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Game

[규제] 디지털 유산 관리 논란 재점화, 게임업계 대응 방안은?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집필: EC21R&C 김형석 책임연구원

Executive Summary

이슈 배경

- 최근 국내 대형 인명사고 이후 고인의 디지털 자산 접근권 이슈 표면화

-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한 국내 법제도적 공백 상태 지속

- 해외 주요국(미국,독일,프랑스 등)은 이미 관련 법제 마련

- 게임 내 디지털 자산의 금전적 가치 증가로 상속 필요성 증대

- 글로벌 게임사와 국내 게임사 간 디지털 유산 관리 정책 격차 확대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

- 게임 계정 및 아이템의 소유권과 이용권 구분에 따른 법적 쟁점 부각

- 디지털 자산의 금전적 가치와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 필요성

- 글로벌 플랫폼(스팀,블리자드 등)의 계정 양도 불허 정책과 충돌

- 사전 지정 시스템 부재로 인한 유족의 디지털 자산 접근 어려움

한국 게임산업의 대응 방향

- 디지털 유산 관련 기본법 제정 및 게임산업 특성 반영 가이드라인 마련

- 사전 지정 시스템 도입으로 이용자 자기결정권 보장

- 게임 내 디지털 자산 유형별 관리 방안 차별화(금전적 가치/개인정보 민감도 기준)

- 글로벌 스탠다드 기반 관리체계 구축으로 국제 경쟁력 확보

1. 디지털 유산 관리 문제의 부상과 주요 쟁점

디지털 유산 관리 이슈의 재부상 배경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당시 유가족대표단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희생자의 지인 연락처와 SNS 계정 접근권 등을 요구했지만, 연락처만 제공받았을 뿐 계정 정보는 제공받지 못했다. 이는 계정 정보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정보로 분류되어 개인정보보호법상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에 고인의 온라인 자산과 정보에 대한 접근권 문제가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이 생성하고 소유하는 디지털 자산의 범위와 가치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와 승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특히 게임산업에서는 계정과 아이템에 상당한 금전적 가치가 부여되면서, 이에 대한 상속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범위 확장

디지털 유산은 고인이 생전 보유했던 모든 디지털 형태의 기록과 자산을 의미한다. 이메일, SNS 프로필 등 개인 계정과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게시물, 구독형 서비스, 가상화폐 등을 포괄한다. 최근에는 게임 계정과 아이템, 메타버스 내 자산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이들의 금전적 가치와 개인적 의미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는 계정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은 게임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은 유저가 갖고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용권 이전에 대한 결정권한은 소유권자인 게임사가 갖고 있어 상속 여부 및 허용 범위는 기업별 약관에 따라 달라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는 디지털 유산의 승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수 국가에서 디지털 자산에 관한 별도의 법이 마련돼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 자산 접근성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제도를 지속 고도화하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디지털 유산에 관한 문제는 법적인 이슈가 있다. 미국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일 신탁 접근법이 있고, 유럽도 판례 등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법적 공백 상태에서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표> 주요국 디지털 유산 관리 법제 현황 비교

2. 글로벌 디지털 유산 관리 정책 분석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접근법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개정 통일 디지털 자산 접근법(RUFADAA)을 채택했다. 이 법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서비스 제공자의 이익, 디지털 자산 관리자의 이해관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RUFADAA의 핵심은 사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자산의 처리 방식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한다.

RUFADAA는 고인의 동의 없이는 상속자가 디지털 유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접근법으로, 생전에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다면 사후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기업)의 가이드라인이 유언이나 위임장보다 우선하며, 법을 준수하는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면책을 제공한다. 이는 기업의 법적 부담을 줄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디지털 유산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용한다.

EU의 디지털 유산 관련 판례와 법제화 동향

유럽 국가들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디지털 유산 관리 법제를 발전시켜 왔다. 프랑스는 2016년 발효된 ‘프랑스 디지털법’을 통해 개인이 사망 전 디지털 유산의 승계 또는 폐기할 권리를 규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인의 지침이 없는 경우에도, 상속인은 고인의 모든 계정을 폐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서비스 제공자의 이용약관 중 이같은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무효가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상속인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

독일은 2018년 독일 연방대법원(BGH)이 SNS 계정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며 디지털 유산 상속을 인정했다. 법원은 디지털 콘텐츠를 일기나 편지와 같은 아날로그 문서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디지털 자산이 사용자의 재산이며,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소유가 아니라는 원칙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상속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독일의 페이스북 판결 사례와 시사점

독일의 페이스북 판결은 디지털 유산 관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사건은 사망한 딸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을 요구한 부모와 이를 거부한 페이스북 간의 소송으로, 연방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부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계약상 권리는 상속인에게 이전된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디지털 계정도 편지나 일기와 같은 전통적인 유산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해당 판결은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보다 상속법의 원칙이 우선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페이스북은 자사의 ‘추모 계정’ 정책을 근거로 접근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일방적 약관이 상속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정책이 국가의 법체계 내에서 재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디지털 유산 관리에 있어 국가 법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 애플의 선제적 관리 시스템 도입 사례

글로벌 IT 기업들은 법적 규제에 앞서 자체적인 디지털 유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애플은 iOS 15.2 출시와 함께 ‘디지털 레거시 프로그램(Digital Legacy Program)’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생전에 최대 5명의 ‘레거시 연락처’를 지정할 수 있게 하며, 사망 시 이들이 접근 키를 통해 고인의 애플 계정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자산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사전 동의 기반의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글은 2013년부터 ‘계정 비활성화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을 경우, 미리 지정한 신뢰할 수 있는 연락처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옵션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3개월에서 18개월까지의 비활성 기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기간 만료 전 알림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사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유산 관리의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임업계의 디지털 유산 관리 현황

게임업계에서는 고인의 게임 계정 및 아이템 상속에 관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계정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은 게임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은 유저가 갖고 있는 구조다. 이용권 이전에 대한 결정권한은 소유권자인 게임사가 갖고 있어 상속 여부 및 허용 범위는 기업별 약관에 따라 갈리게 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족 관계임을 증빙하면 1~2촌에 한해 계정 명의 이전을 지원한다. 넷마블의 경우 계정 상속 시스템은 없으나, 상속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이전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제한적이나마 계정 이전을 허용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과 블리자드는 제3자에게 계정을 판매·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족관계여도 예외가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한 정책 차이는 국내 게이머가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디지털 유산 관리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표> 글로벌 기업별 디지털 유산 관리 정책 비교

3. 한국 게임업계의 디지털 유산 관리 방안

디지털 유산 관련 기본 제도 마련의 필요성

디지털 유산 관리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기업들이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개정 통일 디지털 자산 접근법(RUFADAA)이나 프랑스의 디지털법과 같이 디지털 유산의 정의, 범위, 상속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법제도 개선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유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여 상속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례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아날로그 문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사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식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게임산업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게임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유산 관리 가이드라인 또한 마련이 필요하다. 게임 내 디지털 자산은 상당한 금전적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며, 게임사의 서비스 종료나 정책 변경에 취약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첫째, 게임 계정과 아이템의 상속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모든 디지털 자산을 동일하게 취급하기보다는 금전적 가치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상속 유형을 분류하고, 처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속 절차와 필요 서류를 표준화하여 이용자와 유족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셋째, 게임사의 서비스 종료 시 디지털 자산 처리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디지털 정보 성격에 따라 금전적 가치와 개인정보 침해 정도를 토대로 상속 유형을 분류하고, 처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적 성격과 보호 필요성이 상이해 포괄승계 원칙으로 일원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디지털 자산 유형이 다양한 만큼 추가적인 법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전 지정 시스템 도입 방안

게임사들은 법적 강제가 없더라도 사전 지정 시스템을 도입하여 디지털 유산 관리의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사전 지정 시스템은 이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게임 계정과 아이템을 누구에게 승계할지 미리 지정해두는 방식이다. 이는 구글의 ‘계정 비활성화 관리자’나 애플의 ‘디지털 레거시 프로그램’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자산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사전 지정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될 수 있다. 첫째, 이용자가 상속인을 지정하고 상속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둘째, 일정 기간 계정 미접속 시 자동으로 상속 절차가 진행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셋째, 상속인 확인을 위한 보안 절차와 접근 코드 발급 시스템을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관련 법 없이도 기업의 약관 개선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법제도 개선을 기다리지 않고도 즉시 도입 가능한 방안이다.

게임산업 중심의 디지털 유산 관리체계 구축 방향

디지털 시대의 유산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특히 게임산업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 방안 도입이 시급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 게임업계는 미국의 RUFADAA나 유럽의 디지털 유산 법제를 참고하되, 국내 모바일·PC 게임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개별 기업의 분산된 대응보다는 업계 공동의 디지털 유산 관리 플랫폼을 표준화하여 통합 사전 지정 시스템, 표준화된 상속 절차, 이용자 교육 기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자율규제로 시작하여 점진적 법제화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게임을 넘어 전체 디지털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 가능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이 디지털 유산 관리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표> 디지털 유산 유형별 관리 방안 제안

참고문헌

  • 전자신문, "해외, 디지털 유산 인정 추세…별도 법안 마련도'", 2025년 1월 19일, https://www.etnews.com/20250117000116
  • 이코노믹뉴스, "[이슈분석] 내가 죽으면 게임 계정·블로그 어떻게?... 법적 기준 모호", 2025년 3월 10일, https://m.ekn.kr/view.php?key=20250310029214516
  • TweakTown, “Valve could soon be forced to make Steam game libraries inheritable”, 2024년 10월 8일, https://www.tweaktown.com/news/100958/valve-could-soon-be-forced-to-make-steam-game-libraries-inheritable/index.html
  • 이데일리, “디지털 유산 상속, 해외와의 차이… 국내 제도 정비 시급“, 2025년 1월 7일,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690006642035424&mediaCodeNo=257
  • 전자신문, “국회 입법조사처 “디지털 유산 사후 처리 방안 마련해야”…정보 유형 세분화 방점”, 2025년 3월 9일, https://www.etnews.com/20250307000242
  • European Law Institute, “ELI Succession of Digital Assets, Data and other Digital Remains”, 2023년 10월, https://www.europeanlawinstitute.eu/projects-publications/current-projects/current-projects/eli-succession-of-digital-assets-data-and-other-digital-remains/
  • 법무정책연구원, “디지털 유산 법제 정비에 관한 연구”, 2024년 11월, https://www.kicj.re.kr/boardDownload.es?bid=0029&list_no=16082&seq=1
  • IAPP, "The birth of postmortem privacy", 2021년 6월 22일, https://iapp.org/news/a/the-birth-of-postmortem-priv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