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영상 부문의 상장사들을 기준으로 영상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조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제작사의 진입이 활발함을 알 수 있다. 팬데믹을 전후로 이미 OTT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방송산업은 영상과 콘텐츠 IP 산업으로 확장되었다. 먼저 팬데믹의 영향으로 영화산업이 침체된 후 회복이 더뎌지면서 영화 제작사들이 드라마 사업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24년에 MBC 금토드라마로 방영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제작한 ‘아센디오’¹⁾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원천 콘텐츠 IP로 경쟁력을 갖춘 웹툰/웹소설 사업자의 진입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2021년에 네이버가 티빙에 400억 원을 투자하면서 협력관계를 지속하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를 제작해 오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CJENM은 2023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웹툰제작사 ‘와이랩’의 지분(24년 기준, 각각 9.56% 보유)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2025년에 와이랩의 사내독립기업(CIC)인 ‘와이랩플렉스’는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제작했다. 네이버가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 협력 모델을 통해 영상산업에 진입한 반면, 카카오는 연관 기업의 수직적‧수평적 통합을 통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가졌다. 2021년에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하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제작해 오고 있다. 드라마 외에도 자사 소속 배우와 레이블을 통해 예능, 음악 콘텐츠 제작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셋째,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 기반 사업자들이 구성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VFX 사업자들이 후반작업뿐 아니라 콘텐츠 IP 기획·개발 및 제작의 영역까지 확장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덱스터’는 2018년에 자회사 ㈜덱스터픽쳐스를 설립하여 콘텐츠 IP 기획·개발 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으며, ‘위지윅스튜디오’는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종합엔터), ㈜메리크리스마스(영화), 골드프레임㈜(애니메이션), ㈜싸이더스(영화/드라마)등의 콘텐츠 관련 자회사를 통해 영상을 비롯한 콘텐츠 IP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다른 VFX 기업 상장사(자이언트스텝, 포바이포, M83)도 직간접적으로 영상 제작시장의 가치사슬에 관여하고 있다. 2023년 챗GPT가 상용화된 이후 영상산업에도 AI 기반의 동영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기반 사업자의 영상 제작시장 진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최근 쇼트폼 장르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타 장르에서 영상 분야로 진출한 사례도 발견된다. 가령, 게임사업자 ‘네오리진’은 2024년 3월에 자회사 ㈜폭스미디어를 통해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TOP Reels)’를 론칭했으며, 같은 해 10월에 신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현재 방송영상 제작 시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제작사 외에도 다른 장르 사업자와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출연으로 유입된 다양한 성격의 신규 제작사들이 공존하고 있다. 방송산업은 장르를 탈피한 영상산업으로 확대된 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제작 시스템 또한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가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의 실효성 진단이 필요한 시점
2016년 글로벌 OTT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그동안 지상파와 PP에 의존했던 제작 시장의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CJ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을 시작으로 소위 ‘한국형 스튜디오 시스템’이 구축된 것도 이 시점부터다. 2016년 3월 22일 자로 방송사의 특수관계자 방송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폐지된 후, 방송사들은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하거나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도 글로벌 OTT 서비스 사업자와의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전면 재편했다. 그러나 제작비 상승²⁾, 방송사의 드라마 슬롯 축소³⁾, 영상콘텐츠 투자 위축으로 인한 자본 경색 등의 어려움들이 실타래처럼 엮여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국내 제작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인 콘텐츠웨이브는 2024년에 자회사 스튜디오웨이브(주)를 청산했다.
현재 주요 플랫폼의 자체 제작 시스템 현황을 살펴보면, 지상파의 경우 KBS가 KBS미디어와 KBSN과 공동출자해서 ‘몬스터유니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SBS는 2023년에 SBS플러스와 SBS예능본부를 통합하여 ‘스튜디오프리즘’으로 재편했다. 2024년에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던 (주)에스비에스콘텐츠허브가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에스(주)를 흡수합병한 후 상호를 ‘스튜디오에스(주)’로 변경하고 장르별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MBC는 특정 장르와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 콘텐츠 IP 사업을 목적으로 2024년에 ‘㈜모스트267’을 설립했다.
PP사업자의 자체 제작 시스템을 보면, 먼저 JTBC가 모기업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인 ‘에스엘엘중앙(주)’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다. 에스엘엘중앙(주)은 현재 12개의 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2021년에 티빙과 합작법인(Joint Venture)으로 관계를 맺어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TV조선은 2022년에 자회사 비스타컴퍼니를 설립하여 2024년에 ‘TV조선 E&M’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주로 대중음악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MBN은 모기업 매일경제가 2019년에 ‘스페이스래빗’을 설립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나, 현재 뚜렷한 활동은 없는 상황이다. 2022년에 개국한 KT계열의 채널 ENA는 KT의 미디어·콘텐츠 중간지주회사인 ‘케이티스튜디오지니’가 있다. 2021년에 설립된 이후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캡티브 채널인 ENA에 공급하여 시너지를 낸 바 있다.
OTT 서비스 사업자를 보면, 티빙은 모기업 CJENM이 소유한 ‘스튜디오드래곤’과 ‘씨제이이엔엠스튜디오스’가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2016년에 CJENM의 드라마사업 물적분할로 설립한 것과 달리 씨제이이엔엠스튜디오스는 2022년에 CJENM이 현물출자 했으며,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예능, 웹툰 등의 제작사를 포함하고 있다. 씨제이이엔엠스튜디오스는 현재 산하에 8개의 레이블을 두고 있는데 설립 당시 제작사 인수에 투입된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2023년에 매출액 1,434억 원, 영업손실 57억 원으로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매출액 1,992억 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 91억 원으로 흑자전환되어 당분간은 관망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티빙은 에스엘엘중앙(주), 케이티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엔(네이버웹툰 자회사)과 지분 구조로 엮여 있다. 한편 쿠팡플레이는 모회사 쿠팡이 2023년에 ‘씨피엔터테인먼트(주)’를 설립하여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표 1] 주요 플랫폼의 자체 제작 시스템 구축 현황
(출처: 전자금융공시(https://dart.fss.or.kr/)의 각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참조)
1) ㈜포맷티스트 지분 보유
2) 2024년 4월 26일, (주)에스비에스콘텐츠허브가 스튜디오에스(주)를 흡수합병한 후 상호를 스튜디오에스(주)로 변경
3) 최근 25년 3월 28일, (주)퍼펙트스톰필름을 흡수합병하여 현재 총 12개 레이블(종속회사-제작사) 보유
4) 같은 KT 그룹 계열사로 22년 OTT 서비스 사업자였던 시즌이 티빙에 흡수합병되면서 CJENM이 일부 지분 소유
5) 그 외, 에스엘엘중앙(주), 케이티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엔(네이버웹툰 자회사) 역시 지분 구조로 엮여 있음
현재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시장은 혼잡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과거 내수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 간에 경쟁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던 전통적인 방송산업과 달리 이제는 내수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자, 나아가 다른 영역의 사업자와도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 간 협력도 필수다. 과거 방송사의 인하우스 제작 형태인 자회사 시스템과 현재 스튜디오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자체 채널 공급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채널이나 사업자까지 공급처를 확대함으로써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금 제작 시장의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힘을 다해 시도하고 있다. 그중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각 어떤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는지 사업자 간 지분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 시동 본격화
방송영상 제작 시장은 자본, 기술 그리고 제도와 같은 외부 환경에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특성이 있어 시장의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움직인다. 특히 대형 스튜디오 형태로 제작 시장이 재편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제작 요소들이 수렴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산하의 제작 레이블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대상 기업이나 출자 현황을 보면 기업별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CJENM은 스튜디오드래곤과 씨제이이엔엠스튜디오스 중심으로 운영되며, 산하에 강력한 레이블을 모았다. 2022년에는 미국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Endeavor Content)를 인수하여 현재 FIFTH SEASON이라는 글로벌 지향 스튜디오를 별도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가 주 공급처다. 현재로서는 K-콘텐츠와는 별도로 제작 및 유통되고 있다. 그 외에도 ㈜에이스토리, ㈜와이랩, ㈜덱스터스튜디오, ㈜케이티스튜디오지니 등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 기업에 출자하고 있다. 한편 CJENM의 OTT 서비스 ‘티빙’은 ‘콘텐츠웨이브’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티빙은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CJENM이 48.8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KT스튜디오지니(13.54%), 에스엘엘중앙(12.74%), 네이버(10.66%)가 주요 주주다.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40.5%)를 비롯해 KBS(17.9%), MBC(19.8%), SBS(19.8%)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OTT 사업자가 합병될 경우 사실상 국내 콘텐츠 OTT 서비스가 일원화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미 SBS가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고, 다른 스튜디오들도 캡티브 채널 외 공급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유료 서비스 시장이 가입자 포화 상태에 있다고 볼 때 합병 이후의 전략적 행보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트리중앙은 에스엘엘중앙(주)에 제작 레이블을 집합하여 제작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다. 자사 방송채널인 JTBC뿐 아니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tvN, 티빙, KBS, SBS, ENA 등 다양한 채널에 공급하고 있다. CJENM과 마찬가지로 2021년에 미국 제작사 Wiip을 인수하여 글로벌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주요 공급처는 HBO,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넷플릭스, 쇼타임 등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산업 전 영역의 가치사슬 기업을 통합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총 41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영화‧드라마‧예능 제작사가 10개사다. 자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외에도 웹툰과 웹소설 기업을 자회사로 보유하거나 출자하고 있으며, 음악, 매니지먼트, 광고 부문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인수합병은 2019년에서 2021년 전후에 이루어졌다. OTT 서비스 사업은 2020년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시작했으나, 2023년에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하고 2024년에는 댓글 서비스까지 종료한 상태다.

[표 2] 주요 사업자의 제작사 인수 및 출자 현황
(출처: 전자금융공시(https://dart.fss.or.kr/)의 각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참조)

[그림 1] 주요 제작사 M&A 현황
지리적인 경계가 무색한 시대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한국 수용자 역시 글로벌 콘텐츠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콘텐츠 품질에 대한 수용자의 기대치를 높여 놓았고, 제작자는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지만 그 사이 제작비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전반적으로 침체한 경기에서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도 힘든 상황이다. 상장사나 외부감사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다행히 2024년부터 제작사들의 수익이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플랫폼에서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신규 시장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위해서는 그에 앞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방송 시장이 무너지고 영상콘텐츠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 맞게 제작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 ¹⁾ 1977년 설립된 의성실업에서 시작된 회사로 1989년 코스피에 상장된 주권상장기업이다. 2016년에 엔터회사 키위컴퍼니에 2016년에 인수되었으며, 2021년에 아센디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7년 키위미디어그룹 사명일 때 영화 <범죄도시>의 투자배급사였다.
- ²⁾ 드라마제작사협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회당 평균 드라마 제작비는 10억 원이다. 이는 2013년 3억 7,000만 원보다 약 10배 상승한 것이다.
- ³⁾ 2019년 MBC 월화드라마와 SBS 수목드라마 폐지, 2021년 지상파 3사 아침드라마 폐지, 2023년 SBS 월화 드라마 폐지, tvN 월화드라마 잠정 중단 등 2019년에서 2023년에 대거 드라마 슬롯이 없어지거나 축소되었다. 그러나 최근 2025년 들어 SBS와 tvN를 중심으로 방송사들이 드라마 슬롯을 회복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