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게임시장 현황
글로벌 이머징 마켓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말레이시아 게임시장 급성장과 동남아 전략 거점 부상
동남아 게임시장 성장 가속화 속 말레이시아의 전략적 가치 부상
동남아시아 게임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말레이시아가 핵심 전략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All Correct Games에 따르면 SEA-6(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게임시장 규모는 2024년 약 59억 달러에서 2025년 63억 달러, 2027년에는 73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말레이시아 게임시장 매출은 2024년 약 6~9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7년에는 8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역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개발사들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말레이시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슬람 문화권과 중화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이중 문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GAM3S에 따르면 영어 보급률이 높고 언어 장벽이 낮아 글로벌 개발사들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바일 인프라와 디지털 결제 환경도 매우 발달해 있어,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지갑 등 전자결제가 게이머들 사이에 가장 선호되는 결제수단으로 정착되어 있어, 이러한 시장 특성과 함께 이슬람 문화와 중국 문화가 어우러진 포용적 게임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모바일 퍼스트’ 게임환경과 세계 최고 수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
말레이시아 게임시장은 ‘모바일 퍼스트’ 환경이 뚜렷하게 정착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매출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모바일 비중이 압도적이며, 이는 동남아 전체의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또한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말레이시아는 매우 양호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DataReportal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터넷 보급률은 약 97%로 인구 대부분이 온라인에 접속 가능하며, 모바일 인터넷 속도 중앙값도 전년 대비 83% 향상된 약 66.6Mbps에 달해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초고속 모바일 통신(4G LTE 및 5G)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이나 스트리밍 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결제 환경에서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Bernama에 따르면 디지털 지갑 사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2024년 조사에서 말레이시아인의 63%가 모바일 지갑을 통한 결제를 이용한다고 보고되었다. 이는 글로벌 최고치로, 전통적 현금이나 카드보다 전자결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게임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 지갑 사용률이 매우 높으며, 동남아 게이머의 75% 이상이 게임 아이템 구매 시 e-지갑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Touch’n Go, GrabPay 등의 현지 프로그램이나 이동통신사 충전 결제 등이 게임 아이템 구매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 현지화된 결제 옵션 제공이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표> 말레이시아 디지털 인프라 지표 및 결제수단 선호도 현황
2. 포용적 게임환경과 문화 현지화 성공 모델 확산
이중 문화 배경이 만들어낸 포용적 게임환경과 현지화 마케팅 확산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이중 문화 배경은 게임 소비 환경에도 뚜렷이 반영되어 포용적 게임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인구 구성상 말레이계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지만(약 60%), 중국계도 25% 내외, 그 외 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만큼 사회·문화 전반에 이슬람 규범과 관습의 영향력이 크지만, 동시에 중화권 문화와 기타 다민족 문화에 대한 포용성과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게임 콘텐츠 역시 다양한 문화 요소를 수용하면서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종교적·문화적 축제 기간에 개발사들이 현지 플레이어를 위한 특별 이벤트를 여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말레이시아 게임시장의 차별화된 특성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는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라마단 특별 캠페인이다. 매년 이슬람력의 라마단 기간과 이어지는 하리 라야(Hari Raya, 이슬람 금식월 종료 축제) 시즌은 말레이시아의 대목인데, 개발사 Moonton에 따르면 2025년 라마단 특별 캠페인으로 말레이시아 유저 10명에게 성지순례 ‘움라(Umrah)’ 여행을 보내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대형 개발사들은 라마단/하리 라야 기간에 게임 내 특별 미션이나 아이템 증정, 현지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무슬림 유저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게이머들을 겨냥해서는 중국 춘절(설) 기간에 맞춘 이벤트나 아이템 출시가 흔하다.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중국 음력설 스킨, 붉은 봉투(홍바오) 아이템, 춘절 특별 퀘스트 등을 도입하여 중화권 유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림>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말레이시아 라마단 이벤트 홍보 이미지

이슬람 가치관 존중 필요성과 게임 콘텐츠 규제 대응 중요성 부각
말레이시아의 포용적 게임환경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규제 측면에서는 이슬람 문화적 고려가 필수적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사회는 이슬람의 가치관을 해치는 콘텐츠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어, 개발사들은 현지 규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에 EA가 유통한 액션게임 <단테스 인페르노(Dante’s Inferno)>가 지옥을 소재로 기독교적 지옥 묘사와 잔혹 연출을 담았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이슬람 당국(JAIS)에 의해 발매 일주일 만에 금지되었다. 또한 2017년 말레이시아멀티미디어위원회(MCMC)는 여러 신들의 격투를 다룬 게임 <파이트 오브 갓즈(Fight of Gods)>가 종교적 정서를 해친다고 판단하여 스팀 전체에 일시 접속 차단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조치는 밸브(Valve)가 해당 게임을 말레이시아에서 차단한 뒤에야 해제되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영화 검열위원회와 달리 전담 게임등급 기구는 부재한 상황이며, 유통사들은 일반적으로 국제 등급제(ESRB, PEGI 등) 표기를 참고하고 있다. 결국 자율규제와 정부 모니터링이 혼합된 형태로 볼 수 있어, 개발사들은 현지 문화와 규범을 존중하는 콘텐츠 수정 및 검열 대응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폭력성이나 잔혹 표현, 노골적 성적 콘텐츠, 도박 요소, 그리고 반무슬림적 소재 등은 유해 콘텐츠로 간주되어 유통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이슬람에서 금기시되는 요소인 돼지 캐릭터나 종교 모독적 내용은 말레이시아판에서 대체 이미지로 교체하거나 아예 제외하는 편이 안전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필요시 게임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으므로, 출시 전 현지 법규와 문화적 금기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표> 말레이시아 게임 콘텐츠 규제 사례 및 주요 금기 요소
한국 개발사의 말레이시아 진출 가속화와 현지 협력 모델
한국 개발사들의 말레이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협력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한국의 NX3 Games가 말레이시아 Albrite Studios와 협력하여 멀티플레이어 게임 개발 및 말레이시아 퍼블리싱을 추진한 것이다. NX3는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쿠알라룸푸르에 동남아 지역본부를 설립할 계획을 밝히는 등 현지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처럼 현지 스튜디오와의 공동 개발, 현지 퍼블리셔와의 제휴는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고 규제 대응에도 유리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내에 지사를 두면 인근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변 시장을 통합 관리하기 쉬워지며, 말레이시아의 우수한 영어 인력을 활용해 지역 커뮤니티 운영과 고객지원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대형 개발사들도 말레이시아를 유망 투자지로 검토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급과 협력 논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말레이시아 통신디지털부 장관이 스마일게이트 경영진과 회동하는 등 정부 차원의 협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 개발사의 투자와 진출을 적극 환영하고 있어, 말레이시아디지털경제공사(MDEC) 등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세제 혜택, 인력 지원, 인프라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한국 개발사들의 진출을 독려하고 있어, 한국 게임업계에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된다.
3. 한국 게임산업의 현지화 전략과 동남아 확산 로드맵
문화적 민감성 고려한 단계별 현지화 전략 수립
말레이시아 게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GAM3S에 따르면 언어 현지화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영어 UI와 자막만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할 만큼 말레이시아의 영어 활용도는 높다. 다만 말레이어 지원을 추가하면 현지 정부 및 비영어권 유저에게 호감도를 높일 수 있으며, 중국계 유저 비중을 고려해 중국어(간체/번체)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 로컬라이징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명절과 행사에 맞춘 게임 내 이벤트 기획이 핵심이다. 이슬람권 축제인 라마단/하리 라야 기간에는 특별 퀘스트나 아이템 증정 이벤트로 무슬림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중국 설날에는 한정 캐릭터 스킨이나 보상을 지급하여 중국계 유저층을 공략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제 환경 최적화도 말레이시아 시장 성공의 핵심 요소다. Bernama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전자지갑 보급률 세계 1위(63%)일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생활화되어 있고, GAM3S에 따르면 게임 유저의 75% 이상이 아이템 구매에 디지털 지갑을 사용할 만큼 지갑결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Touch 'n Go, GrabPay, ShopeePay 등 현지 인기 결제수단과 이동통신사 캐시 연동을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콘텐츠 사전 검열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e-스포츠 커뮤니티 활용을 통합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현지 규범에 민감한 요소가 게임에 포함되어 있다면 사전에 수정판을 준비하고, 현지 퍼블리셔나 법률 자문을 통해 사전 심의를 받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비책이다.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한 동남아 전체 확산 로드맵 구축
말레이시아는 한국 개발사들이 동남아 전체로 진출하는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다. 말레이시아의 견고한 인프라, 개방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민감한 소비자층, 그리고 정부의 지원정책을 잘 활용한다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축적한 현지화 경험은 인접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른 시장 공략에도 귀중한 자산이 되므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말레이시아 맞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레이시아의 우수한 영어 인력을 활용해 지역 커뮤니티 운영과 고객지원을 효율화할 수 있으며, 이는 동남아 전체 시장을 통합 관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된다.
한국 게임 콘텐츠의 경쟁력에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 더해질 때, 포용적 말레이시아 게임시장에서의 성공과 더불어 동남아 전체로의 한류 게임 확산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한 동남아 진출 전략은 단순한 시장 확장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현지 게이머의 요구를 깊이 이해하는 글로벌 개발사로의 발전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은 기술적 우위와 함께 문화적 감수성을 겸비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은 한국 개발사들에게 동남아 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문헌
- GAM3S.GG, “Southeast Asian Gaming Market to Hit $7.1 Billion by 2028”, 2025년 4월 20일, https://gam3s.gg/news/southeast-asian-gaming-market/
- BERNAMA, “Malaysians Lead The World In Mobile Wallet Usage -- Survey”, 2024년 5월 28일, https://bernama.com/en/news.php?id=2302302
- SiGMA, “Malaysia's rapidly growing gaming market”, 2024년 6월 2일, https://sigma.world/news/malaysias-rapidly-growing-gaming-market/?utm_campaign=SiGMA%20Newsletter&utm_content=295458875&utm_medium=social&utm_source=linkedin&hss_channel=lcp-1714864
- Allcorrect, “The Gaming Market in Southeast Asia (SEA)”, 2025년 2월 10일, https://allcorrectgames.com/insights/the-gaming-market-in-southeast-asia-2/
- DataReportal, “Digital 2024: Malaysia — Global Digital Insights”, 2024년 2월 23일, https://datareportal.com/reports/digital-2024-malaysia
- Moonton, “Mobile Legends: Bang Bang celebrates Ramadan by sponsoring 10 Malaysian players with Umrah trips to Makkah”, 2025년 3월 7일, https://en.moonton.com/news/173.html
- Riot Games, “Celebrating Ramadan in Wild Rift Together Under the Crescent”, 2024년 3월 11일, https://www.riotgames.com/en/news/ramadan-wild-rift-event
- BERNAMA, “South Korea's Nx3 Games Plans To Open Regional Headquarters In Kuala Lumpur: Fahmi”, 2023년 9월 7일, https://www.bernama.com/en/news.php?id=2223294
- Malaysia Digital Economy Corporation (MDEC), “NX3GAMES (South Korea) & Albrite Studios (Malaysia), will collaborate to develop their next generation action adventure multiplayer IP and to be published in Malaysia.”, 2024년 11월, https://www.linkedin.com/posts/mymdec_sayadigital-malaysiadigital-activity-7252619819848511488-T1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