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의 역사 돌아보기: 숏폼의 시작과 변천사

"미디어가 대중을 타깃으로 하기 보다는 특정 타깃을 노리고 제작하는 경향이 숏폼으로 가면서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초창기에 메이크어스 ‘딩고’에서 ‘숏폼’을 선보일 때와 요즘 말하는 숏폼 형태는 굉장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숏폼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유) 2015년 CJ ENM에서 메이크어스로 이직했다. 2015년은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 같은 대형 오디션 콘텐츠가 성공하면서 기존의 엠넷이 한 단계 도약하던 시기였지만, 콘텐츠가 대형화되다 보니 아무래도 창작자로서의 자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서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국내에 유튜브 도입 초기라서 자유도가 높았고, 모두들 많은 가능성을 느끼던 시기였다. 미국에서는 ‘버즈피드’나 ‘허핑턴 포스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리스티클¹⁾ 형태의 기사들이 SNS(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 중심으로)를 점령하고 사람들의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이 시기에 메이크어스에 합류해서 딩고라는 브랜드 론칭 작업을 하며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리스티클 콘셉트로 영상화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숏폼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던 것 같다. 2015~17년 사이에 숏폼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한 3분에서 15분 정도 길이의 영상을 숏폼이라고 했다. 2018년까지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나오는 모든 콘텐츠들을 숏폼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그 정의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롱폼은 방송이라고 했고, 숏폼은 디지털 시장에 유통되는 콘텐츠를 의미했는데,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가 유행하면서 이제는 릴스나 쇼츠 자체를 숏폼이라고 부르고 있다. 광고 시장에서도 1~3분 길이 이하의 콘텐츠는 다 숏폼이라고 하고, 유튜브나 디지털 오리지널은 보통 미드폼이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Q. 과거 숏폼 제작과 요즘 숏폼 제작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유) 전에는 훨씬 더 검색 알고리즘의 모델에 기반했다. 이용자들이 많이 검색하고 알고리즘에 많이 뜨는 스타나 키워드에 기반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특정 팬덤이 강하거나 아니면 특정 타깃에게 잘 먹히는 분들이 섭외 1순위였다. 첫 번째로 알고리즘을 잘 탈 수 있는가를 보고, 두 번째로 공감에 기반한 단어나 한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 등 이용자를 움직이는 키워드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요즘 숏폼이라 불리는 1분 내외의 콘텐츠를 만들 때는 (물론 키워드나 알고리즘 기반을 여전히 어느 정도 가지고 가지만) 훨씬 더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방송국 용어로 ‘잽핑(zapping)'²⁾이 중요해졌다. 1분짜리 숏폼을 넘기면서 볼 때 첫 장면에서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다 보니 숏폼 장면 위에 쓰여있는 제목이나 문구들이 얼마나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가가 중요해졌다.

무엇보다도 더이상 미디어가 대중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타깃을 노리고 제작하는 경향이 숏폼으로 가면서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원하는 특정 타깃에게 바이럴이 된 다음에 대중으로 갈 수 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포괄적이고 대중적인 타깃으로 만들다 보면 특정 타깃에게 어필이 안되어 콘텐츠 자체가 굉장히 모호해진 형태로 끝나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대중적인 타깃보다는 특정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특정 타깃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결국 2차 산업의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스템에서 3차 산업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스템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Q. 숏폼의 형태에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 한국 시장만 놓고 얘기하면 우선 숏폼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플랫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 시장은 실제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이렇게 3개 정도 대표적인 플랫폼이 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서는 이 3개에서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숏폼 시장에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뷰티 콘텐츠, K팝 관련 콘텐츠, 지식 기반의 정보성 콘텐츠가 가장 흥하고 있는 것 같다.글로벌로 보면 최근 달라진 경향이 보이는데, 숏폼드라마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좀 낯설 수 있지만 중국, 미국에서 굉장히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숏폼의 오늘: 글로벌 숏폼드라마 플랫폼은 미래가 될 것인가

"숏폼에 중독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결국 대중적인 것이 되거든요. 대중들이 1분짜리 콘텐츠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숏폼드라마도 많이 볼 거라고 생각해요."

Q. 글로벌 트렌드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숏폼 플랫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장에 계신 입장에서 중국에서 숏폼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유) 사실 메이크어스에 있을 때부터 중국 숏폼 시장이 굉장히 커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배경은 유튜브가 진출하지 못한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중국도 2010년대부터 중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모바일이었던 것 같다.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에 디지털과 모바일 시장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틱톡을 비롯해 모바일 콘텐츠에 적합한 여러 플랫폼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웹소설이나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구매가 이루어진다는 것, 즉 저자본이지만 유료 구독 모델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웹소설 콘텐츠가 흥하면서, 웹소설 IP로 숏폼드라마를 제작했는데 굉장히 큰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Q. 그렇다면 글로벌 숏폼드라마 플랫폼은 국내 플레이어에게도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유) 다들 '숏폼드라마가 미래가 될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긴 하다. 왜냐하면 한국 콘텐츠 시장, 특히 드라마 시장이 상당한 고퀄리티의 웰메이드 작품들을 많이 생산해내다 보니까 제작비도 높아지고 이를 보는 타깃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참여해서 숏폼드라마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사실 숏폼드라마의 매력은 얼마나 도파민을 자극하는가이다. 기존 콘텐츠 제작자들은 도파민을 자극하면서 완성도도 있어야 되고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콘텐츠 시청자들에게 맞는 개연성과 웰메이드 영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숏폼드라마는 아직 이를 충족시킬 만한 예산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입을 모아 여기가 미래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과 숏폼에 중독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결국에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1분짜리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숏폼드라마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본다.가능성을 몇 가지 본다면 일단 글로벌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글로벌을 타깃팅한 콘텐츠를 너무 잘 만들기 때문에, 해외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비글루 플랫폼이 글로벌에서 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타깃팅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젊은 창작자들한테 더 많은 기회가 간다면 좋을 것 같다. 젊은 창작자들은 기존 시장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고, 그들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활성화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나온다면 이 먼 길을 좀 더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숏폼드라마 플랫폼이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 중국 플랫폼의 숏폼드라마를 유료 결제해서 보고 있는데 확실히 중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뭔지 알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 드라마, 남미의 텔레노벨라 같은 자극적인 막장 콘텐츠가 잘 먹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웹소설이나 웹툰에서는 비슷한 경향의 자극적인 소재와 직관적인 내용을 다뤘을 때 확실히 잘 먹히긴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숏폼드라마로 발전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한국 시장에 양질의 콘텐츠가 많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인 것 같다.그리고 국내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보는 경우거나 혹은 한두 개의 플랫폼을 이미 유료 구독하고 있어서 충분히 콘텐츠에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는 유료 결제 모델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큰 것 같다.

Q. 숏폼 콘텐츠 시장이 젊은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시장이라고 했는데, 대형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숏폼 브랜드를 론칭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아무래도 대형 회사는 다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나.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도 시작은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건 플랫폼에 가까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CJ ENM이 M2같은 채널을 만들었을 때, 결론적으로 그 채널이 플랫폼 역할을 해서 엠넷의 채널 커버리지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방송국의 유튜브 채널이 열렸을 때 조회수를 통해서 수익도 얻지만, 자체 콘텐츠 IP의 생명력을 더 얻게 된다거나, 마케팅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과거에 잘됐던 콘텐츠들이 경쟁력을 인정받고 다시 스핀오프나 리메이크를 하는 것처럼 플랫폼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숏폼에서도) 아마 찾지 않을까 싶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많이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시장이 더 성숙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저예산의 콘텐츠들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면 숏폼에 맞는 제작이 어렵다. 숏폼에 적응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이 성공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인 창작자나 다양한 콘텐츠 형태에 대해서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다.

유일한 PD
숏폼의 내일: 숏폼 IP 비즈니스의 미래와 앞으로의 전망

"앞으로 젊은 창작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오고, 그들이 숏폼에 가장 잘 맞는 포맷을 개발해내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Q. 숏폼 IP 비즈니스라고 하면 콘텐츠도 있지만, 광고나 마케팅, 커머스와 결합하거나 브랜디드 콘텐츠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 숏폼이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와 결합한 형태를 글로벌 트렌드로 보시는지, 이 안에서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 최근 유튜브 시장에서 단순 조회 수만 봐도 롱폼보다 숏폼 조회 수가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브랜드나 제작사들도 숏폼 콘텐츠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 플랫폼 중심으로 숏폼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특히 틱톡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틱톡샵, 유튜브도 유튜브쇼핑을 오픈했다. 영상 콘텐츠와 커머스가 만났을 때의 파괴력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TV 광고가 디지털 광고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대체된 한국은 디지털 시장에서 굉장히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유튜브에 너무 집중돼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Q. 숏폼 콘텐츠와 숏폼 비즈니스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유) 사실 기존 제작자들한테는 인건비와 제작비 면에서 불리한 시장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3~4백만 원에 숏폼 홍보영상 10개 만드는 것이 3~4천만 원 들여서 PPL 1건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창작자들은 작은 콘텐츠의 실제 주 소비자인 만큼 문법에 대한 이해해도 높아서, 작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훨씬 적합하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차세대들이 기회를 얻음으로써 시장에 기폭제가 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낸다고 생각을 한다.실제로 메이크어스에서도 그렇게 딩고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앞으로 젊은 창작자들한테 많은 기회들이 오고, 그들이 숏폼에 가장 잘 맞는 다양한 포맷들을 개발해 내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콘텐츠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 같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기존에 다루던 롱폼은 더 많은 자본으로 더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숏폼 콘텐츠 쪽은 더 적은 자금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변화할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빨리 더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고, 숏폼에 걸맞은 플랫폼들이 나오면서 3-4년간 굉장히 많은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그것이 1등 플랫폼, 1등 콘텐츠가 나오는 과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숏폼이라는 장르가 정착되고 상업화되는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주석
  1. ¹⁾ 목록을 뜻하는 ‘리스트(list)'와 아티클(article)'이 합쳐진 용어로, 특정 주제에 관한 정보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의 기사를 뜻한다. 주로 ’~하는 00가지‘라는 리스트 형태로 내용을 제시하며, 내용이 간결하고 공유하기 용이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방식이다(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 ²⁾ 레거시미디어에서 활용하던 방법으로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멈춰서 보게되는 것을 말한다.
유일한

유일한
(케이프스플래닛 대표/PD)

2006년 CJ ENM에서 시작해 음악전문 채널 Mnet에서 약 10년간 PD로 <슈퍼스타K3>, <비틀즈코드2>, <음담패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UV의 <이태원 프리덤>, <쿨하지 못해 미안해> 등 뮤직비디오도 연출했다. 2015년 메이크어스로 이직해 ‘딩고’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뉴미디어에 적합한 숏폼 영상 콘텐츠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꿈꾸며 2023년 케이프스플래닛(원숭이행성) 창업 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스토리 IP와 포맷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