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2025년 세계 인터넷 대회 우전(烏鎮)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중국 인터넷 발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중국의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 규모는 공식적으로 500억 위안(약 원화 9조 원)을 돌파해 사상 처음으로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을 넘어섰고, 이용자 규모는 6억 9,600만 명에 달해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 드라마가 중국에서 단순한 문화적 유행을 넘어서, 이미 영상콘텐츠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굳혔음을 의미한다.
마이크로 드라마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압축적으로 빠른 전개와 적나라한 자극성을 기반으로 하는 ‘도파민 서사 전략’이다. 회당 1~2분, 전체 80~120회의 구성은 감정 자극, 갈등 관계, 반전 장치 등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의 몰입을 극대화했다. 둘째, 데이터 기반 제작 구조를 고도화했다. 플랫폼은 실시간 시청 데이터와 구매 전환율을 제작 과정 전반에 직접 반영하여 서사구조를 표준화했다. 셋째, 플랫폼–제작사–유통망의 수직적 통합 구조를 구축했다. 더우인(Douyin, 틱톡), 콰이쇼우(Kuaishou), 텐센트(Tencent) 계열의 마이크로 콘텐츠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스튜디오와 협력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고 회차 유료화와 가상화폐 충전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정착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 드라마는 제작비 1억~3억 원 규모로 수십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초고효율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했다. 낮은 제작 리스크, 빠른 수익 회수, 데이터 기반 생산성이 결합하면서 중국 내 많은 제작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의 파급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향하고 있다.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 중국의 ‘마이크로 드라마’ 열풍이 확산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마이크로 드라마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편집하는 MCN이 등장했다.
전통적인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숏폼 콘텐츠까지도 대체하지 못했던 ‘틈새 시간 소비’를 마이크로 드라마가 완벽하게 파고들고 있다. 3초 안에 시청자를 붙잡고, 30초 안에 결제로 전환시키는 구조, 그리고 과도할 정도의 갈등과 반전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국적과 민족을 초월한 강한 몰입을 제공한다.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문화콘텐츠의 수출’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콘텐츠+비즈니스’ 결합 모델이다. 즉, 시장은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기술, 데이터, 플랫폼 전략을 통합한 산업적 혁신 모델에 가깝다.
1) AI 기반 ‘콘텐츠 대량 생산’의 본격화
중국의 AI 기업들은 마이크로 콘텐츠 제작을 위한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2025년 상반기, ‘심영차원인공지능유한회사’(心影次元人工智能有限公司)가 자체적으로 개발·출시한 ELSER.AI다. ELSER.AI는 기획, 시나리오, 콘티, 작화, 편집 등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의 모든 단계를 하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통합한 솔루션이다. 해당 시스템으로 하루 만에 30분 분량의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콘텐츠 제작 방식 대비 제작 속도는 10배, 제작 비용은 1/10 수준까지 절감하는 혁신을 가져왔다. 즉, 중국 마이크로 콘텐츠는 이미 AI를 기반으로 콘텐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반(半)자동화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알고리즘 기반의 서사 템플릿화
더우인과 콰이쇼우는 콘텐츠 서비스 단계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템플릿을 제공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복수, 반전, 갈등’ 중심의 서사 구조 구성, 첫 3초 후킹 포인트 필수 삽입, 첫 3회차 안에 핵심 갈등 배치, 장면 전환 및 감정 곡선의 규칙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편성자이자 제작 기획자’로서 산업 전체의 서사 구조와 생산 방식을 새롭게 규정짓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즉 콘텐츠 공급망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더우인에서 ‘마이크로 드라마(微短剧)’를 검색한 화면 예시
(출처: 더우인 홈페이지)
3) 콘텐츠+광고+이커머스의 통합 모델
마이크로 드라마는 단순한 콘텐츠 산업을 넘어 전자상거래 산업의 핵심 엔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드라마의 시청 → 간접광고를 통한 상품 노출 → 시청자의 구매 → 시청자의 재방문 → 시청자의 재결제로 이어지는 콘텐츠+이커머스 통합 루프가 완성되었고, 현재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더우인 전자상거래 시장은 마이크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이 구조는 현재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 북미, 그리고 중동 시장까지 확산하면서 글로벌 플랫폼 시장 전반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구독 모델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4) 내용 규제와 플랫폼 심사 체계의 강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마이크로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중국 국가광전총국은 마이크로 드라마를 별도의 심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규제 항목으로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미신, 과도한 부의 과시(炫富) 등에 관한 내용을 명문화했다. 규제와 심사 체계의 강화로 콘텐츠 서비스와 관련된 온라인 시청각 플랫폼, 애플릿, 스트리머는 모두 반드시 ‘인터넷 드라마 배급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하고,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기 전에 반드시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마이크로 드라마 산업 관련자들은 올해부터 시장의 반응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중국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국가 간 갈등에도 민감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최근 한중 문화교류가 재개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콘텐츠 업계는 자연스럽게 ‘K-콘텐츠의 중국 재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는 장편·중편 드라마가 아닌 마이크로 드라마다. 따라서 K-콘텐츠 전략은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1) 중국 소비자 취향의 구조적 변화
중국의 Z세대·A세대(1995~2005년 출생)는 전통적인 K-드라마의 강점인 감정과 리듬 구조보다 마이크로 드라마의 속도, 몰입, 반전을 더 선호한다. 이는 K-콘텐츠의 감정선과는 다른 소비 패턴임으로 한국 제작사가 기존 제작 방식만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할 경우, 현실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미약하다. 심지어 과거에 한국 드라마를 선호했던 50~60대도 현재는 마이크로 드라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층으로 통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소비 취향에 맞는 마이크로 콘텐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 K-스토리텔링과 C-마이크로 포맷의 연합
K-콘텐츠는 정교한 연출, 뛰어난 감정 구축 능력, 그리고 섬세한 미장센과 캐릭터 표현력으로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러한 K-콘텐츠의 강점이 반대로 C-마이크로 포맷에서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현재 중국 정부, 플랫폼, 제작사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 드라마의 고품질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중국 콘텐츠 산업은 K-콘텐츠의 강점을 잘 알고 있기에, 한국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식 감정 서사와 중국식 마이크로 포맷의 유기적인 결합을 목표로 하는 한중 공동 제작 모델의 구조적 재정비는 물론, K-콘텐츠가 중국 플랫폼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궁극적 목표의 실현을 위해 중국과의 협업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민할 수 있다.
3) K-콘텐츠의 포맷 다변화 절실
K-콘텐츠 산업은 장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심의 제작 체계에 익숙하지만, 이미 다층화된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에 적응하기엔 아직 거리가 있다. 마이크로 포맷은 이제 단순한 실험 장르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의 가장 대표적인 영역으로 부상했다. 따라서 K-콘텐츠의 중국 진출과 관련해 여전히 ‘지상파 편성’이나 ‘OTT 완성작 수출’ 수준에서 논의된다면 시대착오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K-콘텐츠도 장편 장르에서의 강세를 유지함과 더불어 마이크로 포맷에 적합한 서사 구조, 제작 방식 전반의 혁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 와있다. 따라서 중국 시장 재진출의 포커스를 중국에만 설정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의미 있는 여정으로 기대할 필요가 있다.
1) 한국형 마이크로 콘텐츠 제작 표준 구축
한국 제작 환경은 여전히 높은 인건비, 상대적으로 긴 제작 주기, 촬영 및 후반 제작의 비효율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마이크로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 AI 기반의 제작 프로세스 도입, 마이크로 콘텐츠 전문 제작 스튜디오 육성, 콘텐츠+이커머스 통합형 모델 실험 지원 등에 관한 정책적 지원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2) ‘IP 패키지화’로 경쟁력 확보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은 모방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캐릭터 설정, 감정 곡선, 서사 구조, 장면 구성 등을 포함한 포맷 매뉴얼 패키지화가 필수적이다. IP 패키지 확보는 콘텐츠의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해외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고, 거래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3) 글로벌 시장을 향한 한·중 협력 모델 구축
중국이 처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중국 본토 진출은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우회형 모델 구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한중 공동 제작 시스템 구축, 더우인과 콰이쇼우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과의 협업, 기타 글로벌 OTT와의 마이크로 콘텐츠 합작 모델 구축, 그리고 AI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 스튜디오 설립 등 다양한 협력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중국 국내 시장에 대한 콘텐츠 규제와 대내외 정치적 변수로부터 독립적이면서도 중국 콘텐츠 생태계의 장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
4) 한국 자체적인 글로벌 플랫폼 구축
한국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글로벌 경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플랫폼과의 협력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한국 자체적인 글로벌 플랫폼 구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산업, 민간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기술, 콘텐츠, 유통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과감한 실행이 병행될 때 비로소 한국형 글로벌 플랫폼의 실질적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중국 마이크로 플랫폼의 해외 진출 성공의 이면에는 중국 국내 시장에서 적자 문제의 해결과 생존을 위한 절실함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플랫폼 부재에 따른 시청자 데이터 부족은 콘텐츠 제작에도 무시할 수 없는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 산업은 단순한 숏폼 유행을 넘어 데이터·제작·플랫폼 전략이 통합된 새로운 산업 구조로 봐야 한다. 중국 국내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거쳐 이미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고, 대외적으로 플랫폼 확산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K-콘텐츠의 중국 시장 재진출은 현재까지 지속된 전통적인 포맷과 제작 방식으로는 역부족이다. 마이크로 포맷, AI 기반의 제작 방식, 글로벌 시장을 향한 새로운 협력 모델 속에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현재 K-콘텐츠 산업이 당면한 과제는 명백하다. K-스토리텔링과 C-마이크로 포맷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AI 기반 제작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미 다가온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한중 공동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 자체의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제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모든 자원을 통합해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중국 본토 시장은 제한된 수준에서 개방하겠지만, 그보다 새로운 규칙을 이해하는 자에게는 더 광활한 글로벌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K-콘텐츠가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강자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
- 오창학(2025.3). 中 쇼트폼 드라마의 해외 진출 동향. <해외방송정보>, 2025년 3호, KBS공영미디어연구부.
- 오창학(2025.5). 中, 쇼트폼 드라마 관련 새로운 관리 규제 발표. <해외방송정보>, 2025년 5호, KBS공영미디어연구부.
- 오창학(2025.11). 中, AI 쇼트폼 애니메이션 산업 약진. <해외방송정보>, 2025년 11호, KBS공영미디어연구부.
- 杨光(2025.11.10). 微短剧产业进阶. <新华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