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국내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와 퍼블리싱을 결합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퍼블리싱 계약은 내부 개발 전문팀을 구축하는 것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퍼블리싱 계약 중 다수는 계약 종료 시 모든 결과물의 사용 권한을 잃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의 개발, 현지화, 최적화 등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계약이 만료되는 순간 게임 유통 전반에 대한 권한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게임 개발사들은 퍼블리싱 계약과 함께 지분에 투자하는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완전 인수보다 투자금 손실 위험이 적고 성공 시에는 많은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계약 연장에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이 전략의 성공 사례로는 <나이트 크로우(Night Crows)>를 개발한 매드엔진(Madngine)과 위메이드(Wemade)가 대표적이다. 2021년 위메이드는 매드엔진에 200억 원을 투자하며 퍼블리싱 계약을 진행했고, <나이트 크로우>는 2023년 4월 출시 1주일 만에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차지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2023년 5월 위메이드는 매드엔진에 3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며 지분 40.61%를 확보하였다.
게임업계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인재와 IP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많은 게임 개발사가 세컨드 파티(Second Party) 퍼블리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은 다른 회사의 개발 인력과 IP 확보를 위한 지분 투자에 중점을 둔다.
크래프톤은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개발사 중 하나이다. 2023년 상반기 동안 한국, 미국, 폴란드의 신생 개발사 4곳에 총 9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크래프톤의 투자는 개발 지원 비용을 제공하고 대신 IP와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단순히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 개발사에도 퍼블리싱과 투자를 결합해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 분류 및 상세 내용 출처 : 매일경제(2023.10), Make use of(2021.06) 내용 재구성국내 최대 개발사 중 하나인 스마일게이트(Smilegate)는 해외 IP 발굴과 투자에 지속적으로 주력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북미 시장 확대를 목표로 신생 게임 개발사인 포스트카드 게임 스튜디오(Postcard Game Studio)에 350만 달러(약 49억 원)를 투자했다. 포스트카드 게임 스튜디오는 너티 독(Naughty Dog),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출신 베테랑들이 설립한 개발사로 스마일게이트의 투자 결정은 이들의 높은 잠재력을 인정한 결과다. 스마일게이트 김용일 이사는 "앞으로도 우수한 국내외 개발사를 지속적으로 발굴, 투자해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IP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북미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와 같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도 유망한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크래프톤과 함께 인도의 루미카이(Lumikai) 게임 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게임 콘텐츠와 오리지널 IP 등의 5가지 주요 영역에 대하여 현지 개발자들에게 5천만 달러(약 700억 원)를 지원한다. 스마일게이트 북미법인 어바인(Irvine)의 김형남 이사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온라인 게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남미 지역 게임사들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크래프톤은 최근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을 강화하며 해외 개발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퍼블리셔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퍼블리싱 강화의 원년"이 될 것이며, "올해의 목표는 퍼블리싱 역량과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에 중점을 두던 전략에서 벗어나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전략하에 2023년 5월에는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사인 가든스(Gardens)와 플레이긱(Playgig)에 투자했고, 8월에는 폴란드의 피플 캔 플라이(People Can Fly) 그룹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이처럼 크래프톤은 메가 히트 IP인 <배틀 그라운드(Battle Grounds)> 외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IP 확보를 위해 해외 신생 개발사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크래프톤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1조 4,634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2023년은 상반기만 집계했는데도 2021년과 2022년 연간 투자금보다 많다. 크래프톤이 IP를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투자금은 한동안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2023년 상반기 크래프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금 출처 : 크래프톤 반기 보고서(2023)2023년 카카오게임즈(Kakaogames)가 공개한 경영 슬로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는 해외 서비스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한 IP 발굴에 대한 카카오게임즈의 의지를 보여준다. 카카오게임즈는 비욘드 코리아 아래 장르 다변화와 함께 해외 유망 개발사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월에는 유럽법인을 통해 미국 게임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Frost Giant Studio)에 약 240억 원을 투자했으며, 2022년 4월에는 클라우드 게임 및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플레이어블 월즈(Playable Worlds)에 183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플레이어블 월즈는 클라우드 기반 MMORPG와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을 올해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플레이어블 월즈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클라우드 게임 및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의 시장 확장을 이루어 가면서 글로벌 신규 IP를 지속해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 전하며 "여러 권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욘드 코리아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의 다양한 장르의 신작 출시와 글로벌 진출 전략이 점차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게임업계는 사업 최적화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자체 개발보다는 퍼블리싱 계약과 투자를 통한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즉각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려는 것으로 자체 IP 개발 대신 외부 IP를 통한 퍼블리싱을 선택하면 비교적 빠르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크다. 오랜 기간 큰 자본을 들여 개발한 자체 IP가 예상만큼의 흥행을 얻지 못하자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외부 IP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또한, 퍼블리싱 계약과 지분 투자를 병행하면 유망한 IP를 선점할 수 있을뿐더러 자체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해외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보다 다양한 장르의 IP를 확보할 수 있을뿐더러, 국내 게임을 현지화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에 나선 개발사 다수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주요 개발사로 분류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만,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거나 신작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수익 공백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외부 게임 개발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IP 확보가 기업 매출에 결정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게 되었다. 최근 늘어난 해외 투자는 개발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