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5 게임스컴
글로벌 게임 캘린더
집필: EC21R&C 김종우 선임연구원
1.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2025 게임스컴
1,500개사 참가, 72개국, 23만 3천㎡ 전시면적으로 역대 최대 기록 경신
게임스컴 2025는 2025년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독일 쾰른메쎄 전관에서 개최되었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참가 기업 수는 처음으로 1,500개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참가 국가는 72개국, 전시면적은 23만 3천㎡로 확대되었다. 행사 표어는 ‘The Heart of Gaming’이었으며, 현장에는 30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몰렸다. 스팀(Steam)의 게임스컴 특설 페이지에는 수백 종의 타이틀이 전시·소개되며 현장의 볼거리와 체험 밀도를 높였다. 이러한 규모는 게임스컴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게임스컴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을 운영해왔으나, 2025년에는 완전한 오프라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게임 팬들의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갈증과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다. 또한 현장과 스트리밍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운영을 강화하여, 8월 19일 저녁에는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pening Night Live; ONL)가 쾰른메쎄 1홀의 5,000석 규모 무대에서 열려 대형 신작과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이러한 연출은 현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전 세계 게임 팬들이 동시에 새로운 게임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림> 게임스컴 개최지 쾰른메쎄 입구 전경
B2C와 B2B 공간 분리·연계 동선 설계로 체험과 비즈니스 상담 동시 소화
게임스컴 2025는 현장과 스트리밍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운영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B2C 공간과 비즈니스 중심의 B2B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면서도,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동선 설계로 관람객과 비즈니스 참가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였다. 일반 참관객들은 최신 게임을 직접 체험하고 코스프레 등 팬 문화를 즐기는 동시에, 업계 종사자들은 별도 공간에서 미팅과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대규모 게임 전시회가 단순 체험의 장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교류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부 섹션 구성도 눈에 띄게 정교해졌다. 인디게임존, VR/AR/XR 체험존, e스포츠 무대, 하드웨어 전시, 스트리밍 플랫폼, 보드게임, 레트로·가족존 등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다양한 관람객 취향을 충족시켰다. 특히 홀 5를 굿즈와 머천다이즈 전용 구역으로 구성해 팬들의 쇼핑 수요를 집중적으로 흡수하는 한편, 각 홀마다 특색있는 콘텐츠를 배치해 전시장 전체를 탐험하는 재미를 더했다. 이처럼 게임스컴은 단일 장르나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축제로 진화하고 있었다.
콘진원은 한국 공동관(KOREA PAVILION)을 B2B와 B2C에 동시 구성하는 전략을 펼쳤다. B2B 공간은 홀 3에, B2C 공간은 홀 10에 배치되어 인디게임 중심 타이틀을 서구권 관람객에게 직접 시연하고 홍보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이원화 전략은 비즈니스 미팅과 일반 관람객 유치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함이다. 또한 한국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유럽 퍼블리셔 및 투자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독일과 유럽 게이머들에게 한국 게임의 독창성을 알릴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했다.
<그림> 게임스컴 현장 콘텐츠 이미지
2. 참여 경험 중심 부스 전략의 진화
세가, 단일 타이틀 집중 홍보로 메시지 선명도 극대화
세가는 홀 7에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즈(Sonic Racing CrossWorlds)> 단일 타이틀에 집중한 초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가운데 원형 관람 공간과 대형 스크린, 양측 포토존, 약 40석의 플레이 좌석을 배치해 체험과 관람의 리듬감을 조화시켰다. 대형 스크린 전면의 원형 소파는 관람객의 체류를 유도했고, 대기열을 관람 공간과 직접 플레이 체험 공간으로 분리해 동선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유지했다. 세가 측 마케팅 파트너인 길로틴 에이전시(Guillotine Agency)의 제이크 불코프스키(Jake Bulkowski)는 “9월 25일 출시 예정인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즈를 독일 시장에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프랑스가 JRPG의 최대 시장이라면, 독일은 확장 잠재력이 큰 성장 시장”이라고 밝혔다.
세가의 전략적 선택은 작년과의 비교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작년에는 동일한 크기의 공간에서 세 가지 타이틀을 동시에 홍보했지만, 올해는 단일 게임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변화는 메시지 선명도를 극대화하고 부스의 스케일감을 강하게 체감시키는 효과를 냈다. 현장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게임 디자이너 이이즈카 타카시(飯塚隆)의 사인회는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세가는 8년 연속 게임스컴에 참가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기 시간조차도 대형 스크린과 포토존, 중계 음성을 통해 ‘기다리며 즐기는’ 경험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림> 세가 부스 현장 이미지
엑스박스 ‘그린 버튼’ 디지털 패스포트 퀘스트로 미션형 동선 구축
엑스박스는 홀 7 북쪽 입구 인접 지역과 일부 다른 홀을 연계한 분산형 초대형 부스를 운영했다. 핵심은 일명 ‘더 빅 그린 버튼(The Big Green Button)’으로 불린 디지털 패스포트 퀘스트였다. 관람객이 부스 내 QR 코드를 스캔해 디지털 여권을 활성화하면, 다섯 개 스테이션을 순환하며 스탬프 코드를 수집하고, 모두 모아 돌아오면 경품 추첨 자격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경품은 지포스 RTX 50 시리즈 GPU, 지포스 나우 얼티메이트 6개월 이용권 등으로 공지되어 대기열이 상시 유지될 정도의 현장감을 만들었다. 엑스박스 부스 운영 관계자는 “하루 한 게임당 평균 150명, 전체 10여 개 스테이션 합계 1,500명 수준의 체험 수요가 발생한다”며 “게임 자체의 흡입력에 더해 미션형 동선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엑스박스의 미션형 체험 전략은 관람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냈다. 올해는 공간을 세 구역으로 나눠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미션을 해결하게 했다. <그라운디드 2(Grounded 2)>, <인디아나 존스 운트 데어 그로서 크라이스(Indiana Jones und der Grosse Kreis)>, <디 아우터 월즈 2(The Outer Worlds 2)>가 특히 긴 대기열을 형성했다. 또한 타투 체험 코너를 운영해 참관객의 관심을 끌었으며, 다수의 참관객이 줄을 서서 페이크 타투 시술을 받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러한 다층적 체험 요소는 엑스박스 부스를 단순한 게임 시연 공간이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림> 엑스박스 부스 현장 이미지
삼성, 독일 인플루언서 그누(Gnu) 밋앤그리트로 팬덤 폭발적 유입
삼성은 게임 파트너들과의 협업 존과 갤럭시 Z 폴드 7(Galaxy Z Fold 7), 플립 7(Flip 7) 체험존을 연동해 ‘게임 플레이-팟캐스트쇼 관람-모바일 체험’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동선을 설계했다. 핵심은 독일의 인기 게임 인플루언서 그누(Gnu, 본명 Jasmin Gnu)를 초청한 밋앤그리트(Meet & Greet) 이벤트였다. 그누는 유튜브 ‘Gnu’ 채널 구독자 약 148만 명, 트위치 팔로워 약 77만 명을 보유한 독일 대표 게임 크리에이터로, 독일 여성 유튜버 최초 100만 구독을 달성한 인물이다. 사전신청 150명을 대상으로 티셔츠 사인과 프리허그를 진행한 이 이벤트는 부스의 현장감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한 참관객은 딸이 그누를 보기 위해 원래 계획했던 네덜란드 여행을 취소하고 게임스컴을 찾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 부스 운영 관계자는 “삼성의 게임스컴 참가 목적은 일관되게 스마트폰 경험 확장이며, 인플루언서 초청을 콘텐츠 허브로 삼아 체험 전환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대기행렬은 시작 2~3시간 전부터 형성되어 포토월-체험존-방송 관람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만들었다. 중앙 무대에서 파트너 게임을 노출하되, 종착지는 폴더블 체험으로 설정하는 전략이었다. 또 다른 운영진은 “한국 관람객 비중이 체감상 20% 내외였으며, 부스 위치가 관람객 유입을 좌우한다”고 언급하며 “올해는 인플루언서 초청과 디바이스 체험 동선을 맞물리게 설계해 몰입감과 실재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전략은 제품 체험을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높은 효과를 거뒀다.
<그림> 삼성 부스 현장 이미지
독일 연방군, VR 비행 시뮬레이터로 국방 홍보와 게임쇼의 이색 결합
독일 연방군(분데스베어, Bundeswehr)은 게임스컴 2025에서 이색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 군인이 전면 배치된 대형 부스를 통해 군 장비 설명, 비행 시뮬레이터, VR 체험 등을 선보이며 국방 홍보와 게임쇼를 결합한 독특한 시도를 펼쳤다. 중앙 천장에 매달린 항공기 모형과 무료 경품 증정 이벤트가 원형 관람 동선을 형성하며 체류 시간을 늘렸다. 현역 군인인 운영 관계자는 “군의 다양한 임무와 커리어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왔으며, 하루 최소 1,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은 “게임쇼에서 군을 체험할 수 있다니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비행 시뮬레이터와 VR 체험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독일 연방군 부스는 게임산업과 무관해 보이는 국방 영역이 게임 문화 속에서도 충분히 어울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실제 군인들이 장비를 설명하고 VR 체험을 안내하는 방식은 실재감을 극대화했으며, 청년층에게 군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 효과를 냈다. 한 운영 관계자는 “국방에 대한 관심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게임과 국방이 멀어 보이지만 체험과 설명을 결합하면 실재감 있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게임스컴은 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문화가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림> 독일 연방군 부스 현장 이미지
대형 부스들, 대기 시간을 포토존·대형 스크린·무대 이벤트로 엔터테인먼트화
게임스컴 2025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대기 시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한 부스 운영 방식이었다. 세가, 엑스박스, 닌텐도, 삼성 등 대형 퍼블리셔와 기업들은 초대형 부스의 스케일감을 활용해 촬영 포토스팟, 무대 이벤트, 굿즈 연계로 관람객 체류를 길게 설정하고 ‘줄서기-관람-체험-소비’의 선순환을 구축했다. 세가 부스의 한 관람객은 “줄이 길어도 화면과 현장 중계가 끊임없이 몰입감을 유지하게 해서, 기다리면서도 쇼를 보고 있다는 현장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계는 대기 시간이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전체 경험의 일부로 통합되도록 만들었다.
엑스박스는 경품 추첨 대기 중에도 현장 방송과 포토존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며, 닌텐도는 대기 시간이 길다는 불만을 쇼가 시작되는 순간의 일체감으로 상쇄했다. 삼성 부스에서는 그누 밋앤그리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포토월과 방송 무대가 몰입감을 유지하게 했고, 스태프가 대기열을 잘 관리해 집중감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게임을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큰 쇼이자 축제가 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게임스컴은 이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넘어, 게임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3. 한국 게임산업 시사점과 글로벌 전시회 전략
경험 설계 중심 전시 전략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중요성 확인
게임스컴 2025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단순 게임 체험을 넘어선 경험 설계의 고도화였다. 세가의 단일 타이틀 집중 전략, 엑스박스의 미션형 동선 구축, 삼성의 인플루언서 허브형 마케팅, 닌텐도의 쇼 형식 연출은 모두 관람객을 수동적 체험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전환시키는 공통점을 지녔다. 대기 시간마저도 포토존, 대형 스크린, 무대 이벤트로 엔터테인먼트화하여 몰입감을 유지했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글로벌 전시회에 참가할 때는 단순히 게임을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여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공동관의 스탬프 랠리 같은 참여 유도 장치는 효과적이었으나, 대형 퍼블리셔 수준의 스케일감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결합한다면 더욱 강력한 브랜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중요성도 재확인되었다. 삼성이 148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누를 초청해 폭발적인 팬덤 유입을 이끌어낸 사례는,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 도구인지 보여줬다. 한국 게임사들도 유럽 시장 공략 시 현지 게임 크리에이터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시장별 대표 인플루언서를 사전 섭외하고, 부스 이벤트와 연계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미션형 동선 설계는 게임의 특성을 부스 체험에 녹여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한국 게임사들도 자사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을 부스 동선에 반영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게임스컴 vs 차이나조이: 지역별 전시회 특성 차이와 전략적 접근
게임스컴과 차이나조이는 각각 서구 시장과 중국 시장을 대표하는 양대 게임 전시회로, 뚜렷한 특성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임스컴은 글로벌 콘솔·PC 게임 중심의 전시회로, 서구권 퍼블리셔와 플랫폼 홀더들의 신작 발표 및 체험 마케팅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차이나조이는 모바일 게임과 AI 기술 융합이 두드러지며, 중국 현지 시장 특화 전략이 필요한 전시회다. 게임스컴은 하이브리드 운영과 경험 설계 중심의 부스 전략이 핵심인 반면, 차이나조이는 B2B 미팅 수요가 높고 현지 IP 활용과 문화 융합이 중요하다. 차이나조이 2025는 41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3,000건 이상의 B2B 미팅이 이루어지는 등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은 두 전시회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스컴에서는 서구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춘 AAA급 콘솔·PC 게임의 시연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집중하고, 미션형 체험 동선과 쇼 형식 연출로 현장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차이나조이에서는 모바일 최적화와 현지 퍼블리셔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이며, AI 기술 협력과 중국 문화 IP 융합 전략이 요구된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차이나조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사례처럼, 한국 AAA 게임에 대한 중국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높다. 두 전시회 모두 단순 전시를 넘어 브랜드 구축과 팬층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되,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표> 게임스컴 vs 차이나조이 주요 특징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