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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CES 2025

글로벌 게임 캘린더

1CES 2025의 주요 하이라이트

글로벌 기술 혁신의 중심, CES 2025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Counsumer Electronics Show)가 2025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58회를 맞은 CES는 “Dive in”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180개국에서 4,000여 기업이 참가해 미래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행사장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와 베네시안 엑스포를 중심으로, AI·로보틱스, 게임·메타버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테마존으로 구성되었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196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전자 및 IT 산업 전시회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이 처음 공개되는 무대다.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TA)가 주관하며, 초기에는 가전제품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술 산업의 흐름을 조망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MWC, IFA와 함께 세계 3대 IT·전자 전시회로 꼽히며, 기업들이 신기술과 미래 전략을 선보이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 중이다.

CES 2025 배너 출처 : GITEX GLOBAL

이번 CES의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8년 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Jensen Huang) NVIDIA CEO의 발표였다. 8년 사이 AI 칩 시장을 선도하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한 NVIDIA의 젠슨 황 CEO는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비롯한 차세대 AI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기술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AI의 고도화와 물리 영역 진출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잘 보여주었다. 새로운 그래픽카드 라인업인 RTX 50 시리즈의 공개도 이어져 NVIDIA는 이번 CES의 다양한 부문에서 혁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전시면적 28만㎡에서 진행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14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방문했다. 특히 스타트업관 ‘유레카 파크’에는 1,200개 이상의 신생 기업이 참가해 혁신 기술을 선보였으며, C Space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조망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CES 2025에서 기조연설 중인 NVIDIA의 젠슨 황 출처 : CES

미래를 제시한 기술 트렌드

작년의 CES가 AI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이었다면, 2025년 CES는 AI 기술의 실제 산업 분야로의 적용이 확산하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AI는 헬스케어, 모빌리티, 제조업, 스마트홈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들이 다수 새로 소개되었다. 삼성전자는 ‘AI for All: 경험과 혁신의 확장’을 주제로 AI 스마트홈 전략을 발표하며,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통해 연결된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하는 AI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LG전자는 ‘인캐빈 센싱’ 기술을 공개하여 차량 내부 환경을 AI가 자동으로 인식하고 운전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모빌리티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 모비스 또한 운전자의 뇌파를 감지하여 졸음운전 위험을 경고하는 ‘엠브레인(M.Brain)’ 시스템을 시연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AFEELA 1’ 전기차가 공개되었으며, BMW는 차세대 플랫폼을 소개하며 개인 맞춤형 차량 인터페이스와 AI 기반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선보였다.

CES 2025 삼성 부스 전경 출처: Samsung Newsroom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애보트(Abbott)의 바이오 웨어러블 혈당측정 솔루션인 ‘링고(Lingo)’가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다쏘시스템(Dassault Systems)의 ‘디지털 트윈 바디’ 기술이 전시되며, AI 기반 인체 모델링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되는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로봇공학 분야에서는 위로보틱스의 ‘WIM’ 웨어러블 로봇이 공개되었으며, 포스코이앤씨와 아이티원이 공동개발한 ‘콘크리트 시공 이음부 요철 생성 로봇’은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한, 토트(THOTH)는 ‘DisMantleBot’을 전시하며 전기차 폐배터리 해체 작업을 위한 AI 기반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항공 산업에서는 Delta Airlines의 AI 기반 여행 보조 도구 ‘Delta Concierge’가 공개되며, 여행 경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게임산업과 CES 2025

게임산업에 접목된 최신 기술

이번 CES 2025의 게이밍 부문의 혁신 역시 AI가 주도했다. NVIDIA는 새로운 그래픽카드 외에도 게임 개발과 플레이 경험을 위한 AI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DLSS 4’는 프레임당 3개의 추가 프레임을 AI로 생성해 게임 성능을 최대 8배까지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또한 기업들의 안정적인 AI 에이전트 구축을 위한 ‘NIM 마이크로서비스’도 공개되어 개인 및 소규모 개발사의 AI 활용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또한 NVIDIA는 ‘Agentic AI’ 플랫폼을 공개하여 기업들이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통해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AI 자동화와 효율성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NVIDIA의 ‘Agentic AI’ 발표 현장 출처: AP NEWS

HP는 게임 성능 최적화를 위한 세계 최초의 AI 기반 원클릭 솔루션인 'OMEN AI Beta'를 선보였다. 레이저는 실시간 게임 분석과 코칭을 제공하는 AI 코파일럿 'Project AVA'를, MSI는 NVIDIA ACE 기반의 AI 로봇 등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이처럼 빅테크뿐 아니라 게이밍 특화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 최적화 솔루션을 선보이며 게임산업의 AI 기반 혁신이 이미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레노버는 ‘Legion Space’ 통합 게임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인 AI 기능들을 공개했다. ‘Game Coach’는 사용자의 입력을 분석해 반응 시간과 정확도 향상을 위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며, ‘Game Clip Master’는 생성형 AI로 게임 플레이 하이라이트를 자동으로 편집한다. 실시간으로 게임 플레이를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는 AI 아바타 ‘Game Companion’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게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혁신 사례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는 NVIDIA가 스스로 ‘게임 체인저’라고 칭한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GeForce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는 새로운 GDDR7 메모리를 통해 최대 1.8TBN/s의 메모리 대역폭과 92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전 세대 대비 1.5배에서 3배 상승한 성능이다. AMD 역시 RDNA 4 아키텍처를 적용한 Radeon RX 9070 시리즈로 대응했는데, 3세대 레이 트레이싱 가속기와 2세대 AI 가속기를 탑재해 차세대 게임 그래픽의 기준을 제시했다.

게이밍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ASUS가 ROG Swift OLED PG27UCDM(27인치 4K, 240Hz)과 500Hz 리프레시 레이트의 ROG Strix OLED를 선보였고, 레노버는 8인치 Legion Go S와 8.8인치 OLED 디스플레이의 차세대 Legion Go 프로토타입으로 휴대용 게이밍 시장 공략에 나섰다.

GeForce RTX 50 시리즈 성능 비교표 출처: NVIDIA

XR 게이밍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졌다. XREAL은 57도 시야각과 X1 공간 컴퓨팅 칩을 탑재한 XREAL One Pro를, Play For Dream은 8K microOLED 디스플레이와 Tobii XR5 아이트래킹 기술을 적용한 MR 헤드셋을 공개했다. OPTIX의 8K VR Pancake Module은 115도의 광시야각과 포비에이티드 렌더링을 지원해 몰입감 있는 VR 게임 경험을 제시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한국의 크래프톤이 NVIDIA와 공동 개발한 AI 기술 ‘CPC(Co-Playable Character)’가 주목을 받았다. CPC는 NVIDIA 에이스(ACE) 기술로 구축된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을 IP와 <인조이(inZOI)>에 적용해 시연했는데, 특히 인조이의 ‘Smart Zo’는 독특한 성격과 감정을 지닌 CPC로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과 맞물린 게임 속 AI 기술의 접목이 게임산업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음이 이번 CES 2025를 통해 확인되었다.

크래프톤의 CPC 기술 발표 현장 출처: 크래프톤

3한국 게임업계를 위한 CES 2025의 시사점

CES 2025에서 확인한 글로벌 트렌드

이번 CES에서 게임산업은 단순한 응용 분야를 넘어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분야로 주목받았다. 특히 게임에 특화된 AI 기술과 개발 도구의 진화가 두드러졌다. NVIDIA의 ‘Agentic AI’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재정의할 만한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크래프톤의 ‘CPC’ 기술은 AI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게임 속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게임산업 생태계 자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레노버와 HP등 게이밍 하드웨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들도 AI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AI 산업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게이밍 특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게임이 AI 기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는 동시에, AI 발전의 실험 무대 역할을 게임이 수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의 성과와 과제

2025년 CES에서 한국은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인정받으며 ‘이노베이션 챔피언’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전 세계 75개국을 대상으로 기술무역, 정보교환, 스타트업 생태계, 디지털 투명성 등 15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다. 2023년 평가에서는 두 번째 그룹인 '이노베이션 리더스' 그룹에 속했으나, 올해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과 함께 최상위 그룹으로 선정되었다. 이는 가전, IT,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한국의 기업들 역시 CES 2025 혁신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차 발표 기준으로 전체 292개 수상 기업 중 129개사가 한국 기업으로, 165개의 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각각 60개, 16개와 15개 기업이 수상한 미국, 중국, 일본이 뒤를 이었다. CES 수상이 해외 시장에서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인식되어 우리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전시 전략을 구사하며, 그들의 수많은 협력사 및 계열사가 CES에 참가한 결과다. 이들을 포함해 많은 기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출품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AI 접목 측면에서는 많은 도전 과제들이 제시되었다. 특히 게임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되는 AI 엔진과 개발 플랫폼 분야에서는 NVIDIA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영향력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크래프톤과 NVIDIA의 CPC 기술 협력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양사의 협력으로 탄생한 AI 기반 NPC 시스템은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델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AI 시대를 맞은 게임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글로벌 기업들의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CES 2025는 게임산업 역시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게임업계는 가지고 있는 강점은 살리되,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인 협력과 벤치마킹을 통해 보완하는 유연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특히 하드웨어 기술력과 AI의 결합,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등 이번 CES에서 확인된 다양한 가능성들은 한국 게임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시켜 앞으로의 CES에서 한국의 기술과 제품에 더 많은 세계의 이목이 쏠리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CES 홈페이지. (n.d.).
  2. Samsung Newsroom. (2025.01.08.). [CES 2025] Home of the Future: Samsung Redefines the Standard for Smart Homes.
  3. AP News. (2025.01.08). Biggest Nvidia takeaways from Jensen Huang’s CES 2025 keynote.
  4. NVIDIA 홈페이지. (n.d.).
  5. 크래프톤 홒메이지. (2025.01.09). [CES 2025] 크래프톤,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술 ‘CPC’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