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지브리’ 풍의 그림으로 프로필 사진을 만드는 열풍이 불었다. 챗GPT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듯한 느낌의 캐릭터를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순식간에 그려주었다. 대중화된 AI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결합할 때 파급력은 짐작할 수 없으며, 대중의 움직임은 곧바로 예술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챗GPT 측의 마케팅으로 열풍이 된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으로 인해 지브리사(社)는 무엇을 얻었을까? 지식재산권이 침해되거나 적어도 지브리사에 잠재적인 경제적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또 AI가 만들어 준 이미지를 SNS에 프로필 사진으로 쓰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상관없을까?
1) ‘스타일’은 어떤 권리를 가질까
AI 창작 작품은 여러 가지 법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스타일을 카피 당한 원 창작자의 권리, AI가 만든 작품의 소유권, AI를 이용하게 될 미래 창작물의 지식재산권 보호 방법은 어떤 형태일지가 문제 되지만, 아직 명확히 확립된 이론은 없다. 우선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판례에 비추어 보자면 AI가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르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스타일(Style)은 말 그대로 ‘양식, 경향, 풍, 느낌’ 정도로 이해되며, 화풍(畫風)은 저작권이 없다. 모든 사람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체계를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내고, 예술가는 늘 스승의 화풍을 따랐다. 따라서 스타일은 인류 공동의 문화 자산이라 할 것이지 누군가의 독점으로 남아서는 곤란하다. 저작권은 ‘아이디어와 표현’이라는 이분법을 따르는데 스타일은 일종의 ‘아이디어’로 분류되고,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인류의 문화 발전을 위해 화풍은 보호하지 않고, 따라서 지브리풍도 저작권이 없으며,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여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저작권은 구체적인 표현물만 보호한다. 지식재산권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특허법에서도 스타일은 보호하지 않는다.

사진을 지브리풍 캐릭터로 변환한 예시
다만, 지브리풍으로 만든 작품을 이용해서 마치 지브리사와 관련이 있는 회사처럼 꾸민다거나, 지브리사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마케팅인 양 장사를 하면 ‘부정경쟁’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쉬운 예로, 필자가 피카소풍의 그림을 그려서 필자의 이름으로 파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그 그림이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소개한다면,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얻거나, 피카소의 명성을 떨어트릴 수 있어 처벌될 수 있다. 한편, AI로 지브리의 스타일만 따온 것이 아니라, ‘토토로’ 등과 같이 특정한 캐릭터를 만든다면, 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캐릭터를 모방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된다. ‘미키마우스’와 같이 상표로 등록된 유명 캐릭터는 상표권 침해도 더해진다. 가령 AI에게 “토토로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려줘.” 등과 같이 지시했다면 당연히 결과물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지브리사의 토토로 캐릭터가 표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된 판례가 있다. 2023년, 중국에서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B사의 웹페이지는 ‘울트라맨’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면 곧바로 이미지를 제공했다. 이에 ‘울트라맨’의 판권을 가졌던 A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법원은 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 침해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벌금형을 내렸다.¹⁾

울트라맨 원본 이미지(좌),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성한 이미지(우)
(출처: 중국 광저우인터넷법원, 2024년 민사 제113호 판결)
2) AI가 만든 창작물은 어떤 권리를 가질까
다음으로 생각해 볼 부분은 AI가 만든 창작물이 가지는 권리이다. 사람들은 지브리풍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기 위하여 고작 “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 줘!”라고 명령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AI가 알아서 처리했다. 작품의 저작권은 그림을 그린 AI에게 있어야 하지만, 저작권은 ‘인간’의 표현물만 보호할 뿐, 동물이나 기계, 자연이 만든 작품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AI가 만든 작품은 저작권이 없다. 2025년 3월 중국 장쑤성 인민법원에서 재미있는 판례가 나왔다. 디자이너 A씨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에 <환상의 날개 투명 예술 의자>라는 제목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 17장을 공개하며 상품으로 제작해 줄 사람을 구했다. 이 그림을 본 B씨가 A씨와 협의 없이 해당 이미지를 상품으로 제작해서 팔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저작권 침해 주장과 판매 중지,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작적 기여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단순히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 실제 결과물은 AI가 생성한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동일한 프롬프트를 다시 입력해도 같은 결과물은 나오지 않으므로 프롬프트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²⁾

AI가 창작한 이미지(좌)와 실물 디자인(우) 비교
(출처: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 인민법원 판결문)
AI가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이 없으므로 인터넷에 올리거나,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도 된다. 다만, 모든 AI 창작물에 저작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사진 작품은 기본적으로 사진기라는 기계가 만들어 내지만, 사진을 계획하고, 피사체를 선별하고, 배경을 세팅하고, 광량을 조정하고, 구도와 셔터속도를 조정하며, 사진을 후보정하는 과정은 사진사의 몫이다. 그러니 비록 사진은 저작권자가 될 수 없는 기계가 찍더라도, 작가의 노력이 더해졌기에 사진가에게 사진저작권이 인정된다. 마찬가지로 작가가 AI로 웹툰을 그리더라도 스토리를 구상하고, 구체적인 콘티를 그려 내용을 배열하고, AI가 뽑아낸 결과물을 선별하고 편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작가가 기여한 부분에 대하여 저작권이 인정된다. 편집하는 과정에 ‘작가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사례가 있다. 2022년 미국 저작권청은 AI를 이용해서 만든 만화 작품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에 대하여 “AI 이미지 생성기가 만든 이미지를 저작권이 보호되는 저작물의 원본으로 볼 수 없다.”라며, “저작권법에 따라 인간 저작자의 창의적인 입력이나 개입 없이 무작위 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 또는 단순한 기계적 프로세스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은 등록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대신 이미지를 제외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선택, 조정, 배열에 대해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등록을 허용했다.³⁾ 이와 같은 기준으로 볼 때, AI로 창작한 영상물도 작가가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인정된다. 지난 2023년 한국 최초로 제작된 AI 영화 <수로부인>은 시나리오부터, 영상, 음악, 목소리까지 전부 AI로 제작되었는데, 우리 저작권위원회는 이 작품을 영상저작물이 아닌 편집저작물로 인정하였다. 편집저작물이란 여러 소재를 의도에 따라 선택하고 배열한 저작물을 말하는데, AI가 생성한 음악과 영상 등을 선별하고 배열한 부분에 창작성을 인정한 것이다.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좌), <수로부인>(우)
(출처: 크리스 카슈타노바, 나라 AI 필름)
3) 작가와 AI는 공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AI를 활용하는 작가들은 미래에 어떤 식으로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AI의 창작적 완성도가 높지 못하여 작가의 개입이 필요하고, 결과물을 선별하고 재가공하는 과정에 작가의 기여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또 수많은 엔지니어와 건축가, 가구ㆍ제품디자이너가 초기 상품의 콘셉트 설정과 디자인 탐색 과정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람이 새로운 콘셉트의 스케치를 한 장 그릴 동안, AI는 다양한 스타일의 스케치 수백 장을 그려 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개해 상품을 좀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이 경우, AI는 인간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만 제공한 것이고, 실제 창작적 표현은 작가가 한 것이므로 당연히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고, 특허나 디자인권 등록도 정당하다. 설령 AI의 창작적 완성도가 높아져서 최종 결과물까지 마무리하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창작 과정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어서 관리·감독할 경우,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영상물의 경우, 작가가 스토리만 입력하고 나머지는 기계가 다 처리했다면, AI가 만들어 낸 캐릭터, 음악, 배경 미술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동양인 캐릭터를 그려줘.’가 아닌 ‘갈색의 작은 눈, 빨간 코, 은색 곱슬머리, 턱시도, 작은 키’ 등과 같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제시하고,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인간이 선별하여, 다시 디테일을 수정하고 편집하는 등 창작물의 개발 과정에 수많은 피드백을 주어서, 전체 과정을 의도적으로 통제했다면 분명 그 창작물의 저작권은 인정될 것이다. 인간이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기계는 단지 연필과 같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완성 작품에서 인간의 기여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상표권은 창작자를 따지지 않으므로 AI가 만든 로고나 상표를 상표권으로 등록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상표법은 상표 사용자의 신용을 보호하는 것이지, 창작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AI 창작물의 특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는데, 그 방식이 아주 새로울 때는 특허 등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신기술의 도전 앞에서 전통적인 작가는 점점 설 곳을 잃었지만, 예술은 더 다양해지고, 시장은 더욱 커졌다. 신기술이 불러오는 변화는 대중에게는 기회이고, 작가에게는 도전이다. AI 기술의 활용은 여기에 법적 제약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더해진다. 숙련된 기술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창작할 수 있고, 작가의 스타일조차 모방되며, 새로운 창작물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다가온다. 이에 미래의 환경에서 창작자는 신기술과 법에 대한 이해,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기획해 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제 상품의 스타일링을 맡을 것이 아니라, AI가 생성해 내는 수많은 창작물 중에서 상품성 있는 부분을 선별하고, 편집하고, 가공해 내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말만 하면 수백 가지의 작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옥석을 구분하고, 상품성을 다듬으며, 더불어 시장에서 상품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사후적으로 방어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저작권이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상표와 특허, 디자인, 부정경쟁방지법 등 종합적인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적극 검토하고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시련 속에서 새로운 예술이 꽃피는 법이다.
- ¹⁾ '울트라맨' 캐릭터의 저작권자는 일본 Tsuburaya회사이다. (법률신문, 2024-04-08 10:25 [지식재산권] 중국, 생성형 AI에 의한 저작권 침해 판결)
- ²⁾ 연합뉴스 (2025.04.24.) "AI 프롬프트 생성 이미지는 저작권 보호 안돼"…中서 첫 판결
- ³⁾ 디지털 투데이, 2023-02-24 美 저작권청 “AI가 만든 만화, 저작권 인정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