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 발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에 대한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공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3년 11월 13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주 내용으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시행령 일부를 입법 예고했다. 게임산업법은 지난 2020년 발의된 뒤 다수의 개정안이 병합되어 2023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12월 13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2024년 3월 22일 시행 예정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개발사가 설정해 놓은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제공되는 시스템으로, 국내 개발사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던 수익 모델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구매를 반복하게 되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된 제19조 (표시 의무 사항ㆍ대상 및 표시방법 등) 주요 내용

시행령 개정안은 게임산업법 제19조(표시 의무 사항ㆍ대상 및 표시방법 등)의 제1항, 제3항, 제4항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제19조 제1항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의무표시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캡슐형, 효과·성능·옵션을 변화시키는 강화형, 결합하여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과물을 획득하는 합성형으로 분류된다.

또한, 특정 시행 결과가 다른 시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독립 시행이 아닌 경우), 이용 조건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식(천장 제도)에 대한 정보도 공개하도록 했다. 이중 뽑기 형태인 컴플리트 가챠도 합성형으로 분류하고 확률 공개를 규제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안 제19조 제1항 -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구체적 의무표시사항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2023.11)

제3항에서는 확률 정보 표시 의무 대상이 되는 게임물과 제외 범위를 정의한다. 정보 표시 대상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물을 대상으로 하나 일부 게임은 제외된다.

시행령 개정안 제19조 제3항 - 확률 정보 표시 의무 대상과 예외 인정 범위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2023.11)

마지막으로 제4항은 확률 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확률 정보의 백분율 표시, 사전변경 공지 원칙을 정하고, 매체별 정보 표시방법을 상세히 규정해 이용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 개정안 제19조 제4항 -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방법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2023.11)

지금까지 국내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 표시는 기업 간 자율규제를 통해 제재되고 있었으나,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직접 규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게임 개발사에 맡기는 자율규제 시행하는 일본·영국

① 일본, '컴플리트 가챠' 제외한 확률형 아이템은 자율규제

과거 일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뽑아서 나오는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더 좋은 보상을 주는 컴플리트 가챠가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2012년 과도한 게임 아이템 구매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자 일본 소비자청은 컴플리트 가챠가 카드 조합을 금지하는 경품표시법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일본 게임산업협회(Japan Online Game Association; 이하 JOGA)에서는 컴플리트 가챠를 규제하는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모델 기획설계 및 운영 방침¹⁵⁾과 확률형 아이템 전반에 대한 랜덤형 상품 제공 방식의 표시 및 운영 지침 가이드라인¹⁶⁾을 발표했다.

랜덤형 상품 제공 방식의 표시 및 운영 지침에 따르면, 게임 내 모든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해야 하며 실루엣으로 숨기는 수준은 허용한다. 또한, 운영책임자와 내부감사 시스템을 도입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공개는 의무가 아니며, 가장 희귀한 아이템의 확률이 1% 이하일 때와 이를 얻기 위해 5만 엔(약 45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할 때는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

JOGA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지만 JOGA 회원사 대다수가 이를 준수하며 회원사가 아닌 세가(Sega)와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 반다이 남코(Bandai Namco)도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컴플리트 가챠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그래(GREE)와 디나(DeNA)는 자율규제 이후 모든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② 영국,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 발표

영국에서는 2005년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에 구조적, 심리적 유사성이 있어 실제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후 2019년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가 몰입형 및 중독성 기술에 대한 보고서¹⁷⁾를 발표한 이후, 영국 정부는 2020년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은 아니지만 도박성 피해나 정신 건강, 경제적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 게임산업협회(UK Interactive Entertainment; 이하 UKIE)는 2023년 7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11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자율규제의 핵심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구매를 제한할 수 있는 기술적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구매 전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는 사실과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UKIE는 부모가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 게임 이용시간 제한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보호 기능 홍보에 향후 3년간 100만 파운드(약 16억 5,000만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 '확률 요소 포함 시 최소 M등급 부여할 것'

호주 정부는 2023년 9월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해 우연한 요소가 포함된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에 15세 미만 어린이에게 권장하지 않는 M등급 이상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소셜 카지노 게임 등 도박 시뮬레이션 게임은 18세 미만 판매가 제한되는 R18+ 등급으로 분류된다. 다만, 게임 이용등급 분류는 이용 권장 연령에 대한 것으로 실제 이용이 법적으로 제한되지는 않는다. 2024년 9월부터 발효되는 가이드라인은 발효일 이후에 출시된 게임에만 적용되고 기존 게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호주 인터랙티브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협회(Interactive Games & Entertainment Association of Australia)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하며 향후 관련 정부 부처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인·독일, '청소년 대상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금지'

스페인과 독일은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스페인 의회는 2022년 7월 18세 이하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에는 아이템 가격을 게임 내 재화 대신 유로(Euro)로 표기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광고 시간 제한과 함께 구매 절제를 권장한다는 메시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광고 규제도 신설되었다.

독일은 2020년 5월 청소년 보호법을 수정하며 무분별한 확률형 아이템 구매가 게임에 대한 과몰입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 조건을 18세 이상 성인으로 한정시켰으며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게임에 대한 등급 재분류를 촉구했다.

이후 2023년부터는 게임 이용등급 평가 기준에 확률형 아이템 판매 여부를 포함했다. 독일 오락용 소프트웨어 자율 등급 분류 기관(Unterhaltungssoftware Selbstkontrolle)은 도박을 조장하거나 손실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거나, 비현실적인 아이템 획득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 더 높은 연령 등급을 적용해 청소년을 보호할 것이라 밝혔다.

중국,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중국은 게임산업 전방위에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중국 문화관광부(文化和旅部)는 2017년 5월부터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뽑기 아이템의 확률과 구성품을 모두 공지하도록 했다. 구성품의 이름, 효과, 내용, 획득 확률은 물론 다른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얻은 구성품의 내역 공개와 기록 보관을 의무화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속적으로 확률 정보를 검증해 대중에게 공개하며 공개된 확률과 실제 결과가 다를 경우에는 법적 제제를 가하고 있다. 또한, 8세 미만 이용자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할 수 없으며 그 이상인 경우에도 구매 횟수와 금액을 제한한다.

벨기에·네덜란드·오스트리아, 확률형 아이템 도박으로 간주

① 벨기에, 2018년 확률형 아이템 도박으로 판정…서비스 시 징역 또는 벌금 부과

2018년 4월 벨기에 법무부(Ministre de la Justice)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정의하며 벨기에 내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80만 유로(약 11억 3,6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고, 특히 18세 이하에 판매된 경우 벌금 및 징역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벨기에 도박위원회(La Commission des Jeux de Hasard)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 이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Overwatch)>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Heroes of the Storm)> 등이 자국 내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며 블리자드는 확률형 아이템의 유료 구매 기능을 삭제한 바 있다.

② 네덜란드, '거래 가능성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추가 규제 의사 밝혀

네덜란드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금지 움직임은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2018년 네덜란드 도박 관리 위원회(Kansspelautoriteit)는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이하 EA)의 <피파(FIFA)> 시리즈가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고발했다. 2020년, 헤이그 지방법원은 <피파>의 일부 아이템을 거래 가능성이 있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분류하여 EA에 도박법 위반으로 1,000만 유로(약 14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EA는 최고 행정법원에 항소하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2023년 여름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키 아드리안센스(Micky Adriaansens) 경제기후정책부 (Minister of Economic Affairs and Climate Policy of the Netherlands) 장관은 네덜란드 의회에 보낸 소비자 의제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포함시켰다. 이는 앱과 온라인 게임 내 결제에 대한 추가 규제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더 안전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려는 계획의 일부로 알려졌다.

③ 오스트리아, '운에 따라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도박으로 간주'

다만, 같은 게임에 대해서도 국가마다 다른 판결을 하기도 한다. 2023년 5월 오스트리아 법원은 EA의 <피파> 시리즈 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의 한 종류라 판단하며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PlayStation Store)를 통해 게임을 판매한 소니(Sony)에 구매자에게 336.26(약 477,489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오스트리아 법원은 <피파>의 아이템이 우연에 따라 선수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도박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도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도박 영업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법원은 소니가 라이선스 없이 도박이 포함된 게임을 판매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국가별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비교

문체부는 이번 개정에 대해 "확률 정보 미표시와 거짓 확률 표시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게임 이용자 보호와 공정한 게임 이용 환경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2024년 3월 시행에 앞서 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적인 확률 정보 표시방법을 포함한 해설서를 연초에 배포할 것이라 덧붙였다.

국내 확률 정보 미표시 및 거짓 표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 24인 규모의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확률 정보 미표시 게임물을 단속하고 개발사가 공개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거짓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대체할 수익원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최근 출시된 게임들은 확률형 아이템 대신 인게임 광고, 배틀 패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적용하거나 장르와 플랫폼을 다각화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이 시장에 자리 잡은 기간이 긴 만큼 안정적인 대체 수익 모델 확보에는 아직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국가별로 자율규제, 부분적인 규제안 시행, 도박법 적용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게임 개발 시 주의가 필요하며 해외 시장 진출 시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꼼꼼한 정책 마련이 중요해 보인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