR의 핵심은 몰입감”인데, “PSVR2의 시선 추적 기술은 퀘스트 프로보다 더욱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SVR2에 관한 비관론도 적지 않다. 비관론의 가장 큰 근거는 가격이다. PSVR2는 전작 PSVR 대비 가격이 약 60% 인상되었다.6 물론 PSVR과 PSVR2는 하드웨어 스펙에서 그만큼 차이가 있으나, 경기침체기에 인상된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니의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VR 전문매체 믹스드(MIXED)는 PSVR2의 실질구매가는 1,000달러라고 지적했다. PSVR2 자체의 가격인 550달러에, 대표 게임 타이틀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Horizon Call of the Mountain)> 구매 가격 50달러, PS5 최소 가격 400달러를 더한 가격이다. 이에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PS5 소유자들이 우선적인 PSVR2 잠재고객이며, 그 외의 소비자를 포섭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절대적인 비용보다 상대적인 비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PSVR의 경우도 당시 경쟁 제품 대비 가격이 낮다는 점이 초반 판매량을 견인했다. 당시 VR을 시도해 보려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로는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나 HTC바이브(HTC VIVE), 그리고 PSVR 정도가 있었다. 이중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바이브는 헤드셋 가격만 600~800달러 수준이었고, 실질적인 이용을 위해선 고사양 게이밍 PC까지 필요해 더 높은 비용이 요구되었다. 반면 PSVR의 경우 헤드셋 가격도 400달러 수준으로 낮았고, PSVR을 연동할 PS4도 400달러 수준이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당시 VR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얼리어답터이면서 게임 이용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PSVR 출시 약 3년 전에 출시된 PS4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중고로 구매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고사양 PC를 요구했던 경쟁 제품 대비 상대 비용이 낮아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었던 셈이다.
현재 VR 헤드셋 시장의 주류 폼팩터가 독립형이라는 점도 상대적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의 판매량 비결은 낮은 가격대에 별도 장비와 연결이 필요한 편의성에 있다. 실질적으로 PSVR2의 최대 경쟁제품이 퀘스트2인 상황에서, 128GB 저장용량 기준 400달러인 퀘스트2 대비 PSVR2의 강점을 시장에 설득할 수 있는가란 의문이 따른다.
경쟁제품과 600달러라는 거리를 메꿀 수 있는 지점은 당연하게도 콘텐츠이다. PSVR2를 처음 공개할 때부터 경쟁력 있는 게임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을 함께 제시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하고 또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요인도 존재한다. PSVR2는 PSVR의 게임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즉, PSVR2는 PSVR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생태계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드파티 개발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틈새시장인 VR 게임 시장에서, PSVR2는 더 좁은 시장이라는 의미다. VR 게임 디자이너 타이그 켈리(Tadhg Kelly)는 주요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이러한 이유로 PSVR2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PSVR2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PS의 퍼스트파티 개발작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VR 게임과 VR 하드웨어 시장 전체를 견인하기엔 부족하다. 자칫 찻잔 속 태풍이 될 수도 있다.
소니의 이러한 전략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퍼스트파티 개발작을 PC로 이식하는 행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독과점을 지적하는 행보와 맞물려 의아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희망적인 기대를 품자면, 소니가 타 VR 헤드셋 플랫폼을 기준으로 제작된 VR 게임의 PSVR2 버전 컨버팅 지원 체계 구축 작업이나 서드파티 개발사를 포섭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소니가 게임의 플랫폼 변환 전문 스튜디오를 비롯해 “창의성을 더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인수한 스튜디오들의 역량을 PSVR2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