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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계 최대 게임 이벤트 위상 정립한 게임스컴

게임 캘린더

지난 8월, 독일의 게임스컴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대형 게임사들이 독자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기 시작하며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는 대형 이벤트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게임 이벤트로 위상을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또 ‘게임 그 이상’으로서 의미를 만들어냈다.

1세계 최대 위상 정립한 게임스컴

8월 24~29일 진행된 게임스컴(Gamescom)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 여파로 다소 잠잠했던 게임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한 네오위즈의 콘솔 게임 소식이 알려지며 관심이 커졌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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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Best Action Adventure Game)’,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Best Role Playing Game)’, ‘가장 기대되는 PS 게임(Most Wanted Sony PlayStation Game)’을 수상했다. <P의 거짓>은 MS의 구독서비스 게임패스 출시 계약도 체결했다.

2022년 게임스컴은 소니, 닌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이 불참을 선언하며 우려가 있었으나, 엑스박스, 세가, 반다이남코, THQ 노르딕, 유비소프트 등 대형 기업이 참여해 새로운 소식을 알리며 이목을 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관을 운영했으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넥슨, 라인게임즈,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53개국에서 약 1,100개 기업이 게임스컴에 참여했다.

게임스컴 행사장 출처: Gamescom

일반 관객은 전 세계 100개국에서 26만 5,000명으로 집계되었다. 2017년 35만 5,000명, 2018년 37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우려를 불식시키며 많은 방문객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올해 게임스컴은 하이브리드 이벤트로 진행되었는데, 전야제 행사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pening Night Live)’만 1,20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았고, 행사 전체 누적 시청자수는 1억 3,000만 명을 돌파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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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는 <데드 아일랜드 2(Dead Island 2), <호그와트 레거시(HogwartsLegacy)>, <원숭이 섬의 귀환(Return to Monkey Island)>,<고담 나이트(Gotham Knights)>, <소닉 프론티어(Sonic Frontiers)>, 크래프톤의 12월 출시예정작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등의 출시 예정작 소식이 전해졌다.

참여기업의 75%, 일반 관객의 50%가 외국인으로, 게임스컴에서 발표된 게임 소식은 전 세계에 막대한 수의 기사를 만들어냈다. 세계 최대의 게임 이벤트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게임스컴은 세계적인 이벤트이자 도시 축제이기도 하다. 쾰른 대표 축제로서 주변 관광지와 연계도 잘 되어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게임의 위상이 높아짐과 함께 게임산업을 넘어선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대중문화 전문지 CGM의 에두아르 가프통(Eduard Gafton) 기자는 “게임스컴은 ‘게임 그 이상’이며,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게임스컴에서 소개된 출시예정작이나 수상작에 대한 소식은 지금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게임스컴이 보여준 ‘게임 그 이상’의 의미를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2독일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

게임스컴은 게임의 위상 증진, 정치권 및 정부에게 게임산업이 진지한 산업이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하는 등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실 전 세계 어느 국가나 게임산업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글로벌 게임산업의 매출은 할리우드와 글로벌 음악산업의 매출을 합친 것을 상회했다. 대다수의 게임이 당연한 것처럼 글로벌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 잘 만든 게임이 한 국가에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성취는 쉬이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세계 5번째 게임 시장이지만, 자국 게임사의 매출 비중은 약 5%에 그친다. 독일 게임사는 약 600여 개에 이르지만, 직원 25명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했던 독일 게임업계는 게임스컴에 정치인을 초청해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2017년 당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게임스컴에 참석해 게임을 ‘문화자산’이자 ‘혁신 추진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당시 독일 연방교통디지털인프라부 장관이던 안드레아스 쇼이어(Andreas Scheuer)가 약 5,000만 유로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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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을 개회식에 초청하는 방식은 2018년까지 유지되었다. 2019년부터는 개회식에 신작 게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 이후 게임스컴에 대한 기업과 게임 팬들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독일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게임스컴의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진흥 정책과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독일 게임산업협회 GAME의 펠릭스 포크(Felix Falk) 회장은 정부 투자로 상황이 개선되었으나 채용과 교육 관련 과제가 산적해 있고, 매년 줄어드는 젊은 인구를 감안하면 해외 인력 채용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치권의 도움을 요청했다.

독일 연방 통계청(Destatis)의 발표에 자료에 따르면 67세 이상 인구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22% 증가할 전망으로, 독일 또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에 속한다. 게임 이용자가 청년층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세대로 확산되고 있어 시장 규모의 관점에서는 우려가 없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 인력 측면에서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게임 개발 인력은 게임업계에만 종사하지 않는다. 게임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가 증가하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고령화와 맞물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비대면 기술과 AI 기술 등을 활용해 해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이때 게임 기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게임산업의 독일 내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게임 기술 전문인력을 필요로하는 분야도 확대될 전망이다. 게임산업 인력 양성이 게임산업 진흥을 넘어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게임스컴은 게임쇼로서 세계적인 입지를 다지고 독일에서 게임산업의 위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독일에서는 게임산업이 국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다양한 진흥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3ESA의 게임스컴 참여

게임스컴 전야제에는 출시예정작을 홍보하는 것 뿐만아니라 다양한 유명인사가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중 눈에띄는 것은 ESA(European Space Agency, 유럽우주기구)의 우주비행사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Samantha Cristoforetti)의 영상 출전이다.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축하 메시지 보낸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 출처: ESA(2022.9.)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게임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주 개척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ESA는 게임 개발사와 파트너십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자문 및 자원을 제공하며 게임산업과의 접점을 늘려 왔다. ESA 내에서도 게임 기술이 다수 활용되고 있다. ESA의 XR랩 설립자 리오넬 페라(Lionel Ferra)는 게임스컴에 발표자로 나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게임산업과 우주 탐험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VR 헤드셋은 우주비행사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사용되고, 게임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은 로봇 로버나 로봇 팔 제어에 사용되고 있다.

ESA는 게임스컴에서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 훈련에 사용되는 VR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우주비행사와 연구자 외의 다양한 직무를 홍보했다. ESA의 채용 책임자 루시 반 데르 타스(Lucy van der Tas)는 “게임스컴은 ESA의 다양한 직무를 알리는데 최적의 장소”였다고 평가했다.

에밋 플레쳐(Emmet Fletcher) ESA 사무국장은 “게임은 모든 사람이 ESA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게임과 우주탐험이 잘 어울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스컴에서 이미지, 모델, 데이터, 전문가, 촬영지 등 게임 개발자들이 활용가능한 ESA의 자원을 인식시킬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성과를 설명했다.

게임스컴과 같은 게임 이벤트는 게임사가 자사 게임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 비즈니스 미팅이나 직접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 등 게임산업 사업 플랫폼으로 작용해 왔다. ESA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플랫폼이 게임산업을 넘어 더 다양한 산업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4대형 게임쇼의 미래

게임스컴은 과 같은 콘솔 게임부터 모바일과 라이브 서비스 게임, 게임 기기 등 게임산업의 다양한 상품을 다뤘다. AR/VR과 같은 게임산업의 미래상도 충분히 조명했다.4 게임산업과 게임 팬들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코로나19 시기에 증폭된 대형 게임쇼 위기론을 불식시키기는 어렵다. 단순히 게임 홍보만을 위한 것이라면 소니나 닌텐도처럼 자체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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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퀘스트2와 PC용 VR, PSVR로 발표될 VR 게임 <워킹데드: 성자와 죄인 챕터 2(The Walking: DeadSaints & Sinners – Chapter 2: Retribution)>가 공개되었고, 구글이 인수한 VR 스튜디오 아울케미 랩스(Owlchemy Labs)의 신규 프로젝트도 소개되었다. 독일 스튜디오 몹엑스 게임즈(MobX Games)가 개발중인 <에버슬라우트 침공(Everslaught Invasion)>등 다수의 출시예정 VR 게임이 소개되었다. 가장 인기있는 보드게임 <카탄(Catan)>은 AR 홀로그램 보드게임 플랫폼 틸트파이브(Tilt Five) 전용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발표했다.

게임스컴을 통해 발견한 대형 게임쇼의 의의는 게임산업과 게임산업 밖을 연결하는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대상은 정부와 정치인일 수도 있고, ESA처럼 전혀 다른 산업계일 수도 있다. 상호교류를 통해서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및 교류, 경제적 파급력 극대화라는 더 큰 맥락을 만들 수 있다. 게임 기술이 발전하고 게임이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가 커질수록 게임 이벤트의 영향력도 더 커질 수 있다.

참고자료

  1. CGM - Gamescom 2022: What It Was Like To Attend, 2022.9.15.
  2. DW - Gamescom 2022: Can Germany level up its gaming industry?, 2022.8.26.
  3. DW - Germany: Crowds return to Gamescom convention after COVID, 2022.8.24.
  4. Destatis - Väter von Erstgeborenen sind im Schnitt 33,2 Jahre alt, 2022.5.24.
  5. ESA - Game on at Gamescom, 2022.9.1.
  6. Gamerant - Gamescom 2023 Dates Announced, 2022.8.24.
  7. Mixed - VR at Gamescom 2022: All games, trailers and announcements, 202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