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Stop Killing Games’, 게임 보존과 온라인 서비스 중단 논란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집필: EC21R&C 김형석 책임연구원
Executive Summary
‘Stop Killing Games’ 운동 촉발과 디지털 게임 소유권 논란
유비소프트
게임 유튜버 Ross Scott 주도 하에 2024년 4월 ‘Stop Killing Games’ 운동 시작
디지털 게임 ‘소유’ 인식과 실제 ‘라이선스’ 제공 간 법적 모호성 부각
항상 온라인 DRM과 게임-서비스화(GaaS) 확산으로 소비자 권리 침해 우려 증가
글로벌 규제 동향과 산업계 대응 현황
EU 시민발의 ‘Stop Destroying Videogames’ 청원 130만 명 서명으로 목표 달성
온라인 게임 서비스 중단 시 오프라인 모드 제공 의무화 등 EU 규제 논의 본격화
호주·캐나다는 현행법 한계 인정하며 연방법 제정에 소극적 입장 유지
유비소프트 등 개발사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오프라인 모드 제공 노력 확산
한국 게임산업 시사점과 대응 과제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개정으로 서비스 종료 시 환불 의무화
30일 전 사전 공지와 30일 이상 유료 아이템 환불 창구 운영 의무 도입
게임 데이터 공적 기탁 제도와 최소한의 보존 의무 부과 방안 검토 필요
소비자 권리와 산업 지속가능성 간 균형점 모색을 위한 창의적 해법 필요
1. ‘Stop Killing Games’ 운동 촉발과 디지털 소유권 논란의 시작
유비소프트 <더 크루> 서비스 종료로 촉발된 소비자 권리 침해 논란
2024년 3월 말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The Crew)> 서비스 종료는 글로벌 게임업계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 크루>는 2014년 출시 이후 10년 가까이 판매되었지만, 싱글플레이조차 항상 온라인 접속이 필요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문제는 유비소프트가 서버를 완전히 종료하면서 구매자들이 더 이상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는 이미 돈을 주고 산 제품을 판매사가 파기해버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졌으며,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정당하게 구매한 게임에 대한 접근 권한이 일방적으로 차단된 상황에 분노했다. 유비소프트는 게임 패키지에 ‘항상 인터넷 연결 필요’ 문구와 서비스 종료 권한을 명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게임 유튜버 로스 스콧(Ross Scott)을 비롯한 게임 보존 운동가들은 이 사건을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권리 침해와 게임 유산 말살의 단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이들은 2024년 4월 ‘Stop Killing Games(게임을 죽이지 말라)’ 운동을 공식 시작했으며, <더 크루> 사건뿐만 아니라 <콘코드>, <멀티버서스> 등 다른 온라인 전용 게임들의 서비스 중단 사례도 함께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디지털 게임 소유권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했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면 영구히 즐길 수 있는 ‘소유’로 인식해왔지만, 온라인 게임이나 다운로드 게임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권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모호한 경계가 소비자 권리 침해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표> 서비스 종료된 주요 온라인 게임 현황 (2025년 기준)
패키지 게임 ‘소유’ 인식과 실제 ‘라이선스’ 제공 간의 법적 모호성
디지털 게임 소유권 vs 서비스 이용권의 모호한 경계는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면 영구히 즐길 수 있는 ‘소유’로 인식해왔지만, 온라인 게임이나 다운로드 게임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권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이용약관(EULA)을 통해 “구매”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게임 접근 권한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법적 책임을 회피하곤 한다. 실제로 <더 크루> 사건에서 유비소프트는 “게임 패키지에 ‘항상 인터넷 연결 필요’ 문구와 서비스 종료 권한을 명시했고, 이용자들은 몇 년간 플레이했으므로 오프라인 버전 미제공에 대해 기만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러한 라이선스 기반 판매 관행은 법률상 소비자가 게임을 소유하지 못한 채, 회사 재량에 따라 언제든 접근을 잃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모호성을 시정하기 위한 법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새로운 법률(AB 2426)을 제정해, 언제든지 접속 차단이 가능한 디지털 상품을 “구매(buy)”라는 용어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게임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방식과 권리 관계에 대한 법적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항상 온라인 DRM과 게임-서비스화(GaaS) 확산도 소비자 권리 침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한 번 구입한 게임 카트리지를 언제든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최근 출시되는 많은 게임들은 인터넷 접속이 없으면 실행조차 불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이는 DRM으로 불법 복제를 막고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설계이지만, 동시에 개발사 서버가 닫히는 순간 정품 이용자도 게임을 영구히 못하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표> 게임 판매 방식별 소비자 권리
2. 글로벌 규제 동향과 산업계 대응 현황
EU 시민발의 ‘Stop Destroying Videogames’ 청원 130만 명 서명 달성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각국 정부와 규제기관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연합에서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중단 시 대안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촉발되었다. 2024년 시작된 유럽시민발의(ECI)인 ‘Stop Destroying Videogames’ 청원은 EU 거주자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 유럽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공식 검토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시켰다. 실제로 2025년 7월 말 청원 마감 시한을 앞두고 유명 게임 유튜버들의 호소로 지지서명이 45만여 명에서 130만 명 이상으로 폭증하여 목표를 달성했다. 이는 유럽 시민들이 게임 보존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EU 집행부 및 입법자들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EU 의회 니콜라에 슈테퍼누처(Nicolae Ștefănuță) 부의장은 직접 청원에 서명하며 “게임을 구매한 소비자는 추후에도 그 게임에 접근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도 해당 청원이 정식 요건을 갖춘 만큼 공청회 개최 등 입법 검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논의되고 있는 규제 방향은 “게임 판매 후 일방적 서비스 종료로 인한 이용 불능을 금지”하고, 부득이 온라인 서비스를 접을 경우 오프라인 플레이 모드 제공이나 사설 서버 허용 등의 대안을 의무화하는 소비자 보호 조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판매자에게 일정 수준의 애프터서비스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소비자 권익 증진과 게임 보존을 법제화하려는 첫 시도이다.
<표> EU 규제 논의 주요 내용과 기대 효과
호주·캐나다 정부의 현행법 한계 인정과 연방법 제정 회피 입장
EU와 달리 호주와 캐나다 등 다른 서구권 국가들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보다 소극적인 대응을 나타내고 있다. 호주에서는 2024년에 연방의회 청원을 통해 정부에 게임 서비스 중단 관행을 규제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되었으며, 만여 명의 서명이 모였다. 이에 대해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회신에서 “현재의 호주 소비자법에는 게임 개발자가 일정 기간 서비스 지속을 보장해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 구매한 게임의 성격이 ‘제품’인지 ‘서비스’인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즉 현행법으로는 개발사가 게임 내용이나 제공 방식을 바꾸거나 종료하더라도, 구매 시 기만적인 행위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기존 계약법 체계 내에서의 해결을 우선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캐나다에서도 2024년 의회에 유사한 청원이 제출되어 정부 공식 답변이 이루어졌다. 캐나다 혁신과학산업부 장관은 “비디오게임의 계획적 진부화 문제에 대한 우려에 감사한다”는 형식적인 언급과 함께, 소비자 보호가 연방과 주 정부의 공동 소관이나 해당 이슈는 주정부 계약법 영역에 속한다며 사실상 연방법 제정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프랑스는 게임 보존 측면에서 독특한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게임을 문화유산의 하나로 인정하여 국립도서관(BnF)에 비디오게임을 법정 납본 받아 보존하는 제도를 오래전에 도입했다. 현재 BnF는 2만여 종 이상의 게임을 소장하고 매년 약 2천 종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으며, 전담 인력 20명이 게임 카트리지, 디스크부터 최신 디지털 게임까지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표> 국가별 게임 보존 정책 및 소비자 보호 현황
유비소프트 등 개발사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오프라인 모드 제공 노력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자구책 모색과 대응 전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부 개발사는 온라인 게임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며, 서비스 종료 시 소규모 패치로 게임을 오프라인화하거나 서버 소스 코드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시도를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유비소프트는 <더 크루> 서비스 종료로 비난을 받은 후속 조치로, 후속작들(<더 크루 2>, <더 크루 모터페스트>)에 오프라인 모드 추가 패치를 약속했다. 2025년 4월에는 <더 크루 2>의 오프라인 모드 테스트를 시작하여 주요 기능을 싱글플레이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을 발표했다. 완전히 서비스를 접는 경우에도 이용자들에게 미리 충분한 공지와 환불 절차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프라이빗 서버 지원을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일부 기업이 기울이고 있다.
게임 보존을 위한 재단 및 업계 아카이빙 협력 사례도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영리 단체인 비디오게임 역사재단(Video Game History Foundation)이나 소프트웨어 보존네트워크 등이 게임 자료를 수집하고 디지털로 보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개발사는 이에 협조하여 옛 게임의 소스 코드, 개발 자료를 기증하거나 구버전 게임의 DRM을 제거해 박물관 전시용으로 제공하는 등의 협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래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의 소스 코드를 박물관에 맡겼고, 여러 인디 개발자들은 자사 게임의 서버 종료 후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일부 퍼블리셔들은 고전 게임을 리마스터하거나 클래식 에디션으로 재출시함으로써 상업성과 보존을 양립하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게임업계와 아카이빙 단체 간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며, 단기적으로는 이용자 소통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게임 문화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표> 개발사별 서비스 종료 대응 방식과 보존 노력
3. 한국 게임산업의 소비자 권리 보호 현황과 향후 대응 방안
온라인게임 표준약관 개정과 환불 의무화 조치
이번 ‘Stop Killing Games’ 운동이 촉발한 논의는 한국 게임업계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크고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서비스 종료 관행은 기업 재량에 크게 맡겨져 있었다. 과거에는 인기 MMO나 게임도 손익이 맞지 않으면 수년 내 서버를 닫아버리고, 이용자들은 추억 속에 게임을 묻어야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약관 및 지침을 마련하여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개정된 온라인게임 표준약관에서는 “서비스 종료 시 최소 30일 이상 유료 아이템 환불 신청을 받는 창구 운영”을 의무화하고, 종료 30일 전에 사전 공지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과거 일부 개발사가 서비스를 종료하며 환불을 회피하고 연락을 끊는 이른바 ‘먹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인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서도 유료로 구매한 온라인 콘텐츠가 서비스 중단으로 이용 불가능해질 경우 일정 기준에 따라 환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와 산업 지속가능성 간 균형점 모색의 필요성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이용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국한되어 있을 뿐, 게임 자체를 계속 즐길 권리 또는 데이터 보존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Stop Killing Games’ 운동이 제기한 바처럼 “이용자가 정당하게 구매한 게임에 대한 접근권”을 얼마나 보호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개발사 서버 종료 후 소스 코드의 안전한 관리와 일정 기간 이후 공개, 퍼블리셔가 아닌 공적 기관에의 게임 데이터 기탁 제도 등을 통해 게임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에도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 아카이빙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일부 사업으로 게임 기록을 남기는 시도가 있지만, 보다 산업 전반의 협력 체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권리와 산업 지속가능성 간의 균형점 모색이 중요하다.
게임업계는 “모든 게임을 영구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업적으로 불가피할 때 서비스 종료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서버 유지를 무한정 강제하면 라이브 서비스 개발 비용이 치솟고 개발자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여 온라인 게임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이용자 데이터 보호나 불법 콘텐츠 대응 같은 문제로 공식 서버 종료 후 사설 서버에 완전히 개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상을 방치하면,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게임이 기업 결정에 의해 사라지는 부조리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법·정책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게임 보존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참고문헌
- ABC News, “What is Stop Killing Games? Millions back EU petition to shape future of video game industry”, 2025년 7월 27일, https://www.abc.net.au/news/2025-07-27/millions-back-eu-petition-to-shape-future-of-video-game-industry/105534758
- VGC, “EU lobby group says law forcing developers to support online games would make them ‘too expensive’”, 2025년 7월 7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news/eu-lobby-group-says-law-forcing-developers-to-support-online-games-would-make-them-too-expensive/
- zum 뉴스, “유럽 개발사 단체 '게임 종료는 기업 선택... 존중해 달라’”, 2025년 7월 8일, https://news.zum.com/articles/99420914/%EC%9C%A0%EB%9F%BD-%EA%B2%8C%EC%9E%84%EC%82%AC-%EB%8B%A8%EC%B2%B4-%EA%B2%8C%EC%9E%84-%EC%A2%85%EB%A3%8C%EB%8A%94-%EA%B8%B0%EC%97%85-%EC%84%A0%ED%83%9D-%EC%A1%B4%EC%A4%91%ED%95%B4-%EB%8B%AC%EB%9D%BC
- Hurriyet Daily News, “Inside France’s vast video game archive”, 2022년 8월 11일, https://www.hurriyetdailynews.com/inside-frances-vast-video-game-archive-176012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 개정 - 부처 브리핑”, 2024년 2월 26일,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617123
- 네이버 시리즈 고객센터, “서비스 종료에 따른 '소장' 콘텐츠 환급 기준”, n.d., https://help.naver.com/support/contents/contentsView.help?contentsNo=14634
- Reddit r/StopKillingGames, “Canadian government responds to petition about planned obsolescence in video games”, 2025년 1월, https://www.reddit.com/r/StopKillingGames/comments/1halw8z/canadian_government_responds_to_petition_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