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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포커스

게임산업의 연이은 대형

M&A의 의미와 전망

3게임산업 M&A 트렌드

3.1. 게임구독서비스의 IP 확보 경쟁

글로벌 게임구독서비스 매출 규모 전망(단위: 억 달러)

출처: Statista(2021.5.)

구글의 스타디아를 시작으로 게임산업에서 구독서비스는 화두로 떠올랐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일부 기업들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구독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일까. 비트크래프트 벤처스(BITKRAFT Ventures)는 “이전의 구독서비스 열풍 시기와 2022년이 다른 점은 게임이 가장 가치있는 미디어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독서비스 이용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주요 게임 퍼블리싱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게임구독서비스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이 불을 MS에서 당긴 것이다. MS의 경우 MS 오피스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이 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학습했다. 게임패스는 MS 게임사업의 첨병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구독자로 이어지고 구독자 규모를 통해 더 많은 게임을 포섭하는 선순환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MS에 이어 소니도 구독서비스 강화에 나섰고, 닌텐도도 구독서비스 대열에 합류했다. 콘솔 3사가 가장 앞서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Amazon)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루나(Luna)도16 조용히 영역을 확장하는 등 더 많은 구독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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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루나는 상당히 긴 시간의 베타테스트 기간을 마치고 3월 초 미국을 대상으로 얼리 엑서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엔비디아(Nvidia)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이용자가 기본채널 또는 유비소프트 등 게임 퍼블리셔가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3월 기준 아마존 루나의 구독 채널은 8개이며, 등록된 게임은 총263개이다.

2021년 MS가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할 당시, MS의 콘텐츠 경쟁력이 커질수록 콘텐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임 플랫폼 사업자들은 게임패스를 자사 플랫폼에서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MS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콘텐츠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콘솔 게임 3사의 게임구독서비스 가입자 규모(단위: 백만 명)

출처: Statista(2022.1.) 주요 게임구독서비스의 가입자 규모(단위: 백만 명) 출처: Statista(2021.10.)

그러나 게임패스 정식 지원이 경쟁사의 핵심 서비스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모양새로 게임패스 수용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MS의 게임사업 생태계에 포섭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소니와 닌텐도의 자체 구독서비스 출시는 MS와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구독서비스 경쟁은 자연스럽게 콘텐츠 경쟁으로 연결된다. 1월 MS와 소니의 인수 발표는 상대의 핵심 콘텐츠를 하나씩 확보한 것이고, 이러한 콘텐츠 경쟁은 게임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MS와 협력을 선택한 기업도 있다. 3월 10일 MS는 벨브(Valve)의 휴대용 콘솔 스팀덱(Steam Deck)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다. MS의 게임 타이틀 중 총 14개 게임이 스팀덱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스팀덱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게임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윈도우 드라이버를 공개했다.

3.2. 빅테크의 메타버스행 여정의 첫발

앞서 콘솔 사업자들이 구독서비스 강화를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구독서비스가 패키지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콘솔 사업자가 아닌, 게임산업 전반으로 구독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애플과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도 게임구독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은 유력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PC나 콘솔 기반으로 게임이 구동되는 현재의 환경은 게임의 메타버스 이행을 가로막는 문제이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게임사들은 게임 이용자들이 계속 온라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MS가 게임구독서비스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메타버스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게임산업에서 이슈가 된 M&A의 주인공 중 상당수도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후 “게임은 모든 플랫폼을 가로지르는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어 나델라 대표의 차기 주력사업이 메타버스를 염두해 둔 게임부문이 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해리건(Kathryn Rudie Harrigan) 교수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MS가 메타(Meta)에게서 “메타버스 주도권을 뺏어오기 위한 선제 공격”이라고 해석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기업 매각 타진시 메타에게 인수 의향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게임산업이 빅테크 진영의 차세대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돌이켜보면 빅테크 기업의 게임산업 진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구글과 애플은 구독서비스를 시도한 바 있다. 애플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으나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독점게임을 자체 개발하려 했으나, 퍼스트파티까지 해체하며 스타디아를 화이트레이블17사업으로 전환했다. Amazon은 클라우드서비스를 게임사에 제공하고 게임 방송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 트위치(Twitch)를 운영하는 등 게임 플랫폼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로스트아크>의 북미 유통을 성공시킨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를 착실하게 성장시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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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자체를 상품으로 타기업에 임대 또는 판매하는 사업을 지칭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퍼스트파티 개발사 육성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MS의 경우는 콘솔사업을 시작으로 약 20년간 게임사업을 유지해 왔으나, 메타버스 경쟁의 시간표를 고려하면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게임산업 진출이 매우 늦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게임사 인수로 이어질 확률이 크고,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와 같은 대형 거래도 충분히 가능하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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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버딕트(Verdict)는 지난 1월 발표된 MS의 인수 발표가 게임산업에게는 충격적인 규모이지만, 이는 MS 기업가치의 3%에 불과하고 연간 유동성 자금 규모보다도 작다고 지적하며 게임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다른 빅테크 기업의 대형 게임사 인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텐센트도 게임기업이자 빅테크 기업으로서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폴리곤(Polygon)은 텐센트가 메타버스 비전 달성을 위해 “게임과 게임화된 소셜 미디어 경험의 융합”과 “AR과 VR로 보완된 실제 세계의 경험”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을 동시에 실행중이라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기술기업이자 콘텐츠기업으로서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경험 창출을 목적으로 한 융합 경험 ‘하이퍼 디지털 리얼리티(Hyper Digital Reality)’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 경험을 강조하기 위한 메타버스의 리브랜딩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븐 마 대표는 하이퍼 디지털 리얼리티 구축에서 게임이 기술 및 사용자 경험 다양한 측면에서 융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첨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3. 연쇄적인 M&A 경쟁 유발

몇몇 대형 글로벌 기업에서 시작한 경쟁적인 M&A는 게임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를 발표했을 때 소니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후 소니는 적지 않은 규모의 M&A를 체결했고, 이렇게 시작된 여파는 닌텐도를 주목하게 만든다.

닌텐도는 M&A를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닌텐도의 사장을 역임한 이와타 사토루19는 “닌텐도가 회사의 실질 가치를 흡수할 수 있다면 M&A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실질 가치는 회사가 아닌 사람에게 있다.”라며 단순히 규모만 커지는 M&A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다수의 닌텐도 독점작을 출시했으며, 닌텐도가 지분의 49%를 소유한 게임 스튜디오 레어(Rare)가 매물로 나왔을 때에도 닌텐도는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수하지 않았다. 레어는 결국 MS의 품에 안겼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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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타 사토루(1959-2015)는 2002년 닌텐도의 4대 사장에 취임해 좀 더 캐주얼하고 가족친화적인 닌텐도의 정체성과 현재 위상을 구축한 인물이며, 전 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의 전설적인 인물로 존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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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인수하지 않은 이유는 레어가 일부는 닌텐도와 잘 맞고, 일부는 어긋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대형 스튜디오이며, 레어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였던 팀 스탬퍼(Tim Stamper)가 계속 스튜디오 운영을 이어 갈지, 인력을 지킬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2년 레트로 스튜디오(Retro Studios)21, 2007년 모노리스(Monolith)를 인수했다. 222021년에는 레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넥스트 레벨 게임즈(Next Level Games)를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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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투자자로서 경영진의 방침 변화를 요구했으나 스튜디오 운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스튜디오 보호를 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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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모노리스의 스기 우라 사장은 닌텐도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닌텐도와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모노리스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닌텐도의 지향과 부합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노리스를 지지하기 위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모노리스는 닌텐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닌텐도 전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산업 주요 기업 소유 구도

출처: moKoKil(2022.2.)

이는 여타의 게임사처럼 코로나19 수혜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닌텐도는 최근 약 9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팀 확장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다만 다른 게임사들과는 달리 M&A 후보군을 선정하거나 이를 위한 협상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23 게임산업 전문매체 게임인더스트리비즈(Gamesindustry.biz)의 크리스토퍼 드링(Christopher Dring) 대표는 닌텐도가 구독서비스 강화를 위해 IP나 콘텐츠 확보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며, 대형 퍼블리셔와 제휴를 맺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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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지난해 인수 성명에서 “닌텐도는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만든 제품을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이며, 사내에 닌텐도 DNA가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기조를 생각하면 닌텐도가 M&A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앞으로 다른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닌텐도는 IP와 퍼스트파티 스튜디오 경쟁력이 크지만, 레어 사례처럼 협력사들이 점점 다른 경쟁사에 포섭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닌텐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들은 대부분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스스로 규모를 형성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유비소프트(Ubisoft)도 실적발표회에서 관련 문의를 들어야만 했다. 향후 출시할 게임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통될 것인가란 질문에 유비소프트의 이브 기예모(Yves Guillemot) 대표는 “모든 플랫폼은 훌륭한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처럼 훌륭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는 한 모든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서드파티 개발사로서 닌텐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비소프트는 인력, 기술력, IP, 팬 커뮤니티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제공하는 현재 상황이 자신들이 독립적으로 유지되고 지속적인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기업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M&A 제안은 직원, 게임이용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의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