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5 플레이엑스포
글로벌 게임 캘린더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역대 최대 성과, 직접 확인한 현장의 열기
관람객 11만 명 몰린 ‘2025 플레이엑스포’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5 플레이엑스포(PlayX4)는 “올해 가장 크고 뜨거운 게임 축제가 열린다.”는 예고를 그대로 실현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융·복합 게임쇼로 자리 잡은 플레이엑스포는 총 11만 5,000명의 관람객과 2억 3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 실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을 찾은 토요일 아침부터 킨텍스 제1전시장 입구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전시장 외부에서는 코스플레이어와 관람객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었고, 입장 대기줄에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모여 있었다.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어느새 특정 세대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가 되었음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림>2025 플레이엑스포현장전경
국내외 721개 게임사, 다양한 구성을 선보이다
이번 행사는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슈퍼셀코리아, 반다이남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 대형 게임사는 물론, 721개사에 이르는 중소 개발사까지 총출동하며 다양한 색깔을 뽐냈다. 각 부스는 체험과 전시, 퍼포먼스를 혼합해 몰입감을 더했고, 일부 부스에서는 유저 대상의 피드백 테스트와 굿즈 증정 이벤트도 함께 진행됐다.
전시장 내부는 콘솔, PC/모바일, 아케이드, 보드게임, 인디, 레트로 등으로 구역별로 구성돼 관람객 동선의 효율성과 콘텐츠 몰입도를 모두 잡으려는 구성이 돋보였다. 이와 같은 체계적 구성이 이번 대규모 관람객을 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내부 전경 이해를 위한 ‘2024 플레이엑스포’ 이미지
2. 눈에 띈 대형 부스와 IP들의 파워
조형물로 눈길을 사로잡은 <리틀 나이트메어 3>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대형 조형물과 정교하게 꾸며진 부스들이었다. 특히 반다이남코의 <리틀 나이트메어 3> 부스 앞에는 거대한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캐릭터 조형물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게임의 공포 분위기와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림> <리틀 나이트메어 3> 대형 조형물 포토존
모두가 함께 즐긴 닌텐도 시연존
그 옆으로는 닌텐도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 등 인기 타이틀을 누구나 자유롭게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간단한 설명만 듣고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부담 없이 체험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친구 또는 커플 단위의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콘솔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장면은, 게임이 일상 속 여가로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림> 닌텐도 부스 시연 현장
공연처럼 꾸며진 플레이 스테이지
메인 무대인 ‘PLAY STAGE’에서는 행사가 열리는 내내 다양한 퍼포먼스와 토크쇼, 시상식, 팬 미팅 등이 쉼 없이 이어졌다. 대형 LED와 음향 효과를 활용한 연출은 단순한 발표를 넘어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지게 했고, 무대 앞 관객들은 이를 사진으로 남기며 행사에 더욱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그림> 메인무대 플레이 스테이지 코스프레 공연 모습
이처럼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 부스들이 관람객의 체험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콘텐츠의 퀄리티나 규모뿐 아니라, 부스를 꾸미는 방식에서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참여하게 하는’ 전시라는 기조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 모든 것이 단지 게임을 소개하는 공간이 아니라, 게임을 둘러싼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축제의 장임을 상기시켰다.
3. 인디와 레트로, 그리고 체험의 다양성
인디게임 개발사들과의 만남의 장
플레이엑스포의 진짜 매력은 대형 게임사만이 아니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신생 개발사와 인디팀들이 참여한 부스들이 조밀하게 배치돼 있었고, 이곳에서는 개발자가 직접 게임을 설명하거나, 유저의 피드백을 바로 받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네오위즈는 ‘NEOWIZ QUEST’라는 이름의 인디게임 전용 전시존을 따로 마련해 자사의 퍼블리싱 관심작들을 선보였고,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시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림> 네오위즈 인디게임 부스 ‘네오위즈 퀘스트’
세대를 잇는 레트로 게임존의 인기
이와 함께 가장 활기찬 공간 중 하나는 단연 레트로 게임존이었다. 오래된 콘솔 기기와 CRT 모니터, 90년대 스타일의 오락실 게임이 자유롭게 플레이 가능한 이곳은 과거를 경험한 세대와 처음 접하는 세대를 한자리에 모았다. 경찰 제복을 입은 코스프레 참가자가 옛 게임을 즐기는 장면은 특히 눈길을 끌었고,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레트로 장터에서는 게임 CD, 고전 영화 포스터, 한정판 굿즈까지 판매되어 단순 체험을 넘어 소장 욕구까지 자극하고 있었다.
<그림> 레트로 게임존 체험 이미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모인 보드게임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드게임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 공간은 다른 부스와 달리 소음이 적고, 의자가 배치된 채로 운영되어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은 유저들이 장시간 머무르기에 적합했다. 실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앉아 게임을 설명받으며 플레이하는 모습, 외국인 관람객이 현장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룰을 이해하는 모습 등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림> 플레이엑스포 보드게임존
이처럼 다양한 게임 장르가 공존하는 전시장은 관람객에게 단순히 ‘새로운 게임을 구경하는 곳’이 아닌, 게임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로 녹아들고 있는지를 체감하는 공간이었다. 대형 타이틀에서 인디작, 디지털에서 아날로그까지 넘나드는 구성은 결국 이 행사 전체가 하나의 ‘게임 생태계’임을 보여주는 설계로 느껴졌다.
4. 새로운 행사 구성의 진화를 보여준 2025 플레이엑스포
새로운 행사 구성의 진화를 보여준 2025 플레이엑스포
플레이엑스포의 진면목은 체험형 부스에만 있지 않았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세미나와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AI 기술과 게임산업 트렌드, 게임 IR 피칭, 개발자와 퍼블리셔 간의 교류 세션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 강연은 관람객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발표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들 사이에는 학생, 직장인, 개발자 등이 고루 섞여 있었고, 이곳이 단순한 게임 체험의 공간을 넘어 지식과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림> 2025 플레이엑스포 세미나존 현장 이미지
하나의 문화가 된 게임, 그 현장의 축소판
굿즈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구역이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인기 캐릭터인 ‘도로시’의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부스에는 아크릴 키링부터 쿠션, 마우스패드까지 다양한 상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특히 특정 시간대에는 한정 수량 판매로 인해 줄을 서는 풍경도 자주 목격됐다. 굿즈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팬심의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번 행사에서도 굿즈를 사기 위해 일부러 재입장하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관람객을 배려한 전시장 구성이었다. 내부에는 휴게 공간이 여러 군데 마련돼 있었고, 빈백 소파와 스마트폰 충전 스테이션, 식음료 부스까지 함께 운영되어 체험 사이에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다. 특히 대형 행사에서 흔히 겪는 피로감이나 동선 혼잡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설계 곳곳에서 느껴졌다.
행사장을 나서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이건 단순한 게임 전시회가 아니다.” 신작 시연과 인기 IP 체험은 물론이고, 인디 개발자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창작물들, 레트로 및 아케이드 감성의 재조명, 지식 공유와 네트워킹, 팬 문화와 소비, 그리고 휴식까지, 이 모두가 한 전시장에서 어우러지며, 게임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고 산업이며 커뮤니티임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