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콘텐츠의 미래를 논하다

총 14개 세션으로 구성된 올해 BCWW 콘퍼런스의 화두를 정리해 보면 글로벌 K-콘텐츠, FAST,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결합(스트리밍 플랫폼, 숏폼, AI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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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포스터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번 BCWW에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글로벌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고몽 TV(Gaumont TV) 등 주요 기관과 기업 초청은 물론 페데레씨옹(Fédération), 레 필름 다씨(Les Films d'lci), 스튜디오 하리(Studio Hari) 등이 프랑스 국가관에 참가해 공동제작, 인력 교류와 유통 확대 등 다방면의 협력을 논의했다. 콘퍼런스 첫날 진행된 스페셜 세션 2에서는 이러한 프랑스와의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K-콘텐츠와 프랑스의 랑데뷰: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프랑스와 한국의 시장 상황과 제작 환경을 비교하고, 양국에서 각각 프랑스와 한국 콘텐츠 수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프랑스 패널로 참석한 페데레씨옹의 파스칼 브레통(Pascal Breton) 대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K-콘텐츠가 인기 있는 상황이 흥미롭고 협력 방안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과 프랑스의 제작 협업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는데, 파스칼 대표는 로맨스, 액션, 팝 문화 등 양국의 공통적 관심사와 감정을 찾아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양국 기관이 협력해 창작자들이 많이 교류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셋째 날 진행된 트렌드 세션 5 K-포맷 3.0: 변화의 흐름 에서는 글로벌 제작사 패널들과 함께 한국 포맷의 강점과 글로벌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세계적인 제작사 프리맨틀의 크리스 오델(Chris O'Dell)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제작 총괄은 <복면가왕>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같은 한국 포맷의 강점으로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는 유니크한 구조,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을 울리는 정서적 요소를 꼽았다. 글로벌 포맷의 4가지 성공 요소로는 1) 어느 국가에서나 사용될 수 있는 보편성, 2) 여러 문화권에 걸쳐 전환할 수 있는 확장성, 3) 홍보 가능한 한 줄의 메시지, 4)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반복 가능성을 들었다. 또한 한국 포맷이 글로벌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단순한 헤드라인을 만들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NBC유니버설의 린필드 엔지(Linfield Ng) 아시아 포맷 세일즈 및 제작 부문 부사장은 여기에 더해 요즘 세대 시청자는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믿음이 가는 스토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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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WW B홀 전시마켓 내 전경, BCWW 콘퍼런스룸 E홀 기조 세션 2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새로운 미디어 유니버스, FAST를 만나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별도의 세션까지 마련된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였다. 콘퍼런스 첫째 날의 포문을 연 패스트서밋 세션을 시작으로 5개 세션에 걸쳐 플랫폼으로서 FAST의 가능성과 산업적/경제적 가치, 그 안에서 K-콘텐츠의 미래 전망까지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패스트서밋의 세 번째 세션이자 스페셜 세션 1로 진행된 미디어 플랫폼의 경쟁과 확장: 스트리머를 위한 가이드는 FAST 개념을 처음 제시한 TVREV의 앨런 월크(Alan Wolk) 대표의 기조연설로 시작했다. 그는 전통적인 TV 시청 방식에서 온디맨드 형태의 스트리밍으로 진화하며 특정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를 묶어주는 미디어 버블(Media Bubble)이 형성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혼돈이자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고, AI를 활용해 글로벌과 연결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진정성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3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이어서 조영신 미디어랩 C&X 대표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조 대표는 케이블 TV 비용이 비싸서 FAST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시장 상황과 달리 코드컷팅이 발생하지 않은 한국에서 FAST가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 앨런 대표는 TV 제조사가 자신들의 디바이스에 자체 OS를 론칭해서 손쉬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점과 디바이스 구매와 광고료로 구독료와는 다른 수익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점을 FAST의 장점으로 들었다. 케이블 TV에 없는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브랜디드콘텐츠를 통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콘텐츠 가능성도 언급했다.

2일차 키노트 세션 3 K-Content on FAST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FAST 채널의 확장성과 K-콘텐츠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유럽 최대 FAST 채널인 라쿠텐TV의 카리나 롬파(Karina Rompa) 시니어 매니저는 라쿠텐TV의 성공 원인에 대해 초기에 시장에 진입했고, 유럽의 각 국가와 지역별 현지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현지에서 K-콘텐츠의 인기 이유는 높은 제작 품질과 풍부한 감정선, 공통적 가치관이 반영된 스토리라고 답하며, FAST 채널은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 확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유럽 지역 가운데서도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서유럽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많으며, 북유럽은 이제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고, 동유럽 쪽은 아직 확산이 늦어서 인기가 높지 않지만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뉴아이디의 김조한 상무는 FAST를 리니어TV의 수명을 연장해 줄 넥스트TV라고 칭하며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과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OTT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면 오히려 함께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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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WW 콘퍼런스룸 E홀 트렌드세션 4, 넥스트 K-미디어 페스티벌 MBC&웨이브 부스 체험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넥스트 미디어를 향해,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결합은 진화한다

콘퍼런스 2·3일차에 진행된 트렌드 세션에서는 숏폼 드라마,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콘텐츠의 차별화,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AI의 활용, 팬덤이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등 최근 미디어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과 콘텐츠 관련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었다.

트렌드 세션 3은 미디어 혁신의 리더, AI: 포스트 프로덕션의 필수조건이라는 주제로 최근 콘텐츠 제작사에서 뜨거운 관심사인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AI의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후반 작업 단계에서 AI 활용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었으며, 특히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스토리나 캐릭터를 적절하게 설정할 경우 제작 전반을 AI가 도맡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세션 4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팬 퍼스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이 참석해 크리에이터와 팬덤이 만나 발생시키는 콘텐츠 경제에 대한 견해를 나누었다. 에그이즈커밍의 이명한 대표는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디지털 생태계는 사적이고 내밀한 모습을 시청자가 보고, 사적으로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큰 공감이나 힐링도 중요하지만 화 될 수 있는 포인트나 썸네일을 잡고 기획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인사이트를 나누는 한편에서는 BCWW를 찾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행사 <넥스트 K-미디어 페스티벌 NEXT K-MEDIA Festival>도 열렸다. OTT 홍보관과 FAST 체험 공간으로 구분된 행사장에는 4일간 약 1,5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서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흐름과 이용 방식을 경험했다.

OTT 홍보관에는 MBC·웨이브의 <신인감독 김연경>, 티빙의 <KBO LAB>, 쿠팡플레이의 <슈팅스타 2> 와 같이 각 플랫폼의 대표 스포츠 콘텐츠를 내세운 스포츠 콘텐츠와 뉴미디어 기술 체험관이 준비됐다. FAST 체험 공간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FAST 채널인 삼성 TV플러스LG채널의 콘텐츠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BCWW 2025는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속에서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며,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콘텐츠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