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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최강자 플랫폼 ‘트위치’의 명과 암

글. 강일용 (아주경제 기자)

다들 유튜브 천하라고 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튜브는 월 총 사용시간 388억 분을 기록해 카카오톡, 네이버 등을 제치고 서비스 1위에 등극했다(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 4월 기준). 특히 10대와 50대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하지만 유튜브가 모든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는 녹화 방송의 강자다. 실시간 방송의 왕은 따로 있다. 바로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Twitch)’다.

트위치는 게임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일대 동창인 에머트 시어(Emmett Shear)와 저스틴 칸(Justin Kan)이 2011년 6월 시작한 이 동영상 서비스는 이제 유튜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영상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죽의 장막에 가려져 정확한 사용자 집계가 어려운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유쿠(优酷, 녹화 영상 플랫폼, 알리바바 자회사)’와 ‘도유(斗鱼, 실시간 영상 플랫폼, 텐센트 자회사)’를 제외하면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와 트위치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19억 명에 달한다. 트위치가 내세우는 수치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트위치의 일간 실사용자(DAU)는 1,500만 명이 넘고(월간 실사용자는 미공개), 트위치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스트리머의 수도 300만 명에 달한다.

구글은 지난 2014년 녹화 방송에 이어 실시간 방송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동영상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미국 반독점법에 위반할 소지가 있었고, 때문에 트위치 인수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트위치는 9억 7,000만 달러에 구글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품에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은 트위치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 게이밍(Youtube Gaming)’과 ‘유튜브 라이브(Youtube Live)’라는 게임, 실시간 동영상 송출용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트위치의 아성을 꺾는 데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실시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믹서(Mixer)’라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트위치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성공? 트위치와 협력이 선택 아닌 필수

최근 게임 업계는 성공을 위해 트위치, 트위치 스트리머 등과 손잡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 시장을 장악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게임은 출시 후 모든 마케팅을 트위치와 트위치 스트리머를 통해 진행했고,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를 시청하는 게이머는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약 5만 명, 30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제 신작 게임은 트위치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의 경우 2016년 이후 모든 컨퍼런스를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지난 10일 트위치에서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E3 컨퍼런스에는 약 5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한 게임을 트위치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유튜브와 동영상 업계 양대 서비스로 입지 굳혀

트위치는 아마존의 지원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경쟁자 자리를 굳혔다. 재작년부터 세 가지 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첫 번째는 전 세계 e-Sports(이하 e스포츠) 방송 시장 장악이다. 트위치는 리그오브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DOTA 등 이미 자리를 잡은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부터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스트리트 파이터 5’ 등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e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만 인기 있다고 여겨지는 스타크래프트 공식 리그(KSL) 마저 블리자드와 손잡고 유치했다. 때문에 현재 트위치는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방송국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정 후원을 통한 스트리머 확보다. 철저하게 인기에 따라 광고 수익만 배분하는 유튜브와 달리 트위치는 중견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후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의 방식은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전까지 별다른 수익 없이 버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콘텐츠 채널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중견 스트리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위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 스트리머들과 일정 시간 트위치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약을 맺고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 월급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후원 덕분에 중견 스트리머들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트위치에서 성공하면 유튜브에서 성공한 것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 수 있다. 인기 스트리머인 ‘닌자(Ninja, 타일러 블레빈스)’는 최근 트위치에서 진행한 포트나이트 방송을 통해 매달 35만 달러 이상의 고정 수익을 얻고 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400만 달러가 넘는다. 트위치는 게이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매달 5~30달러씩 후원하면 그의 방송을 광고 없이 시청하고 관련 아이템을 제공받는 구독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구독료는 트위치와 스트리머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닌자의 구독자 수는 14만 명이 넘으며, 이를 통해 고정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유료 시청자수 기준, 무료 시청자수는 1,400만 명이 넘는다). 닌자의 고정수익은 트위치가 인기 스트리머들에게 제공하는 광고 수익 분배와 구독자들의 개별 후원은 제외하고 집계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수익은 월 4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 번째는 게임 방송 플랫폼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같은 ‘종합 방송 플랫폼’으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위치에서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방송을 하려면 ‘일상방송(IRL-In Real Life)’이라는 카테고리로만 송출할 수 있었다. 이를 단순 채팅, 예술, 먹방, 음악, 뷰티, 과학, 여행 등 다양한 일반 채널로 개편했다. 이제 게임 방송뿐만 아니라 일반 방송도 트위치에서 마음껏 송출할 수 있다.

한국에 상륙한 트위치 돌풍…공정위는 ‘갑질’ 약관 수정 칼 빼들어

트위치 돌풍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트위치는 자리를 잡고 국내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인 ‘아프리카(Afreeca)’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5년 전 아프리카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아프리카의 미래에 실질적 위협은 유튜브가 아닌 트위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며 국내에 진출한 트위치는 2016년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2018년 모바일앱 기준 월간 실사용자수가 90만 8,39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2016년 30만 2,565명에서 2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모바일 앱의 월간 실사용자 수는 199만 5,593명에서 125만 7,634명으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아프리카의 이용자수가 더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 트위치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이면 이 수치가 역전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체류시간에서는 트위치가 아프리카를 넘어섰다. 지난 해 기준 트위치 시청시간은 월 5억 8,686만분으로, 5억 6,442만 분을 기록한 아프리카를 앞섰다.

국내 시장에서 트위치가 아프리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화질’과 ‘스트리머들의 이탈’이다.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고화질을 이용할 수 있는 아프리카와 달리 트위치는 웹 브라우저만 실행하면 최대 4K 해상도의 초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더 결정적인 실책은 아프리카가 자사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던 스트리머들이 트위치로 이적하는 것을 막지 못한 점이다. 지난 2016년 10월 인기 BJ ‘대도서관’의 이탈로부터 시작된 스트리머들의 아프리카 엑소더스(대탈출)는 트위치가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한동숙, 풍월량 등 인기 스트리머들이 트위치로 이적하자, 시청자들도 함께 이탈했다. 인기 스트리머들이 트위치에 하나둘씩 둥지를 틀면서 국내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시청자수를 급격히 늘릴 수 있었다.

현재 아프리카의 가장 큰 고민은 트위치와 체급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점이다.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제공하는 서비스와 광고 중심의 사업 모델이 겹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많은 게임 기업과 다양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트위치와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의 차이가 심해,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더라도 품질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아프리카의 떨어지는 화질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e스포츠 리그가 트위치로 옮겨갔다. 트위치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아프리카는 트위치가 취약한 먹방, 스포츠, 정치, 금융 등 일반방송과 지역(Local)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 콘텐츠를 거의 다루지 않는 국내 방송사 입장에서도 트위치는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유튜브의 경우 콘텐츠를 전 세계로 유통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등 방송사 나름의 대응법을 찾고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가 주(主)가 되는 트위치는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파트너일지 몰라도, 방송사에게는 10~20대 이용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경쟁자다. 트위치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방송사의 10~20대 시청자는 줄어들고, 실질적으로 코드커팅이 일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다만 CJ 계열 ‘게임’ 전문 방송사인 OGN은 트위치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콘텐츠를 글로벌로 유통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서 트위치의 영향력은 결코 유튜브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방증하듯 지난해부터 트위치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특히 ‘뜨뜨뜨뜨’, ‘릴카’ 등 스트리머들을 중심으로 트위치 코리아의 소통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명백히 국내에서 대규모 사업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본사 정책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문제 해결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는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 특별한 이유 없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독소 조항을 삭제했다. 공정위는 추후 유사한 내용이 담긴 트위치의 ‘갑질’ 약관 역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불어닥친 트위치 돌풍, 향후 트위치 행보에 대한 주목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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