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음악 감상은 이제 턴테이블 바늘에 맞춰 레코드판을 올려놓거나 케이스를 열고 CD를 넣는 물리적인 행위를 졸업했다. IFPI Global Music
Report 2026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유료 구독 및 광고 지원 스트리밍을 포함한 스트리밍 총매출은 전 세계 음반 매출의
69.6%를 차지했다. 물리적
매체로의 감상은 16.6%에 그친다. 일찌감치 멜론, 지니, 벅스 등 국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던 한국의 음악 감상 방식도 크게 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음악 이용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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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이용자의 절반이 넘는 51.1%가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과 같은
해외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해당 해외 음원 플랫폼이 소비자를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대학교 겸임 교수인 리즈 펠리는 저서 『무드 머신: 스포티파이의 부상과 완벽한 플레이리스트의 대가』에서 스트리밍은 ‘더 많은 화면
시간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라는 빅테크 기업의 공식을 음악 산업에 이식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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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스트리밍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알고리즘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31.7%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이
부분의 강자다. 청취자의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익숙함과 새로움을 교차하는 음악 추천의 방식은 스포티파이만의 강력한 체류 유도 장치다. 이른바
바트(BaRT)라 불리는 스포티파이의 추천 엔진은 두 가지 방식, 즉 청취자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분석해 자주 듣는 음악을 다시 들려주는 ‘활용’과
그 가운데 낯선 곡을 끼워 넣는 ‘탐색’으로 작동한다. 이 판단을 위해 가사와 언어를 읽는 자연어 처리, 곡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오디오 분석, 청취자의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를 비교하는 협업 필터링 기술이 수반된다. 그 결과로 우리가 스포티파이를 실행할 때 맨 처음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2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와 개인 청취 기록을 결합하여 완성한 ‘디스커버 위클리’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플랫폼은 음악 청취자를 머무르게 하는 또 다른 음악 감상의 핵심 장치로서 플레이리스트를 제시한다. 하나의 노래, 한 장의
앨범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음악의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다. INFORMS의 학술지 『마케팅 사이언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직접 편성하는 에디토리얼
플레이리스트는 전체 청취자 70%의 선택을 받는다. 음악 데이터 분석업체 ‘사운드차트’는 이용자 생성 플레이리스트만으로 청취 시간 중 36%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플랫폼이 큐레이션한 모든 플레이리스트를 합친 것의 2.5배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러한 플레이리스트는 스포티파이의 음악
에디터들이 직접 곡을 골라 엮어 3,5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투데이스 톱 히츠(Today’s Top Hits)’와 같은 방송국
역할을 수행한다.
유튜브 뮤직 역시 플레이리스트와 앨범에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커뮤니티로의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추가하며 사용자의 음악 감상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이
비슷한 타 사용자와 매칭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알고리즘과 편집을 합성한 ‘알고토리얼(Algotorial)’ 기법 기반의 플레이리스트
제작이 용이해지면서 사용자의 상황, 장소, 기분에 어울리는 재생 목록 중심의 청취 습관이 확립됐다. ‘무드 머신’에서 이는 능동적인 청취와 반대 개념인
‘린백(Lean-back) 청취’로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자동 재생 기능이 있다. 최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으로 자동 재생이 이어진다. 애플 뮤직이 최근 iOS 26
업데이트와 함께 제시한 믹싱 기능은 이러한 자동 재생 기능이 스트리밍 업계의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신호였다. 곡과 곡 사이의 공백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유사한 무드와 장르의 음악이 이어지고, 이를 30초 내 선택 여부에 따라서 사용자의 청취 습관이 기록된다. 계속 피드를
내리게 되는 숏폼 스크롤, OTT 플랫폼에서 다음 회 자동 재생과 똑같은 원리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멈출 수 없는 흐름, 멈춰야 할 이유
이용자 편의와 락인 효과(Lock-in Effect) 2 가 지배하는 이 시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구글의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하다 주목 경제와 설득적 설계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트리스탄 해리스는 2013년부터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심리적 취약점을 지적해 온 인물로서, 자동 재생과 무한 스크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스크롤 중단 및 일시 중지 개념을 다시 복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의도된 불편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프레임을 좁혀 보면 리즈 펠리의 주장이 더욱 정확하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곡을 고르는 수고를 더는 편안함이 청취자의 능동적인 음악 감상을 방해한다며,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면서 음악의 가치 자체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로그오프 없는 시대의 감상이 음악을 배경음과 백색 소음으로 격하하며, 끝없이 비슷한 곡이 이어지며 취향을 다듬는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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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오늘날 음악 업계에서 문제로 떠오르는 AI 창작물의 스트리밍 플랫폼 발매와 인위적인 알고리즘의 문제를 낳는다.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가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응답자의 97%가 AI 창작물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구분하지 못했다. 오늘날 디저에는 매일 올라오는 신곡의 34%가 AI 창작물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비슷한 곡, 비슷한 청취 환경에서 빈자리를
채우는 음악은 인간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의 창업자 다니엘 에크는 처음 플랫폼을 시작할 당시 과도하게 큐레이션 된 서비스에 반대하는 견해였다. 이용자가 스스로 검색창에서 음악을 고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최초의 꿈이었다. 이제 스포티파이는 수동적 청취와 스트리밍 시대를 상징하는 지배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그 뒤를 따라 중단 없는 음악 감상을 유도하고 있다. '편의'라는 강물 같은 흐름 가운데, 이제는 멈춰 설
기슭을
찾아야 할 때다. 애플 뮤직이 AI 창작물에 대한 표기를 태그에 기재하도록 하고, 스포티파이가 산업 표준 기반의 공개 방식을 도입하며 추천의 근거와
추천한 음악이 인간의 것임을 강조하는 개선 방안처럼 말이다.
특정 플랫폼에 청취 기록과 취향이 고정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환경도 보장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이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 이전과 손쉬운 플랫폼 전환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좋은 개선안이 될 수 있다.
음악은 시공간의 제약과 멈춤 없이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문화 예술의 양식이다. ‘어디에서나 음악이 흐르고’와 같은 관용어구가 말해주듯,
음악은 공기와 물처럼 의식하지 않을 때도 우리의 곁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다만 언제든 멈추고, 고르고, 빠져나올 자유를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필요가 대두되는 시점일 뿐이다.
김도헌
음악 웹진 <이즘(IZM)> 에디터·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음악 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