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산업 분야에서의 AI 기술 활용 확대

AI 기술은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AI의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웹툰,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 단계부터 제작, 유통, 그리고 이용자 반응 예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콘텐츠의 생산 방식, 유통 경로, 소비 형태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직군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의 46.8%, 기술 관련 종사자의 45.1%, 기획 직군의 41.4%, 후반 작업 종사자의 38.3%, 그리고 미술 관련 직군의 11.8%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별로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46.2%, 예능 프로그램에서 36.4%, 드라마에서는 28.3%가 AI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방송산업의 AI·디지털 기술 활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방송 콘텐츠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11.1%, 제작 단계에서 9.4%, 서비스 단계에서는 6.9%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의 경우 기획 단계 9.2%, 제작 단계 14.4%, 서비스 단계 18.4%로 나타났다.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 전문 채널(PP)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38.8%, 제작 단계에서 10.5%의 AI 기술 활용률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 내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제작 환경이다. 시놉시스나 대본, 시나리오 작성, 음성 복원·합성 등 콘텐츠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기술, 자료 탐색이나 검색·분석 시스템, 실시간 통번역, 코딩·프로그래밍 지원, 챗봇 운영, 추천 알고리즘 등의 기획, 일반 업무, 유통·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벨류체인을 위한 다양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제작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조사연구」, 2024).

허위정보 대응, 「공직선거법」 제82조의8 딥페이크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딥페이크와 같은 AI 기술로 인해 허위 정보가 확산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콘텐츠에 AI 활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는 ‘표시 의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새로 시행되었다. 해당 조항 제2항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 외에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을 제작·편집·배포·상영하거나 게시할 경우, 해당 정보가 AI 기술을 통해 생성된 것임을 누구나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방식으로 표시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시행 2025. 4. 1.] [법률 제20902호, 2025. 4. 1., 일부개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등을 이용한 선거운동)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이하 “딥페이크영상등”이라 한다)을 제작ㆍ편집ㆍ유포ㆍ상영 또는 게시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제1항의 기간이 아닌 때에 선거운동을 위하여 딥페이크영상등 제작ㆍ편집ㆍ유포ㆍ상영 또는 게시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가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만 가상의 정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사항 딥페이크영상등에 표시하여야 한다.

선거 기간 중 딥페이크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에 대해 사회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고, 유권자 보호를 강화하며,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딥페이크로 제작된 허위 영상이나 이미지로 인해 선거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선거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유권자들이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를 명확히 구별할 수 있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투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콘텐츠의 출처와 생성 방식을 명확히 표기함으로써 선거운동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유권자들이 더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과도한 규제로 인한 창의성 저해 문제가 제기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표현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가 지나친 규제로 작용해 개인과 정치인의 표현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으며, 이로 인해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정치적 표현이나 의견 개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처럼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에는, 누구나 적은 비용을 들여 실제인지 허위인지 사실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혹여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상이나 이미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신속하게 확산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내 AI 기본법 시행 예정에 따른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쟁점

2026년 1월, 국내에서 AI 기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AI 기술이 활용된 경우 해당 콘텐츠에 ‘AI 생성물’ 임을 표시하는 의무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생성된 콘텐츠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허위 정보 및 딥페이크 등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표시 의무화가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다양한 쟁점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 2026. 1. 22.] [법률 제20676호, 2025. 1. 21., 제정]

제31조(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 ① 인공지능사업자는 고영향 인공지능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우 제품 또는 서비스가 해당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하여야 한다.
② 인공지능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여야 한다.
③ 인공지능사업자는 인공지능시스템을 이용하여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또는 영상 등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경우 해당 결과물이 인공지능시스템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당결과물이 예술적ㆍ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전시 또는 향유 등을저해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수 있다.
④ 그 밖에 제1항에 따른 사전고지, 제2항에 따른 표시, 제3항에 따른 고지 또는 표시의 방법및 그 예외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첫째, AI 생성물에 대한 표시 의무가 도입되면 창작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송, 영상, 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기본적으로 창의력과 표현의 자유에 기반하는데, AI 생성물 표시가 법적·제도적으로 의무화되면 창작자들이 AI 활용에 부담을 느껴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기술을 통해 창작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둘째, AI 생성물 표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용자가 AI가 만든 콘텐츠임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표시 의무가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AI 기반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용자의 몰입과 감정 이입이 저해되어 콘텐츠 소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콘텐츠 수용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몰입감과 감정 이입이 중요한 미디어 환경에서 AI 생성물 표시는 이용자 경험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준비와 시행 과정에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양한 직종과 장르, 여러 제작 단계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AI 생성물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고, 표시 방법과 수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나친 규제나 과도한 제약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수적이다.

종합하자면, AI 기본법 시행과 함께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분야에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확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 보호와 산업 경쟁력 유지, 이용자 경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도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책 입안과 시행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현실적이며 유연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의 속도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산업과 실제 현장의 상황 전반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중요하다. 산업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기술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AI 기본법에 맞춰 현재 시행령 초안을 준비 중이며, 추후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계가 AI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여러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본법 시행이 AI 기술 활용에 대한 규제와 제약이 아닌 방송·영상·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2024). <방송산업의 AI·디지털 기술 활용 현황 조사>.
  2. 대한민국 법제처. (2023). <공직선거법 [법률 제19707호, 2023. 12. 28. 일부개정]>.
  3. 대한민국 법제처. (2025).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법률 제20676호, 2025. 1. 21., 제정, 시행 2026. 1. 22.]>.
  4.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2024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5.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2024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6.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조사연구>.
박만수

박만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다. 방송, 영상, 미디어 등 콘텐츠산업 주요 실태조사와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