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Game Calendar

[리뷰] 비트서밋 2025

글로벌 게임 캘린더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비트서밋 2025 개최와 글로벌 인디게임 시장의 성장

일본 최대 인디게임 축제의 확장과 성공적인 운영

2025 비트서밋(BitSummit)는 2025년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일본 교토 미야코 메쎄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 인디게임 행사다. 일본인디게임협회(JIGA)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일본 및 전 세계에서 선정된 120여 개의 인디게임이 출품되어 작년 약 3.8만 명 참관보다도 열띤 현장 열기를 이어갔다. 행사장은 교토 미야코 메쎄 2층 전체를 사용하여 쾌적한 동선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였고, 작년 처음 양층을 모두 사용한 이후 올해도 규모 확장을 지속하며 인디게임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를 확인시켰다. 올해 테마인 ‘요괴의 여름’(Summer of Yokai)에 맞춰 행사장 곳곳에 일본 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차별화된 연출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첫째 날은 업계 관계자, 미디어, 개발자들만을 위한 비즈니스 데이로 진행되어 출품자들 간 네트워킹과 미디어 시연이 이뤄졌고, 이틀째와 셋째 날은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인디게임 팬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사전 예매 티켓 소지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는 체계적 운영과 일본 관람객들의 질서정연한 관람 문화 덕분에 대기열 없이도 대부분의 게임을 무리 없이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여유롭고 친밀한 행사 분위기는 비트서밋을 다른 거대 게임쇼들과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았다.

<그림> 비트서밋 로고
출처: 비트서밋 홈페이지

해외 개발자 참여 확대와 국제적 교류 플랫폼으로의 진화

비트서밋 2025는 일본 국내 중심에서 글로벌 인디게임 교류 플랫폼으로 확실히 진화했다. 올해 출품작들은 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엄선되었고, 해외 개발자가 만든 작품에게 주어지는 인터내셔널상(International Award)은 <A Week in the Life of Asocial Giraffe>가 수상하는 등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특히 다수의 인디 개발팀이 자신들의 게임을 직접 설명하고 시연하는 작은 부스를 운영하여, 플레이어가 직접 개발자를 대면하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광경이 일반적으로 목격되었다. 이는 다른 대형 게임쇼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으로, 비트서밋만의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개발자와 팬 간의 직접적 교류는 행사 전체에 끈끈한 커뮤니티 감성을 불어넣었고, 인디게임 창작자들에게는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저명 개발자들의 적극적 참여도 비트서밋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개막 공연을 장식했고, <게임보이 카메라>의 개발자이자 칩튠 음악의 선구자인 Chip Tanaka, 인기 인디 작곡가 오칸피(OkanP) 등이 합류한 라이브 음악 공연이 열렸다. 또한 카미야 히데키(전 플래티넘게임즈 디렉터, <베요네타> 시리즈 감독)는 인디 개발자인 노다 크리스탈과 함께 게임 개발에서 기술 발전과 개성의 진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고, 아야베 카즈(<나의 여름방학> 시리즈 제작자)는 오랜만의 공개 강연을 통해 젊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이러한 멘토링과 지식 공유 프로그램은 단순한 게임 전시회를 넘어 교육과 성장의 장으로서 비트서밋의 가치를 확장시켰다.

<표> 비트서밋 2025 주요 프로그램
출처: Video Games Chronicle, GoNintendo

2. 비트서밋에서 포착한 주요 인디게임 트렌드

장르 융합부터 기술 혁신까지, 인디게임 제작의 새로운 방향성

비트서밋 2025에서 확인된 가장 주목할만한 트렌드는 복합 장르 융합과 과거 IP의 인디 부활이었다. 올해 최고상인 버밀리온 게이트상(Vermilion Gate Award)을 수상한 <라타탄(Ratatan)>은 리듬 액션과 로그라이크 요소를 결합하여 과거 <파타폰(Patapon)> 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박자에 맞춘 유닛 지휘와 반복 도전 구조를 통해 완성도 높은 게임플레이를 구현했다. 또한 레트로 감성 부활도 두드러졌는데, 세가 메가드라이브용 신작 슈팅 게임 <어시온(Earthion)>이 현장에서 실제 메가드라이브 콘솔로 시연되어 관람객들이 복고 열풍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게임기 썸비(Thumby)로 즐기는 <썸비리나(Thumbylina)>와 같은 하드웨어 실험작도 아날로그 감성과 첨단 기술의 창의적 융합을 보여주었다.

독창적 기술 활용과 예술적 연출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큐게임즈(Q-Games)의 <드림즈 오브 어나더(Dreams of Another)>는 포인트 클라우드 렌더링 기술로 세계를 떠다니는 점들로 표현하여 세계들을 총으로 파괴하는 대신 되돌린다는 독창적인 슈팅 컨셉을 구현했고, 개발자 배이욘(Baiyon)이 자신의 추억 속 실제 장소 음향을 수록하여 개인적 서사까지 담아내며 비주얼 우수상(Visual Excellence Award)를 수상했다. 한편 인디 신에서 호러·비주얼 노벨 장르의 성숙도도 눈에 띄었다. 할리우드 영화사 블룸하우스(Blumhouse)가 인디 호러 게임 큐레이션에 나서는 가운데, 신규 퍼블리셔 블랙 랜턴 콜렉티브(Black Lantern Collective)가 8종의 호러 게임으로 비트서밋에서 데뷔하는 등 단순 놀래키기에서 벗어난 스토리텔링 중심의 성숙한 공포 게임들이 주목받았다. 일본 비주얼 노벨 역시 <슈뢰딩거의 전화(Schroedinger's Call)>처럼 전화 기반 미스터리 등 실험적 서사로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표> 비트서밋 2025 주요 트렌드별 대표작
출처: Video Games Chronicle, GoNintendo

메이저 플랫폼 홀더들의 인디게임 지원 확대와 생태계 투자

비트서밋 2025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이저 개발사들의 적극적인 인디게임 지원이었다. 닌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ID@Xbox 등 주요 플랫폼 홀더들이 각각 전용 부스를 마련해 자사 플랫폼의 우수 인디게임들을 선보였다. 닌텐도 Indie World 부스에서는 <Pico Park 2> 등 스위치용 인디게임 신작을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시연했고, 플레이스테이션 부스는 고품질 인디게임 발굴에 집중하며 코어 게이머층을 타겟으로 한 큐레이션 전시를 진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인디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게임 패스 연동 서비스를 강조했고, 이 밖에도 스파이크 춘소프트, Cygames 같은 일본 유명 개발사들도 파트너로 참가하여 인디 신을 지원했다. 이러한 메이저 후원 부스들은 행사 격을 높이고 인디 작품들의 노출 기회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으며, 인디게임 시장의 상업적 가치 상승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영화 산업과 게임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블룸하우스가 인디 호러 게임 분야에 진출하여 고품질 작품을 큐레이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장르별 전문성을 갖춘 큐레이션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산업의 IP 개발 노하우와 마케팅 전문성이 게임 개발의 창의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인디게임 시장의 질적 성장과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표> 메이저 기업별 인디게임 지원 전략과 생태계 역할
출처: Video Games Chronicle, RPG Site

3. 한국 인디게임 산업에게 주는 시사점

K-컬처 융합 전략과 글로벌 트렌드 대응

비트서밋 2025에서 확인된 장르 융합 트렌드는 한국 인디게임 산업에게도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라타탄>이 <파타폰>의 정신을 계승하며 리듬 액션과 로그라이크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처럼, 한국도 K-컬처 요소를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K-팝의 리듬감과 게임 메커니즘을 융합한 리듬 게임, 한국 전통 문화나 민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호러·어드벤처 게임, K-드라마의 스토리텔링 노하우를 활용한 비주얼 노벨 등이 가능하다. 또한 <드림즈 오브 어나더>의 포인트 클라우드 렌더링 같은 독창적 기술 활용 사례는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력을 게임 개발에 적극 접목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주요 첨단 기술을 인디게임에 창의적으로 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비주얼 노벨 장르의 진화 트렌드도 한국 인디게임이 진출할 수 있는 유력한 영역이다. 블룸하우스 등 메이저 기업들이 호러 게임 큐레이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고유의 공포 문화나 도시괴담을 소재로 한 호러 게임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의 강점인 높은 품질의 비주얼과 UI/UX 디자인 기술, 그리고 웹툰 산업에서 축적된 스토리텔링 노하우를 결합한다면 기존 서구 중심의 인디게임과는 차별화된 감각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K-웹툰의 세로 스크롤 연출 방식을 게임에 접목하거나,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담은 캐릭터와 서사 구조를 활용하여 글로벌 인디게임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인디게임 생태계 강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 확대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비트서밋에서 보인 적극적인 인디게임 지원 사례는 국내 대형 개발사들의 역할 변화 필요성을 시사한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개발사들도 자체 인디게임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디 개발자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에마츠 노부오나 카미야 히데키 같은 저명 개발자들이 멘토 역할을 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게임업계 선배들이 젊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정기적 멘토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대형 개발사들이 자사 IP를 인디 개발자들에게 개방하거나, 인디게임을 자사 플랫폼에 우선 출시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면, 한국 인디게임 산업의 기술적 역량과 창작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인벤, "네오위즈, 비트서밋 2025 참가…인디게임 3종 출품", 2025년 7월 10일,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07395
  • VGC, "BitSummit, Japan’s leading indie game expo, reveals its full line-up for this year’s show", 2025년 6월 23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news/bitsummit-japans-leading-indie-game-expo-reveals-its-full-line-up-for-this-years-show/
  • VGC, "Ratatan wins top honor at Bitsummit awards, while VGC crowns visual novel Digital Exorcist", 2025년 7월 19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news/ratatan-wins-top-honor-at-bitsummit-awards-while-vgc-crowns-visual-novel-digital-exorcist/
  • VGC, "BitSummit Day 2 Report: Giving out an award, and discovering a brand new Mega Drive game", 2025년 7월 19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features/bitsummit-day-2-report-giving-out-an-award-and-discovering-a-brand-new-mega-drive-game/
  • VGC, "Inch-high girlfriends and Switch 2’s answer to Snipperclips: 5 must-see indie highlights from Bitsummit", 2025년 7월 18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features/inch-high-girlfriends-and-switch-2s-answer-to-snipperclips-5-must-see-indie-highlights-from-bitsummit/
  • VGC, "BitSummit Day 3 Report: Rez with wolves, cozy trucking and love rival witches", 2025년 7월 20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features/bitsummit-day-3-report-rez-with-wolves-cozy-trucking-and-love-rival-witches/
  • VGC, "BitSummit to feature stage appearances from Uematsu, Kamiya, and more", 2025년 7월 2일,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news/bitsummit-to-feature-stage-appearances-from-uematsu-kamiya-and-more/
  • RPG Site, "BitSummit 2025 RPG Roundup", 2025년 7월 20일, https://www.rpgsite.net/preview/17941-bitsummit-2025-rpg-round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