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캐주얼 게임이란 간단한 조작으로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통칭한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게임 개발사 게임랩(Gamelab)의 선임 게임 디자이너 그레고리 트레프라이(Gregory Trefry)는 저서 캐주얼 게임 디자인(Casual Game Design)에서 캐주얼 게임의 정의는 모호하지만, 공통적으로 4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트레프라이가 정의한 캐주얼 게임의 4가지 특징 출처 : Casual Game Design(2010.01)최근 몇 년간 모바일 게임시장은 대규모 다중 이용자 온라인 롤플레잉(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이하 MMORPG)처럼 오랜 시간 집중을 해야 하는 하드코어 게임(Hardcore Game)이 이끌어 갔으나, 최근에는 퍼즐, 방치형, 수집형 같은 단순한 게임이 약진하고 있다. 2023년 10월 센서타워(Sensor Tower)가 발표한 2019년과 2023년 한국 시장의 RPG 매출 하위 장르 비중 통계에 따르면, 스쿼드 RPG는 12.7%에서 17.7%로 성장하였으며, 1.7%로 4위였던 방치형 RPG의 경우 4.4%를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2019~2023년 1~8월 한국 모바일 RPG 게임 매출 하위 장르 비중 출처 : Sensor Tower(2023.10) 자료 재구성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대형 MMORPG가 이용자와 수익 확보 측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왔다. 이에 비해 캐주얼 게임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사용자들의 과금 비율이 낮아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같은 숏폼(Short-form) 콘텐츠와 스낵 컬처22)의 유행으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게임 개발사들은 장르 다양화를 목적으로 캐주얼 게임을 출시해 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캐주얼 게임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은 기존 IP를 활용하거나 이전 작품을 리메이크하여 재출시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또한, 캐주얼 게임 신작들이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오르면서, '캐주얼 게임은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도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게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주얼 게임시장에서는 일본과 중국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미 출시된 지 2년이 넘은 일본의 닌텐도 e샵 전용 하이퍼캐주얼23) 퍼즐 게임인 <수박 게임(Suika Game)>이 역주행하며 다시금 흥행하고 있다. 이 게임은 직관적이고 쉬운 게임 방법과 물리 법칙으로 인한 변칙적인 상황들이 어우러지며 독특함을 준다.
2021년에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수박 게임>은 2023년 9월 게임 인플루언서들의 이용 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다시 인기를 얻었다. 240엔(약 2,16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단순한 조작법으로 국내에서도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으며, 2023년 10월부터는 한국에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중국의 게임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모바일 게임 장르는 캐주얼(37%)이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중국 캐주얼 게임들은 완성도가 높은 편이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센서타워가 발표한 자료에서 2023년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 중국 캐주얼 게임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상위 10개 게임 출처 : Sensor Tower(2023.10)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중국 캐주얼 게임은 하비(Habby)의 <탕탕특공대(Survivor.io)>와 유조이 게임즈(Ujoy Games)의 <픽셀히어로(Pixel Hero)>가 손꼽힌다. <탕탕특공대>는 간편한 조작과 자동 공격 시스템을 채용해 게임 진행 자체가 단순하고 레벨업, 성장과 같은 RPG적 요소로 재미를 더했다. <픽셀히어로>는 영웅 캐릭터 수집과 육성이 메인이며, 자동 전투 시스템을 적용해 캐릭터 조합 외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치형 캐주얼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들의 인기는 복잡한 조작 없이 쉽고 빠른 재미를 추구하는 스낵 컬처에 익숙한 요즘 게임 이용자들의 특징을 반영한다.
다시금 유행하는 캐주얼 게임시장에 국내 주요 개발사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넥슨(Nexon), 넷마블(Netmarble), 엔씨소프트(NCSOFT)와 같이 주로 MMORPG 게임으로 잘 알려진 이른바 '3N' 개발사들도 2023년 하반기 연이어 캐주얼 게임을 출시하며 장르와 플랫폼 다양화에 성공했다.
넥슨은 캐주얼 요소를 부각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Dave the Diver>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어드벤처와 타이쿤을 적절히 섞은 PC·콘솔 캐주얼 게임으로, 2023년 6월 출시된 이후로 메타스코어(Metascore) 90점을 유지하며 전 세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23년에는 넷마블이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Seven Knights Idle Adventure)>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저용량, 저사양, 간편한 게임성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동 전투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최대 10명의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넷마블은 이 외에도 <신의 탑: 새로운 세계>, <그랜드 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 등 다른 캐주얼 게임들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Puzzup Amitoi)>로 캐주얼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출시 직후 앱마켓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한 이 게임은 한 손가락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조작 방법과 일반적인 3매치 퍼즐에 방향키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클랜(Clan) 기능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협력해 퍼즐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특히, MMORPG 대표 게임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가 캐주얼 게임으로 장르를 확장한 점은 게임시장 추세에 맞춘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국내 대형 개발사뿐만 아니라, 2023년 2월 슈퍼센트(Superscent)가 출시한 하이퍼캐주얼 게임 <버거 플리즈!(Burger Please!)>의 성과도 눈에 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버거 플리즈!>는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에서 4,0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었으며 가장 빠른 성장을 이뤄낸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기록되었다. 방치형과 아케이드 게임 요소를 타이쿤 게임에 적절하게 조합한 하이퍼캐주얼 게임으로, 직관적인 UI, UX를 통해 가시성과 조작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버거 플리즈!>는 2023년 11월까지도 무료 시뮬레이션 게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이용자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타 장르에 비해 수명이 짧은 하이퍼캐주얼 게임임에도 <버거 플리즈!>가 장기 흥행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슈퍼센트의 <버거 플리즈!(Burger Please!)> 이용 장면 출처 : Superscent캐주얼 게임은 다른 장르에 비해 설치당 비용(Cost Per Install; CPI)이 낮아 시장 진입이 쉽지만, 다운로드당 평균 매출(Average Revenue per Download; ARPD)은 낮아 실제 이익을 얻기에는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많은 캐주얼 게임은 인앱 결제(In-App Purchase; IAP)보다는 다운로드 수에 비례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인앱 광고(In-App Ads) 모델을 선호한다. 따라서 캐주얼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용자 확보(User Acquisition), 즉 대량 다운로드 수 확보가 중요하다. 게임은 광고 시청에서 다운로드로의 전환을 늘리기 위해 간편한 조작법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게임 제목과 광고 문구 역시 직관적으로 만들어져 잠재 이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비교적 개발 기간이 짧고 비용도 낮은 편이다.
2019~2025년 게임 장르별 다운로드당 평균 매출 출처 : Statista(2023.08) 자료 재구성하지만 캐주얼 게임은 낮은 진입장벽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충성도가 낮아, 타 장르에 비해 리텐션(Retention) 확보가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리텐션은 게임 설치 후 이용자들이 얼마나 자주 게임을 다시 방문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높은 리텐션은 주기적인 게임 이용을 의미한다.
뉴주(Newzoo)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1일 차 리텐션(D1)이 40%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 지속적인 투자를 고려한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게임들은 7일 차 리텐션(D7)이 D1의 절반, 30일 차 리텐션(D30)은 D7의 절반가량을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의 경우 D7이 1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해 게임 개발사들은 난이도를 높이고 게임 루프를 심화시켜 이탈률을 낮추려 노력한다. 최근 인기 캐주얼 게임들이 타이쿤, 퍼즐 등 캐주얼 요소에 육성, 수집 시스템 등을 더한 것도 이탈률을 낮추는 전략 중 하나다.
또한, 게임 내러티브(Narrative)24)의 유무도 게임 리텐션에 중요한 요소이다. 잘 구성된 내러티브는 이후 전개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게임에 대한 애착을 형성해 계속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캐주얼 장르는 쉽고 간편한 게임을 표방하는 만큼 이용 시간에 맞게 짧게 나뉜 내러티브 구성이 적절하다. 물론 모든 게임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절히 사용될 때 리텐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캐주얼 게임의 흥행을 위해서는 사용자 확보와 리텐션 유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게임 개발사들은 내러티브, IP 활용, 적당히 복잡한 게임 루프를 통해 이용자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