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Game Calendar

[리뷰] 2025 지스타

글로벌 게임 캘린더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2025 지스타,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로의 진화

역대급 국제화와 다양성 확대로 새로운 도약

2025년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1회 지스타는 44개국 1,273개사가 참여해 3,269개 부스를 운영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행사는 블리자드, 세가·아틀러스, 반다이남코, 워호스 스튜디오 등 글로벌 퍼블리셔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콘솔과 PC 게임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고, 관람객들의 연령층과 취향도 한층 다양해졌다. 엔씨소프트가 메인 스폰서로 나서 300부스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단독 운영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BTC(일반 관람객)와 BTB(비즈니스) 홀이 층별로 분리 운영되며 관람 동선과 비즈니스 미팅 공간이 효율적으로 구분된 점이었다. 일반 관람객들은 체험 중심의 전시를 즐기는 동안, BTB 라운지에서는 국내외 개발사·퍼블리셔·투자사들이 차기 협업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한 '지스타 네트워크 파티'에는 삼성전자, 넥써쓰, 스마일게이트, Xsolla, Tencent Cloud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참여해 파트너십 논의를 활발히 진행했다.

<그림> 2025 지스타 전시장 전경
출처: 자체 현장조사 자료

‘이야기와 서사의 확장’ 테마로 게임의 문화적 가치 재조명

이번 지스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와 서사의 확장(Expansion of Stories and Narrative)’이라는 명확한 주제 아래 전시 전체가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전시장 곳곳에는 문정후 작가(‘용비불패’, ‘아수라’)와 협업한 공식 키비주얼이 벡스코 외벽부터 내부 배너까지 일관되게 적용되어 있었는데, 가상의 세계가 현실로 확장되는 순간을 형상화한 이 이미지는 관람객들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전시장 내부는 은은한 조명과 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해 각 부스마다 고유한 세계관을 연출했고, 이는 단순한 게임 시연을 넘어 ‘체험형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진화한 모습이었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개막 첫날 오전 11시 무렵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2> 시연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수시간의 대기를 감수하며 손에 휴대용 의자나 음료를 들고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이처럼 체험 중심의 부스 설계가 확대되면서 단순 전시 관람에서 몰입형 콘텐츠 체험으로 지스타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림> 2025 지스타 키비주얼
출처: 지스타
<그림> 2025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 전경
출처: 자체 현장조사 자료

2. 체험 환경과 신작 중심 전시 확대

엔씨소프트 메인 스폰서 300부스 규모 신작 5종 대규모 공개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스는 단연 메인 스폰서 엔씨소프트였다. 300부스를 단독으로 운영하며 신작 5종을 대대적으로 선보인 엔씨소프트는 RTX50 GPU를 장착한 최신 고사양 체험 장비를 대거 투입해 관람객들에게 차세대 게임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아이온 2>,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신더 시티>, <타임 테이커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MMORPG부터 슈팅, 액션, 서브컬처 장르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폭넓은 게이머층의 관심을 끌었다. 부스 내부에는 AR·VR 체험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미래 게임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국내 주요 게임사의 신작 중심 전시와 테마형 체험 공간 운영

넷마블은 112부스 규모에 145개 시연대를 배치해 방문객들이 대기 시간 없이 다양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프로젝트 이블베인(EVILBANE)>과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 등 4종의 신작을 선보였으며, 특히 야외에는 미공개 게임 시연관을 별도로 운영해 프리미엄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실제로 야외 시연관은 독립된 공간감과 몰입형 디자인으로 인해 게임 속 세계에 진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고, 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크래프톤은 이번 지스타에서 <팰월드 모바일>을 처음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테마파크처럼 재현한 체험존은 게임 속 물품을 직접 획득하는 미션형 콘텐츠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웹젠은 새로운 서브컬처 게임 <게이트 오브 게이츠> 시연과 함께 자사 대표 IP 뮤의 다음 프로젝트를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공개하며 IP 기반 콘텐츠 확장 전략을 선보였다. 한편 해외 퍼블리셔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워호스 스튜디오, 세가·아틀러스, 반다이남코, 유니티, 블리자드 등은 기존 인기 타이틀의 시연과 함께 라이브 스테이지, 팬 미팅 등 팬덤 중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글로벌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특히 블리자드 부스에서는 <디아블로 4>와 <오버워치 2>의 최신 업데이트를 체험할 수 있었고, 반다이남코는 <엘든 링> 시리즈 관련 굿즈 판매와 팬 이벤트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지스타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 페스티벌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림> 넷마블 부스 및 <팰월드 모바일> 부스
출처: 자체 현장조사 자료

400부스 규모 인디 쇼케이스와 글로벌 창작 생태계 확장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인디 게임 전시존 ‘Indie Showcase 2.0: Galaxy’는 올해 400부스 규모로 확장되어 제2전시장 대부분을 차지했다. 스팀덱(코모도), 유니티, 디스코드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해외 인디 개발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게임 세계관을 소개했는데, 한국뿐 아니라 스페인,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인디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인디 쇼케이스를 돌아다니며 살펴본 결과, 작은 규모의 팀이라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서사가 빛나면 대형 게임 못지않은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몇몇 개발자는 현장에서 관람객들과 즉석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게임 업데이트 방향을 논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창작자와 유저가 직접 소통하며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는 인디 게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G-CON 2025는 올해 ‘내러티브(Narrative)’를 메인 테마로 삼아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호리이 유지, <니어: 오토마타>의 요코 타로, 영화 감독 변성현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연사로 참여하며 게임과 영화·웹툰·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크로스오버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이전보다 토크와 대담 형식이 강화되어 청중과의 상호작용이 크게 늘어났고,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 간 교류와 영감을 나누는 장으로 기능했다. 실제로 G-CON에 참석한 많은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들은 “게임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종합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림> 인디 게임 전시존 및 스팀덱 체험 부스
출처: 자체 현장조사 자료

3. 한국 게임산업의 시사점과 향후 과제

IP 기반 서사 확장과 크로스미디어 협업 강화

2025 지스타가 '이야기와 서사의 확장'을 주제로 내세운 것은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라 게임산업의 방향성 전환을 상징하는 신호탄이었다. 게임이 더 이상 단독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가 아니라, 영화·드라마·웹툰·애니메이션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하나의 IP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G-CON에서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이 모여 스토리텔링을 논의한 것은 이러한 크로스미디어 협업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었다. 한국 게임산업은 이미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강력한 원천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게임으로 확장하고 다시 영상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이번 지스타에서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이 보여준 세계관 기반 체험 설계는 이러한 IP 확장 전략의 구체적 실천 사례로 볼 수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게임사들이 단순한 게임 개발을 넘어 종합 IP 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 중심의 전시 설계는 게임이 기술 경쟁에서 경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그래픽 품질이나 시스템 완성도가 게임의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깊이 있는 서사를 제공하고 플레이어에게 감정적 몰입을 선사하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게임 내 스토리를 잘 쓰는 것을 넘어, 캐릭터 포토존, 코스튬플레이, 개발자 토크 등 오프라인 체험 공간에서도 일관된 세계관을 구현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국 게임산업은 높은 수준의 비주얼 제작 능력과 UI/UX 설계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여기에 서사적 깊이를 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디 생태계 지원과 글로벌 파트너십 네트워킹 확대

400부스 규모로 확장된 인디 쇼케이스는 한국 게임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동안, 인디 개발자들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게임의 예술적·문화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지스타에서 만난 여러 인디 개발자들은 단순히 게임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창작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이는 게임이 상업적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게임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디 개발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스팀덱, 유니티, 디스코드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인디 게임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BTB 네트워크 라운지와 지스타 네트워크 파티에서 이루어진 활발한 비즈니스 교류는 지스타가 단순한 전시 행사를 넘어 글로벌 게임 생태계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Tencent Cloud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참여해 한국 게임사들과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은 한국이 아시아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다. 향후 한국 게임산업은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더욱 강화하고, 단순히 게임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공동 개발, 기술 협력, IP 라이선싱 등 다층적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2025 지스타는 게임산업이 기술과 서사, 그리고 협력의 세 축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으며, 한국 게임산업이 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참고문헌

  • Korea Daily, "지스타 2025, 엔씨소프트 메인스폰서 첫 참여...총 3010부스 확정", 2025.09.20,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50920080149494
  • Chosun Ilbo, "부산서 지스타2025 개막, 44국서 1273사 참가... 작년보다 규모 줄어", 2025.11.13,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11/13/M23PWVMXOFD4PHYRXNOMZWM55I/
  • Pulse News, "Global game exhibition G‑Star kicks off in Busan", 2025.11.13, https://pulse.mk.co.kr/news/english/11467208
  • Korea Daily, "'이제 규모에서 이야기로'…2025 지스타, 13일 개막 44개국 1273개사 3269부스 참가", 2025.11.12,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5111222182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