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글로벌 부상
글로벌 이슈 포커스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타르코프>의 장르 정립과 2025년 경쟁 구도 형성
2017년 <타르코프> 등장과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 탄생
2017년 등장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이하 <타르코프>)는 죽으면 장비를 잃는 극한의 긴장감과 전리품을 얻고 탈출해야 하는 독특한 게임플레이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정립했다.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 목숨을 걸고 맵에 투입되어 무기와 물자를 약탈하고, 맵 어딘가의 탈출(익스트랙션) 지점으로 무사히 빠져나와야 획득한 아이템을 영구 보유할 수 있다. 탈출에 실패하면 모든 전리품과 장비를 잃기에 매 순간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연속이다. 이러한 서치-파이트-익스트랙트 구조는 배틀로얄 이후 새로운 유행 장르로 주목받았으며, 일종의 PvP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으로도 볼 수 있다. 타르코프는 현실적인 총기 손맛과 복잡한 인벤토리 관리, 그리고 영구적 은신처 업그레이드 요소를 결합해 독보적인 하드코어 게임성을 완성했다.
<타르코프>의 주요 특징에는 전멸 시 모든 장비와 배낭 속 루팅 아이템을 상실하며, 일정 시간 안에 맵의 정해진 탈출구로 대피해야 하는 압박감이 았다. 맵 곳곳에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잠긴 방이나 비트코인, 그래픽 카드처럼 희귀하고 값비싼 루팅 아이템이 숨겨져 있어 탐험과 전투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렇게 얻은 전리품은 은신처를 업그레이드하고 무기와 탄약을 조달하는 데 사용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 내 경제와 캐릭터 성장이 이루어진다. 특히 <타르코프>는 사실적인 총기 커스터마이징과 탄도학, 체력 및 출혈 시스템까지 구현하여 타협 없는 복잡함과 독창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핵심 메커니즘은 여타 경쟁작이 쉽게 넘볼 수 없는 하드코어 팬덤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었다.
2017년 베타부터 2025년 11월 정식 출시까지 8년간의 발전 과정
2017년 7월 처음 클로즈드 베타로 공개된 <타르코프>는 입소문을 타고 하드코어 슈터 팬층을 모으며 꾸준히 발전해왔다. 2020년대 초 트위치 드롭스 이벤트로 동시접속자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고, 8년간 수십 차례의 업데이트 끝에 마침내 2025년 11월 15일 버전 1.0 정식 출시를 맞았다. 정식 출시와 함께 스팀에도 처음으로 등장한 타르코프는 출시 직후 100만 건 이상의 위시리스트를 달성하며 20개 언어로 지역화되는 등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이는 그동안 독자 플랫폼으로만 운영되던 게임이 주류 플랫폼으로 진입하며 대중화의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출시 주간에는 서버 문제로 스팀 평가가 복합적에 그치는 등 순탄치 않은 출발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르코프>는 독자 플랫폼과 스팀을 합쳐 수십만 동시 플레이어를 유지하며, 8년간 축적된 콘텐츠와 시스템 깊이로 여타 경쟁작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타르코프>의 성공에 힘입어 여러 개발사들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 도전했으며, 이는 2025년 현재 다양한 스타일과 전략을 가진 작품들이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타르코프>는 단순히 하나의 성공작을 넘어, 새로운 게임 장르의 문법과 기준을 제시한 선구자로서 산업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타이틀이다.
<그림> 배틀스테이트 게임즈의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타이틀 이미지
타르코프 성공 이후 다양한 개발사의 장르 진입
타르코프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개발사들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 도전했다. 크라이텍(Crytek)의 <헌트: 쇼다운(Hunt: Showdown)>은 2018년 PvPvE 요소에 서부 호러 테마를 접목해 성공을 거두었고, 2022년에는 <콜 오브 듀티: 워존>에서도 DMZ 모드로 익스트랙션 개념을 도입했다. 2023년 국내 인디팀 아이언메이스(Ironmace)가 선보인 <다크 앤 다커(Dark and Darker)>는 던전 크롤러와 익스트랙션 슈팅을 결합한 판타지 변주로 화제가 되었으며, 비공식 테스트에서 스팀 동접 1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현실 전장뿐 아니라 SF, 호러, 판타지 등 다양한 세계관으로 약탈 후 탈출 게임플레이를 활용한 작품들이 등장하며 장르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익스트랙션 슈터가 단순한 밀리터리 시뮬레이션을 넘어 다양한 테마와 결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임을 입증했다. 각 작품은 <타르코프>의 핵심 메커니즘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세계관과 게임성을 더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헌트: 쇼다운>은 19세기 루이지애나의 괴물 사냥이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했고, <다크 앤 다커>는 중세 판타지 던전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근접 전투와 마법 요소를 접목했다. 이처럼 장르의 본질은 유지하되 표현 방식을 다양화한 전략은 더 넓은 플레이어층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으며, 2025년 경쟁 가속화의 토대가 되었다.
<그림> 크라이텍의 <헌트: 쇼다운> 타이틀 이미지
2025년 덕코프와 아크 레이더스 동시 출시로 경쟁 가속화
2025년 10월은 익스트랙션 슈터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중국 인디 개발사 팀 소다의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가 10월 중순 출시되어 5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같은 달 말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스의 <아크 레이더스>가 PC와 콘솔 멀티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되며 스팀 최고 동접 48만 명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타르코프의 핵심 메커니즘을 계승하면서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장르 대중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덕코프는 PvE 싱글플레이와 귀여운 비주얼로 진입장벽을 낮췄고, 아크 레이더스는 편의 기능 강화와 멀티플랫폼 지원으로 캐주얼 유저까지 포용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에는 인디부터 메이저까지 가세한 익스트랙션 슈터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2024년 발표된 번지(Bungie)의 <마라톤(Marathon)> 프로젝트 등 글로벌 대형 IP들도 이 장르에 속속 가세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타르코프>로 대표되는 정통 하드코어 계열과 <덕코프>, <아크 레이더스>로 대표되는 대중화 계열이 함께 성장하며, 익스트랙션 슈터는 이제 배틀로얄 이후 차세대 주류 슈팅 장르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이 시장은 각기 다른 개성과 전략을 내세운 작품들이 경쟁하면서도, 기존 배틀로얄이나 생존 게임 장르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흡수해갈 가능성이 높다.
<표> 익스트랙션 슈터 주요 타이틀 연대기 및 특징 비교
2. 장르 대중화를 이끈 두 타이틀 비교 분석
<덕코프> ① 출시 5일 만에 100만 장, 스팀 동접 30만 명 돌파
2025년 10월, 중국 인디 개발사 팀 소다(Team Soda)가 출시한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이하 <덕코프>)가 전 세계 게임업계를 놀라게 했다. <덕코프>는 탑다운 PvE 익스트랙션 슈터로 발매 5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출시 열흘째인 10월 26일에는 스팀 동시접속자 수 30만 명을 넘어섰다. 스팀 주간 최고 동접 순위 Top5에 올랐고, 한때 <배틀필드 6> 등 대형 FPS 신작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덕코프>가 개발 인원 단 5명의 소규모 팀이 만든 인디게임이었다는 점이다. 발매 직후 스팀 사용자 평가 96퍼센트 긍정을 유지하며 품질 면에서도 호평을 받은 <덕코프>의 성공은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전형적인 인디 신화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깜짝 히트작의 성공 이면에는 분명한 전략과 흥행 공식이 존재했다. <덕코프>는 단순히 <타르코프>를 모방한 패러디 게임이 아니라, 장르의 핵심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진입장벽을 과감히 낮춘 설계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전체 판매의 상당수를 기록하며 중국 유저 리뷰 비중이 64퍼센트에 달했고, 매일 밤 중국 프라임 시간대에 동접이 폭증하는 패턴을 보였다. 또한 무료 온라인 게임이 주도하는 중국 시장에서 유료 싱글게임으로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림> 팀 소다의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 타이틀 이미지
<덕코프> ② PvE 싱글플레이와 귀여운 비주얼로 진입장벽 완화
<덕코프> 개발팀은 애초부터 <타르코프>의 핵심 재미를 PvE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팀 소다의 리더 제프 첸(Jeff Chen)은 타르코프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PvP는 스트레스가 크다며, 보다 많은 유저가 익스트랙션 슈터의 캐릭터 성장과 루트 파밍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이텐션의 PvP 요소를 과감히 배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덕코프>는 철저히 1인 플레이에 집중하여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거나 싸울 필요 없이 오로지 AI 적들과 교전하며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혼자서 즐기는 싱글 플레이 익스트랙션이라는 파격적 방향은 결과적으로 대중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동안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는 오랜 시간 투자할 수 있는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덕코프>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설계를 통해 이 장르를 캐주얼 게이머 층으로 확장해냈다.
게임 분위기 측면에서도 과감한 탈피를 시도했다. 현실적인 1인칭 그래픽 대신 탑다운 시점을 채택하고, 캐릭터도 군인 대신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오리 캐릭터로 디자인했다.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타르코프의 패러디 밈(meme) 게임 정도로 여겼으나, 막상 플레이해보니 겉모습만 귀엽지 실제로는 탄탄한 완성도의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개발진 역시 초기에는 이러한 풍자 같은 패러디 요소가 혹시 게임의 진정성을 해칠까 우려했지만, 정작 유저들은 <덕코프>가 <타르코프>에 대한 존경 어린 오마주이자 순수 PvE 게임임을 받아들이고 게임 본연의 도전과 수집 요소에 더 주목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오리가 총을 들고 비틀비틀 걷는 모습은 묘하게 매력적이라는 반응도 나왔고, 일반적인 밀리터리 슈터의 삭막한 분위기보다 밝고 유머러스한 아트 스타일이 캐주얼 유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측면이 있다.
<아크 레이더스> ① 넥슨 자회사의 멀티플랫폼 대작, 스팀 동접 48만 명 달성
인디게임 <덕코프>의 돌풍과 때를 같이 하여, 거대 퍼블리셔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스(Embark Studios)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가 2025년 10월 말 정식 출시되었다. PC, PS5, Xbox Series X|S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대작으로,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출시 전 서버 슬램 테스트1)에서 스팀 동시접속자 18만 9천 명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정식 출시 후에는 스팀에서만 최고 동접 48만 명에 달하고, 콘솔 플레이어까지 합산하면 7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즐긴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주차에 스팀 역대 동접 순위 89위에 오르고, 경쟁작 <헬다이버즈 2>의 기록을 넘어서는 등 2025년 가을 가장 뜨거운 PC 게임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타르코프>로 시작된 하드코어 장르가 이제는 넥슨 같은 대형 퍼블리셔의 주력 라인업으로까지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아크 레이더스> 개발진은 앞서 <더 파이널스(The Finals)>로 혁신적인 슈팅 게임성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장르 대중화를 위한 여러 실험적 설계를 도입했다. 특히 메이저 퍼블리셔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솔까지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은 PC 중심의 기존 익스트랙션 슈터 시장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넥슨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서양 개발팀에 투자하고 대중적 게임성을 강조한 전략은, 한국 게임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림> 엠바크 스튜디오스의 <아크 레이더스> 타이틀 이미지
<아크 레이더스> ② 편의성 강화와 PvPvE 공존 설계로 유연한 플레이 환경 제공
<아크 레이더스>의 핵심 전략은 기존 익스트랙션 슈터의 난이도 장벽을 낮추고 플레이 경험을 유연하게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전리품을 상점 창고로 옮길 때 일일이 인벤토리를 정리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자동으로 자원을 관리해주는 편의 기능들이 포함됐다. 또 플레이어에게 기본 자원과 탄약을 지원해주는 애완 로봇 스크래피(Scrappy)를 제공하여, 매 전투마다 맨손으로 시작해 노가다를 반복해야 하는 지루함을 줄였다. 무엇보다 획득한 장비나 기술 업그레이드가 타 플레이어와의 PvP에서 결정적 우위를 주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춘 것이 눈에 띈다. 최고의 무기나 스킬일지라도 PvE 로봇 상대에 주로 영향을 끼치도록 하고, 플레이어 간 전투에서는 실력과 전략이 좌우되게 설계했다. 이로써 과도한 장비 격차로 인한 신규 유저 진입장벽을 낮추고, 캐주얼 유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아크 레이더스>는 기본적으로는 3인 스쿼드 중심의 온라인 PvPvE 익스트랙션 게임이지만, 혼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하게 디자인되었다. 플레이어는 거대 로봇들이 점령한 지상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전리품을 모으게 되는데, 이때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하거나 교전하는 것은 선택 사항에 가깝다. 게임 내 매치메이킹 구조상 협동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는 자연스럽게 뭉치고, 혼자 탐험하고 싶은 유저는 광대한 맵에서 충분히 분산되도록 되어 있다. 실제 커뮤니티에서는 아크 레이더스에서 솔로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손을 흔들며 지나치는 훈훈한 광경도 종종 벌어진다는 일화가 나올 정도로, 이용자들이 PvP 여부를 유연하게 선택하는 분위기다. 이는 게임의 주적이 되는 ARC라는 강력한 로봇 세력 덕분이기도 하다. 엠바크 스튜디오스는 애초에 무자비한 로봇 위협으로 인한 공포와 긴장감을 강조하여 플레이어 간 경쟁심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표> <덕코프> vs <아크 레이더스> 전략 비교
3. 이번 흥행이 게임산업에 미친 영향은?
하드코어 장르의 대중화 가능성 입증
<덕코프>의 성공은 하드코어 장르도 설계 방식에 따라 충분히 대중화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작은 팀이 개발했지만 <덕코프>는 볼륨 면에서도 빈약하지 않았다. 5개의 개성적인 맵에 메인 스토리와 수십 종의 사이드 퀘스트가 존재하고, 은신처 업그레이드와 제작, 네 가지 이상의 스킬 트리 육성 등 50시간이 넘는 플레이 분량을 제공한다.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단순 반복 파밍에 빠지지 않도록 장기 목표를 제시하는 디자인도 호평받았다. 예를 들어 보스 격인 꼬마덕(Pato Chapo)을 쓰러뜨리기 전까진 라이플을 더 모은들 큰 의미 없다는 식으로, 플레이어가 끝까지 동기부여를 느끼도록 퀘스트를 배치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콘텐츠 설계는 단발적 유행이 아닌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출시와 동시에 스팀 워크샵 모딩 기능을 공식 지원하여, UI 편의 개선 모드부터 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모드까지 초기부터 여러 팬 모드가 활발히 등장했다. 개발진도 유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니 큰 기쁨이라며, 특히 처치 로그를 추가해주는 KillFeed 모드를 인상적으로 지켜봤다고 밝혔다. 이렇듯 충분한 콘텐츠와 모드 통한 확장성은 게임 수명을 늘리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장기적인 플레이어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마치 <스카이림>이 오픈월드 RPG의 대중화를 이끈 것처럼, <덕코프>는 익스트랙션 슈터가 마니아 장르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원작 개발사의 긍정적 반응과 장르 확장 분위기
흥미롭게도 덕코프의 성공에 대해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개발사인 배틀스테이트 게임즈 역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배틀스테이트의 수장 니키타 부야노프(Nikita Buyanov)는 <덕코프>가 출시 직후 밀리언셀러를 달성하자 자신의 X 계정에 개발팀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 오리들은 정말 멋지다라는 메시지를 남겨 격려했다. 원작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패러디 게임임에도 법적 문제 제기나 견제 없이 오히려 웃으며 받아들인 것이다. <덕코프> 개발팀도 답신을 통해 <타르코프 1.0>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화답했고, 양측 커뮤니티 모두 훈훈한 분위기 속에 장르의 확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해외 리뷰어는 배틀스테이트 게임즈가 이러한 명백한 패러디를 포용하고 홍보해주는 모습이 기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원작사도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파이 확장을 환영하며, 덕코프의 성공을 장르 대중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타르코프>는 여전히 정통 하드코어 팬층을 대상으로 한 독보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덕코프>나 <아크 레이더스> 같은 대중화 작품들이 새로운 유저층을 끌어들임으로써 오히려 전체 장르 시장이 성장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게임업계 전반에서도 익스트랙션 슈터를 차세대 유망 장르로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개발사들이 자사만의 차별화된 익스트랙션 슈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틀로얄이 한때 FPS 장르를 지배했던 것처럼, 익스트랙션 슈터가 앞으로 수년간 슈팅 게임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5년 익스트랙션 슈터 춘추전국시대 도래
2025년 말 현재 익스트랙션 슈터 시장은 타르코프로 대표되는 정통 하드코어 계열과 덕코프, 아크 레이더스로 대표되는 대중화 계열로 양분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 타르코프는 8년간 축적된 깊이와 복잡성으로 하드코어 마니아층을 확고히 붙잡고 있으며, 독자 플랫폼과 스팀을 합쳐 수십만 동시 플레이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덕코프는 PvE 싱글플레이와 캐주얼화 전략으로 기존 익스트랙션 슈터에 관심 없던 라이트 유저층을 대거 끌어들였고, 아크 레이더스는 메이저 퍼블리셔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솔 시장까지 포괄하며 더 넓은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전략과 타겟층을 가진 작품들이 공존하며 시장 전체를 확장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번지(Bungie)의 <마라톤(Marathon)> 프로젝트 등 글로벌 대형 IP들도 이 장르에 속속 가세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아크 레이더스>의 합류로 이제 익스트랙션 슈터는 인디부터 메이저 FPS 시리즈까지 모두 탐내는 차세대 핵심 장르로 부상했다. 한 업계 평론가는 <아크 레이더스>는 직장인 게이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화형 익스트랙션 슈터라 평하며, 그 등장은 곧 이 장르가 주류 트렌드로 올라섰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여러 게임 개발사들이 익스트랙션 슈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2026년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틀로얄 대체 가능성과 장르 융합 트렌드
익스트랙션 슈터는 배틀로얄이 지녔던 서바이벌 긴장감과 경쟁 요소에 영구적인 진행도와 성장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배틀로얄의 일부 수요를 흡수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배틀로얄은 매 라운드 리셋되는 구조로 장기 몰입에 한계가 있었지만, 익스트랙션 슈터는 세션마다 축적되는 자원과 업그레이드로 지속적으로 성장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PvE 요소를 강화하거나 솔로 플레이를 지원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에 지친 유저들에게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덕코프>와 <아크 레이더스>는 PvP 스트레스를 완화하면서도 긴장감은 유지하는 설계로, 배틀로얄에 피로감을 느낀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익스트랙션 슈터 시장은 각기 다른 개성과 전략을 내세운 작품들이 경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 배틀로얄이나 생존 게임 장르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흡수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RPG 요소, 스토리텔링, 협동 플레이 등 다양한 게임 요소와 결합하며 장르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크 앤 다커>가 판타지 던전 크롤러와 결합했듯이, 앞으로는 SF, 좀비,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다양한 테마의 익스트랙션 슈터가 등장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장르가 유행하는 차원을 넘어, 슈팅 게임 전반의 설계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흐름으로 관측된다.
4. 한국 게임산업에 주는 시사점과 대응 방안
소규모 개발의 글로벌 성공 모델과 인디 육성 필요성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의 성공은 대규모 예산과 인력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낸 사례로, 한국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 5명으로 구성된 팀 소다는 대형 FPS 못지않은 완성도의 게임을 만들어냈고, 비리비리(Bilibili)와 같은 플랫폼사의 지원 아래 전 세계 게이머를 상대로 흥행을 일구어냈다. 이는 한국에서도 인디 및 소규모 개발팀을 육성하고, 이들이 독창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대형 퍼블리셔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국의 비리비리는 내부 인디 개발팀을 운영하며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주었고, 그 결실로 <덕코프> 같은 히트작을 얻었다. 한국 개발사들도 이처럼 사내 벤처나 작은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새로운 장르 개척을 모색해볼 수 있다.
또한 <덕코프>는 낮은 개발비에도 불구하고 초기 수익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는 고예산 경쟁 일변도의 국내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작 위주의 한국 게임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기민하게 트렌드에 반응하는 소하지만 강한 게임들을 다수 선보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스팀과 같은 개방형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출시와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은 자본력에서 열세인 팀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무대임을 <덕코프> 사례가 증명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가 PvPvE 던전 크롤러로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데, 정작 국내 퍼블리셔는 이처럼 새로운 수요층을 노린 작품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PvE 디자인 혁신과 멀티플랫폼 글로벌 진출 전략
<덕코프>의 흥행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PvE 디자인을 통한 장르 대중화다. 기존 한국 게임사는 슈팅 장르에서 주로 e스포츠나 경쟁 중심의 PvP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덕코프>는 오히려 PvP를 배제하고도 큰 재미와 참여율을 이끌어냈다. 이는 한국 개발자들이 하드코어한 게임일수록 PvP가 필수라는 고정관념을 재고하고, 협력 플레이나 싱글 플레이의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익스트랙션 슈터처럼 어려운 장르는 <덕코프>처럼 구조적 긴장감을 유지하되 플레이어에게 과도한 좌절감을 주는 요소를 완화하는 전략이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한국 개발사들도 익스트랙션 슈터와 같은 신흥 장르에 주목하고, 하드코어와 캐주얼의 균형감을 갖춘 게임 디자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덕코프>의 성공은 또한 중국 게이머와 글로벌 동시 공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덕코프>는 전체 판매의 상당수를 중국에서 올렸는데, 출시 직후 중국 유저 리뷰 비중이 64퍼센트에 달했다. 또한, 영어를 비롯한 10개 언어를 지원하고 가격도 17.99달러(26,499원)로 매우 저렴하게 출시하는 등 철저히 글로벌 지향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한국 게임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 출시 시 중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현지화와 현지 플랫폼과의 전략적 협업이 필수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 게임들은 국내 시장 중심의 모바일 게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넥슨이 <아크 레이더스>를 통해 콘솔과 PC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나, 엔씨소프트가 차기작으로 글로벌 PC 게임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익스트랙션 슈터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장르에서 한국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국내 개발력에 글로벌 트렌드 대응력을 결합해나가는 전략이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문헌
- Epic Games Store, "Escape From Duckov interview: The story behind the phenomenal success", 2025.11.04, https://store.epicgames.com/en-US/news/escape-from-duckov-interview-jeff-chen-story-behind-success
- PC Gamer, "Finally, Arc Raiders is the extraction shooter for people with jobs, and it's all the better for it", 2025.11.08, https://www.pcgamer.com/games/third-person-shooter/finally-arc-raiders-is-the-extraction-shooter-for-people-with-jobs-and-its-all-the-better-for-it/
- Niko Partners, "Escape from Duckov sells over 2 million copies", 2025.10.30, https://substack.nikopartners.com/p/escape-from-duckov-sells-over-2-million
- PC Gamer, "Duck-themed extraction shooter Escape From Duckov sold 500,000 Steam copies in its first 3 days", 2025.10.20, https://www.pcgamer.com/games/action/duck-themed-extraction-shooter-escape-from-duckov-sold-500-000-steam-copies-in-its-first-3-days/
- PC Gamer, "Escape From Duckov quacks past 300,000 concurrent players only 10 days after release", 2025.10.26, https://www.pcgamer.com/games/action/escape-from-duckov-quacks-past-300-000-concurrent-players-only-10-days-after-release/
- Analog Stick Gaming, "Escape from Tarkov finally hits 1.0 after 8 years in Early Access", 2025.11.14, https://www.analogstickgaming.com/news-1/2025/11/14/escape-from-tarkov-finally-hits-10-after-8-years-in-early-access
- PC Gamer, "Escape from Tarkov director says the launch week's wobbles were 'actual stress testing not only of our servers but also our mind and nerves'", 2025.11.24, https://www.pcgamer.com/games/fps/escape-from-tarkov-director-says-the-launch-weeks-wobbles-were-actual-stress-testing-not-only-of-our-servers-but-also-our-mind-and-nerves/
- PC Gamer, "Dark and Darker proves extraction shooters don't have to be shooters at all", 2023.02.09, https://www.pcgamer.com/dark-and-darker-proves-extraction-shooters-dont-have-to-be-shooters-at-all/
- PC Gamer, "Escape From Duckov is the latest breakout Steam hit to owe its success to China", 2025.10.24, https://www.pcgamer.com/games/action/escape-from-duckov-is-the-latest-breakout-steam-hit-to-owe-its-success-to-china/
- PC Gamer, "Escape From Duckov might look like a parody, but it's a full-fledged, full-featured singleplayer bottling of extraction shooter juice", 2025.10.22, https://www.pcgamer.com/games/third-person-shooter/escape-from-duckov-might-look-like-a-parody-but-its-a-full-fledged-full-featured-singleplayer-bottling-of-extraction-shooter-juice/
- Movies Games and Tech, "Review: Escape From Duckov", 2025.10.22, https://moviesgamesandtech.com/2025/10/22/escape-from-duckov/
- se7en.ws, "Escape from Tarkov creator Nikita Buyanov praises Escape from Duckov’s success as its developers await full EFT release", 2025.10.25, https://se7en.ws/escape-from-tarkov-creator-nikita-buyanov-praises-escape-from-duckovs-success-as-its-developers-await-full-eft-release/?lang=en
- Reddit, "ARC Raiders surpassed over 700K CONCURRENT players on all platforms this past weekend", 2025.11.13, https://www.reddit.com/r/gaming/comments/1otl8ir/arc_raiders_surpassed_over_700k_concurrent/
- SteamDB, "Steam Charts - ARC Raiders", https://steamdb.info/app/1808500/charts/
- Embark Studios, "ARC Raiders", https://arcraid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