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 파워부터 한땀한땀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Q. 현재 스튜디오 수제의 이사이자 PD로 근무하고 있다. 스튜디오 수제는 어떤 곳인가?
(백) 스튜디오 수제는 <또간집>, <아침먹고가>, <탐욕의 장바구니>, <와썹맨>, <네고왕>을 직접 기획·제작한 제작진들이 모여서 설립한 스튜디오로, 올해로 5년 차가 되었다. 현재 12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튜디오 수제>라는 채널을 갖고 있다.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하고 포맷을 만들고 커머스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Q.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스튜디오 수제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백) 현재 대표님과 저와 같이 이사님으로 계신 분, 저 이렇게 셋이서 JTBC의 ‘스튜디오 룰루랄라’ 동기로 시작했다. 같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자고 생각하다가 투자받을 기회가 생겨, 그 기회를 바탕으로 지금의 ‘스튜디오 수제’라는 제작사를 만들었다. JTBC의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처음 시작했고, 에이앤이(A+E) 네트웍스의 ‘달라 스튜디오’를 거쳐서 ‘스튜디오 수제’라는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Q. 방송사에 소속된 디지털 스튜디오와 독립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우선 만들 수 있다는 게 다른 지점이다. 다음으로는 기획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인 것 같다. (독립 스튜디오 체제의 어려운 점이라면) 회사에 소속되었을 때는 회사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있었다면, 독립 스튜디오는 브랜드 파워부터 0에서 시작하니 ‘스튜디오 수제’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핸드메이드처럼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어려운 점이다.
Q. <와썹맨>, <네고왕> 등 오늘날 유튜브의 고전과도 같은 콘텐츠에 참여했고, 현재도 <탐욕의 장바구니> <간절한입> <돌출입터뷰> 등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달라진 유튜브 콘텐츠의 흐름이 있는가?
(백) 사실 유튜브 콘텐츠 시장 자체가 1년 또는 월 단위로 굉장히 많이 변화하고 있다. <와썹맨>이나 <네고왕> 때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러닝 타임부터 너무 다르다. 이전에는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5분에서 10분대의 ‘스낵컬처’ 콘텐츠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30분에서 1시간까지도 가는 콘텐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흐름도 다르다. 이전에는 웹 예능이나 웹드라마로 유튜브 콘텐츠가 다양하지만, 수량은 적었다면 요즘에는 워낙에 볼거리나 수량 자체도 많고, 등장인물도 다양해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 같다. 아무래도 알고리즘화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보니까 사람마다 보는 것들도 달라지고 다양해지지 않았나 싶다.
Q. 요즘 콘텐츠 만들 때 더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백) 가장 큰 부분은 썸네일이다. 유튜브 시장에서는 어쨌든 썸네일 타이틀 하나로 선택받아야 한다. 사람들의 피드에 뜨는 것은 결국 썸네일이라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거기서 선택을 못 받으면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도 보여줄 수 없다. 우리가 재미있게 준비한 콘텐츠로 어떻게 사람들을 한눈에 사로잡을 수 있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까 썸네일이나 타이틀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진정성이 없으면 사람들의 몰입감을 끌어당길 수는 없다”
Q. 최근 한 끼가 간절한 게스트를 초청해 식사와 토크를 함께하는 <간절한입>을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 수제의 대표 콘텐츠가 <또간집>인만큼, 먹방 콘텐츠를 새로 시작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간절한입>은 기존 먹방 콘텐츠와 어떤 차별화를 두고 있는가?
(백) 저희 대표 콘텐츠 <또간집>의 키워드가 먹방이고, 그 연장선으로 <간절한입>이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게 되었다. 당연히 부담이 있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기존 먹방과 차별화로 생각한 게 모든 활동이 끝난 마지막 순간, 가장 참아왔던 순간이 딱 끝나는 지점에 먹는 것, 그래서 누구보다도 리얼한 먹방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먹방과 다른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가장 극한의 배고픔까지 갔다가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순간에 진짜로 먹고 싶던 음식을 먹는다는 지점이 가장 큰 차이점 같다. 가장 먹고 싶은 순간에 떠오르는 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까 진짜 간절하게 원했던 그 음식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제목이 <간절한입>인 것처럼 게스트의 마지막 활동 현장 속으로 직접 녹아들기 때문에 흔히 보지 못했던 백스테이지나 현장 모습도 같이 담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먹는 얘기뿐 아니라 직업으로서 오늘의 활동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앞으로도 하고자 하는 일들이 얼마나 간절한지 자신에 대한 진중한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방 인터뷰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Q. <간절한입>은 게스트의 간절함이 보일 때 재미가 큰 것 같다. 게스트를 섭외하는 기준이 있는가?
(백) 아무래도 이분이 무엇을 가장 먹고 싶어 할까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굉장한 노력이 있었을텐데, 참았던 기간 동안 가장 얻고 싶은 게 무엇일까. 저 한 무대를 위해서, 한 순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그리고 자신이 하는 작업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지를 기준으로 보는 것 같다.
Q. 출연한 게스트의 쇼핑 취향을 엿보고 대리만족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탐욕의 장바구니>를 흥미롭게 봤다. 처음 기획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가?
(백) 기획할 당시에 제가 쇼핑을 좋아했다(웃음). 주변 사람들과 ‘너 백만 원 생기면 뭐 할래, 천만 원 생기면 뭐 할래’ 이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한테 백만 원이 생기면 어디에 쓸지 생각했다. 사무실에 사람들 책상만 보더라도 사람마다 책상에 있는 물건이 다 다른 것처럼 구매하는 물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 사람의 새로운 취향이나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쇼핑과 게스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결합하면 어떨까 싶었다. 취향만 엿보면 아쉬울 수 있으니 마음껏 행복하게 샀던 그 물건을, 게임을 통해서 가져갈지를 결정했다. 정말 모든 분께서 열심히 게임에 임해주셨고, 저런 모습이 탐욕에 가까운 모습이겠지 해서 만들어진 것이 <탐욕의 장바구니>였다.
Q. <탐욕의 장바구니> 포맷은 쇼핑과 직결되어 있는데, 커머스 콘텐츠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 커머스적인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그 포맷을 두고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콘텐츠의 구성이나 구조적인 형태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커머스나 PPL을 하더라도 기존 콘텐츠의 재미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가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에 쇼핑 장소들이 나오지만, 어떠한 광고 형태도 받지 않는 것이 저희의 모토다. 게스트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을 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PPL이나 커머스를 진행하면 콘텐츠의 재미는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서 다른 형태로 접근을 고민하고 있다.
Q. 콘텐츠를 만들 때 물론 ‘재미’가 가장 중요하지만, ‘재미’ 외에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는가?
(백)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 재미는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 외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유튜브에서 홈 피드에 떴을 때 재미있게 만들어낸 콘텐츠를 썸네일이나 타이틀 키워드로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들어 내는가가 가장 중요한 지점 같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몰입감을 일으키게 하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진정성이 없으면 사람들의 몰입감을 끌어당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보는 것도 많아지다 보니까 구독자나 시청자의 눈높이도 굉장히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를 위해서만 억지로 하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보는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그게 재미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게 가능하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고민을 한다.
“유튜브라는 디지털 격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제작진 스스로가 재밌게 느끼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Q. <웬만하면 그들을 사게할 수 없다(이하 웬그사)>로 커머스가 결합된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웬그사>는 처음에 어떻게 기획했는지 궁금하다.
(백) <웬그사>는 요즘 워낙 커머스가 중요한 시대지만, 커머스만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예능 포맷으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콘텐츠다. 기획 때 얘기를 나누면서 공감했던 게 요즘은 음식 배달을 시키든, 상품을 주문하든 리뷰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특히 한 장르에 특화된 정보력 높은 유튜버들이 많아서 그런 리뷰를 많이 비교하고 상품을 사기도 한다. 근데 리뷰를 보다 보면 어디까지 진짜고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런 지점들이 있다. 또 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곳에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한 공간에 모아놨을 때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었다. 판매자 대표님은 판매하는 상품에 진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해줄 수 있고 또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답변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다음 이 상품을 잘 아는 분들이나 전문가를 소비자 대표로 모셔서 상품을 잘 뜯어보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것을 거침없이 얘기해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판매 상품에 대해서 진중하면서도 실용적인 내용을 나눌 수 있는 장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한 콘텐츠다.
Q. 요즘 크리에이터와 결합한 커머스형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백) 근래에 많은 커머스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콘텐츠가 비즈니스와 연결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커머스 콘텐츠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커머스도 중요하지만, 커머스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것은 결국 콘텐츠다. 기본적으로는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커머스도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능에도 여러 장르가 있듯이 커머스도 하나의 장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무래도 커머스형 콘텐츠는 재미에 더해 정보도 유익해야 하므로 오히려 더 정교하게 많은 힘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해서 여러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게 지금 커머스형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Q. 콘텐츠 성장을 위해서는 팬덤도 중요하다. 팬덤을 모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백) 팬덤이라는 게 어느 때보다도 콘텐츠 시장에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저희가 노력하는 건 제작진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가 재밌는가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만들고 있는 제작진에게도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콘텐츠를 설득하고 팬들을 모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기획부터 제작진끼리 굉장히 얘기를 많이 한다. ‘재밌는지, 어떤 부분이 재미가 없는지, 그러면 이 재밌는 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제작진 스스로가 이 콘텐츠가 재미있는가 없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제작진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출연자분도 포맷에 대해서 정말 재미를 느끼는지 혹은 포맷에서 궁금한 지점이 같이 맞닿아 있는가도 중요하다. 출연자분들 스스로 이 콘텐츠에 녹아들어야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 그래서 팬덤을 확보하기에 앞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자체가 이 콘텐츠의 팬이 되어야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유튜브에 콘텐츠가 올라가면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면서 저희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콘텐츠를 사람들이 ‘이런 지점에서 좋아하는구나, 왜 이 지점에서 좋아할까 아니면 어떤 부분에서 아쉬워하는구나’ 이런 부분들을 파악한다.
Q. 유튜브 콘텐츠 팬덤의 특징으로 무엇이 있는가?
(백) 아무래도 유튜브의 큰 기능 중 하나가 댓글이기 때문에 댓글을 보다 보면 정보와 감정을 교환하는 장이 만들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콘텐츠로 하나의 주제를 던지면 댓글로 감상을 남기거나, 대댓글로 서로 정보나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새로운 팬덤의 형태가 아닌가 싶다. 콘텐츠와 시청자뿐 아니라 시청자끼리도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한다. 그리고 만드는 입장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댓글을 달아주는 분도 있다. 제작진도 생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 부분을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가 콘텐츠로 끝나지 않고 거기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실생활로 옮겨가는 것도 있다고 본다. 커머스형 콘텐츠도 콘텐츠로 끝나지 않고 그 물건을 구매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Q. 유튜브는 대형 크리에이터들과 스튜디오의 말 그대로 콘텐츠 전쟁터다.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온 입장에서 여기서 살아남는 비결은 무엇인가?
(백) 유튜브뿐 아니라 OTT 플랫폼과 TV에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한테는 사실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아직 생존해 가는 중이지만, 생존 비결이라고 하면 지금처럼 해온 대로 꾸준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재밌는 것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단순히 그냥 콘텐츠를 만든다기보다는 제작진 스스로가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그리고 콘텐츠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어느 순간 비슷한 것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나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나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그 새로운 것을 사람들한테 ‘이런 것도 있어’라고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