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는 왜 부상하는가?
FAST는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스트리밍 채널이다. 소비자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광고주는 특정 타깃을 향한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용자 증가와 시청 시간 확대를 통해 광고 단가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대표적인 FAST 플랫폼으로는 폭스(Fox)의 ‘투비(Tubi)’,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의 ‘플루토 TV(Pluto TV)’, 컴캐스트(Comcast)의 ‘주모(Xumo)’, 삼성전자의 ‘삼성 TV 플러스(Samsung TV Plus)’ 등이 있다. 이들은 FAST를 통해 콘텐츠 유통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광고 수익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 맞는 채널 운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표 1] 지역별 대표 FAST 플랫폼
(출처: 뉴 아이디)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FAST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OTT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은 플랫폼을 동시에 구독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플러스(Disney+), 아마존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과 같은 OTT 플랫폼이 경쟁하면서 '구독 피로'는 현실이 되었고, 이에 따른 이탈률도 높아지고 있다. FAST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독 없는 스트리밍'이라는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한다.
둘째,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는 둔화되었고, 소비자들은 콘텐츠 소비에서 비용 효율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FAST는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적인 콘텐츠 접근을 보장하며, 소비자에게 높은 가성비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광고주들도 점점 더 많은 예산을 FAST에 집행하고 있으며, 플랫폼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광고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기술의 발전 또한 FAST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빅데이터, AI 기반의 광고 타깃팅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광고 효율은 기존 방송 대비 월등히 향상되었고, 브랜드는 더욱 정확한 고객 도달이 가능해졌다. 이는 FAST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닐슨 데이터로 본 FAST의 성장
FAST의 실질적인 성장세는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닐슨(Nielsen)이 발표한 2025년 4월 「The Gauge」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TV 시청 시간 중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¹⁾은 무려 44.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FAST 채널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전통 방송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그림 1] 미국 전체 TV 시청 시간 중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닐슨)
닐슨은 FAST가 더 이상 ‘보조적’인 스트리밍 방식이 아닌, 주류 스트리밍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시청자들이 기존 유료 모델에서 무료 광고 기반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글로벌 광고 시장의 전략 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브 이벤트로 진화
FAST는 더 이상 단순히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현재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브 이벤트를 포함한 고유한 콘텐츠 제작 및 송출을 통해 플랫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5년 3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된 <에스엠타운 라이브 SMTOWN LIVE 202 5 in L.A>는 대표적인 사례다. K-팝을 중심으로 한 대형 콘서트가 FAST 채널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제공되었고, 이는 FAST가 전통적인 방송 플랫폼을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5월 11일에 열린 <에스엠타운 라이브 SMTOWN LIVE 202 5 in L.A>가 전 세계에 FAST로 송출되었다.
(출처: 삼성 뉴스룸)
또한, 같은 시기 열린 미국 NFL 슈퍼볼 생중계에서도 FAST 채널이 활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의 디지털 유통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FAST 플랫폼이 콘텐츠 소비의 방식뿐 아니라, 콘텐츠 유통의 방식까지도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익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잡다
FAST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콘텐츠 수급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라이선스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자체 보유한 콘텐츠의 재활용이 가능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OTT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조로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광고 수익 모델이 잘 설계되면 확실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폭스의 투비는 공식적으로 연간 광고 매출 10억 달러(USD 1B)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FAST 플랫폼이 더 이상 실험적인 모델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임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특히 수익성과 비용이 균형 있게 설계되었을 때, FAST는 OTT 사업자에게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도 매력적인 구조
FAST는 단지 OTT의 대안이 아니라, 전통적인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컴캐스트(Comcast), 차터(Charter)와 같은 케이블 사업자들은 기존 채널 수급 계약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자 FAST 채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 내 FAST 채널 운영을 통해 콘텐츠 제공 비용은 줄이고, 광고 수익은 확보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편, FAST는 스마트 TV 제조사에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자사 스마트 TV에 FAST 채널을 기본 탑재함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TV 시장에서 콘텐츠-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FAST 확장
폭스의 투비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전략을 통해 2023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광고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플루토 TV도 북미를 넘어 남미, 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주모,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등도 FAST 시장 내에서 플랫폼 확대와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글로벌 유통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FAST의 주요 성장 전략 중 하나다. 투비와 플루토 TV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통해 플랫폼 브랜드를 강화하고, 충성도 높은 시청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방송과 OTT가 시도하던 전략을 FAST 플랫폼이 흡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남미 시장에서는 광고 기반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소비자 기반이 형성되면서 FAST 채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도 FAST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로컬 콘텐츠와 광고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높은 스마트 TV 보급률(94%)을 기반으로 2024년 1억 1,900만 달러였던 FAST 매출이 2029년 3억 3,300만 달러로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FAST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²⁾ 실제 브라질에서는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등 스마트 TV 기반 플랫폼이 FAST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도 독일의 RTL, 프랑스의 TF1 등 전통적인 방송사들이 FAST 플랫폼을 새롭게 론칭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 내 FAST 채널들은 다국어 콘텐츠 제공, 현지화된 광고 패키지 등을 통해 시청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플루토 TV와 라쿠텐 TV(Rakuten TV)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OTT 플랫폼 몰로토브(Molotov)에서 FAST TV 사업 강화를 위해 몰로토브 채널(Molotov Channels)을 출시했다.
삼성 TV 플러스 브라질에서 제공 중인 채널 및 콘텐츠
(출처: 삼성 TV 플러스 브라질)
FAST는 스트리밍 시대의 수익 해법
FAST는 광고 수익 극대화, 콘텐츠 접근성 확대, 유통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스트리밍 시대의 핵심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히 기술의 진보와 광고주 수요의 정교화, 소비자 습관의 변화가 맞물리며 FAST는 기존 방송과 OTT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국내 상황은 어떠할까? 한국은 아직 FAST 생태계가 초기 단계이며, 기기 보급률 대비(400만 이상) 인식이나 광고 수요는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FAST는 국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스마트TV 보급률이 80%를 넘으며 하드웨어 기반은 이미 갖춰져 있다. 다만 기존 방송·OTT 중심의 소비 습관, 제한된 광고 시장 규모로 인해 FAST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 LG, 딜라이브 등 일부 사업자들이 FAST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용자 기반 광고(AVOD) 수요와 연결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작사들의 콘텐츠가 국내 FAST 플랫폼에 먼저 진출하고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FAST 채널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콘텐츠의 유무를 넘어, 얼마나 정교하게 광고 기술을 운영하고, 얼마나 민첩하게 글로벌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얼마나 유의미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¹⁾ Amazon Prime Video, Roku Channel, Tubi, Peacock이 FAST 플랫폼이거나 모델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
- ²⁾ 『Advanced Television』. (2024.10.28). Forecast: Brazil to take third place in FAST reve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