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Industry Trend

[전략] 일본 전국시대 배경 AAA 게임 트렌드 급증,
한국 역사 소재 게임 부재 원인은?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2025. 05 ~ 2025. 07)
글로벌 이슈 키워드

Executive Summary

일본 전국시대 게임의 글로벌 성공과 한국사 게임 부재 현상

<고스트 오브 쓰시마> 1,300만 장, <세키로> 1,000만 장, <인왕> 시리즈 800만 장 판매 달성

서구권 게이머 대상 일본 무사·닌자 문화의 신화적 아이콘 지위 공고화

역사적 사실과 현대적 재미의 균형을 통한 보편성 확보

반면 한국사 소재 상업 게임은 국내외 시장에서 거의 부재한 상황 지속

한국사 게임 부재의 구조적 원인과 장벽 요소

높은 AAA급 개발비 대비 국내 한정 수익성의 한계로 한국사 소재 기피

콘솔 패키지 게임 비중 1.7%의 플랫폼 편중과 서사 중심 게임 개발 문화 부재

중세 유럽 판타지 등 세계적 공감대 소재 선호와 문화 정체성 표현 회피

자국 역사의 해외 홍보 부족과 창작자 권리 보호 우려로 인한 개발 리스크 증가

한국 역사 콘텐츠 게임화 가능성과 접근 방안

삼국시대 한강 패권 전쟁, 독립운동 의열단, 단군 이전 신화 시대 등 활용 소재

보편적 정서 지닌 인간 드라마와 상상적 요소 부각한 엔터테인먼트화 필요

넷플릭스 <킹덤> 등 K-드라마 글로벌 성공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활용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등 대형 프로젝트 등장과 업계 인식 전환

1. 일본 전국시대 게임의 글로벌 성공 배경

<고스트 오브 쓰시마>, <세키로> 등 AAA급 일본 역사 게임의 글로벌 성공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AAA급 게임들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2020년 출시 이후 2024년까지 누적 1,3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차기작 <고스트 오브 요테이>를 지난 10월 2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역시 출시 4년 만에 1,000만 장을 돌파했다. 또한 코에이 테크모의 〈인왕〉 시리즈는 시리즈 누적 800만 장 판매를 달성하여 상업적 성공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일본의 전통 무사와 닌자 문화가 전 세계 대중문화에서 신화화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일본의 사무라이는 미국의 카우보이에 견줄 만한 보편적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들 게임을 통해 일본의 역사와 미학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사례는 역사 소재 게임의 글로벌 어필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풍을 게임 전반에 녹여내어, 플레이어가 한 편의 사무라이 영화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했다. 영화적 연출과 전통미의 조합은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일본 현지에서도 “서양인이 만들었지만 오히려 우리보다 더 일본적” 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문화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일본에서 플레이스테이션4 퍼스트파티 게임 중 역대 최고 출시 주간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출시 3일 만에 세계적으로 24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소니 신작 IP의 최단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서구권 게이머들도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게임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열광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표> 일본 전국시대/사무라이 테마 주요 게임의 글로벌 성과
출처: Wccftech, NoisyPixel

역사적 사실 VS 재미 중심 재구성의 균형

일본 전국시대 게임들의 성공 이면에는 세심한 게임 디자인 전략과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접근법이 있다. 개발자들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철저히 재미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서구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바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했다. 예를 들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배경 시기인 13세기 일본에 부시도(武士道; 무사도) 정신, 하이쿠(俳句) 쓰기, 사케 양조 등 사실은 시대상에 맞지 않는 요소들까지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실제 역사 정확성보다는 서양 관객이 일본 사무라이 시대라면 떠올리는 모든 상징들을 한데 넣어, 가장 완벽한 사무라이 판타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직접 일본 쓰시마섬을 답사하고 현지 자문을 구해 문화 고증에 힘썼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것임을 명심하고 상상력과 연출의 자유를 최대한 발휘했다.

또한 이들 게임은 현대적 장르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서구 시장에 효과적으로 다가갔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구조와 잠입 액션을 결합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등에 익숙한 글로벌 유저층이 쉽게 적응하면서도 신선함을 느끼도록 했다. 〈세키로〉와 〈인왕〉은 이른바 소울라이크라 불리는 하드코어 액션 RPG 스타일을 취해, 서구의 코어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도전적인 전투 시스템을 일본 무협 세계관과 접목했다. 이를 통해 익숙한 게임 플레이에 낯선 문화 배경을 얹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서구권 플레이어들이 이국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음성 및 자막의 다국어 지원과 글로벌 동시출시,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화 간 교량 전략 덕분에 동서양 플레이어 모두 자기 언어와 정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표> 일본 역사 게임 디자인 요소별 성공 사례
출처: TumbleweedWrites, Video Games Chronicle

2. 한국사 게임 부재 원인 분석

수출 중심 게임산업 구조와 글로벌 공략형 장르 편중

한국 게임산업이 한국사 소재 게임 개발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는 산업 구조 자체가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일찍부터 수출 산업으로 성장하여,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니치한 게임보다는 글로벌 공략형 장르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고, 제작비 또한 AAA급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내수 시장만 보고 한국사 게임을 만들기에는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했다. <충무공전>과 <임진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역사 게임 개발 전문가이자 현 붐잇게임즈 김태곤 대표이사는 과거 “게임 개발사는 결국 기업이기에 의미만으로 한국사 게임을 만들 순 없다”고 현실을 언급하며, 높은 개발비 대비 낮은 국내 수익 구조가 한국사 소재 기피의 한 요인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개발사들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통할 중세 유럽 판타지가 가장 안전한 인기 소재라 생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문화적 특수성보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또 다른 원인은 플랫폼 편중 현상에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게임시장 규모를 갖췄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주력이고 콘솔 게임 비중은 극히 낮다. 한국 게임산업과 같이 콘솔 패키지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한 시장 환경에서는 자연히 스토리 중심의 대형 콘솔 게임 개발 문화가 정착하기 어려웠다. 한국사와 같은 무거운 역사 소재는 몰입감 있는 싱글플레이 서사로 풀어내야 제맛이지만, 국내 개발사는 장르적으로 MMORPG나 모바일 액션에 치중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게이머들은 중세 유럽 판타지 배경의 MMORPG나 현대 밀리터리 FPS 등에 익숙해졌고, 개발사들도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춰 이러한 장르에 주력하면서 자국 역사 소재 개발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산업 전반에 스토리텔링 노하우의 축적 부족, 역사 소재 전문 인력 부재 등의 구조적 한계가 형성되었다.

해외 홍보 체계와 문화적 친숙도 제고 과제

한국사 게임 부재의 이면에는 문화적 토양과 인식의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사무라이와 닌자는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꾸준히 노출되어 이제 헐리우드 영화에도 단골로 등장할 만큼 친숙해졌다. 반면 한국 역사 소재는 상대적으로 해외 노출 기회가 적었고,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한국 역사 소재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머물러 있다. 김태곤 대표이사는 “일본은 수십 년간 대중문화로 서구 문명에 사무라이와 닌자를 알려왔다. 하지만 한국은 걸음마도 떼기 전에 뛰길 바라는 격으로, 그런 노력 없이 한국사 게임이 쏟아지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단계적인 문화적 저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저변에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수요층도 포함되며, 우선 한국 게이머들 자체가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어야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배경에는 한국 게임문화의 독특한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오랫동안 한국 게임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성이 검증된 서구 판타지나 세계보편 장르가 주류를 이뤘고, 플레이어들도 거기에 익숙해져 왔다. 결과적으로 한국사 게임은 공급과 수요 모두에서 기반 형성이 미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게임에서의 역사는 단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기반이 되는 문화나 저변이 같이 성장하고, 유저 수준이 높아져야 가능하다”는 업계 의견은 이런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영화 〈암살〉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전 세계 190개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K-콘텐츠의 글로벌 어필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해외 제작사가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의 전통 무속과 K-POP을 결합해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로 3억 조회수를 돌파하며 한국 문화 소재의 세계적 잠재력을 재확인시켰다. 이처럼 다른 매체에서 역사물과 한국 문화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유독 게임만 그 계보를 이어받지 못했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개발비 회수를 위해 검증된 장르와 소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역사 소재 개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자연히 한국 고유의 역사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 설 자리가 제한적이었다.

<그림> 영화 <암살>, 넷플릭스 <킹덤> 포스터
출처: 경향신문, 시빅뉴스

살아있는 역사로서 한국사 콘텐츠의 민감성

역사 콘텐츠 자체의 민감성도 한국사 게임 개발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사는 살아있는 역사이기에 창작자의 해석이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역사 드라마에서 실제 인물 묘사 문제로 방영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고, 역사적 인물의 종친회 등이 콘텐츠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자칫 실존 인물을 다루다가 고증 논란이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공격받을 위험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러한 민감성은 개발사들로 하여금 한국사 소재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 역사책을 쓰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역사 소재를 다루려면 철저한 고증과 창의적 상상력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고 이로 인한 제약과 고민이 크다고 지적했다. 역사 게임 제작 시 객관적인 표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고증’은 사람들에게 게임 속 캐릭터나 상황에 대한 신뢰감을 주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민감성을 피하려다 아예 시도하지 않는 편을 택하게 되는 측면도 있었다. 결국 이러한 복합 요인들이 맞물리며 한국사 게임의 부재 현상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3.한국 역사 콘텐츠의 게임화 가능성

전통과 현대의 융합과 한류 시너지 전략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

한국사 게임의 돌파구 모색을 위해서는 역사적 고증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안의 보편적 인간 이야기와 상상적 요소를 현대 게이머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삼국시대 한강 유역 패권 다툼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배경으로, 조선 후기 의열단의 활약은 액션 어드벤처의 소재로, 건국 신화 시대는 판타지 RPG의 무대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풍부한 소재들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전통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현대적 재해석을 통한 융합’이라는 관점이다. 역사 그 자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안의 인간 드라마와 상상적 요소를 부각해 엔터테인먼트화하는 시도가 관건이다.

구조적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콘솔게임 지원체계 구축을 명시했고,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등의 글로벌 흥행은 한국 개발진의 AAA 타이틀 제작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다. 한국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액션 어드밴처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되,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전통 한국 문화의 미학을 게임으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가 한국 전통 소재를 AAA급 콘솔 게임으로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업계 인식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은 한국사 게임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한국 드라마와 K-POP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게임으로 선보일 최적의 타이밍이다. 현지색을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국제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다른 매체의 성공 경험을 게임 업계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게임업계가 앞으로 역사적 소재를 현대 게이머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K-컬처의 글로벌 확산 동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이미지
출처: 넥슨게임즈

참고문헌

  • Wccftech, "Sekiro: Shadows Die Twice Has Sold Over 10 Million Units", https://wccftech.com/sekiro-shadows-die-twice-has-sold-over-10-million-units/
  • NoisyPixel, "Nioh Franchise Surpasses 8 Million Units Sold Worldwide", https://noisypixel.net/nioh-franchise-8-million-units-sold/
  • TumbleweedWrites, "My Thoughts on Ghost of Tsushima", 2020년 12월, https://tumbleweedwrites.com/2020/12/09/my-thoughts-on-ghost-of-tsushima/
  • Video Games Chronicle, "'Japan should have made Ghost of Tsushima', says Yakuza creator", https://www.videogameschronicle.com/news/japan-should-have-made-amazing-ghost-of-tsushima-says-yakuza-creator/
  • 게임메카, "일본엔 많은 역사 게임, 왜 한국은 없을까?",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478165
  • ZDNet Korea, "넥슨게임즈, AAA급 신작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영상 첫 공개", 2025년 8월, https://zdnet.co.kr/view/?no=20250812082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