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배경] 컴팩트 스튜디오 전략, 새로운 제작 생태계의 부상
글로벌 이슈 포커스
집필: EC21R&C 양세환 책임연구원
게임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게임산업에서 AAA 타이틀의 개발 비용과 기간이 급증하는 가운데, 소규모 개발팀의 성공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2025년 30명 규모의 프랑스 스튜디오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출시 3일 만에 100만 판매고와 메타크리틱 92점을 기록한 것은 게임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컴팩트 스튜디오’ 모델은 대형 스튜디오의 관료적 구조와 창의성 제약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최근 게임 엔진과 개발 도구의 급속한 발전은 게임 제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언리얼 엔진 5와 같은 최신 기술은 소규모 팀에게도 AAA급 시각적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마치 디지털 카메라와 편집 소프트웨어의 발달이 영화 제작을 민주화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을 개발한 닌자 시어리는 20여 명의 팀으로 AAA급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언리얼 엔진 4의 강력한 기능을 활용하여 대형 스튜디오만이 구현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수준의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실현했다. 이러한 기술적 민주화는 단순히 개발 비용 절감을 넘어, 더 다양한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비전을 게임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효율적 리소스 관리의 미학
컴팩트 스튜디오의 성공 비결은 제한된 리소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다. <33 원정대>의 개발팀은 게임의 핵심 메카닉과 세계관에 집중하고,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같은 전문 영역은 외부 협업을 통해 해결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한 비용 절감 전략이 아니라, 창의적 에너지를 게임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선택이다.
소규모 팀의 장점은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직접적이라는 점이다. 대형 스튜디오의 복잡한 승인 과정과 부서 간 조율 없이, 핵심 비전에 충실한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창의적 실험과 혁신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니치 마켓의 부상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발달과 게이머 취향의 다양화는 컴팩트 스튜디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팀, 에픽 게임즈 스토어, 콘솔 디지털 스토어 등은 소규모 개발사도 글로벌 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다. 또한 게이머들은 점점 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푸>와 같은 게임은 쿵푸 액션이라는 특정 니치를 겨냥해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미학적 비전을 구현했다. 이 게임은 슬로클랩이라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개발했지만, 그 독창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대형 타이틀보다, 특정 플레이어 그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임이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게임산업의 현실과 도전 과제
한국 게임산업은 모바일 게임과 대형 MMORPG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장르적 다양성과 창의적 혁신 측면에서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 대형 게임사 중심의 산업 구조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경향은 실험적 시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과 창의적 잠재력을 게임에 녹여내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문화적 감수성을 게임으로 표현하는 것은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번 호 글로벌 이슈 포커스에서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성공적인 컴팩트 스튜디오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개발 및 운영 모델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의 현실에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게임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