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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
평일 오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장 앞은 관람객들로 줄을 이었다. 아이와 엄마, 외국인 가족, 어린 학생과 나이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까지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의 나이와 성별이 천차만별이어서 더 눈에 띄었다. 자극적인 팝업과 전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작가 설명이나 큐레이션 하나 없는 이 조용한 전시는 오히려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거창한 메시지나 극적인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가족과 티격태격했던 저녁, 반려동물과 눈이 마주쳤던 아침,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오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지만 쉽게 지나쳐버린 일상의 순간들을 담담히 담아내는 것, 〈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가 가진 콘텐츠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키크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keykney(키크니),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 되면 안
해보겠습니다'라고 독특하게 소개하며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 콘셉트로 독자들의 다양한 요청에 재미와 감동을 더한 그림을 그려왔다. 이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시리즈는 입소문을 타며 키크니를 1년도 채 안 되어 인스타그램 26만 팔로워(현재 약 121만)를 가진 인기 작가로 만들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명한데,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면서도 끝내 얼굴 대신 그림으로만 자신을 드러낸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키크니는 자신만의 그림체로 사랑받되 독자의 댓글과 이야기가 곧 그림의 소재가 되는, 이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 창작법과 공감대를
제시하고 있다.
철저히 평범하고 사적인 일상의 조각들이 그림이 되고, 댓글이 되고, 마침내 수십만이 공감하는 콘텐츠가 된다. 콘텐츠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키크니는
거꾸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그 공감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내 가장 집약한 자리라 할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4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되는 〈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는 화면으로 보던 그림을 단순히 크게 출력해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평면 드로잉 작업은 물론, 3D 조각과 인형, 영상, 설치 작품으로 확장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머물며', 섹션마다 키크니 특유의 언어유희와 따뜻한 시선을 자신의 속도로 걷고 멈추고 또 되돌아가며 충분히 '경험'하게 된다.
전시는 '올 어바웃 키크니'로 문을 연다. 타인의 이야기를 그려오는 틈틈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 온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는 섹션이다. 완성된 작품이 아닌 과정의 흔적들—아이디어 스케치, 불현듯 떠오른 엉뚱한 생각, 일상의 풍경—이 벽을 가득 채운다. 작가의 초판본 책과 서재를 재현해 놓은 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하루 한 장씩 그렸던 300장의 낙서 역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렸고 그런 사이들' 섹션에서는 무수한 말풍선이 공간을 뒤덮는다. 키크니가 대중과 주고받은 댓글과 반응들이 시각적인 설치로 재탄생했다. 시시콜콜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웃음과 응원, 뜻밖의 위로로 이어지는 그 흐름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이 언젠가 남겼을 법한 댓글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마음을 빌려주고 빌리지(village)'는 키크니 특유의 언어유희가 입체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을 오롯이 주기 부담스러운 시대에 소소하게 온기를 나누는 마을의 이야기다.
'가족이란 무엇이든'에서는 한 아이의 탄생부터 독립까지,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 펼쳐진다. 누군가의 특별한 사연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장면들이다. '그냥 그렇개'에서는 고양이 '그냥'과 강아지 '그렇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장난스럽고 다정한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무지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는 웃다가 울컥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강아지, 그 위에서 건네는 재치 있는 한마디는 이별의 아픔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어루만진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설치물들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팟이기도 하다.
마지막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은 시간, 그 어둠 속에서도 끝내 우리를 향해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담담하고 단단한 응원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는다. 내레이션에 참여한 박정민·문근영 배우와 키크니 작가의 목소리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한바탕 춤'으로 전시는 막을 내린다. 전시 곳곳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춤을 추다 하나의 리듬으로 어우러진다. 마치 엔딩 크레딧처럼, 전시는 끝나지만 여운은 이어진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보다가 나중에는 눈물지으며 보게 되는 〈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 온라인에서 쌓아온 공감을 이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위로와 감동으로 느껴볼 차례다.
© 스튜디오드래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팝업스토어
그 세포들을 처음 만난 건 네이버웹툰을 통해서였다. 손가락으로 한 컷 한 컷 옆으로 넘기며 보던 그 세포들이,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유미의 세포들은 30대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감정을 머릿속 세포 캐릭터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웹툰 IP다. 이동건 작가 특유의 섬세한 공감 언어와 생활 밀착형 유머로 누적 조회수 35억 뷰를 넘기며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까지 확장됐고, 올해 <유미의 세포들 시즌3> 공개 소식과 함께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제작지원작이다. ‘감정을 캐릭터로 번역한다’는 독창적인 설정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공감의 언어로 작동한다.
이 작품의 저력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월 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주일한국문화원이 일본 도쿄 갤러리 MI에서 개최한 '세로로 읽는 이야기: 2026 K-웹툰 전시'에 〈유미의 세포들〉이 주요 작품으로 참여했다. 전시 기간에는 이동건 작가와 일본 독자들이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열렸고, 작품 속 세포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과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 역시 큰 관심을 끌었다. 웹툰이라는 디지털 콘텐츠가 언어와 플랫폼의 장벽을 넘어 전시 경험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웹툰에서 출발해 드라마, 애니메이션, 해외 전시로 확장되는 이 흐름은, 오늘날 K-콘텐츠 IP가 얼마나 입체적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팝업이다. 시즌 3을 기념해 열린 이번 팝업은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 공간으로 구현한 체험형 콘텐츠로 기획됐다. 드라마 소품과 영상,
스틸컷, 세포 조형물 등을 활용해 팝업 공간이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구성된 덕분에, 관람객은 마치 유미의 머릿속에 직접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 세포, 이성 세포, 출출이 세포 등 익숙한 캐릭터들이 입체 조형물과 포토존으로 재현됐고, 곳곳에는 작품 속 명장면과 대사를 활용한 연출이
이어진다. 특히 캐릭터와 같은 표정을 따라 찍는
인증 사진, 세포별 성격을 활용한 굿즈 진열, 대기 줄마저 놀이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동선 설계는 최근 팝업 콘텐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굿즈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붕어빵 인형 키링, 셰이커 키링, 웨딩 타월 세트 등 시즌3 한정 굿즈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로 2주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이제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과 감정을 직접 공간에서
경험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SNS에서 공유한다. 콘텐츠 소비가 ‘관람’에서 ‘참여’로 확장하고 있다.
© 스튜디오드래곤
〈유미의 세포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세포라는 캐릭터에 담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랑 세포, 불안 세포, 출출이 세포··· 각각의 세포는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어떤 마음의 이름이다. 그리고 지금의 팝업은, 그 마음들을 현실 공간으로 불러내 사람끼리 함께 웃고 공감하게 만드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 있다. 화면 속 세계를 현실의 경험으로 만나러 가는 시대다.
<CJ문화재단 20주년 팝업스토어 드림 투 스테이지(DREAM TO STAGE)>
어느새 팝업 성지가 되어버린 서울 성수동의 주말은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의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성수동 골목에 '꿈'과 '무대'라는 단어가 내걸린 것이다. 유명 캐릭터 IP나 한정판 굿즈를 앞세운 팝업이 아니라, '창작자의 꿈' 자체를 콘텐츠로 풀어낸 공간이었다. CJ문화재단 설립 20주년 팝업스토어 〈드림 투 스테이지(DREAM TO STAGE)〉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CJ문화재단이 "기업은 젊은이의 꿈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20년간 지원해 온 아도이·새소년·카더가든 등 창작자들의 여정과 작품 세계를 방문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체험형 공간이다. 음악·영화·공연·글로벌 지원사업을 테마로 한 4개의 메인 존과 MD존으로 구성됐다. 입구가 다소 좁은 듯한 인상이었지만, 성수동에서도 가장 핫한 골목에 자리 잡은 건물 1층과 뒤편 야외 공간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관람객 입장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이루어졌고, 현장 입장도 가능해 혼잡함을 줄였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튠업존〉은 뮤지션의 작업실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실제 튠업 뮤지션들이 사용하는 악기와 애장품이 전시됐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피아노 게임'도 마련됐다. 누군가의 연습과 실패, 고민의 시간이 켜켜이 쌓였을 작업 공간은 완성된 스타의 이미지보다 더 현실적인 창작자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스토리업존〉은 작은 영화관처럼 구성됐다. 스토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들의 트레일러가 상영됐고, 자신의 영화 취향을 알아보는 체험 콘텐츠와 엽서
이벤트가 이어졌다. 아직 이름이 낯선 감독들의 작품이 이 작은 공간에서 처음 누군가의 취향과 연결되는 순간은, 마치 독립영화관의 공기를 성수 한복판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굿즈를 구매한 팬들에게 밴드 크리스피 멤버들이 직접 굿즈를 전달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공간은 〈스테이지업존〉이었다. 뮤지컬 백스테이지를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는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라흐 헤스트〉, 〈홍련〉의 실제 무대 의상과 소품이 전시됐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던 의상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지자, 공연의 음악과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상상됐다. 포스터를 활용한 '다른 그림 찾기' 게임도 마련돼, 뮤지컬을 잘 모르는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공간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커플이 함께 참여하며 성공 스탬프를 받기 위해 알콩달콩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스테이지존〉에서는 글로벌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창작자들의 여정을 '캐리어 컬링 게임'으로 풀어냈다. 각 존마다 전시와 영상, 게임 요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관람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콘텐츠 안으로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됐다. 최근 팝업들이 '인증 사진'과 '체험'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이 공간은 그 흐름에 '창작자의 서사'를 덧입힌 사례에 가까웠다.
MD존 역시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었다. 20주년 기념 굿즈를 비롯해 튠업 뮤지션 MD와 스테이지업 주요 작품 굿즈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연 포스터와
음반, 캐릭터 상품 사이를 오가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설렘과 기쁨이 역력했다.
나흘간 이어진 프로그램도 빼곡했다. 튠업 뮤지션들의 MD 판매 이벤트에는 신인류, 윤마치, 정우석, 지소쿠리클럽, 범진, 김승주, 데카당, 크리스피,
구름이 참여했고, 스테이지업 뮤지컬에 출연했던 박영수, 홍나현, 이아름솔, 변희상, 김리현, 한보라 배우 역시 현장을 찾았다. DJ 라이브 공연까지
더해지며
팝업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실제 공연과 팬 경험이 이어지는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했다.
무엇보다 이 팝업이 특별했던 이유는 화려한 IP 없이도 지역의 한 작은 축제처럼 사람들이 충분히 머무르고 즐겼다는 점이다. 이 공간에는 누군가의 첫 작업실, 첫 공연, 첫 영화, 첫 무대까지 이어진 시간들이 있었다. 〈드림 투 스테이지〉는 완성된 스타를 보여주는 팝업이 아니라, 아직 꿈을 만드는 사람들의 시간을 관객 앞에 꺼내놓은 공간이었다. 그 조용한 진심이야말로 성수동 수많은 팝업 사이에서 이 공간을 인상 깊게 하는 힘이었다.
Q. 방문객들이 현장의 분위기를 기록하고 자연스럽게 외부로 공유할 수 있도록 의도하여 설계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치나 포토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이번 팝업은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지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성수라는 공간 자체가 새로운 문화와 취향을 경험하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한 곳이기도 한 만큼, 이번 팝업 역시
‘보는 전시’보다 ‘직접 경험하고 남기고 싶은 전시’가 되도록 고민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각 존마다 CJ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 콘셉트를 구성했습니다. 튠업존은 CJ문화재단이 발굴하고 지원해 온
뮤지션의 작업실, 스토리업존은 CJ문화재단이 제작지원해온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CGV와 같은 영화관, 스테이지업존은 CJ문화재단이 개발해온 창작
뮤지컬의 백스테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으로 구현했습니다. 방문객들이 마치 창작의 현장 속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끼고, 그 경험 자체를 자연스럽게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지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또한 실제 창작자들의 악기와 애장품, 뮤지컬 의상과 소품은 물론,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주목받아 온 영화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해,
단순히 ‘예쁜 공간’을 넘어 CJ문화재단과 함께 성장해 온 창작자들의 실제 성과와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글로벌 스테이지존의 캐리어 컬링 게임이나 각종 체험형 콘텐츠처럼 직접 참여하는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콘텐츠 공유를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결국 이번
팝업의 인스타그래머블 포인트는 특정 포토존 하나라기보다, 방문객이 CJ문화재단이 만들어온 창작의 여정 속 한 장면에 직접 들어온 듯한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지도록 공간 전체를 설계했다는 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