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5 도쿄 인디게임 서밋
글로벌 게임 캘린더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지역 특성과 인디게임의 시너지를 보여준 TIGS 2025
행사 개요 및 개최 배경
도쿄 인디게임 서밋(Tokyo Indie Games Summit, 이하 TIGS)은 2023년 도쿄 무사시노시 키치조지(吉祥寺)를 거점으로 처음 시작된 인디게임 전시·체험 행사로, 지역 기반의 창작 문화와 게임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문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심 상업지구 전체를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무사시노 공회당(武蔵野公会堂)을 메인 회장으로 설정하고 마루이(丸井), 파르코(パルコ), 도큐 REI 호텔 등의 상업시설이 서브 회장으로 참여하였다. 도심 속 공간 분산형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함에 따라, 행사 규모와 인지도가 발 빠르게 성장하였다.
2025년 제3회 TIGS는 3월 8~9일 이틀간 개최되었으며, 첫째 날은 ‘비즈니스 데이’, 둘째 날은 ‘일반 관람객 데이’로 구분되어 운영되었다. 올해는 200여 개 작품이 전시되고 약 50개 팀이 참여하였으며, 총 관람객 수는 약 23,802명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였다.
<그림> 2025 도쿄 인디게임 서밋 키비주얼
TIGS의 성장 양상과 다른 인디게임 행사와의 주요 차별점
TIGS는 단 3년 만에 전시 규모, 참여 개발자, 관람객 수 측면에서 모두 가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2025년에는 영어·중국어 지원 시스템이 확대되고, 해외 미디어와 퍼블리셔의 참여도 증가함에 따라 본격적인 국제화를 위한 기반을 갖추었다. Devolver Digital, TinyBuild 등 글로벌 퍼블리셔가 비즈니스 데이에 피칭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일본 외 개발자와 게임 외 산업군의 참가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TIGS는 BitSummit(비트서밋, 교토), Tokyo Game Dungeon(도쿄), Digige Summit(나고야) 등 기존 일본 인디게임 행사들과 구분되는 도시 구조 활용 모델로서, '문화 지구 전체의 게임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전시회들이 대형 컨벤션 센터에 집중된 데 비해, TIGS는 인근 카페, 쇼핑몰, 중고서점까지 아우르며 일상 공간 속에서 게임을 경험하게 하는 구조로 기획되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인디게임을 팬덤 위주 콘텐츠가 아닌 지역 문화와 결합된 공공 문화 자산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TIGS 2025 구역 지도
2. 도시 전체가 행사장, 키치조지 모델
도심형 분산 구조와 메인·서브 행사장 구성
TIGS의 가장 핵심적인 운영 특징은 ‘하나의 대형 행사장’이 아닌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한 분산형 구조’에 있다. 메인 행사장이었던 무사시노 공회당(武蔵野公会堂)은 규모 면에서는 중소형 다목적 홀에 불과하지만, 주변에 위치한 복합상업시설인 마루이(丸井), 파르코(パルコ), 도큐 REI 호텔 등이 서브 행사장으로 기능하며 전체 행사 범위를 공간적으로 확장시켰다.
각 서브 행사장은 고유의 상업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콘텐츠 큐레이션이 달리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마루이에는 고감도 디자인 게임과 비주얼 중심의 체험물이 배치되었고, 어린이 및 가족단위 방문객 비중이 높은 도큐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들이 전시되었다. 이러한 ‘공간 맥락 기반 큐레이션’은 일관된 전시 콘셉트 제공뿐 아니라 공간 체험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키치조지 일대 상점가에서는 약 30여 개의 점포가 자발적으로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하여, 인디게임 테마 메뉴·상품 판매와 관련 장식물을 비치하였다. 이는 TIGS의 공간 활용이 단순 유동 경로 설계에 그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문화적 상호작용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표> TIGS 2025 주요 행사장 구성 및 역할
관람객 동선 설계와 체험 중심 구성 전략
TIGS는 단순한 전시 나열을 넘어, 관람객이 도시를 뒤따라 이동하며 ‘여행하듯’ 게임을 접할 수 있도록 이동 경로와 체험 요소를 정밀히 설계했다. 무사시노 공회당에서 시작한 관람객들은 파르코와 마루이를 거쳐 도큐백화점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각기 다른 테마의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되었으며, 거리 곳곳에는 안내 표지와 모바일 앱 기반 안내 시스템이 배치되었다.
특히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인 ‘게임 스탬프 랠리’가 효과적으로 작용하였다. 주 행사장 및 서브 행사장을 모두 방문해 스탬프를 수집한 참가자에게는 인디게임 한정 굿즈 혹은 할인권이 주어졌으며, 이는 관람객들이 도시 전체를 고루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기제로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체험형 접근은 TIGS가 지향하는 ‘도시화된 게임 축제’ 콘셉트를 현실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문화∙상업 공간의 융합과 도시형 게임축제 모델
키치조지(Kichijoji)는 일본 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음악, 중고서적, 디자인 등 다양한 하위문화(서브컬처)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일반적인 유흥 상권이 아니라 ‘생활 밀착형 창작지구’로서의 특색이 강하다. TIGS는 이와 같은 지역의 문화적 DNA와 인디게임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을 교차시켜, 단순 콘텐츠 발표를 넘어 서브컬처-게임 간의 매개 플랫폼으로 기능하였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관이자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만드는 TIGS의 모델은, 단기간 고도성장을 이뤄야 하는 대도시형 게임 비즈니스 모델과는 차별화된다. 소형 도시, 중소 상권, 복합상업시설이 밀집된 구역에서도 충분한 확장성과 체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도시형 창작 문화축제 기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도쿄 인디게임 서밋이 키치조지 지역의 비게임 인구층에게도 인디게임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쇼핑이나 식사를 위해 키치조지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행사를 접한 방문객들이 인디게임을 체험하고 구매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다. 이는 인디게임의 대중적 인지도 향상에 기여함과 동시에, 게임 행사가 폐쇄적인 팬 커뮤니티를 넘어 더 넓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3. 한국형 인디게임 거리 조성 전략
한국 내 지역 후보지 잠재력 분석
TIGS의 키치조지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도시 공간 특성, 문화적 생태계, 창작 인프라, 상업시설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역별 적합성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잠재적 ‘인디게임 거리’ 후보지로는 홍대/합정, 성수동, 판교/분당 지역이 주목받고 있으며, 각 지역은 상이한 문화적 정체성과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홍대/합정은 인디 음악과 예술 중심의 복합문화 지역으로, TIGS의 창작자 중심 모델과 유사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성수동은 전통 제조업 기반 위에 창의 산업과 스타트업 문화가 융합된 지역으로, 하드웨어/실험적 전시 콘텐츠에 적합하다. 판교/분당은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대형 게임사와 개발 인프라가 풍부하나, 상대적으로 생활문화나 서브컬처 기반은 약하다.
<표> 일본 키치조지와 한국 주요 후보 지역 비교
한국 도시구조 맞춤 행사 설계 제언
TIGS의 성공적 확산 요소 중 하나는 지역 공간 구조와 행사 콘텐츠 간의 유기적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한국 도시들의 경우, 도쿄에 비해 고층화된 건물 분포, 지하상가-야외 거리 복합 구조, 대형 몰 중심 상권 등 독자적인 공간적 특징을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형 행사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복합 쇼핑몰 ↔ 골목 상점 이원화 구조를 반영하여 대형 공간은 메인 행사장, 골목 기반 상점은 체험존으로 구성한다. 지하철 기반 동선 설계 고려하여 지하상가 및 연결통로를 활용한 스탬프 랠리, 안내 콘텐츠를 또한 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야외/공원과 연계하여 초여름·가을형 도심형 게임 체험 행사 개최도 시도해볼 수 있다.
TIGS를 넘어선 한국형 모델 구축의 방향성
TIGS는 일본이라는 맥락 안에서 탄생한 특정 공간 중심 모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일상 공간 속 실험적 창작의 공동화(共動化)’라는 보편적 패턴을 담고 있다. TIGS의 성공은 기술도, 예산도 아닌 ‘도시 전략과 문화 맥락의 정합성’에서 비롯되었으며, 한국의 다양한 도시들도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창작 문화 도시로 탈바꿈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 홍대, 성수, 부산 전포·대연, 대전 으능정이 거리 등 소규모 상권과 문화공간이 활발한 곳에서 TIGS의 공간 모델을 접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 연계 체험 콘텐츠나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 등 ‘복합 문화 가치 기획’을 지속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인디게임산업 지원을 넘어서, 한국의 도시가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 Games Industry, "Japanese indie publishers steer Tokyo Indie Games Summit: Companies are paying attention", 2025년 3월 15일, https://www.gamesindustry.biz/japanese-indie-publishers-steer-tokyo-indie-games-summit-companies-are-paying-attention
- Games Industry, "2025's Tokyo Indie Game Summit is the biggest yet, attracting 23,000 attendees", 2025년 3월 18일, https://www.gamesindustry.biz/2025s-tokyo-indie-game-summit-is-the-biggest-yet-attracting-23000-attendees4
- GameWith,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レポート:注目の新作タイトル", 2025년 3월 16일, https://gamewith.jp/pc/article/show/3118
- GameWith, "インディーゲーム開発者インタビュー:成功への道のり", 2025년 3월 17일, https://gamewith.jp/pc/game/article/show/12471/41105
- 電撃オンライン,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で見つけた期待の10タイトル", 2025년 3월 15일, https://dengekionline.com/article/202503/35987
- 4Gamer.net,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業界動向と投資家の反応", 2025년 3월 14일, https://www.4gamer.net/games/999/G999905/20250314049/
- Goo News,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日本のインディーシーンの成長と課題", 2025년 3월 16일, https://news.goo.ne.jp/article/gamespark/trend/gamespark-150281.html#google_vignette
- PR TIMES,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公式レポートと来年の展望", 2025년 3월 18일,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215.000053399.html
- GetNews,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海外からの注目度上昇", 2025년 3월 17일, https://getnews.jp/archives/3605053
- ファミ通, "東京インディーゲームサミット2025:開発者インタビュー特集", 2025년 3월 16일, https://www.famitsu.com/article/202503/35583
- Otaku USA Magazine, "100 New Titles to Discover at Tokyo Indie Games Summit 2025", 2025년 3월 15일, https://otakuusamagazine.com/100-new-titles-to-discover-at-tokyo-indie-games-summit-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