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송영상콘텐츠(이하 K-콘텐츠)는 1990년 후반 북동부 지역을 통해 인도에 소개되었다. 이들은 인도 중심부와는 인종·문화·정치적으로 다르며, 국경을 면한 미얀마로부터 인도의 북동부 지역으로 유입된 불법복제물, 이 지역에 방영된 아리랑 TV의 한국 드라마가 인도 한류의 뿌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해신>, <대장금>을 시작으로 <허준>이 인도 TV에서 방영되었고, 타밀 지역에서는 <꽃보다 남자>, <아이리스> 등이 방영되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이때까지 인도에서의 한류는 거의 북동부 지역에 제한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7년 <태양의 후예>, <꽃보다 남자>가 인도 전국에 방영되면서 관심을 끌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BTS의 인기 등과 더불어 인도에서의 K-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까지 인도의 한류는 동남아 등에 비해서는 매우 약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1)
코로나19의 확산은 K-콘텐츠가 인도 전역으로 확산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더불어 인도의 극장은 장기간 폐쇄되거나 상영 횟수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기존 극장 개봉 중심 비즈니스가 위축되면서 제작 중단 및 지연으로 인해 콘텐츠 공급이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OTT(Over-the-top)의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한 데다, 모바일폰 보급 증가와 데이터 가격의 하락 등이 이를 촉진했다. 요컨대 팬데믹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즐길 콘텐츠를 찾도록 유도해 OTT의 확장을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화한 것이다.2) 이러한 가운데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인도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넷플릭스 인디아에 의하면, 2019~20년 사이 K-드라마를 시청하는 인도인의 수가 370% 증가했다.3) 또한 2020년 넷플릭스 인디아의 ‘인기 상위 목록 10위(Top 10 Trending List)’ 가운데 한국 드라마 6편이 이름을 올렸다.4)
인도 시장은 전통적으로 자국 콘텐츠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해외 콘텐츠의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최근 콘텐츠 소비의 다양화가 큰 흐름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추세의 장기적·거시적 동력은 인도 경제의 높은 성장률과 규모이다. 인도는 최근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특히 실질 소득 증가가 민간 소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5)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023년 이후 인도의 인구는 14억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최대 수준에 올라섰으며, 인도 소비자 계층의 중위 연령은 30세로서 미래 소비를 주도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의 경우 39세). 인도는 2030년까지 30세 미만의 젊은 소비자가 3억 5,700만 명에 달해 2030년까지 세계 젊은 소비자 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젊은 소비자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6) 젊은 소비자층은 일정 수준의 소득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소비 욕구를 갖추고 있어 K-콘텐츠 확산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OTT는 콘텐츠 소비의 다양화를 유도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해외 콘텐츠는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OTT의 고급화 전략에 부합하며,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도 시청자들은 다른 국가의 고품질 스토리텔링과 제작 표준을 찾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전 세계적 노출, 문화적 호기심 등은 인도 시청자의 해외 콘텐츠 소비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도 내 OTT 플랫폼은 해외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도 내 다양한 언어로 더빙 및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7)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콘텐츠의 소비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인도인들이 K-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한국 드라마의 경우 인도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매년 조사에 따르면, 인도 소비자들은 한국 드라마·영화 콘텐츠의 잘 짜인 플롯 및 배우의 연기력을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8) 또한 다수의 인도 매체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제작(연출, 각본, 디자인, 연기 등) 완성도가 높다는 점을 꼽는다.9)
또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서 정서적 공감대를 들 수 있다. 한국 드라마는 가족 관계, 연장자에 대한 존중, 계층, 공동체 규범 등 인도와 문화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10) 예컨대 전(前) 주한 인도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Sripriya Ranganathan)은 <스카이 캐슬>을 언급하면서, “한국인들은 교육에 정말, 정말 집중합니다. 인도의 교육 방식과 완벽하게 일치하죠.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어떤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사랑의 불시착>은 인도 시청자들이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또는 인도 내 종교·카스트·지역 간 갈등)를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된다.11) 그리고 한국 드라마는 인도의 젊은 층이 직면하는 사회에 새로운 시각에 부응하는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양성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인도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며, <이태원 클라쓰>, <기생충>(계층 간 불평등 문제), <응답하라 1988>(가족 중심 문화, 이웃 공동체, 세대 간 정서 등), <스물다섯 스물하나>(청년의 사회적 불안정성), <비욘드 이블>(사회적 부조리) 등 다수의 한국 드라마가 인도 젊은 층의 정서적 공명을 얻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의 배우들이 드라마 10주년을 기념한 재회를 다룬 인도 기사
(출처: THE TIMES OF INDIA)
K-콘텐츠의 확산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인도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도 한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과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국의 영상콘텐츠 제작사들은 콘텐츠 수출·라이선스 계약을 넘어서, 인도 시장 진출을 심화하고 있다. 최근 CJ ENM은 아마존의 무료 광고 지원 동영상 서비스인 아마존 MX 플레이어와 파트너십을 통해 K-콘텐츠 18편을 공급하며 인도 스트리밍 시장에 처음 진출한다고 하며,12) 하이브는 2025년 9~10월경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13) 최근 한국 기업의 사업 활동에서 주목할 부분은 현지화 전략이다. CJ ENM이 인도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MX Player와 제휴하고, 한국 드라마를 힌디어·타밀어·텔루구어로 더빙해 제공하기로 한 것은 현지 사업 진입장벽 완화, 소비자의 제한적인 구매력, 그리고 언어·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최적의 현지화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한국 드라마가 고급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언어적 다원화는 향후 확산을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도는 사실상 한 국가로 보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며 각 지역이 기본적으로 유사 언어를 기준으로 구분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영어, 힌디어 이외의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고품질의 더빙 및 자막 처리는 시장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다. PwC(2023)은 2025년까지 OTT 플랫폼에서 힌디어를 제외한 지역 언어 사용 비중이 전체 시청 시간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14) 인도의 OTT 소비자 다수는 지역어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역어 지원 콘텐츠는 2~3선 도시에서의 시장 침투를 지원할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주요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지역 소비자를 확대하고 시장 침투를 높이기 위해 더빙과 자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15)
여기서 더 나아가 인도 시장 확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현지 콘텐츠 공동제작이다. 인도는 어떤 나라보다 현지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로서, 일방향적인 ‘수출’보다는 합작 등을 통한 협력관계를 선호하므로, 현지 기반 콘텐츠 공동제작은 현지화 전략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 더 넓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콘텐츠 이외에 타밀어, 텔루구어 등 다양한 지역 언어 기반의 현지 콘텐츠 제작에 상당히 투자한 바 있다.16) 한국의 IP를 활용한 현지 리메이크 또는 인도의 풍부한 서사를 활용한 공동제작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한-인도 CEPA를 계기로 체결된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은 유용한 협력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인도 정보방송부 장관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바랏 팔브 행사에 참석하였다.
(출처: The Korea Herald)17)
현재 양국 간 경제·외교 관계의 확대와 더불어 인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인도에서 한국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표적인 국가,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으며,18) K-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 문화와 언어, 한국 제품 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19) 예컨대 인도 정부는 2020년 14~18세 대상 제2외국어 가운데 한국어를 포함시킨 바 있으며, Duolingo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내 17~25세 연령대에서 한국어 학습이 매우 빠르게 증가해 인도 사용자들 사이에서 한국어가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 중 하나로 나타났다고 한다.20) 이러한 분위기에 부응해 우리 정부 및 기관은 양국 간 이해와 교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 1) 김정곤·이정미·윤지현(2020). <인도 한류 분석과 문화협력 확대방안: 음악 및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pp.44~45.
- 2) Yashoda L., Babitha B. S., Vaibhavi J.(2021). <The Effect of Covid-19 Pandemic on Indian Cinema: The Rise of OTT Viewership>. Proceeding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cience and Engineering 11(1):1589-1607.
- 3) Arushi Maheshwari(2020.12.10). What India Watched in 2020. <Netflix India>.
- 4) Shephali Bhatt(2020.11.17). How K-pop and Korean drama had their biggest breakthrough in India amid the pandemic. <The Economic Times>.
- 5)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25.11.11). <2026년 세계경제 전망>
- 6) Juan Caballero and Marco Fengler(2023). <China and India: The future of the global consumer market>. Brookings.
- 7) Chaudhary, Richa and Amit Kansal(2025). <The Impact of International and Regional Content on OTT Subscription in India: Comparative study of Netflix and Amazon>. Conference Proceedings; Gupta KP, Joshi D, Singh S(2025). <On the consumption of OTT services in India: insights from technology acceptance model and the uses and gratifications theory>. Innovation & Management Review, Vol. 22 No. 3 pp. 175–186.
- 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매년 발간). <해외한류실태조사>.
- 9) Rya Jetha(2021.2.28). <From K-dramas to kimchi>. The Indian Express.
- 10) Berislav Andrlić, Richa N. Agarwal, and Ezendu Ariwa(2025). <Digitalization of Hallyu in the Indian market: From periphery to center>.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and Applied Sciences, 12(10) 2025, Pages: 73-80.
- 11) Suparna Sharma(2021.9.15). <K-craze: Korean dramas and culture are taking India by storm>. Aljazeera.
- 12) CJ ENM(2025.9.4). <CJ ENM Expands Global Reach With Amazon MIX Player>.
- 13) 지승훈(2025.7.2). <46조가 왔다갔다…K팝, 왜 지금 인도로 가나>. 매일경제.
- 14) PwC(2023). <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 2023–2027: India perspective>
- 15, 16) Chaudhary, Richa and Amit Kansal(2025). <The Impact of International and Regional Content on OTT Subscription in India: Comparative study of Netflix and Amazon>. Conference Proceedings.
- 17) The Korea Herald(2025.10.22). <From Hallyu to Bollywood, India-Korea collaboration to shape future of content: minister>.
- 18) 김정곤·김경훈·백종훈·남유진·조원득(2023). <인도태평양 시대 한·인도 경제협력의 방향과 과제>.
- 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매년 발간). <해외한류실태조사>.
- 20) Education Times(2023.11.24). <Korean language sees 75% year-on-year growth in India, reveals 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