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 인터뷰] 컴팩트 스튜디오, 새로운 제작 방식의 가능성은?
글로벌 이슈 포커스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컴팩트 스튜디오 전략, 새로운 제작 생태계의 부상

이경혁은 게임연구소 <드래곤랩>의 대표이며, 게임비평웹진 <게임제너레이션>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글과 말을 통해 오늘날의 게임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일을 진행해 왔다. 『현질의 탄생』,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등의 단행본, <그레이 게이머 연구>, <중년게이머 연구> 등의 연구보고서 등을 발간했고, EBS <다큐프라임: 게임에 진심인 편>, KBS <더 게이머> 등에서 게임 분야 자문을 맡았다. KBS, CBS 등의 라디오와 유튜브 및 팟캐스트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1.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성공과 ‘작은 개발’의 가능성
2025년 상반기에 출시된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는 출시 한 달여 만에 3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이용자와 평단 모두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장르로서의 JRPG가 가진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배경과 스토리를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을 유려한 그래픽과 풍성한 사운드로 완성해 내면서 올해의 게임으로 기록될 만한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보다도 더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이 게임의 제작 방식이다. <33 원정대>는 게임의 겉으로 드러나는 완성도 자체는 마치 AAA급 타이틀로 보이지만, 실제 이 게임의 제작사인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총인원이 30여 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개발사였기 때문이다.
타이틀당 수백억까지도 넘어가는 개발 비용이 들어가던 AAA급 타이틀들이 주류를 이루던 상황 속에서 <33 원정대>의 성공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동급에 가까운 퀄리티의 게임 제작이 훨씬 더 가벼운 예산으로 가능함을 증명했다는 사례로서 주목받았다. 이 게임의 성공은 이른바 대작 게임 타이틀을 제작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향후 게임 제작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 또한 이끌어내는 중이다.
2. AAA와 인디가 함께 만들어 온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
작은 예산, 적은 인력으로 게임을 개발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초창기의 혁신적인 게임들 대다수가 1인 개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대중문화콘텐츠로 게임이 자리매김한 뒤부터는 시장을 주도하는 상당수의 게임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여해 만들어지고, 이 비용 회수를 위해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투자가 필요한 산업으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졌고, 이런 상황이 보편화된 이후부터는 오히려 소규모 게임제작이 특수한 사례로 일컬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부터 소규모 스튜디오의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두터운 자본과 리소스를 투입해 만들어지는 대형 AAA급 타이틀이 주류를 이루면서 소규모 게임제작은 이른바 ‘인디게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방대한 데이터량은 없어도 참신한 게임 메커닉과 같은 독창성을 표현해내는 이들 인디게임은 규칙의 매체인 디지털게임 고유의 형식이 주는 재미에 보다 집중하면서 새로운 다양성의 생태계를 게임 씬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형 게임사들이 주도하는 AAA급 타이틀과 중소규모 게임사들이 만들어 내는 소규모 게임, 인디 게임은 각자의 목적에 맞는 게임 시장을 향해 왔다. 방대한 자원의 투여를 통해 더 화려하고 풍부한 게임 내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기술 매체로서의 게임이 가진 가능성을 기술 발전에 맞춰 끌어올려 온 AAA급 게임들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목하며 규칙 매체로서의 게임이 갖는 매력을 보여주는 인디 게임들은 게임 생태계 안에서 공존해 왔지만, 이 둘 사이를 넘나드는 일은 양쪽 모두에게 힘든 일이었다. 대규모 자본을 들여 간단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고, 소규모 제작사로서는 방대한 분량의 게임을 장기간 제작할 만한 리소스를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3 원정대>의 성공은 30여 명 남짓의 소규모 스튜디오가 상대적으로 짧은 3-4년의 개발기간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AAA급 타이틀의 퀄리티에 밀리지 않는 결과물을 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소규모 스튜디오의 대형 결과물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3. 게임엔진 발전에 힘입은 소규모 스튜디오들의 약진
작고 간단한 게임만을 만들 수 있었던 소규모 게임 스튜디오들이 대형 제작사 못지않은 볼륨의 게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배경 중 가장 먼저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은 게임 엔진이라 불리는 제작 도구의 급격한 발전이다. 언리얼, 유니티와 같은 대형 게임 엔진들이 내놓는 게임 제작 도구들은 해가 갈수록 더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사들의 리소스 사용도 과거보다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33 원정대>보다 앞서 게임 엔진을 활용해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대형 작품에 가까운 성과를 낸 게임으로는 2017년에 닌자 시어리(Ninja Theory)라는 제작사가 출시한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을 꼽을 수 있다. 방대한 그래픽으로 구축된 아름다운 배경 세계를 자랑했던 이 게임의 제작사인 닌자 시어리 스튜디오는 게임 제작 당시 약 2-3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소규모 제작사였는데, 이들이 <헬블레이드>와 같은 대용량의 게임을 소규모로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언리얼 엔진 4라는 강력한 도구의 힘이 있었다.
오늘날 게임 엔진이라고 칭하는 통합 개발 소프트웨어에는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간다. 가상의 3차원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중력과 가속도의 계산, 3D 모델링된 캐릭터의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만드는 프로그램과 같은 물리 연산뿐 아니라 산과 들, 바다와 같이 공통적으로 쓰이는 배경 지형을 통합적으로 만들어 주는 그래픽 툴까지도 모두 포함되는 추세다.
엔진이 없었다면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만들어야 했을 많은 공통적인 요소들이 엔진의 도입과 발전으로 통합되면서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많은 리소스들의 감소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게임 엔진의 발전은 대형 게임사들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했지만, 무엇보다도 소규모 게임사들의 개발 역량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작 도구의 발전이 가져온 소규모 제작자의 능력 향상은 비단 게임뿐 아니라 미디어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최초의 사진 기술이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요구했던 시절에는 기술과 도구를 가진 몇몇 전문가들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롤형 필름이 만들어지고 스냅 카메라가 유통되면서 사진 기술을 몰라도 모두가 간단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디지털카메라가 도입되고 사진 수정용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모두가 전문가가 찍은 듯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때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 송출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만 제작할 수 있었던 방송 산업도 마찬가지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 영상 제작이 보편화되고 영상편집 툴이 누구나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개인 영상의 제작과 유통이 손쉬워졌고, 이제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상이 대형 지상파 방송사보다 더 높은 퀄리티와 시청자층을 보유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의 변화가 게임산업에서는 게임 엔진의 보편화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33 원정대>는 2022년 출시된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게임 속 세계와 캐릭터의 모델링, 완성된 모델링에 표면을 입히고 움직이게 만드는 과정과 같은 세부적인 작업들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고, 적은 수의 개발 인원으로도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 높은 퀄리티로 게임 제작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게임 엔진이 직접 제공하는 기본 애셋(모델링, 텍스쳐, 이미지 등을 엔진 이용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엔진이 사전에 제작해 제공하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작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언리얼과 유니티로 대표되는 게임 엔진 회사들은 <33 원정대>의 샌드폴과 같은 소규모 게임 스튜디오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종의 플랫폼 회사로서 이들은 중소규모 스튜디오의 엔진 사용을 직접 무료로 가르치거나, 예비 개발자의 자사 엔진 사용법 강의를 무료로 여는 등 플랫폼 저변의 확산을 통한 매출 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33 원정대>와 같은 소규모 제작사들이 대형 타이틀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사례들이다.
4. 선택과 집중: 협업과 외주를 통한 효율화
<33 원정대>의 개발진은 대략 30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게임 엔딩에 등장하는 개발 크레딧을 보면 3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제작자인 샌드폴 스튜디오 소속은 아니지만, 게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만큼 게임 제작에 관여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33 원정대> 제작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외주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게임 디자인의 기초는 기본 애셋을 활용해 뼈대를 잡고, 핵심적인 부분은 직접 개발하되 엔진 기본기능에서 다 처리되지 않지만 핵심적이지 않은 부분들의 개발은 외주제작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는 전문성 문제와도 엮인다. <33 원정대>의 크레딧에는 한국인 개발자 이름들도 올라가 있는데, 주로 캐릭터 애니메이션 파트에서다. 사람의 신체를 재현한 게임 속 캐릭터들이 팔다리를 움직여 걷고 뛰며 시선을 처리하는 방식은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숙련자들일수록 훌륭한 결과물을 내게 마련인데, 30명 규모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이를 원활히 처리할 만큼의 애니메이터를 구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애니메이터 그룹에 업무를 맡기는 방식으로 게임은 제작되었다. 게임의 핵심 메카닉과 세계관은 가져가되, 부차적이지만 게임 퀄리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전문가 그룹에 맡기는 선택과 집중이 <33 원정대>의 개발에 적용되었다.
전문성에 기반한 협업과 외주는 이 게임의 제작 외적 부분에서도 두드러진다. <33 원정대>는 개발 단계부터 퍼블리셔인 케플러 인터랙티브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특히 자금 조달과 같은 부문에서 퍼블리셔인 케플러의 조력이 적지 않았다. 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또 중요해지는 만큼 비용도 올라가는 게임의 유통과 마케팅 부분에서의 효율을 고려한 관계였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이 전략 또한 비단 <33 원정대> 한 게임에서만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빈약해 특히 유통과 마케팅 부문에 취약한 많은 중소규모 제작사들은 게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형 퍼블리셔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 퍼블리셔인 디볼버(Devolver) 같은 경우에는 아예 다수의 소규모 인디 게임 스튜디오들과 협업하며 인디 게임 전문 퍼블리셔로서의 입지를 다져 오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33 원정대>가 보여준 소규모 제작사의 빅 스케일 타이틀이라는 성공은 고도로 발전한 소프트웨어 기술인 게임 엔진을 적극 활용하여 핵심 개발 리소스를 효율화하고, 핵심적이지 않은 영역의 작업을 외주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행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내외적 노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콤팩트 스튜디오의 가능성
<33 원정대>가 보여준 성과가 워낙 크기에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러한 제작 방식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며 게임 분야에서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던 흐름이었다.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외에도 <플레이그 테일> 또한 엔진 활용과 퍼블리셔 협업으로 중대형 타이틀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액션 게임 <시푸> 또한 소규모 개발사인 슬로클랩이 케플러 인터랙티브와 협업하여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 유의미한 성과를 낸 바 있었다.
이런 시도들이 이어지고 또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대규모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던 AAA급 타이틀 개발 방식에 비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장점이 기존의 대형 타이틀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성과물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콤팩트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이 방식의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AAA급 타이틀 개발 방식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리스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백억 원을 넘나드는 개발비를 투여해 몇 년간의 개발을 거치는 작업은 자칫 한 타이틀의 실패로 막대한 손해를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과 8년간의 개발비를 투여해 제작한 <콩코드>가 흥행에 참패한 2024년의 사례는 AAA급 개발이 가진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 바 있었고, 대규모 투자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콤팩트 스튜디오가 주목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플레이어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단일한 메이저 타이틀 하나보다 다양한 제작사의 다채로운 게임으로 시장의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이 점차 넓어지면서 게임 소비자들의 취향 또한 기존보다 다양해졌고, 새롭게 확장된 시장에서 단일한 AAA급 타이틀이 동일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어려워짐에 따라 같은 자본이라면 좀더 다양한 방식의 여러 게임들을 제작해 다양화한 시장의 취향을 따라갈 수 있는 개발 방식으로의 변화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콤팩트 스튜디오의 방식은 기존보다 다변화된 시장에서 더 선호받는 개발방식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시장의 선호도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트렌드에 빠르게 맞춰 갈 수 있는 효율성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AAA급 타이틀은 비용 뿐 아니라 개발 기간 측면에서도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데, 플랫폼부터 장르까지 시장의 요구는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새로운 장르, 새로운 규칙이 튀어나와 유행을 끌다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빠른 변화가 대세가 된 게임 시장에서 좀더 작은 스튜디오는 보다 빠른 시장 분석과 의사결정, 개발속도로 변화의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을 얻게 된다.
이런 강점들을 토대로 콤팩트 스튜디오들의 게임 제작 방식은 단순히 <33 원정대>의 성공 사례 하나로 남기보다는 향후 게임제작사들의 전략 수립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 다양하고 더 빠른 시장의 변화 속에서 보다 적은 리스크로 능란하게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것은 단지 모바일 기반의 하이퍼캐주얼뿐 아니라 대형 타이틀에서도 발달된 개발도구와 협업 기반의 제작방식을 통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6. 소규모 개발의 한계와 한국에서의 고려
그러나 콤팩트 스튜디오라고 해서 완벽한 개발 방식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완성된 엔진의 애셋에 의존하는 것은 빠르고 효율적인 개발을 가능케 하지만, 동시에 제작자의 창의성이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학생이나 인디 개발자의 경우 무료에 가깝게 엔진을 사용할 수 있지만,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매겨지는 엔진 이용료는 결과적으로 최종 수익에서 효율만큼의 지출을 만든다는 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비전문 분야의 외주 협업은 분명 작은 조직에서는 효율적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자사의 게임 하나를 전문적으로 마케팅하는 조직의 효율과 여러 게임사의 다양한 게임을 다루는 조직의 효율 차이 또한 분명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미 규모를 굳힌 대형 게임사들이 굳이 내부의 리소스를 두고 외부와 협업해야 할 이유가 없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퍼블리셔 중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친숙한 회사가 없다는 점 또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33 원정대>의 성공은 기존의 AAA급 타이틀 개발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이를 넘어서는 방법 중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성공한 사례뿐 아니라 왜 성공했는지, 실패한 사례는 없는지와 같은 부분들을 면밀히 따져보고, 그 방식이 한국이라는 상황 안에서도 유효한 것인지까지를 검토하는 숙고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