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는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다. 세계 5대 게임 시상식 중에서도 관심도와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명한 비디오 게임 저널리스트인 제프 케일리가 주최하는 이 시상식은 게임업계 전문가들의 평가와 일반 유저들의 투표를 결합한 심사 방식으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게임의 예술성과 기술적 성취를 동시에 평가하는 종합 시상식으로서 다방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더 게임 어워드는 E스포츠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부문을 포함해 비디오 게임에서 게임 문화 전반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 가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다루는 ‘임팩트 게임상’이나 ‘접근성 혁신상’ 등의 특별상으로 게임의 사회적 가치 또한 조명한다.
매년 시상식은 새로운 게임의 발표 무대이자 게임업계의 축제로도 기능한다. 세계 각국의 주요 게임 개발사들이 이 자리에서 주요 신작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시상식의 영향력을 더욱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더 게임 어워드의 10주년 행사였으며, 2025년의 굵직한 출시작이 시상식을 통해 대거 공개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다인 1억 5,400만 회라는 라이브스트림 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4년 더 게임 어워드는 29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며 게임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했다. 게임성과 기술력은 물론, 내러티브, 음악, 아트 디렉션 등 세부 부문까지 평가하며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했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올해의 게임’에서는 후보작 6개 중 일본 게임이 4개, 중국 게임이 1개 선정되며 아시아 게임들의 약진이 특히 돋보였다.
스팀 어워드(Steam Awards)는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의 공식 시상식으로, 실제 게이머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년 스팀 겨울 세일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이 시상식은 11개의 독특한 부문을 통해 게임을 평가하는데, 이는 단순한 장르 구분을 넘어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과 가치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의 게임’부터 ‘앉아서 즐기는 게임상’까지, 스팀 어워드만의 독특한 시상 부문은 게임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친구와 함께 하면 더 좋은 게임상’이나 ‘노력의 결실상’ 같은 부문들은 실제 게이머들의 플레이 경험과 게임이 주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게임의 본질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게이머의 관점을 더욱 중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상작 선정 과정에서도 스팀 어워드만의 특징이 드러난다. 제한되지 않은 스팀 계정을 보유한 모든 유저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각 부문당 한 번씩 총 11번의 투표 기회가 주어진다. 투표 참여자에게는 특별한 스티커를 제공하는 등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수상작에게는 실물 트로피와 함께 스토어 페이지에 가상 트로피를 수여함으로써 유저들의 선택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TGA와 스팀 어워드 출처 :The Game Awards, Steam더 게임 어워드 2024의 가장 큰 화제는 ‘올해의 게임’ 등 4관왕을 석권한 <아스트로 봇(Astro Bot)>이었다. PS5 무료 튜토리얼 게임에서 시작해 독립 타이틀로 발전한 <아스트로 봇>은 직관적인 게임성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스트로 봇은 올해의 게임을 포함해 ‘게임 디렉팅상’, ‘가족 게임상’, ‘액션/어드벤처 게임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아스트로 봇> 출처 : The Game Awards일본과 중국 게임 개발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메타포: 리판타지오(Metaphor: ReFantazio)>가 최고의 RPG, 최고의 내러티브, 최고의 아트 디렉션을 수상했으며, <검은 신화: 오공>이 최고의 액션 게임을 차지했다. 1인 개발자가 제작한 <발라트로(Balatro)>는 ‘모바일 게임상’, ‘인디게임상’, ‘인디 신작상’까지 3개 부문을 석권했다.
e스포츠 부문에서는 한국의 활약이 돋보였다. 작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한 T1이 ‘e스포츠 팀상’, ‘페이커’ 이상혁이 2년 연속 ‘e스포츠 선수상’을 수상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3년 만에 ‘e스포츠 게임상’ 부문을 탈환했다.
스팀 어워드 2024의 ‘올해의 게임’ 부문은 <검은 신화: 오공>이 차지했다. ‘중국 최초의 AAA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게임은 ‘내가 못하는 최고의 게임’과 ‘압도적인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 부문까지 총 3관왕을 달성하며, 특히 중국 유저들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실제 판매고와 최대 동시접속자 수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팀 어워드 올해의 게임 <검은 신화: 오공> 출처 : Steam다양한 장르의 게임들도 각자의 특색을 인정받았다. ‘함께하면 더 재밌어’ 상은 <헬다이버즈 2(Helldivers 2)>가, ‘뛰어난 비주얼 스타일’ 상은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가 수상했다. 출시 후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지원한 게임에 수상하는 ‘어버이의 은혜’ 상은 완성도 높은 확장팩으로 호평을 받았던 <엘든 링>이 수상했다.
플레이어들의 선택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객관적 흥행 지표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검은 신화: 오공>, <헬다이버즈 2>, <팰월드(Palworld)> 등은 스팀이 매출액과 동시접속자 수 지표를 반영해 선정하는 ‘플래티넘’ 등급 게임에도 이름을 올리며, 화제성과 상업적 성공 모두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4년 양 시상식에서는 게임산업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양 시상식의 ‘올해의 게임’ 수상작이 각각 일본, 중국에서 배출되었고, 특히 더 게임 어워드는 ‘올해의 게임’ 후보 6개작 중 5개작이 동아시아권에서 배출되었다. 게임업계의 전통 강국인 일본 뿐 아니라, 중국 또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올해 수상작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장르의 다양성이다. 가족용 게임인 <아스트로 봇>부터 하드코어 액션 RPG인 <검은 신화: 오공>, 포커 기반의 1인 개발 덱빌딩 게임인 <발라트로>까지 각기 다른 장르의 게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했다. 이는 게임이라는 분야에 정해진 성공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님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대형 게임 개발사의 작품뿐 아니라 1인 개발자나 소규모 스튜디오의 게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게임의 규모나 투입의 크기보다 창의성과 게임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라트로>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산업 일선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생성형 AI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언리얼이나 유니티 엔진이 제공하고 있는 예제나 에셋 등 기초 개발 도구도 점차 발전하고 있으며, AI는 그래픽, 시나리오 분야에서도 점차 상용화되어가고 있다. 자본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1인 및 소규모 개발사에게도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제작사나 배급사에서도 1인 및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게임업계 전반의 채용이 얼어붙은 지금, AI를 무기삼은 창의적인 1인 개발자 및 소규모 제작사들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성과 개성이 게임의 평가를 좌우한다는 점은 이번 양대 시상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스트로 봇>이 보여준 직관적이고 혁신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검은 신화: 오공>이 선보인 도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전투 시스템과 완성도는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성과 개성이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요소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산 게임으로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더 게임 어워드에서 2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한국산 게임은 소수가 각종 부문의 후보 명단에 들고는 있으나, 실제 수상으로 이어진 것은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게임 성공의 척도에 대한 시각 변화가 필수적이다. 개성과 독창성, 완성도가 아니라 상업적 성공 공식으로 게임의 성패를 가늠하고, 과금 모델을 가다듬는 데에만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게임의 개성과 독창성을 등한시한 채 글로벌 게임 시상식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기간의 영업이익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업계 전반의 기조가 시장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렇게 개성을 등한시한 업계의 기조는 새로운 IP의 부족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고, 과금과 BM에 지나치게 얽메여 기존의 성공 모델을 답습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난항은 이미 시작되었으나, 그간의 관성을 뒤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산 게임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갖추고,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와 그에 따른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