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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배경]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글로벌 부상

글로벌 이슈 포커스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익스트랙션 슈터란 무엇인가

익스트랙션 슈터(Extraction Shooter)는 플레이어가 맵에 투입되어 전리품을 약탈하고, 지정된 탈출 지점으로 무사히 빠져나와야 획득한 아이템을 영구 보유할 수 있는 게임 장르다. 탈출에 실패하면 모든 전리품과 장비를 잃기 때문에 매 순간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연속이다. 이러한 ‘서치-파이트-익스트랙트(search, fight, extract)’ 구조는 2017년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Escape from Tarkov)>의 등장으로 정립되었으며, 죽으면 장비를 잃는 극한의 긴장감과 독특한 게임플레이로 배틀로얄 이후 새로운 유행 장르로 주목받았다. 일종의 PvP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장르는 현실적인 총기 손맛, 복잡한 인벤토리 관리, 영구적 은신처 업그레이드 요소를 결합해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2025년, 인디부터 메이저까지 가세한 장르의 폭발적 성장

2025년은 익스트랙션 슈터 시장이 급격히 확장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8년간 클로즈드 베타로 운영되던 <타르코프>가 2025년 11월 정식 출시를 맞이하며 스팀에도 처음 등장했고, 출시 직후 100만 건 이상의 위시리스트를 달성하며 20개 언어로 지역화되는 등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국 인디 개발사 팀 소다(Team Soda)의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Escape From Duckov)>가 출시 5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며 전 세계 게임업계를 놀라게 했다. 불과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만든 이 게임은 스팀 동시접속자 30만 명을 넘어서며,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전형적인 인디 신화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거대 퍼블리셔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스(Embark Studios)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 역시 2025년 10월 말 정식 출시되며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대작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출시 전 서버 테스트에서 스팀 동시접속자 18만 9천 명을 기록했고, 정식 출시 후에는 스팀에서만 최고 동접 48만 명, 콘솔 플레이어까지 합산하면 7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즐긴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타르코프로 시작된 하드코어 장르가 이제는 넥슨 같은 대형 퍼블리셔의 주력 라인업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2025년 가을, 익스트랙션 슈터는 인디부터 메이저까지 모두가 주목하는 차세대 핵심 장르로 부상했다.

배틀로얄을 넘어선 새로운 슈팅 장르의 부상

익스트랙션 슈터가 배틀로얄 이후 새로운 슈팅 장르 트렌드로 부상한 배경에는 기존 멀티플레이어 슈팅 게임의 한계와 게이머들의 새로운 경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배틀로얄 장르는 2017년 <배틀그라운드(PUBG)>와 <포트나이트(Fortnite)>의 성공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매 라운드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게임 내 성장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익스트랙션 슈터는 매 라운드의 전리품이 영구적으로 축적되고, 이를 통해 은신처를 업그레이드하며 캐릭터와 장비를 성장시키는 RPG적 요소를 결합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생존과 킬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귀중한 전리품을 확보해 자신만의 경제와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게임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극적인 긴장감과 보상의 순환 구조에 있다. <타르코프>의 경우 사실적인 총기 커스터마이징과 탄도학, 체력 및 출혈 시스템까지 구현하여 타협 없는 복잡함과 독창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맵 곳곳에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잠긴 방이나 비트코인, 그래픽 카드처럼 희귀하고 값비싼 루팅 아이템이 숨겨져 있어 탐험과 전투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전멸 시 모든 장비와 배낭 속 루팅 아이템을 상실하며, 일정 시간 안에 맵의 정해진 탈출구로 대피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 플레이어는 매 순간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설계는 하드코어 슈터 팬층에게 기존 게임에서 느낄 수 없던 몰입감과 성취감을 제공했고, 8년간 꾸준히 팬덤을 확대해왔다.

금번 호 이슈포커스에서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대표하는 세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2025년 시장 구도를 살펴보고자한다. 첫째, <타르코프>는 장르를 정립하고 하드코어 게임성의 기준을 제시한 원조 격 작품이다. 둘째, <덕코프>는 5인 인디팀이 PvE 싱글플레이와 캐주얼화 전략으로 100만 장 판매를 달성하며 장르 대중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셋째, <아크 레이더스>는 넥슨이라는 메이저 퍼블리셔가 편의성 강화와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더 넓은 유저층에게 어필하는 대중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 작품의 경쟁과 공존은 익스트랙션 슈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주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