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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실력 기반 매칭 시스템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이탈률 기준 매칭 시스템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매칭 시스템은 배틀로얄, FPS, MOBA 등 온라인 PvP 게임에서 흥미를 유도하고,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적절한 상대를 매칭하는 것은 곧 게임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중요 요소로 게임의 성공과 직결된다.
그러나, 승률 및 게임 이용 빈도 등을 변수로 이용자의 실력을 평가하고, 유사한 실력을 갖춘 상대를 매칭하는
실력 기반 매치메이킹(SBMM)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SBMM에 비판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고,
대안으로 지목되는 ‘이탈률 기반 매칭 시스템’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1실력 기반 매치메이킹의 목적과 작동 방식

실력 기반 매치메이킹(SBMM; Skill Based MatchMaker)은 그 이름 그대로, 동등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이들끼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시스템이다. 상대방과 실력 차이가 현저해 재미를 붙이기 전에 좌절하는 경우를 방지하고, 보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서 오늘날 대부분 PvP(Player vs. Player)게임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SBMM 하에서 이용자의 실력은 일반적으로 MMR(MatchMaking Rating)이라 부르는 점수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계산되며, 이는 체스 경기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가진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ng system)1 과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엘로의 공식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는 반면 MMR을 산출하는 계산식은 기업마다 다르고 대외비로 다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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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계 미국인 물리학 교수 아르파드 엘로(Arpad E.Elo)가 고안한 일종의 실력 측정 공식으로, 체스 경기를 통해 입증된 유용성을 바탕으로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도 활용되었다.

2018년 개정된 엘로 평점 기반 피파랭킹 출처: FIFA(2018)

MMR 뿐만이 아니다. SBMM은 실력을 기반으로 하는 매치메이킹 방식의 총칭으로, 게임 기업들은 매치메이킹 과정 전반을 자신들만의 영업 비밀처럼 취급하며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게임 이용자의 시선에서 SBMM을 비롯한 매치메이킹 시스템은 그저 ‘보다 공정한 게임플레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되는 복잡한 알고리즘’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규형 잡힌 매치메이킹을 위해 활용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SBMM은 동등한 실력을 가진(것으로 판단되는) 이용자들끼리 더욱 흥미로운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에서 상당한 기술의 발전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대형 기업들은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을 투입하고 있는 상태다.

FPS 장르에 한정하여 간단한 예를 들면, 초기에는 주로 K/D(Kill/Death) 비율, 승패 기록 등 지표로 나타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실력을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승리까지 이르는 게임 내 전투 양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며 실력을 나타내는 알고리즘 또한 그만큼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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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 승패뿐만 아니라 유료아이템 구매 횟수, 지불 비용, 네트워크 환경 등 게임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인도 매치 메이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SBMM에 대한 고조된 불만

참가자를 실력 수준에 따라서 특정한 그룹으로 나누는 것은 경쟁과 관련된 거의 모든 활동에서 사용된 유서 깊은 구조 중 하나다. 그럼에도 SBMM에 대한 찬반은 수년간 이어져 온 문제였는데, 특히 국내보다는 북미 지역에서 이러한 논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SBMM을 두고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동등한 것이 과연 좋은 것이냐’는 물음이 함께 했다. 동등한 실력의 사람들끼리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또 이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높은 실력을 지닌 이용자가 그렇지 못한 상대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소위 ‘양민학살’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SBMM에 대한 불만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많은 수의 개인 방송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스트리머들이 여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논쟁이 다시금 불거졌다.

2.1. 동등한 게임이 곧 좋은 게임일까

게임 이용자들의 다양한 SBMM에 대한 불만 중 공통되는 부분은 SBMM이 적용되지 않은 게임 대비 실력 향상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SBMM 알고리즘이 적용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항상 동등한 실력을 지닌 이들과만 경쟁을 펼치게 된다.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겠다는 개발사의 의도가 반영된 대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한판 한판에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랭크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이후로도 만나는 이들은 자신과 동등한 실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손쉽게 제압하는 쾌감은 느끼기 힘들면서도 매 판 노력은 계속해야 하기에, 이들은 SBMM 적용 이후 게임을 통해 재미보다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얻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을 펼치며 사례로 드는 SBMM이 적용되지 않은 게임은 대표적으로 EA의 대규모 멀티플레이 FPS <배틀필드(BattleField)> 시리즈가 있다. 최대 128명의 플레이어가 한 세션에 참여하는 만큼 여러 실력대의 이용자가 한 곳에 모이며, 자연스럽게 실력이 있는 사람은 리더보드 상위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위에 위치한다. SBMM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처럼 리더보드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보다 높은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방식을 통해 실력 향상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노력을 통해 실력이 오르면 리더보드 속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며, 이를 통해 게임의 재미는 물론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SBMM 하에서 실력이 모자란 이용자가 무참한 패배만을 경험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자신보다 더 좋은 실력을 지닌 상대를 보고 배울 기회 또한 박탈된다.

2.2. ‘슈퍼플레이’를 업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사례

유명 게임 스트리머의 경우, SBMM이 자신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 또한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 판마다 과도하게 노력을 해야 하며, 그럼에도 이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북미 유럽 등에서도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이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시청자들은 주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하기 힘든 플레이, 이른바 ‘슈퍼플레이’를 선보일 때 열광한다. 하지만, SBMM이 적용된 게임에서는 ‘슈퍼플레이’를 하는 것은 훨씬 어렵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게임이 일견 지루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순간의 상황판단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FPS 게임의 경우 더욱 심하다. 동등한 실력의 상대와 대결하는 본인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지만, 시청자들이 그러한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게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이러한 일련의 이유로 인플루언서들은 SBMM으로 인해 매 판마다 ‘피땀’을 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게임 내 상위 1% 실력을 지닌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궁극적으로는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SBMM은 보다 많은 수의 게임 이용자들이 실력 차이에 따른 불합리한 패배를 경험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이 도입으로 인해 높은 실력을 쌓은, 게임의 주요 고객에게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SBMM 두고 일어난 논쟁은 결국 기업에게 게임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 이용자와 이러한 게임을 더 많이 알리고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상위 이용자 사이의 균형을 찾도록 하는 숙제를 내준 셈이다.

3대안으로 대두된 ‘이탈률’ 기준 매칭 시스템

해가 거듭되면서 수면위로 부상하는 SBMM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최근 몇몇 외신에서는 대안으로 게임의 이탈률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상대를 매칭하는 소위 이탈률 기준 매치메이킹 시스템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EOMM(Engagement Optimized MatchMaking)이라 부르는 해당 매칭 시스템의 기원은 메타(Meta)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젠싱 첸(Zhenxing Chen)이 2017년 발표한 논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1. EOMM의 구조

젠싱 첸과 그의 공동 저자들은 ‘공평하게 매칭하는 게임이 이용자의 경험에 항상 도움이 되는가?‘에 의문을 갖고, 게임 이용자가 보다 오래도록 게임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매치메이킹 방식을 고안했다. 그들은 EA의 게임 하나를 선정하고, 해당 게임 내에서 일대일 대결 매치메이킹을 1만 회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고자 했다. 이용자가 게임을 이탈(일정한 기간 동안 동일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것)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이들은 또한 EOMM가 알고리즘의 일부를 수정하는 것으로 장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매치메이킹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징가(Zynga)의 <팜빌(Farmville)>은 싱글플레이를 주력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EOMM을 활용해 이용자가 게임 내에게 보내는 시간은 물론 소액결제 비율을 증가시킨 사례가 있다.

3.2. EOMM에 대한 부정적 시선

한편, 젠싱 첸은 과거 EA 인턴으로 재직중일 때 해당 논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논문이 발표된 이듬해 EA가 해당 EOMM을 특허 출원하며 게임 이용자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실험을 진행한 EA의 게임 타이틀에 대한 관심도 커졌는데, 당시 주요 매체와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를 지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펙스 레전드>의 개발진들은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EOMM을 적용한 적이 없으며, SBMM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을 해야만 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EOMM은 목적 자체부터 반감을 가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이용자를 매치메이킹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게임 이용 시간이나 소액결제를 하는 횟수, 즉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느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수 년 전 불거진 EOMM 이슈 이후, 이제 게임 이용자들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기업의 입장에 따라 이윤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최근 북미 지역 FPS 시장 사례처럼, 게임 이용자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실험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레딧(Reddit)에 게시된 SBMM과 EOMM 비교 실험 : 시간대별로 상이한 SBMM 적용 강도 출처: Dispassionate(2021.5.)

기업들 대부분이 매치메이킹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해당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많지 않다. 따라서 다소 과도한 억측도 제기되곤 한다. 매치메이킹 알고리즘이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는 점에서 영업 기밀이라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한 게임플레이’ 장려와 이용자들의 재미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만큼, 매치메이킹 시스템의 구조 또한 공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1. Dotesports - What is SBMM? Skill-based matchmaking explained, 2022.3.10
  2. The Washington Post - Video game developers want fair online games. Some players really don’t, 2022.3.27
  3. Zhenxing Chen et al. - EOMM: An Engagement Optimized Matchmaking Framework, 2017
  4. Dexerto - Apex Legends dev responds to concerns over “frustrating” SBMM system, 202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