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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빅피쉬 게임즈의 생존 전략과 성장가능성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모바일 캐주얼 게임은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했다.
하이퍼캐주얼과 하이브리드 캐주얼까지 진행되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반면 PC 기반의 캐주얼 게임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험난한 PC 캐주얼 게임 시장을 지탱해온 게임사가 있다.
빅피쉬 게임즈는 PC 캐주얼 전문 게임사로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제 모바일 강화를 선언한 빅피쉬 게임즈의 생존전략과 향후 전략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된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1‘흔적 기관’이 된 PC 캐주얼 게임 시장

1.1. PC 캐주얼 게임 시장의 흥망성쇠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PC 캐주얼 게임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게임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PC 캐주얼 게임은 기존의 보드게임이나 퍼즐 게임 등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를 이어 왔으며, 2000년대 초반 PC의 대중적 보급이 확산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게임스빌(Gamesville), 리얼네트워크(RealNetwork)와 같이 PC 캐주얼 게임을 전문적으로 호스팅, 퍼블리싱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PC 캐주얼 게임으로 회사를 브랜드화 하는 시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빅피쉬 게임즈(Big Fish Games) 역시 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PC 캐주얼 게임 붐을 기회로 삼았던 기업 중 하나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PC 캐주얼 게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수많은 PC 캐주얼 게임 사이트도 등장했다. 공급과 수요가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PC 캐주얼 게임 몸값도 높아져만 갔다. PC 캐주얼 게임 붐이 정점에 이르렀던 2006년에는 PC 캐주얼 게임 타이틀 하나의 가격이 20달러로 책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PC 캐주얼 게임의 명운은 2007년 이후 급격히 꺾이게 된다. 2007년 등장한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이 기록적인 흥행에 힘입어 사회적 파급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PC 캐주얼 게임도 이 파급력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로, 캐주얼 게임 시장의 판도가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아이폰 이후의 시간은 모바일의 편이었다.

이후 PC 캐주얼 게임 시장은 기나긴 침체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의 PC 캐주얼 게임 시장의 진출도 시장을 빠르게 추락시켰다. 2008년 아마존(Amazon)은 리플렉시브 아케이드(Reflexive Arcade)를 인수하며 PC 캐주얼 게임 시장에 참여한다. 아마존은 PC 캐주얼 게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저가정책을 펼치며 20달러로 책정되어 있던 게임 타이틀 가격을 9.99달러까지 낮춘다. 이후 많은 PC 캐주얼 게임 회사들이 시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빅피쉬 게임즈만이 시장에 남아 ‘게임 클럽(Game Club)’이라는 회원제 시스템을 통해 게임 타이틀의 가격을 6.99달러까지 낮추며 아마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현재에도 운영중인 빅피쉬게임즈의 PC 캐주얼 게임 스토어 출처: Big Fish Games

빅피쉬 게임즈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장 자체의 침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매출은 빠르게 감소했고, 시장의 참여자들 또한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게임산업 전문매체 게임 디벨로퍼(GameDeveloper)의 사이먼 칼리스(Simon Carless)는 이렇게 남겨진 PC 캐주얼 게임 시장을 퇴화하여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흔적 정도만 남아 있는 기관, 흔적 기관에 빗대어 “흔적 시장”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2빅피쉬 게임즈의 생존 전략

2.1. PC 캐주얼 게임 시장,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베이스 캠프

사이먼 칼리스가 명명한 ‘흔적 시장’이라는 단어는 곱씹어볼 만한 의미심장한 말이다. ‘흔적 시장’은 퇴화되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어떻게든 여전히 살아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고, 다시 기능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는 적자를 견디면서 무작정 버텨나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긴 침체기 속에서도 PC 캐주얼 게임 시장은 여전히 게임산업에 유의미한 요인들을 제공하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PC 게임 플랫폼 아이윈닷컴(iWin.com)에서는 매일 새로운 캐주얼 게임이 게시되고 있으며, 빅피쉬 게임즈의 게임 스토어에는 2022년 7월 27개, 8월 26개의 신규 게임이 등록되고 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한 개 꼴로 새로운 PC 캐주얼 게임이 유통되는 상황이다.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꾸준한 부진 속에서, 부활의 여지도 미미한 흔적 시장에서 높은 생산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모바일로 재편된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PC 캐주얼 게임이 꾸준히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PC 캐주얼 게임이 꾸준히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많은 개발자들이 꾸준히 PC 캐주얼 게임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즉, PC 캐주얼 게임 시장 자체가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많은 개발자들을 PC 캐주얼 게임 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있는 것일까?

PC 캐주얼 게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발자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시장의 성장과 관계없이 개인의 성장가능성은 크게 잠재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특히 두 번째 특징은 일부 모바일 캐주얼 게임 히트작들이 PC 캐주얼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쥬얼 매치 솔리테어 X(Jewel Match Solitaire X)>의 개발자 조르그 헨슬러(Jorg Henseler)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상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개발자들이 대게 PC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장해온 개발자들임을 지적하며 <꿈의정원(Gardenscapes)>, <꿈의집(Homescapes)>, <피쉬돔(Fishdom)> 등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메가 히트타이틀을 만든 개발사 플레이릭스(Playrix)가 PC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PC 캐주얼 게임의 확장성은 변화한 게임 개발 환경에도 기인한다. 시에라(Sierra)의 설립자이자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윌리엄스(Williams) 부부는 오늘날 게임 개발 환경이 “개발은 쉬워졌지만 경쟁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게임 시장 자체가 커지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개발 도구들은 많아졌지만, 이용자를 게임에 끌어들이거나 잔류하게 만드는 경쟁 포인트를 발굴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PC 캐주얼 게임의 경우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 어려워 게임성에 집중해 승부를 봐야하는 만큼 윌리엄스 부부가 언급한 ‘경쟁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훈련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게임시장 진입을 위한 베이스 캠프가 된다고 볼 수 있다.

2.2. 혁신 없는 조용한 혁신, 빅피쉬 게임즈의 모바일 강화 선언

PC 캐주얼 게임 시장이 게임 개발자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는 것은 맞지만, PC 캐주얼 게임 시장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 PC 캐주얼 게임의 위기가 내재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과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인 만큼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오늘날 PC 캐주얼 게임 시장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으로 흡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오랜 기간 PC 캐주얼 게임 시장 내에서 리딩 그룹의 자리를 도맡아왔던 빅피쉬 게임즈 역시 모바일 강화 선언을 통해 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빅피쉬 게임즈는 아마존에서 6년간 프라임 게이밍(Prime Gaming)을 지휘해왔던 래리 플로트닉(Larry Plotnick)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플로트닉은 최근 “모바일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빅피쉬 게임즈는 다른 게임 스튜디오의 모바일 강화 선언처럼 특별한 혁신 조치 없이 PC 캐주얼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기려는 시도 중이다.

래리 플로트닉이 ‘혁신 없이 조용한’ 혁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PC 캐주얼 게임이 지닌 게임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게임에 대한 이용자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플로트닉은 2020년 5월 출시된 <에버머지(Evermerge)>의 성공을 상기시키며 특별한 혁신 조치가 없어도 빅피쉬 게임즈가 구축해 온 환경 자체만으로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피쉬 게임즈의 대표 모바일 게임 <에버머지> 출처: Reddit @Puppy(2022.9.)

플로트닉이 PC 캐주얼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IDFA 규정 변경1으로 모바일 캐주얼게임 시장 역시 커다란 변화를 맞닥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IDFA 규정 변경으로 인해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던 광고 생태계가 급변했고, 모바일 캐주얼 게임들은 BM을 비롯한 게임 디자인 전반을 재편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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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fier for Advertisers, 광고주 식별자로도 불린다. 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가 광고 목적으로 휴대폰 이용자의 할동을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태그였으나, 개인정보 문제가 붉어지며 애플이 iOS 14 업데이트와 함께 사용자 동의를 반드시 구하도록 이용 규정을 변경했다.

빅피쉬 게임즈가 보여주는 행보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집중함으로써, 채널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안정성이 저해되고 있는 최근의 게임 시장 환경에서 20년 간 다져놓은 역량을 자체 생태계 유지와 확장의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3빅피쉬 게임즈 생존전략의 시사점

PC 캐주얼 게임 시장의 생존과 빅피쉬 게임즈의 전략은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투자심리 위축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와 R&D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PC 캐주얼 게임 시장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개발 장벽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PC 캐주얼 게임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과 같은 맥락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 개발자 입장에서의 확장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PC와 모바일의 캐주얼 게임 시장의 연속성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F2P 게임 전문 매체 ‘디컨스트럭터 오브 펀(Deconstructor of Fun)’에 따르면 2021년 북미 시장 기준 신작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하위 장르별 점유율을 보면, 기타 퍼즐(Other Puzzle) 29.0%, 기타 3매칭 게임(Other Match 3) 16.1%, 머지(Merge) 12.9% 순으로 나타났다. 게임디벨로퍼가 제공한 아이윈닷컴의 2022년 5월 기준 최신 PC 캐주얼 게임 50개의 장르 분포를 보면, 숨은 그림 찾기 류 퍼즐(Hidden Object Puzzle Adventure)이 19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3매칭 게임(Match 3 Puzzle)이 10개로 그 뒤를 이었다. 두 집계가 집계 시점과 세부 장르 명칭에서 차이가 있으나, 핵심 게임 매커니즘을 공유하는 유사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정확히는 PC 캐주얼 게임의 세부 장르가 모바일 시장에서 더 세분화되고 융합된 형태로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PC 캐주얼 게임 시장이 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는 틀림이 없으나, 아직까지 게임 시장 내에서 유의미한 거점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빅피쉬 게임즈는 PC 캐주얼 게임 시장을 거점 삼음으로써 급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빅피쉬 게임즈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침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PC 캐주얼 게임 생태계를 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대기업의 진출로 마진율이 저해된 상황 속에서 시장을 탈출하기보다, 회원제 시스템 마련을 통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며 끝까지 시장에 남았던 것은 결과적으로 잠재력과 확장성을 지닌 거점을 확보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PC와 모바일의 캐주얼 게임 세부장르 분포 출처: Deconstructor of Fun, iWin.com 자료 재구성

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요인으로 요동칠 때, 변수를 줄여줄 안정적인 기반은 어느 기업이나 꿈꾸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은 어느 날, 한순간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성이 담보된 투자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어렵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선택들로 쌓인 역량은 적절한 때, 적절한 방향의 사업 전략과 만나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빅피쉬 게임즈는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1. Deconstructor of Fun - 2022 Predictions #1 The King is back, Merge overheats and Hypercasuals falter, 2022.1.13.
  2. Game Developer - PC casual games - exploring a vestigial market?, 2022.7.14.
  3. gamesindustry.biz - Hypercasual games: how to improve retention for your mobile games in the East and West, 2022.7.11.
  4. Kotaku - Sierra Founders Ken & Roberta Williams Talk About Their Past (And Future) In Video Games, 2022.07.19.
  5. Pangle - Hypercasual Game Report: hypercasual mobile games now the most downloaded genre in the post-IDFA era, 2022.5.6.
  6. VentureBeat - How Big Fish Games is focusing on its core business of casual mobile games, 202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