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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여성 게임 이용자중심의
틈새시장 형성 가능성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여성 게임 이용자의 비율은 약 48%에 달하지만,
게임 개발 직군의 여성 종사자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아 여성 게임 이용자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 게임 이용자를 겨냥한 게임을 개발하거나 여성의 니즈를 사업과 커뮤니티 활동에 접목하는 등의 시도가 주목된다.
일회성 이벤트나 단발적인 상품 개발을 넘어 여성 중심의 게임 문화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새로운 게임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게임산업 내 여성의 비중과 위상

게임은 오랫동안 젊은 남성을 위한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여성 게임 이용자는 전 세계 게임 이용자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ESA)에 따르면1, 미국 게임 이용자의 48%가 여성이다. 남성을 위한 취미라는 게임에 대한 선입견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여성 게임 이용자가 3억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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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가 2022년 발표한 <The Essential Facts> 보고서는 4,000여 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여성 게임 이용자의 증가에 따라 여성 소비자를 위한 게임산업의 변화가 포착된다. 게임 정보 플랫폼 다이아몬드 로비(Diamond Lobby)는 최근 몇 년 동안 게임 제작, 특히 성우 부문에서 여성 인력이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 캐릭터의 성우를 여성이 맡게 되는 것은 당연한데, 이는 게임에서 목소리를 부여할 만큼 중요한 여성 캐릭터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게임 스트리밍 방송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여성 게임 스트리머는 이전부터 상당히 많았으나, 기존의 다수의 방송들이 남성 게임 이용자를 주요 시청자로 삼고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여성 게임 이용자들이 시청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방송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리조나 대학 e스포츠팀 UA e스포츠(UA Esports)에서 선수로 활약한 뒤 사업가이자 트위치(Twitch)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브레일린 스미스(Braelyn Smith)를 꼽을 수 있다. 브레일린 스미스는 트위치 채널 성장 전략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유입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스미스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 중 약 85%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트위치 채널 시청자들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남성중심 게임 문화의 변화가 감지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증가하는 여성 게임 이용자, 그리고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증가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게임 개발자 중 여성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2 게임산업 소비자 성비의 균형은 게임이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산자는 남성에 치우쳐져 있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진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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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사이트 Zippia가 2022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게임산업 종사자 중 남성은 76.3%, 여성은 23.7%를 차지한다

그 원인이야 근무환경과 조건부터 개발 인력 공급 구조와 교육까지 다양하게 지적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남성 중심의 개발 문화는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자의 절반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성의 관점에서만 본 캐릭터, 스토리는 소비자의 약 절반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게임 개발에서 여성 개발자의 참여는 다양성이나 공정성이라는 사회정의 측면에서 본 가치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확보 차원에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여성 중심의 게임문화를 시도하는 사례들

게임 산업 영역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아직은 취약하지만, 여성 게임 이용자들의 참여에 주목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게임 이용자 중심의 브랜드’를 표방한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Queens Gaming Collective), ‘여성을 위한’ 모바일 게임을 추구하는 개발사 슈퍼블룸(Superbloom), 흑인 여성 게임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조직인 BGG(Black Girl Gamer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2.1.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

미국 LA에 기반을 둔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는 2021년 출범 당시부터 여성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했다. 이 차별성을 무기로 사업 시작 전인 2020년 11월 시드 라운드에서 15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본격적인 사업 역시 여성 게임 이용자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이들을 위한 패션의류 상품을 취급하면서3 시작됐다. 이후 종합 미디어 기업 라이브X라이브(LiveXLive)와 콘텐츠 제작 제휴를 맺고, 라이브X라이브 산하 스튜디오 스튜디오원(StudioOne)과 함께 여성 게임 이용자가 출연하거나 그들을 위한 콘텐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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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게이밍 콜렉티브의 라운지웨어 컬렉션 “올 라이즈콜렉션(All Rise Collection)”의 디자이너 미스론(Miss Lawn)은 스스로를 ‘게임광’으로 소개할 정도로 게임 문화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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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에서 먼저 공개된 뒤 양사의 플랫폼과 VOD 서비스로 제공된 방송 콘텐츠는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 소속 크리에이터가 출연해 영화 및 TV 콘텐츠에 대해 토론하는 ‘오늘의 스포일러(Spoilers for Days)’ △보드게임 및 TRPG 등 다양한 게임을 소개하는 ‘게임의 밤: 언플러그드(Game Night Unplugged)’ △고전 게임쇼의 스핀오프 ‘퀸즈 스퀘어(The Queens Squares)’ 등이 있다

여성 게임 이용자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표방하는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 출처: Queens Gaming Collective(2022.7.)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종합 미디어 기업을 지향하는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는 MCN과 마케팅 에이전시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여성 게임 이용자들을 위한 회사”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농구선수부터 소셜 인플루언서, 코스튬 플레이 전문가, 디자이너, 뮤지션, 성우, 배우,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게임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퀸즈 게이밍 콜렉티브의 사업 영역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여성 게임 커뮤니티의 성장 속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 시도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사업모델이 다듬어질지 기대된다.

2.2. 슈퍼블룸

모바일 게임 분야의 베테랑인 에밀리 임(Emily Yim)과 큐사 지토(Ksusha Zito)가 각각 CEO와 CTO를 맡은 스타트업 슈퍼블룸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게임’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EA, 글루(Glu), 닷츠(Dots) 등에서 경력을 쌓은 에밀리 임과 닷츠,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등에서 모바일 개발자로 근무한 큐사 지토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바일 개발자이자 관리자로 근무했으며, 스스로를 ‘게임 이용자’로 규정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그들은 워킹 맘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두 리더의 공통점은 슈퍼블룸의 목표로 연결된다.

에밀리 임은 PC 게임을 즐기다가 점차 캐주얼과 모바일 게임만을 즐기게 되었고, 특히 출산 이후 쉽게 통제하지 않는 생활 속에서 모바일 게임이 일종의 생명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에서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게임’이라는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에밀리 임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 옷 입히기, 인테리어 등 한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한 퍼즐이나 스토리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되었고,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더 다양한 게임을 직접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게임의 소셜 네트워킹 기능에도 주목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와 같은 대규모 게임에서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당연해졌지만, 케주얼 게임의 사회적 교류는 매우 얕은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게임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게임을 추구하는 슈퍼블룸 출처: SuperBloomGames.com

슈퍼블룸의 사업 기회는 여성 게임 이용자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있다. 그러나 어떤 ‘여성성’을 규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형태로 다른 이용자를 배척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밀리 임은 “‘넌 여자로서 이걸 좋아해야 해, 그래서 이걸로 게임을 만들거야’라고 말하는것이 아니다. 여성을 특정 카테고리로 나누거나 코너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충분한 선택권과 즐거움을 주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여성의 다양한 관심사’에 기반을 둔 캐주얼 라이프스타일 게임을 개발한다는 슈퍼블룸의 계획은 2022년 초 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첫 번째 타이틀은 2022년 4월 제작을 시작해 최대 18개월 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동안 현재 4명인 구성원을 16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개방적이고 협업이 원활한 근무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업계에서 경험한 바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팀에서 유일한 여성인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에밀리 임은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게임의 핵심 이용자는 X세대~밀레니얼 세대 여성이라고 지적하며 개발진에서 그들을 대변할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다양한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발팀 구성부터 다양성과 협업 능력, 정직하고 친절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슈퍼블룸은 이전에는 게임산업이 포섭하지 못한 여성들을 게임에 유입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2.3. BGG

2015년 페이스북 기반의 커뮤니티 그룹으로 시작된 BGG는 흑인 여성들이 게임산업에서 활약하고 크리에이터로서 조명받기를 바라며 성장해 왔다. BGG의 설립자인 제이앤 로페즈(Jay-Ann Lopez)는 게임산업 외에 게임 스트리밍 분야에서도 백인 남성 중심 문화가 만연해 흑인 여성의 경우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며, BGG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임을 강조했다.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BGG는 트위치와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합해 총 5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가입한 흑인 여성 커뮤니티 인원만 8,000명을 돌파했다. 흑인 여성을 위한 게임 관련 컨퍼런스, 워크샵, 멘토링, 컨설팅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흑인 여성 게임 스트리머를 위한 에이전시 사업도 전개하며 스트리밍 방송 지원을 넘어 다양한 TV와 팟캐스트 프로그램 출연 등 활동영역 확대까지 지원하고 있다.

BGG의 설립자인 제이앤 로페즈(Jay-Ann Lopez)는 BGG를 통해 게임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한 흑인 여성들이 늘었고, 흑인 여성의 참여가 가시화되며 게임 속 흑인 여성 캐릭터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흑인 여성 게임 이용자와 스트리머들이 혐오발언과 성추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점차 인정받으며, 스폰서십이나 협업을 문의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는 트위치를 비롯해 EA, 스퀘어에닉스, 라이엇게임즈, PS, 구글 등의 기업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넷플릭스, 페이스북, 아디다스, H&M, 아나스타샤 베버리 힐즈(Anastasia Beverly Hills), 캡틴 모건(Captain Morgan) 등 다양한 브랜드와 스트리머 파트너십 등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흑인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 사업 블랙걸스게이머 출처: BGG

3전망과 과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게임산업 현장에서 사회적 가치와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면서, 여성의 참여 역시 중요해졌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 아이언 갤럭시(Iron Galaxy)의 다양성 및 포용성 책임자인 리제스 마셜(Rejes Marshall)은 최근 게임산업에서는 각종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게임 내에서 다양한 표현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위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전문가를 고용하는 추세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게임사 스플래시 데미지(Splash Damage)의 다양성 및 포용성 담당 고문인 신지아 뮤지오(Cinzia Musio)는 진전 속도는 여전히 느리지만, 게임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여성 게임 이용자’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기보다는 도전 중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세 사례는 조금씩 다른 영역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게임산업의 불균형,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대두된 상황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지만, 사업으로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가치 지향적인 활동이라는 측면 외에도 사업적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참고자료

  1. EsportsInsider - Queens Gaming Collective secures LiveXLive content deal’, 2021.04.22.
  2. Forbes - Female Gamers Are On The Rise. Can The Gaming Industry Catch Up?’, 2021.03.04.
  3. GamesIndustry - How much progress has the industry made on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2022.02.17
  4. GamesIndustry - Superbloom on evolving mobile games for women, 2022.04.21.
  5. Good Game - Black Women Gamers Aren’t Unicorns. They’re The Future, 2021.12.07
  6. Pocket Maker - Superbloom raises $3 million to develop its first mobile game for women, 2022.04.05
  7. The Daily Wildcat - Women in gaming: The female gamers who are paving the way in a field dominated by men, 2022.02.23.
  8. The Gamer-24% Of Game Devs Are Female Despite Women Making Up Nearly Half Of Gamers, 20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