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매치 퍼즐처럼 손가락으로 간단히 화면을 두드리면서 즐기는 매우 단순한 구조의 하이퍼 캐주얼(Hyper Casual) 게임은 코로나19 기간 중 성장세를 더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앱 데이터 분석기업 데이터.ai(data.ai)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장르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다.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50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체 다운로드 수의 33%를 차지했다.

간단한 조작법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낮은 진입 장벽이 높은 다운로드 수를 견인한 가운데, 세부 장르별로는 액션, 퍼즐, 시뮬레이션, io¹ 의 4개 장르가 130억 건을 기록하며 전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의 16%를 차지했다. 그러나 높은 다운로드 수가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21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소비자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장르는 전략과 RPG로 나타났다.

한편, 게임시장 조사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다운로드 수 상위 100개 게임 중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수는 2018년 14개에서 2020년 35개, 2021년 36개로 집계되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성장세가 2020년 이후 한풀 꺾였음이 드러난다. 앱매직(AppMagic)의 조사에서도 2021년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다운로드 수는 13.5% 증가했으나 2022년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8.3% 감소했다. 물론 한 분기의 결과만으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하향세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즉각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지만 그만큼 질리기도 쉬워 유지율이 낮다. 모바일 마케팅 분석 기업 애드저스트(Adjust)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기준 한국에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30일차 평균 유지율은 1.69%에 불과해 여타 게임의 5.64%보다 3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르 특성상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적고 유사 게임이 난립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수익 모델에서도 인앱 결제 중심의 여타 게임 장르와 달리 출시와 동시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인앱 광고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운로드 상위 100개 게임 중 하이퍼 캐주얼 게임 수 (단위: 개)

출처: Newzoo(2022.5.)

2.1.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의 특징과 수익 모델

이처럼 시장 포화 상태에 도달한 데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도 저하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대안으로 최근 게임 이용자에게 보다 높은 이해도와 스킬을 요구하는 미드코어 게임의 요소를 접목한 장르로서 하이브리드 캐주얼(Hybrid Casual) 게임이 부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대개 하이퍼 캐주얼을 기본으로 삼되, 보다 풍부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통상 메타레이어(Meta Layer)²라고 칭하는 타 장르의 요소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수집 시스템을 메타레이어로 결합하면 게임 이용자는 게임 핵심 콘텐츠를 넘어 카드나 스티커, 캐릭터, 스킨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 RPG를 결합하면 장비와 캐릭터, 아이템 등을 성장시킬 수 있다. 어느 게임에나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내러티브 메타레이어는 스토리를 통해 게임에 몰입성을 더한다.

여타 게임 장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첫 번째 장점은 이용자 기반의 확대로, 가령 RPG 요소를 결합한 퍼즐 게임이라면 RPG 게임을 선호하는 게임 이용자와 퍼즐 게임을 선호하는 이용자 양쪽에 어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에 다양한 메타레이어를 통해 흥미를 더함으로써 이용자의 게임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 전문 퍼블리셔 부두(Voodoo)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을 테스트한 결과, 하이퍼 캐주얼 게임 대비 7일차 및 10일차 유지율이 모두 상승했으며, 평균 플레이 시간도 약 15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결합하기 때문에 유사 게임이 난립하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 대비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새로운 장르 간 결합을 통해 시장 선점의 우위를 누리기도 쉽다.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수익 모델에서도 최대한 많은 이용자로부터 최대한 빨리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인앱 광고에 의존하는 하이퍼 캐주얼과 차별화가 가능하다. 게임 이용자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새로운 게임 목표를 갖게 되면서 퍼블리셔는 광고뿐 아니라 인앱 결제를 통한 수익 창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씽크위드구글(Think with Google) 데이터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캐주얼 장르 게임 이용자 중 33%는 더 많은 게임 기회를 얻기 위해 보상형 광고를 시청하며 28%는 한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인앱 결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빠른 게임 진행을 원하는 이용자를 겨냥한 인앱 광고와 한정 아이템을 활용해 게임 내 레벨이나 스테이지 상승을 원하는 이용자를 위한 인앱 결제를 결합한 균형 잡힌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제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슈퍼소닉 스튜디오(Supersonic Studios)에 따르면 게임 내 코인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캐릭터에 다양한 스킨을 제공하는 등의 메타 요소들을 결합하고 인앱 결제를 제공한 결과 고객생애가치(LTV)³ 가 7~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들

첫 번째 사례인 <릴리의 정원(Lily’s Garden)>은 3매치 퍼즐 게임에 내러티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으로 2019년 1월 출시 이래 iOS 환경에서는 700만 다운로드, 구글 플레이에서는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으며 금년 1월 기준 1억 2,5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인기작이다.

이 게임은 주인공 릴리가 할머니로부터 상속받은 황폐화된 정원을 꾸미고 다른 캐릭터들과 교류하며 연인을 만드는 내용으로, 퍼즐 게임에서 획득한 별을 이용하여 정원을 복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게임은 스토리를 코어 게임플레이와 결합함으로써 이용자가 게임을 계속 진행하도록 만드는 동기를 강화한다.

<릴리의 정원>의 수익은 대부분 인앱 결제를 통해 창출된다. 이용자는 인앱 결제로 게임 내 화폐인 코인을 구매한 뒤, 코인으로 퍼즐을 보다 쉽게 풀 수 있게 도와주는 아이템인 부스터나 퍼즐 해결을 위한 추가 움직임, 게임 진행에 필요한 생명 등을 얻을 수 있다. <릴리의 정원>은 출시 초기에는 인앱 결제만을 지원했으나 현재는 인앱 광고도 제공 중으로, 광고를 시청하면 코인을 두 배로 주는 식의 보상형을 특징으로 한다.

퍼즐과 내러티브를 결합한 <릴리의 정원> 게임 광고

출처: Lily’s Garden

두 번째 사례는 2019년 출시된 슈팅 게임 <궁수의 전설(Archero)>이다. 이 게임은 터치와 드래그만을 활용해 캐릭터를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적을 쓰러뜨리는 단순한 조작 방식을 갖춘 캐주얼 게임인 동시에 액션과 RPG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된다. 이 게임은 출시 6개월 만에 2,930만 다운로드 수와 4,3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으며, 현재까지 6,890만 다운로드와 1억 2,7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 이용자는 스테이지의 적을 처치할 때마다 쌓이는 경험치로 레벨을 올려 다양한 효과를 지닌 스킬을 획득하는 구조로, 이러한 스킬 시스템을 활용해 매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스킬 조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캐릭터와 장비를 강화함으로써 공격력도 올릴 수 있다.

<릴리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궁수의 전설> 역시 인앱 광고와 인앱 결제를 모두 지원하며, 출시 이후 구독 모델도 추가하며 수익원을 더욱 다양화했다. 게임 이용자는 게임 내 화폐인 젬과 코인, 기타 아이템 등을 0.99달러에서 99달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으며 게임 내 진행도를 올리면 단계별 보상을 지급하는 구독 모델인 배틀패스는 4.99달러로 제공된다.

슈팅 게임과 RPG를 결합한 <궁수의 전설> 게임 화면

출처: Inven

<궁수의 전설>은 게임 내에서 보상형 광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는 인앱 광고 시청을 통해 에너지나 부활 옵션을 얻을 수 있으며, 인게임 상점에서도 광고 시청을 선택하여 무료 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인앱 결제 패키지 중 가장 저렴한 0.99달러 패키지는 100개의 젬을 제공하는데, 광고만 시청해도 30젬을 얻을 수 있어 이용자는 광고를 일종의 서비스로 인식하여 결제 부담을 덜기 위해 광고를 적극적으로 시청하게 된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최근 둔화된 성장세와 치열한 경쟁 상황을 맞아 미드코어 게임의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으로 진화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캐주얼을 하이퍼 캐주얼의 하위 장르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부두의 코렌틴 셀즈(Corentin Selz) 퍼블리싱 매니저는 하이브리드 캐주얼이 게임 개발 단계부터 강화된 상호작용과 보다 깊이 있는 게임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장르라고 강조한다.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 장르의 요소를 결합해야 하는 만큼 2개 이상의 장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 하며, 게임 이용자가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중장기적 목표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 중 가장 보편적인 유형은 3매치 퍼즐과 다른 장르를 결합한 게임으로 내러티브 중심의 <릴리의 정원> 외에 패션과 꾸미기 요소를 결합한 <프로젝트 메이크오버(Project Makeover)>, RPG를 결합한 <엠파이어 앤 퍼즐(Empire & Puzzle)> 등 다수의 게임이 출시되었다. 또한 방치형 게임과 RPG를 결합한 성공 사례로 , <오늘도 우라라 원시 헌팅 라이프(Urara: Idle Adventure)> 등도 있다.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의 발전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여전히 미개척된 영역이 많으며, 개발사의 역량에 따라 시뮬레이션과 전략 게임, 멀티플레이어 게임 등의 다양한 요소와 결합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만들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현재, 하이브리드 캐주얼로의 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으며 국내 게임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1. Meta-Winning with in-app ad monetization: Success Factors for Hypercasual and Casual Games, 2022.03.16
2. Mobidictum- Hyper-casual vs hybrid-casual: Should you turn to hybrid?, 2022.06.23.
3. Newzoo-The Evolution of Hypercasual Mobile Games Across the East and West, 2022.05.18.
4. Pocketgamer.biz- Three casual and hypercasual monetisation strategies in 2022, 2022.02.22.
5. Pocketgamer.biz-From hype to hyper to hybrid-casual, 2021.09.23.
6. Premortem Games- Market for hypercasual games down 8% - still 4.2B downloads in Q1 2022, 2022.04.13.
7. Udonis- Hybrid-Casual Games: The Recipe for Long-Term Engagement, 2022.04.14.
8. Udonis-Lily’s Garden Monetization: Reaping the Fruits of a Great Strategy, 2022.06.10.
9. Udonis-Archero Monetization Strategy: The Key to Instant Global Success, 2022.01.04.
10. Udonis-Mixing Genres into Hybrid Mobile Games: A Success Formula?, 2022.01.20
11. Indigame.com - 2021년 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43조 ‘전년 대비 15% 증가’, 2022.03.31.
12. Adjust-‘2021년 APAC 모바일 앱 트렌드 보고서’ 통해 역내 모바일 게임 앱 성장세 지속 확인,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