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희아, 주힘찬
‘채널 피보터 1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시는데요. 데이터로 채널 현황을 파악한 뒤 콘텐츠 방향성을 제시하여 정체된 채널을 피봇(Pivot, 방향을 바꾸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더라고요. 실제로 해당 채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언제 감지할 수 있나요?
유튜브에 들어가서 분석해 보면 바로 알아요. 처음 채널에 들어가서 인기순부터 보는데요. 인기순의 최상위권에 위치한 동영상이 1년 전 정도면 괜찮아요. 그런데 3년 전, 4년 전 동영상인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채널에 어떤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으로 최신순을 눌러보는 겁니다. 이때 구독자 수 대비 평균 조회수가 10% 미만이 나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권유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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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하는 채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구독자 수 대비 평균 조회수가 10% 이하로 나와요. 수치가 들쑥날쑥한다든가. 그런데 정말 잘 되는 채널도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30%가 안 나와요.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100%가 나오면, 광고주 입장에선 Google Ads 상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지니까요.) ‘미스터 비스트(MrBeast)’도 그렇고, ‘로건 폴(Logan Paul)’도 그렇죠. 더 다이어리 오브 CEO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이런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방향성이 구조적으로 세팅이 잘 되어 있어요.
다이아 TV(DIA TV)에 계시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를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상을 만들고 소비하는 시대적 특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체감하실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세 번의 순간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로 체감했던 순간은 2016년도예요. TV 방송 구성 작가로 관련 공부를 했었는데, TV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이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유튜브 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당시에 저는 푸드트럭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고, 푸드트럭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중국으로 가서 유튜브 ‘영국 남자’ 모델을 똑같이 따라 해서 성공해 보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첫 번째로 영상 시청 환경이 변했다는 걸 느꼈죠. 두 번째는 2019년도에 회사에 들어가면서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했을 때인데요.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다 모바일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계신 거예요. 뭐 보고 계시는지 살펴보면 트로트 영상이었어요. 당시에 선배들이 중장년층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저도 빠르게 합류했어요. 그러면서 임영웅, 박서진 님과 같은 분들을 만났어요. 임영웅 유튜브 채널은, ‘미스터트롯’이 중장년층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면서, 8천 명이던 구독자 수가 28만 명이 됐어요. 정동원, 이찬원, 장민호 님 채널 관리를 할 기회도 그때 얻었고요.
실패와 성공을 함께 겪으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셨네요. 세 번째는요?
2023년쯤이었는데요. 사람들이 긴 글을 못 읽고 이해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텍스트힙(Text Hip, 책을 읽고 기록하는 행위를 감각적이고 멋진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트렌드)과 함께 문해력 이슈가 제기된 건데,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2030세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 언급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숏폼을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게 되면서 집중력이 약해지고 긴 글을 읽지 못하는 형태가 됐으니 시청 환경이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는 계기가 됐죠.
숏폼이 그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는 동의하시나요?
그럼요. 그러면서 숏폼 경쟁이 굉장히 심해졌죠. 한 달에 1억 뷰, 1.5억 뷰씩 나오는 숏폼 채널들이 있어요. 이 채널들이 파이를 다 가져가니까 롱폼 크리에이터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게 된 부분도 있고요. 숏폼이 기본적으로 무작위로 노출되는 경우이다 보니까 이제 숏폼을 만들지 않는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숏폼 안 하는 브랜드들이 있거든요. 특히 테크와 같은 고관여 제품들 같은 경우가 그렇고요. 그런데 숏폼은 브랜드 채널이든 인물 채널이든 상관없이 내 채널을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노출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안 하면 노출 자체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과 똑같아요. 무조건 해야 해요.
저관여 제품 같은 경우는 숏폼을 더 많이 제작하고 있잖아요.
빵이나 치킨, 뷰티 제품 같은 1, 2만 원짜리 경우에는 무조건 숏폼만 하셔도 된다고 말해요. 숏폼을 보고 나서 충동적으로 구매 욕구가 생기는지가 핵심이에요. 이제 숏폼을 안 하는 인물,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봐요. 전 세계 기준으로 틱톡이 40%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어요. 유튜브, 릴스가 각각 20%, 스냅챗이 8% 정도 돼요. 그런데 구글 입장에서 숏폼 이용자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으로 빠진다? 광고 매출이 빠진다는 소리죠. 광고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구글 입장에서는 숏폼 노출도를 더 늘려요.
숏폼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인 거군요.
맞아요. 쇼츠의 노출도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거죠.
“롱폼은 이제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잘 된다”, “잘 안 된다”로 접근할 수는 없어요. 유튜브 채널 탭을 보면 롱폼, 숏폼, 라이브, 팟캐스트, 게시물 이렇게 나뉘어 있잖아요. 이거는 콘텐츠의 포맷이 다 다르다는 뜻이거든요. 결과적으로 구글의 유튜브 방향성은 멀티 포맷이라는 방향성 하에 이런 형식들을 모두 포괄하게 되었다는 의미죠. 옛날에는 이런 게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사운드 클라우드 등 이런 음원 플랫폼들도 있잖아요. 이쪽으로 이용자가 빠지면 광고 매출이 여기로 빠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숏폼이 잘 안 된다”, “롱폼이 잘 안 된다”가 아니라 시청 행태나 시청하는 콘텐츠 포맷이 다 나뉘어 있고, 구글 입장에서는 이 모든 걸 다 가져와야 광고 매출이 확보되기 때문에 이 모든 콘텐츠 포맷을 다 소화하는 채널일수록 노출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텍스트로 올라가는 게시글은 상대적으로 유튜브에서 익숙하지 않은 포맷이에요.
텍스트 보는 사람과 숏폼 보는 사람은 나뉘어 있어요. 그래서 텍스트도 올려야 해요. 그리고 플랫폼 경쟁 관점에서 생각해 보시면, 작년 9월에 스레드가 X를 이겼어요. 지금은 이용자 수가 거의 16만 명이 차이 나죠.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텍스트 면에서 대응할 수단이 아예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게시글의 노출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요새 유튜브를 모바일로 접속했을 때, 3~4번째에 게시물이 뜨고, 숏츠 피드를 넘기다가도 게시물이 떠요. 둘 다 살려야 하니까 둘 다 노출도를 늘리는 거예요. 여러 관점에서 지금 상황을 다 살펴봐야 해요.
지금 상황에서 예를 들어 시청자, 알고리즘, 제작자와 같은 주체 중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보시는 영역은 어디인가요?
모든 건 시청자 중심으로 흘러가요. 시청자가 보는 콘텐츠에 따라서 알고리즘이 학습되고, 결과적으로 그 알고리즘에 맞는 콘텐츠를 띄우죠. 거기에 광고가 붙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핵심이에요. 시청자가 안 보면 끝인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만 꾸준히 해서 유튜브 채널이 성공할 거라고 보시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건 시청자가 1순위여야 해요.
이용자의 관심이 매출로 직결되는 관심 경제 관점에서, 숏폼 포맷만 양산하게 된 채널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많죠. 지금은 쇼츠에서 링크 기능을 쓸 수 없어요. 2021년 7월 숏츠가 적용되었을 당시, 양산된 숏폼 채널들에서 링크를 뿌리면서 그게 스팸 형태가 돼서 문제가 됐죠. 요즘에는 AI 쇼츠가 화제예요. 약 1년 전부터 AI 쇼츠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거기에 관심이 쏠려서 일반 유튜버분들이 힘들다는 얘기도 나오죠. 그러면서 크리에이터들도 쇼츠 쪽으로 계속 빠지게 되고요.
AI로 만들어진 쇼츠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쇼츠를 비교했을 때, 사람들은 더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하지만 최근에는 AI를 썼냐 안 썼냐가 포인트는 아니고, AI를 써도 공을 굉장히 많이 들였으면 사람들이 봐요. ‘끌로에 VS 히스토리(Chloe VS History)’라는 채널이 있어요. 시간 여행자 콘셉트인데요. 브이로그 형식을 취하면서 고대 로마 시대로 가서 역사를 다 설명해 줘요. 아주 공들여 만든 콘텐츠예요. ‘인물이 타임슬립을 해서 과거에 대한 정보를 더 재미있게 브이로그 형태로 전달한다.’ 이게 채널의 핵심인데, 이런 경우에는 예외가 되죠. 창작자가 뚜렷한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이고, 시청자들도 (역사) 정보 획득이라는 의도를 갖고 시청한 것이니까요.
© 끌로에 VS 히스토리(Chloe VS History)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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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콘텐츠 제작자들이 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략에는 무엇이 있나요?
자신의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봐요. 개인끼리의 소통이 아니기 때문에 유튜버와 시청자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잖아요.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비로소 사람 사이에 진정한 연결이 생긴다”고 말해요. 그걸 공유했을 때 이 사람에 대해서 다른 이들이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죠. 이건 AI가 못하는 거죠. 뷰티 유튜버 중에는 자신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녀온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도 있어요. 시청자와 크리에이터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게 핵심이죠. 그 인물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생길 거고요. 이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유튜브 시청자를 네 가지로 분류한 구조예요.
어떤 구조인가요?
‘시청자’, ‘구독자’, ‘팬’, ‘찐팬’ 이렇게 분류되는 구조인데요. ‘팬’은 모든 콘텐츠를 챙겨보는, 라이브 방송을 켰을 때 들어오는 사람들이고요. ‘찐팬’은 제품을 냈을 때 구매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부분은 한국에서 잘못 해석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브랜드 마케팅하시는 분들이 ‘찐팬 마케팅’ 이런 거 하시잖아요. ‘찐팬’만 확보하면 브랜드가 영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완전히 틀린 말이에요. ‘찐팬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력이에요. 지금 굉장히 상향 평준화된 품질의 제품들 사이에서 뚫고 나올 만한 제품력을 갖춰야 해요. ‘찐팬’은 초기 발사대예요. 발사시킬 때 조금 더 안정성을 주는 수단인 거예요. 제품과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면 고꾸라져요.
© 출처: 주힘찬 개인 강의 자료
지금과 같은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채널 운영을 했을 때도 크기를 키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거죠. 그런데 그때 실패한 경험을 통해서 다이아 TV에 입사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유튜버분들의 채널 관리를 해드리면서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최종 결정권자는 시청자니까요. 제가 점검하고 예측한 게 틀렸거나, 유튜버분이 만든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거나, 결국 선택을 못 받으면 실패하는 거죠. 하지만 유튜브는 실패의 연속이에요.
유튜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숏폼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발견. 계속 시청자가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죠. 유튜브는 데이터가 매우 정확해서 실시간 조회수를 볼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은 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장작을 계속 넣어줘야 하는 건데, 롱폼은 장작으로 만들기 어려워요. 숏츠를 하루에 하나씩 올려서 장작 역할을 해 주면, 채널의 기본 노출도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해요. 잘 되는 숏폼 채널들 보면, 매일 하나씩 올려요. 사실 100만 구독자인데 평균 조회수가 1~2만 나오는 채널들이 있어요. 그런 채널은 시청 비율에서 구독자 비율이 80%, 비구독자 비율이 20%입니다. 보는 사람만 본다는 것이고, 신규 시청자에게 노출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죠. 채널이 성장하려면, 신규 시청자를 유입시키면서, 기존 구독자를 챙겨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롱폼보다 숏폼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이제 유튜브 운영자들이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브랜드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 보니 성공 전략도 더 체계적이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고요.
동의해요. 오랫동안 채널을 운영해 온 유명한 유튜버분들을 만나면 항상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되죠. 한국 사람들은 채널이 성장하면 대체로 셀러브리티, 연예인이 되거나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브랜드가 되려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걸 넘어,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 줘야 해요. ‘The Diary Of A CEO’는 영국의 역사와 상징성이 있는 극장을 빌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최고의 경험을 만들고, ‘듀드 퍼펙트(Dude Perfect)’는 오프라인 테마파크를 짓고 있어요. ‘마커스 브라운리(MKBHD)’처럼 15년 넘게 꾸준히 리뷰를 해 오며 테크 리뷰 분야의 권위 자체가 된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사업가가 되든,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든, 업계의 권위자가 되든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에이터가 브랜드가 되는 거죠. 하지만 브랜드라는 건 갑자기 잘된 채널이 아니라, 십수 년씩 신뢰 자산을 쌓아온 사람들에게 생기는 거죠.
현재로서는 AI의 등장이 유튜브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AI는 24시간 동안 나를 케어해 주죠. 유튜버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고, 새벽에 내가 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단다고 해도 거기에 바로 답을 주지 않아요. 파라소셜(Parasocial) 관계니까요. 하지만 AI는 나의 과거 이야기를 기억하고, 다 들어주니까, 더 위로가 되는 관계예요. 그러니까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찾아야 해요. 그게 아까 말씀드린 관계를 쌓는 과정일 수 있는 거죠. ‘시청자’에서 ‘구독자’로, ‘구독자’에서 ‘팬’으로, ‘팬’에서 ‘찐팬’으로 가는 관계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거니까요. 관계의 핵심은 ‘시간의 축적’입니다.
방송에서 유튜브로, 이제는 AI로 사람들이 옮겨가는 과정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지닌 한계도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The Diary Of A CEO’의 오프라인 투어가 진행되려면 그만한 장소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유튜버의 오프라인 행사를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에서는 투자자들이 이제 스타트업보다 유튜브라는 매체가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Dude Perfect’의 오프라인 테마파크 같은 데에 천억씩 투자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비즈니스의 영역과 매체를 지닌 유튜버의 영역이 합쳐지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이 단계까지 오지 않았어요. 특히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투자하는 흐름이 한국에선 미국보다 조금 늦게 시작됐어요.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단계라, 관련 인프라도 차차 갖춰지는 중이고요. 팟캐스트도 10년 전부터 유행한 건데, 한국에서는 2024년부터 슬슬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반대로 강점도 있나요?
적응이 정말 빠르다는 거요. 트렌드에 따라 콘텐츠 내용이 휙휙 바뀐다는 것도 강점이죠.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장 크게 성공할 것 같은 콘텐츠 분야가 있다면요?
비디오 팟캐스트요. 일하거나 운전할 때 배경처럼 틀어놓는, 멀티태스킹형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1인 가구가 늘면서 적적함을 달래려고 백색소음처럼 켜 두기도 하고요. 애니메이션이나 주식 차트 분석 콘텐츠는 화면을 무조건 봐야 하잖아요. ‘린 포워드(LEAN FORWARD)’ 콘텐츠죠. 하지만 비디오 팟캐스트처럼 그냥 틀어놓기만 해도 되는 콘텐츠는 ‘린 백(LEAN BACK)’에 해당해요. ‘린 백’ 콘텐츠는 일반 유튜버들의 콘텐츠보다도 광고 효과가 훨씬 좋아요. 이야기를 듣는 중에 갑자기 “이 커피가 진짜 맛있어요” 하고 광고를 해도 딴 일을 하다가 넘겨버릴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강제로 광고까지 듣게 되니까 광고 효과가 더 큰 거죠. 비디오 팟캐스트처럼 틀어놓는 콘텐츠는 넷플릭스도 실험하고 있는 분야예요. 관심 경제의 시대에서 이용자의 시간이 돈으로 치환된다고 할 때, 플랫폼이 이용자의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해지잖아요. 틀어만 놔도 되는 콘텐츠만큼 이용자의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없어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시청자를 1순위로 하는 콘텐츠죠. 시청자가 안 보면 생명력이 끝나는 거니까요. 초등학생 6학년도 쉽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콘텐츠이자 채널이 되어야 해요. 요즘 잘된다고 하는 주제들에 대해 이것저것 하는 채널들이 많은데, 저는 유튜버분들 만나면 첫 질문이 그거예요. “자신의 채널을 한 줄로 요약하면 무엇인가요?” 도파민이 터진다는 이 시대에 내 채널을 각인시키려면 본인이 우선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걸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앞으로를 내다보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콘텐츠로 비즈니스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바로 유튜버예요. 그래서 글로벌 슈퍼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비즈니스를 분석한 《슈퍼 유튜버》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요. 한국은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국내 슈퍼 유튜버분들과 오프라인 콘퍼런스 같은 자리를 만들어 비즈니스·투자와 연결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예요. 나아가 유튜버 같은 창작자에게는 멘탈 관리와 위기 대응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 이 두 가지의 중요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이 부분도 중요하다는 걸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요.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위해 유튜버분들과 비디오 팟캐스트를 하고 있죠.
© 주힘찬의 유튜브 팟캐스트 캡처 화면
글·인터뷰 박희아
대중음악 및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전 웹진 IZE 취재팀장, 국내 최초로 K팝 산업 테마 인터뷰집 3부작 ≪아이돌 메이커≫, ≪아이돌의 작업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를 출간했으며, 한국의 예술인 52인을 인터뷰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시리즈를 발표했다. 다수의 매체에 출연하고 글을 연재 중이다.
인터뷰이 주힘찬
채널 피보터(정체된 채널의 방향을 틀어 다시 성장시킨다). CJ ENM DIA TV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채널 매니지먼트와 광고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임영웅, 정동원, 이찬원, 장민호, 이연복 등 셀럽 채널부터 1인 크리에이터까지, 다양한 채널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3년 창업 후,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동아일보, 쿠팡, CJ 웰케어, 트렌드코리아, 굿네이버스, 대한체육회 등 기업의 채널 성장과 데이터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문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로 원인을 찾고, 콘텐츠로 결과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